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신앙

< 본문 - 마태복음 14:22-33 >

  여러분, ‘욜로(YOLO)족’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욜로’라는 말은 ‘You Only Live Once’(당신이 사는 인생은 한 번뿐이야)라는 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한번 뿐인 인생이기에 남보다는 자신을,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욜로족’이라고 말합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이 ‘욜로’가 2017년의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이 말은 캐나다 출신의 힙합 가수 드레이크(Drake, 본명 : Aubrey Drake Graham)가 2011년에 발표하여 부른 ‘The Motto’라는 제목의 노래 속에 ‘You Only Live Once’라는 가사가 있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자신의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안’(일명 오바마 캐어)를 독려하기 위해서 만든 영상에서 이 말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큰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는 이런 풍조는 요즘 20-30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의 성인남녀 830명을 대상으로 ‘욜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84.1%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20-30대 젊은이들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인생은 현재를 즐기며 오늘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 ‘실용적인 생각인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경제저성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고, 오늘 고생한다 하더라도 내일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더 큰 행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작지만 오늘의 행복을 즐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거기에 나타난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결혼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책임져야 할 일들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제약을 받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자기 혼자 즐기며 살고 싶어 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나 이런 생각들이 비단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종종 듣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이미 고대 로마 시대의 시인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8)의 라틴어 시에 등장한 말입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그런 생각들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에 이런 현상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이유는 그것이 젊은이들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투데이족(TODAY族)’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투데이족은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살자,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며 그날 누릴 행복을 그날 채운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막연히 미래엔 행복이 올 거라는 뜬구름 같은 생각 대신에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서 구체적인 행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투데이족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욜로족이나 투데이족이 이기주의적으로 오늘만 즐기자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감 역시 강조합니다. 오늘 내 행복을 즐기기 위해서는 오늘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도 큰 강조점을 둡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지워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욜로족이나 투데이족에게는 그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 같은 아쉬움에 남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욜로족처럼 우리의 개인적인 만족이나 행복만을 위해서 신앙생활하는 것은 어쩌면 초보신앙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정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과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23)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신앙의 초보자처럼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지 말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도록 권면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본문 바로 앞인 마태복음 14:13절 이하에 나오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에 이어 나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후에, 오늘 본문 22절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무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동안 제자들에게 빨리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도록 재촉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등 떠밀듯 ‘빨리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라.’고 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마태복음의 기록에서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유추할 수 없지만, 요한복음서를 통해서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으려 했습니다.(요한복음 6:15) 예수님께서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으신 데도 사람들이 억지로 예수님을 자기들의 임금 삼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빨리 그곳에서 떠나도록 한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제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요구처럼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실 때에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와서 ‘주님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큰 권세를 잡으신다면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자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언젠가 예수님께서 큰 권력을 잡으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이기에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하는 그 상황에 계속 있다 보면 제자들도 사람들의 요구에 동조하여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그 사람들과 한 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그 자리에 있지 못하도록 빨리 건너편으로 가라고 배를 태워 보내신 것입니다.

  예수님께 등 떠밀려서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건너편으로 가고 있는 제자들에 큰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배가 갈릴리 호수 거의 가운데쯤 이르렀을 때에 갈릴리 호수에 큰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밤이 되면 산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으로 인해 거대한 풍랑이 일곤 했습니다. 지금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게 갑자기 불어 닥친 큰 바람 때문에 힘겹게 노를 젓고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을 먼저 보내시고 홀로 기도하시던 예수님께서 밤 사경이 되었을 때에 물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찾아오신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밤을 셋으로 나눕니다만 로마인들은 밤을 넷으로 나눕니다. 본문에서 4경이라고 말씀한 것은 로마의 시간 계산법을 따른 것입니다. 로마의 시간에 의하면 밤 1경은 저녁 6시부터 9시까지이고, 2경은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입니다. 그리고 삼경은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이고, 사경은 새벽 3시부터 6시까지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서 제자들에게 찾아오신 시간은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갑자기 불어 닥친 거센 바람을 뚫고 육지로 가기 위해서 거의 밤새도록 노를 젓는 수고를 해야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밤새도록 수고한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물 위를 걸어서 말입니다. 제자들은 물 위로 걸어오고 계신 예수님을 보고는 유령인가 하여 무서워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그렇겠지요? 밤새도록 바람과 파도와 싸우느라 정신없는 제자들의 눈에 갈릴리 호수 위를 걸어오는 사람이 보이니 당연히 유령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그렇게 물 위를 걸어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물 위를 걸어오시는 분이 주님이시라는 소리를 듣자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님, 정말 물 위를 걸어오시는 분이 주님 당신이시라면 나에게도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해 보십시오.’ 왜 베드로가 그렇게 말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변화산 위에서 예수님께서 황홀한 모습으로 변화되신 모습을 보고는 ‘우리가 여기에다 초막 셋을 짓겠다.’고 말한 것처럼, 정신없는 상태에서 그냥 해본 말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베드로의 성격처럼 언제나 모험을 좋아하는 베드로가 물 위를 걷는 모험을 해 보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베드로의 입장에서 보면 거센 바람으로 인해 커다란 풍랑이 일고 있는 바다를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진 않았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생활했던 베드로는 갑자기 몰아치는 그런 풍랑과 거센 바람 때문에 때로는 배가 뒤집혀 사람이 죽는 것을 경험했을지도 모릅니다. 배를 뒤집어엎을 정도로 거센 바람과 풍랑이 일 때에는 배 밖으로 나가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더구나 아직도 날은 밝아오지 않았습니다. 주변은 여전히 캄캄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바다 위로 간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비록 거센 바람과 풍랑에 배가 기우뚱거린다 하더라도 배 안에 있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합니다. 그런데도 베드로는 주님께 ‘물 위를 걷고 싶다.’고, ‘저에게 명령하여 물 위를 걸어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배 안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한데도 베드로가 왜 ‘저에게 물 위를 걸어오도록 명령해 주시라.’고 말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베드로가 그렇게 말하자, 주님께서는 두말 하지 않으시고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그 말씀을 듣고는 곧장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갑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니 기적 같은 일이 아니라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적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곧 이어 베드로는 물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베드로가 물 위를 걷는 기적의 모습보다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주님 나를 구원해 주십시오, 나를 좀 살려 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그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왜 물에 빠졌는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가되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 가는지라.” 이 말씀은 베드로가 물 위를 걸어서 제법 갔다는 말씀입니다. 몇 발자국인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베드로는 한 동안 물 위를 걸어서 주님이 계신 곳 가까이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물 위를 걸어서 잘 가다가 바람을 보고는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베드로는 그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살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 바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잘 압니다. 때로는 배를 뒤집기도 하고,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게 만들기도 하는 바람입니다. 그 바람을 보자 옛날 자신이 경험했던 사람을 갈릴리 호수에 빠뜨릴 정도로 위력이 있는 바람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세요? 베드로가 물 위를 걷는 것이 정상입니까? 아니면 물에 빠지는 것이 정상입니까? 사람이 물 위를 걷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사람은 물에 들어가면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수영을 하지 않는 한 사람은 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물에 빠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것이 지극이 자연적인 이치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물에 빠져가는 베드로를 건져주신 후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이 말씀은 베드로가 물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한 말씀입니다. 믿음을 가졌다면 물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믿음이란 그렇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생각할 때 전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전혀 비상식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믿음의 위대한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믿음이 비상식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믿음의 삶은 상식에 기초해서 시작됩니다.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나 말을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삶의 결단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의 베드로를 생각해 보십시다. 물 위를 걷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우리의 이성이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론 우리가 주님께 이성이나 상식을 뛰어넘는 요구를 하곤 합니다. 그럴 때 주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위해서 이성이나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을 베풀어주시기도 하십니다. 그것은 주님의 권능입니다. 권능을 가지신 주님이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런 기적을 베푸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주님께서 우리의 삶에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시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건 우리의 믿음을 위해서입니다. 물 위를 걸으며 주님께로 가던 베드로가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보고는 두려워서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만일 베드로가 바람을 바라보지 않고 주님만 바라보고 갔더라면 그는 물에 빠지지 않고 주님 계신 곳까지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베드로가 살았던 모든 삶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것과 같이 물 위를 걷는 일은 오직 한 번뿐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베드로가 물 위를 걸으며 살았던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앞서 나오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에는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났다고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태복음 15장에서는 떡 일곱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사건을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만, 마태복음 14장에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과 마태복음 15장에서 떡 일곱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사건 외에는 예수님께서 이런 기적을 베푸셔서 가난에 굶주린 사람들을 매일 먹이셨다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은 우리의 상식과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로 사셨던 3년 기간 동안 그런 일은 단 두 번 밖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똑같은 기적이 매일 일어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물 위를 걸었던 베드로의 기적도 매일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믿음은 때로 우리에게 도전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삶에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인 삶에서 한 발 곁으로 비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무모한 일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주님처럼 나도 물 위를 걷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주님께 요청했던 베드로는 평범한 일상에 도전을 한 것입니다. 결국 평범한 일상처럼 물에 빠지는 결과가 되고 말았지만, 그는 도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류 역사상 아무런 도구도 갖추지 않고 물 위를 걸었던 유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주님께서 가신 고난의 길과 주님께서 죽으신 십자가를 더욱 깊이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여러분, 이 사순절 기간에 기적에 도전해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베드로처럼 물 위를 걷는 기적이 아니라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기적 말입니다. 물 위를 걷는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은 우리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기를 지고 주님을 따르겠다는 결단’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쩌면 거센 바람이 불고 커다란 파도가 출렁거리는 갈릴리 호수의 그날 저녁과 같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경험과 지식으로 힘껏 노를 저어도 앞으로 전전해가지 않는 제자들의 배와 다르지 않습니다. 혹 우리의 인생이 그런 답보상태와 같다면, 아니 우리의 신앙이 거센 바람에 의해 고통을 겪을 뿐 전진이 없다면 베드로와 같은 도전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싶어 합니다. 커다란 도전보다는 조금은 힘들더라도 오늘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는다면 물 위를 걷는 기적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 세 가지 싸움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과 자연의 싸움이고, 또 하나는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며, 마지막 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중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자아와 싸워야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나에게 지워진 내 십자가를 지고 믿음의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편안히 살고자 하는 우리 자아와 싸워야 합니다.

   사순절은 자아와 싸우는 절기입니다. 도전하지 않고 오늘이라는 평안의 삶에 안주하려는 우리의 자아와 싸워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조금이라도 닮아가야 합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세상을 즐기려 하는 우리의 자아와 싸워야 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아의 욕망과 싸우기 위해서 사순절 기간 동안 금식을 하기도 하고, 세상의 쾌락을 따르던 삶의 발걸음을 멈춰 서기도 합니다. 40일 동안 금식하는 것이 힘들어 하루 한 끼 금식을 하기도 하고, 요즘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 시대에 미디어를 절제하는 미디어 금식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여러분, 사순절 기간 동안 주님의 말씀처럼 자아와 싸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비록 베드로처럼 실패하고 물에 빠져들어 간다 하더라도 뭔가를 위해서 도전한다는 것은 위대한 결단입니다.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보다 나은 믿음을 위해서 뭔가를 도전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위대한 도전은 우리의 성품이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해서 우리의 정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주님을 따라가는 도전입니다. 그런 도전을 통해서 우리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은 욜로족처럼 오늘의 내 삶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살아서는 안 됩니다. 신앙인은 오늘을 절제해서라도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면류관을 바라보며 오늘도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누릴 수 있는 평안함과 행복 대신에 더욱 성숙한 믿음을 경험하기 위해서 물 위를 걷는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신앙인입니다.

< 2017년 3월 5일 주일낮예배 -사순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