부족함을 아는 사람

< 본문 - 에베소서 3:7-9 >

  작은 배에 강을 건너려는 사람을 때워다 주고 돈을 받는 나이든 뱃사공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아 하루에 서너 번 강을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 출신으로 성공한 한 사람이 강을 건너가기 위해서 작은 배에 올라탔습니다.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명한 사람이된 그는 옛날 자기가 동네를 떠날 때 뱃사공 일을 하던 그 노인이 여전히 노를 젓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를 하찮게 여기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많이 배운 것을 그 뱃사공 앞에서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뱃사공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여보시오, 사공 어른! 사공 어른은 철학을 아십니까?” 평생 뱃사공으로 잔뼈가 굳은 노인이 철학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철학이 뭡니까? 생전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어깨가 으쓱해진 박사님께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철학을 모르신다고요? 삶 자체가 철학인데, 철학을 모르고 인생을 산다는 것은 인생의 4분의 1이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뱃사공은 으스대는 그 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속이 좀 상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배운 것이 없으니 대꾸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가더니 박사님이 사공에게 또 묻습니다. “사공 어른! 사공 어른은 문학을 아십니까?” “문학이라는 게 뭡니까? 문짝이나 문지방은 알아도 문학은 뭔지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박사님은 또 한심하다는 듯 말합니다. “세상에! 이 아름다운 강가에 살면서 사공어른이 문학을 알았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글을 썼겠습니까? 그런데 문학을 모르시다니요? 사공어른의 인생은 4분의 2가 죽은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속이 상한 뱃사공이 묵묵히 노를 저어가고 있는데 박사님이 또 물었습니다. “사공 어른! 천문학은 아시겠지요?” “천문학이라니요? 저는 그런 것 모릅니다. 저녁노을이 붉으면 이튿날이 쾌청하고, 아침노을이 붉으면 날이 흐리다는 건 알아도 천문학은 모릅니다.” 또 박사님은 한심한 듯 말합니다. “허허, 사공어른! 천문하고 모르고 이 강에서 노를 젓습니까? 사공어른의 인생은 4분의 3이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뱃사공은 정말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뭐라 대꾸할 수가 없어 속으로 화를 삭이며 노를 젓다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강 한가운데 바위가 밖으로 솟아나와 있는데, 평소 잘 피해 다니던 바위를 그날은 보지를 못해 배가 바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나더니 배 가운데 구멍이 뚫려 강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기기 시작했습니다. 사공이 박사님께 다급히 물었습니다. “박사님 수영할 줄 아십니까?” 당황한 박사님은 “난 수영을 못했요! 수영을 할 줄 모르는데 난 이제 어떡하지요?”라고 대답하자 사공이 저만치 헤엄을 쳐 가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떡하긴요. 박사님의 인생 전부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여러분,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것을 잘 못하는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내가 잘 아는 것을 가지고 그것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일 수 없습니다. 정말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아닐 수 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아무리 잘 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고 그것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아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만드실 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존재로 만들지도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러기에 부족한 존재인 우리가 마치 자신은 부족함이 없는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은 전혀 부족함이나 모자람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위선이요 교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족한 존재로 창조하셨는데 자신이 부족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성경은 교만이라고 말씀하시고, 교만한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결코 기뻐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리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창조 원리를 거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18장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두 사람이 성전에 기도하러 올라갔습니다. 한 사람은 자신은 전혀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바리새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리입니다. 바리새인은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남의 것을 빼앗지도 않았고 도둑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불의한 일을 행하지도 않았고 죄를 짓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했고, 십일조도 철저하게 했습니다. 나는 저 세리처럼 모든 것에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아닌 것을 감사합니다.’ 반면 세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입니다.’

   여러분,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아십니까? 바리새인은 자신은 완벽한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반면 세리는 자신은 너무 부족해서 하나님 앞에 얼굴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모자란 사람이라 하나님의 긍휼하심 외에는 자신이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모든 면에서 - 신앙적인 면에서든 삶에서든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바리새인보다도 자신은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뿐이라고 생각한 세리를 하나님께서는 더 의롭게 여기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도 자신의 부족함을 철저하게 깨닫고 부족함을 고백하며 사는 사람을 더 의롭게 여기신다는 말씀입니다.

  바울도 한 때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은 히브리인 중에 히브리인입니다.’ 이 말은 순수하게 이스라엘 혈통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는 자긍심에서 한 말입니다. ‘나는 베냐민 지파 출신입니다.’ 이 말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과 같은 지파 출신으로 의심할 여지 없는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나는 열심히 교회를 박해했던 사람이었고, 율법의 의로는 전혀 흠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말은 하나님을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을 다 바쳤던 사람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철저하게 율법을 지키며 살았다는 뜻입니다. 그는 태생적으로나 삶에서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이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그것이 두말할 것도 없이 자랑거리였습니다. 마치 누가복음 18장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말씀에 등장하는 바리새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렇게 자랑할만한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을 언급하면서 바로 이어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을 해로 여깁니다.’(빌립보서 3:8) ‘해로 여긴다’는 말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백해무익한 것이었다는 말입니다. 그 때는 그것이 최고의 자랑거리였습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자랑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왜 그렇습니까? 왜 사도 바울은 그렇게 좋은 인생의 조건을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입니까? 여러분, 오늘날 여러분이 그런 조건에서 살고 계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을 다 갖추었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습니다. 출생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배울 만큼 배웠고, 갖출 만큼 갖추었습니다. 캐리어(경력)에서 결코 남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 모든 자랑거리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재벌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습니다. 늘 그랬었지만 최근 들어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이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몇 백억씩 내놓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재벌들뿐만 아니라 재벌 2세나 3세가 갑질하는 모습들이 언론에 자주 비춰지고 있습니다. 운전기사에게 막말은 물론이거니와 부당하고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요구조건을 지키라는 것 때문에 값질 논란이 빗어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실수했으면서도 정상적으로 일한 경비원을 폭행한다든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종업원을 폭행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세태에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이라는 아가씨입니다. 그녀는 지난 2014년 해군에 장교로 임관을 받았고, 해적을 퇴치하는 임무를 맡은 아덴만에 파견되기도 했습니다. 재벌가의 딸 중에서 처음으로 해군 장교가 된 그녀는 중국 베이징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대학을 다닐 때부터 그는 영어와 수학 과외를 하면서 학비를 스스로 벌어 공부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돈이 없어서 알바를 해서 학비를 벌어야 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전직 대통령입니다. 그녀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다녔던 베이징대학은 우리나라 서울대학 못지 않는 유명한 대학입니다. 모든 면에서 그녀는 갖출 것을 다 갖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모든 배경과 조건을 다 내려놓고 스스로 남들이 가려하지 않는 고생의 길을 갔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런 환경이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 이것이 사도 바울의 자기 이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도 바울은 당시 상황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남들이 가는 평범한 길, 아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이라고 해서 왜 편안한 길을 가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때로는 멸시를 당하는 그런 길이 아닌 존경과 부러움이 되는 그런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런 길을 거부했습니다.

   그 이유를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 7절에서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복음을 위하여.”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신의 사명의 길을 가는 길목에서 자신을 바라보니까 자신은 한 없이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 복음이 뭡니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그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가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죄도 없으신 분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서 고난을 길을 가셨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습니다. 사망의 올무에 매여 죽음으로 끌려가던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서 주님께서 그렇게 십자가의 길을 가신 것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우리를 위해 죽음의 길을 기꺼이 가셨습니다. 그런 주님의 은혜를 알기에 비록 복음을 전하는 길이 힘들고 고난의 길이라 하더라도 주님이 가신 길에 비하면 자신이 하는 일은 아주 작은 일일 뿐입니다. 심지어 자신은 지난 날 거짓된 진리에 매여 헛된 열심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 교회를 핍박하고 성도들을 박해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불러 구원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자로 세워주셨습니다. 그런 주님의 은혜 앞에 서니 자신은 한없이 작을 뿐입니다. 남들과 비교한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부러워할 조건을 갖춘 사람이지만 자신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은혜 앞에 서니 자신은 너무나도 초라할 뿐입니다. 자신에게는 자랑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는 지극히 작은 자보다도 더 작은 자’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도 바울이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는 끝까지 복음 전도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계속 쓰시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하나님 앞에 겸손합니다. 내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겸손하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일꾼으로 쓰십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마치 자신이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런 생각이 그의 마음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무시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남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이 부끄러움임을 알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조용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다투지 않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내 탓이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약점과 허물을 잘 봅니다.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다른 사람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다툼이 왜 생깁니까? 어떤 일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을 탓하기 때문입니다. 집안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여보 미안해요. 부족한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데 누가 그 사람과 싸우자고 덤벼들겠습니까? 어찌 집안에 다툼이 있겠습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성숙해집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합니다. 신앙에서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더 열심히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그는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도 교만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십니다. 그래서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힘이나 능력으로 살 수 없음을 알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고, 하나님께서는 그런 사람에게 은혜를 덧입혀 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사도 바울은 고백합니다. 자신이 모든 성도보다 더 작은 자인데, 그런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세상 속에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을 드러내게 하셨다고 말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하나님께 감사하며 삽니다. ‘부족한 나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구나!’하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사람을 구원하여 자녀 삼아주셨으니 감사하지!’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힘든 일을 만날지라도 ‘많이 부족한 나에게 이 정도의 일만 만나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야!’라고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남들만큼 가지지 못하고, 남들만큼 누리지 못해도 감사합니다. 남들만큼 배우지 못하고, 남들만큼 좋은 환경이 아닐지라도 ‘나 같은 사람이 이만큼 된 것만도 감사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고 그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모든 성도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사람입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이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을 가리켜 ‘가장 작은 자보다 더 작은 자’라고 고백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를 무시합니까? ‘그래 너는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 맞아!’라고 그를 멸시합니까? 사도 바울이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은 참 많이 부족함 사람’이라고 고백했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사도 바울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지도 몰라. 사람들이 나의 모자란 모습을 보면 내 곁에 가까이 오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나의 부족함 때문에 나를 속으로 욕할 거야!’ 그런 생각이 우리의 마음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드러내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스스로 ‘나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결코 모자라지 않는 사람이야!’ 그렇게 세뇌시킵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부족한 모습을 그대도 인정하고, 그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설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는 아주 특별한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옥수수 밭에 들어가 자신이 들어간 그 고랑에서 가장 크고 좋은 옥수수를 하나씩 따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의식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 지나친 곳은 되돌아 볼 수 없고 오직 앞만 보고 가야 하고, 옥수수를 한 번 땄으면 다음에 더 좋은 것이 보인다고 땄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옥수수를 딸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 옥수수 밭에 들어간 여인들은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대부분 옥수수 밭에 들어간 여인들은 그 고랑에서 가장 좋은 옥수수를 따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형편없는 것을 따온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들어간 옥수수 밭에서 처음 좋은 것을 만났을지라도 나중 가면 더 좋은 것이 있으려니 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앞에 보았던 것이 더 좋은데, 되돌아가 따올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옥수수 밭고랑이 거의 끝나갈 때쯤 되면 ‘이렇다가 정말 형편없는 것을 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에 보이는 것을 따서 나옵니다.

   결혼을 앞둔 여인들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결혼할 사람이 때로는 형편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게 내가 선택한 최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입니다. 지금 내 배우자가 내가 선택한 최선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감사하며 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때론 우리 안에 있는 욕심이나 자만심이 우리를 전혀 그렇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게 만들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 그가 진정 하나님의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요, 그가 진정 바른 신앙인답게 사는 신앙인입니다.

< 2017년 2월 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