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만 자랑하리라.

< 본문 - 갈라디아서 6:11-16 >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골에 사는 부유한 유대인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예루살렘에 있는 학교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유대인은 아들이 유학을 가 있는 동안 병에 걸리게 되었고, 그의 병세는 금세 심해져 도저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서를 쓰게 됩니다.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유서를 썼습니다. “모든 재산을 노예에게 물려준다. 내 아들은 재산 가운데 오직 한 가지만 선택 할 수 있다.”

   그렇게 유언을 쓰는 그는 죽고 말았습니다. 주인인 유대인이 죽자 노예는 자신의 행운을 기뻐하면서 예루살렘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주인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죽을 알리고 유서를 전달했습니다. 유서를 펼쳐본 아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다 하인에게 물려주고 자신에게는 오직 한 가지만 선택하게 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평소 자신을 그렇게도 사랑하셨던 아버지가 이런 유언을 남기셨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의 장례를 정성껏 치룬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 보아도 아버지가 그런 유서를 쓰셨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그는 그 지역에서 지혜롭다고 알려진 랍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유서를 꼼꼼히 살펴보던 랍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대단히 현명한 분이시오. 그리고 당신을 무척 사랑하는 분입니다.” 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랍비에게 물었습니다. “모든 재산을 노예에게 다 주고, 하나뿐인 아들에게는 단 한 가지만 남기겠다는 유서를 쓴 분이 현명한 분이라니요?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신다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노예의 속성을 꿰뚫어본 것이오. 만약에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서를 남겼다면, 노예는 아버지의 죽음을 당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재산을 모두 빼돌려 도망을 쳤을 것이오. 그래서 그 재산을 노예에게 다 주기로 한 것이오. 이렇게 되면 노예는 당신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릴 것이고, 재산도 자기의 것이기에 소중하게 간수해 주지 않겠소?”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들은 아직도 그것이 왜 아버지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랍비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게 무슨 이익이 된단 말씀이십니까?” 랍비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무릇 노예의 모든 재산은 주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시오? 아버지는 당신에게 원하는 것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셨지요?. 당신은 그 노예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이오. 그러면 그 노예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도 당신의 것이 됩니다. 그러니 이 얼마나 현명한 유언이란 말이오?”

   아버지는 정말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만일 자신의 재산을 전부 아들이게 물려준다고 한다면 아들이 없는 사이에 노예가 재산을 다 빼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노예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아들에게는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노예는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자기의 것이 된다고 생각하고 주인의 재산을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노예 하나만 선택하면 노예가 간수하고 있던 아버지의 재산 전부를 자신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을 전부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 아버지의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여러분, 이 탈무드의 이야기는 단지 먼 옛날 유대 땅에서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모든 보화를 우리에게 주시길 기뻐하십니다. 자녀인 우리가 하늘의 모든 보화를 상속받아 이 땅에서 그 보화를 누리며 살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의 원수 마귀는 우리가 하늘의 그 보화를 누리지 못하도록 온갖 것으로 유혹하며 방해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단 하나만 선택하도록 하실 수 있습니다. 하늘에 있는 수없이 많은 보화와 축복들 가운데 우리가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사도 바울은 오직 십자가만 자랑하겠노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주로 무엇에 대해서 말하느냐 하는 것과 무엇을 자랑하느냐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관심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 늘 운동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운동에서 어떻게 잘하는지를 자랑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옷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최신 유행하는 옷이 어떤 것이고, 어떤 옷은 유행이 지났고, 어떤 옷을 입어야 맵시가 나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옷을 아주 센스 있게 입고 다닙니다.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책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요즘 베스트셀러가 무엇이고, 어느 작가의 글이 진솔하고, 어떤 책을 읽으면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까? 무엇을 많이 이야기하고, 무엇을 많이 자랑해야 합니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신앙에 관해서 이야기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신앙의 겉모습에만 관심을 가진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나 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내적인 신앙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교회의 문제나 외형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오늘 사도 바울이 고백한 것과 같은 고백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자랑은 오직 십자가라고 말입니다. 교회당의 건물이 화려한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교회의 성도 수가 몇 명인가 하는 것도 결코 우리의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몇 년 동안이나 신앙인생활 했는지, 또는 우리가 어떤 직분을 가지고 교회를 섬기든지 그 모든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일에 빠지지 않고 예배당에 나와 예배를 드리는 것도, 우리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기도하는 것도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자랑은 오직 주님의 십자가뿐이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 자랑하겠노라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에 보낸 편지의 내용 중 마지막 부분입니다. 본문 11절과 12절에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아닌 다른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갈라디아 교회는 거짓 교사들로 인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거짓 교사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오늘 본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육체의 모양을 내려 한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면서도 사실 자기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육체의 모양을 내려 한다는 말은 겉치레에만 신경을 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겉치레하고 하는 것은 단순 외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의 외적인 요소들을 포함하는 말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3장에서 자신의 신앙적인 겉치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 겉치레에 대해서 자랑한다면 자신은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랑할 것이 굉장히 많은 사람입니다.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은 전통적인 유대인이고, 바리새인으로서 율법에 흠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율법을 지켜왔습니다. 유대교를 위한 열심히 남달라 그 열심으로 교회를 잔혹하게 핍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도 바울은 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긴다고 고백합니다. 왜냐하면 복음 안에 사는 자신에게는 그런 외형적인 것들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거짓 교사들은 사도 바울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쓰레기처럼 다 버린 그것들을 가지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배설물로 여겨 다 버렸다고 말씀하신 것들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도 바울은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은 태어나면서부터 로마의 시민권을 가졌습니다. 당시 로마의 시민권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한 가문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로마의 고급장교인 천부장도 ‘그 로마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돈을 주어 그것을 샀노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사도행전 22:28)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꼭 가져야 하는 것이 로마시민권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것을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 이미 가졌습니다. 유대인인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로마 시민권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사도 바울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배경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배경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학문에서도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로마 총독인 베스도는 사도 바울을 향해서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사도행전 26:24)고 말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부 많이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도 바울은 당시 최고의 스승인 가말리엘 문하생으로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뛰어난 학문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태어난 배경이나 자라난 환경과 스펙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 모든 것을 버렸다고 선언합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러면 십자가가 무엇이기에 사도 바울로 하여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리게 만든 것입니까?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원래 십자가는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십자가는 가장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형하는 형틀입니다. 이집트와 고대 동방에서부터 사용되던 공개 사형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십자가가 그렇게 사형의 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십자가는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땅에 메시야로 오신 우리 주님께서 바로 그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죄가 없으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것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를 사랑하고 십자가를 자랑합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겉치레보다 십자가를 자랑하노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그 십자가 위에서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시고 우리를 살리신 구원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죄로 인하여 죽음의 길을 가고 있고, 영원한 형벌을 받을 존재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가 구원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18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그렇습니다. 세상의 방법과 세상의 논리로 생각하면 십자가는 미련한 것입니다.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그 저주의 십자가가 어떻게 우리의 죄를 용서하고 죄인인 우리를 구원한단 말인가? 세상의 논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십자가를 바라보며 구원을 확신하는 기독교인들을 향해서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어리석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받은 우리는 그 십자가가 하나님의 구원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능력임을 잘 압니다. 그것은 세상의 그 어떤 논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려 한다 해도 설명될 수 없는 신비입니다.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받은 사람들은 십자가를 자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십자가만 자랑하겠노라도 말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은혜로 사는 삶이 율법을 따라 사는 삶보다도 더 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13절에서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를 어지럽게 만들었던 거짓 교사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스스로 율법을 지키지 아니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할례를 받게 하려 한다.’고 말씀합니다. 할례를 받는 것은 유대교인임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할례를 받으면 그들은 율법을 행해야 합니다. 율법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거짓 교사들은 할례를 받으라고 강요하면서 자신들조차도 율법을 따라 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거짓 교사들은 자신들은 율법을 따라 살지도 못하면서 율법을 따라 사는 것처럼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입니까? 그들은 율법을 따라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원으로 인도하는 길이 율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도는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율법으로는 우리가 구원받을 수 없음을 아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고자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2장에서는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믿음으로 말미암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에베소서 2:8-9) 그렇습니다. 우리가 구원 받은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인함입니다.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은 율법을 행하고 선을 행함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우리의 어떤 노력이나 행함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결코 허투루 살 수 없습니다. 구원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하나님께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그 선물을 받은 자는 인생을 대충대충 살 수 없습니다. 구원을 받기 위해서 율법을 따라 사는 사람과 은혜로 값없이 구원받았기에 구원받은 자답게 살기 위해서는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과는 삶의 동기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구원 받기 위해서 율법을 따라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은혜로 구원을 받은 사람은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삽니다. 기쁨과 감동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그 길을 행복하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가거나 의무로 가는 사람은 그 길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구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바라보고 십자가를 의지하여 사는 사람은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자로 존경을 받는 성 까일스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그는 본래 아덴의 한 왕자로 태어났지만 예수님을 믿은 후에 세상의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깊은 산에 들어가서 수도사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하나 즉 어렸을 적부터 자기가 사랑하던 암사슴 하나만은 자기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에 가서 다닐 때도 이 암사슴과 같이 다니고, 또 그 암사슴의 젖을 짜서 먹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 그것을 먹으며 기도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의 어떤 왕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사냥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까일스가 수련하던 곳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왕은 그 골짜기 바위 아래에 사슴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는 사슴을 향하여 활을 겨누어 쏘았습니다. 그 때 성 까일스가 조용히 묵상 기도를 하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얼른 눈을 떠보니까 화살이 자기의 사랑하는 암사슴을 향해 날아옵니다. 까일스는 이것을 막기 위해서 재빨리 자기 손을 내밀었지만 그 화살은 까일스의 손을 뚫고 지나가면서 사슴을 맞히고 말았습니다. 화살에 사슴이 맞긴 맞았지만 까일스의 손을 뚫고 지나간 화살은 힘을 잃고서 사슴을 맞췄기 때문에 사슴은 별로 큰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의 왕은 이런 것도 모르고 사슴이 죽었거니 하고 사슴을 얻기 위해서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어떤 수도사가 손을 들고 있는 데 그 손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프랑스 왕은 그 수도사의 손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의 손을 연상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 꿇어앉아서 자기의 죄를 회개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생각하면 결코 세상의 것을 추구하며 세상의 즐거움에 빠져 살 수 없습니다. 죄의 유혹이 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우리를 위해 죽으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그 죄의 달콤한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우리 스스로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없을 때 그 십자가가 우리로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주님의 십자가에는 우리가 세상에서 얻을 수 있고 누리고 싶은 것보다 더 귀한 보화가 담겨져 있습니다. 세상의 부귀영화보다 더 귀한 하나님의 은혜가 그 안에 있습니다. 세상이 주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그 안에 있습니다.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힘도 십자가에 있습니다. 우리의 눈이 십자가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세상의 것으로 옮겨가지 않아야 합니다. 십자가가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자랑은 오직 십자가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들 가운데 최고의 선물은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잃버려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십자가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십자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 2017년 3월 26일 주일낮예배 -사순절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