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증인은 아닙니까?

< 본문 - 고린도전서 15:12-19 >

  사람에게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바로 죽음의 공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앙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신앙의 길에 들어섭니다.

<사진1> 이 사진은 서양 중세기 때에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이 갑옷의 어깨에 붙였던 어깨받이로,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관 뚜껑을 열고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힘차게 밖으로 걸어 나오시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왼손으로 승리의 십자가 깃발을 들고 계시고, 오른손으로는 죽음의 천을 걷어내고 계십니다. 이 검은 천은 주님의 몸이 삶의 현장으로 나오는 것을 막고 있는 죽음의 세력입니다. 그러나 그 죽음의 세력이 우리 인간에게는 아무리 강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부활하신 주님께는 당신의 능력의 손으로 간단하게 걷어 치워버리실 수 있는 한낱 천에 불과합니다. 주님의 발은 관을 힘차게 뛰어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그 죽음의 벽이 결코 넘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벽이지만 주님께는 가볍게 넘어설 수 있는 아주 낮은 턱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관 앞에는 두 명의 병사가 쓰러져 있습니다. 그 병사들은 갑옷에 투구를 뒤집어쓰고 무서운 칼을 차고 있지만, 부활의 능력 앞에는 그 모든 무기들이 아무 쓸모없는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왼쪽의 군인은 너무 놀라 기절하여 땅에 엎드러져 있고, 방패까지 든 오른쪽 병사는 너무 놀라서 큼지막한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일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 앞에서는 세상의 막강한 권력이나 막강한 무기라 하더라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심지어는 죽음의 세력도 한 순간에 걷어치워지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중세의 군인들은 이런 그림을 어깨받이로 하고 전장에 나갔습니다. 전장에 나가면 언제 죽음이 자신 앞에 다가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늘 불안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순간순간 몸서리를 쳐야 합니다. 특별히 이 그림을 어깨받이로 하고 전장에 나가야 했던 12세기에는 십자군 전쟁을 비롯해서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전쟁에도 불구하고 무기는 발달되지 않아서 군인들끼리 직접 맞붙어서 창과 칼로 싸워야 합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자주 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맞붙어 싸우다보니 언제 적군의 칼날이 내 목을 향해 날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적군과 싸우다가 전우가 적군의 칼날에 목이 날아가고, 적군의 창에 가슴이 질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그런 끔찍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적군과 아군이 수없이 전장에서 쓰러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순간순간 ‘나도 언제 저렇게 쓰러져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슴 깊숙이에서 사무쳐 오릅니다. 그러니 전장은 항상 두려움과 공포의 자리였습니다. 그럴 때 군인들은 부활하신 주님의 그림을 어깨받이로 하고서 그 공포의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그래야만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이 어깨받이를 하고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상황과는 너무나도 많이 다릅니다. 물론 오늘 우리 시대에도 지구촌 구석구석엔 아직도 전쟁과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런 지구촌과 비교하면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지대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 우리의 삶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출근하는 길도 전쟁터요 직장생활하는 것도 전쟁터입니다. 우리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전쟁에 참여하는 자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피나는 싸움을 해야 하고,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하듯 경쟁하며 싸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을 유혹하여 죄에 빠지게 만드는 악한 영의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정결하게 지키내기 위해서는 영적인 싸움을 해야 합니다.

그런 매일매일의 전쟁터와 같은 우리의 삶에서 우리는 중세의 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의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중세의 병사들은 어떻게든 부활하신 주님의 도우심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이 그려진 어깨받이를 달고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가슴에 부활하신 주님을 새겨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영적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부활하신 주님을 신뢰하며 전쟁터와 같은 삶의 현장에 나가야 믿음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데, 부활하신 주님을 아직도 신뢰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 소개되고 있는 고린도교회도 그랬습니다. 오늘 본문 12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 전파되었거늘 너희 중에 어떤 사람들은 어찌하여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 없다 하느냐?” ‘너희 중에’라는 말은 세상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고린도교회 교인들을 말합니다. 고린도교회 교인들 가운데 부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고린도교회 교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지난 2014년 한국 갤럽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 개신교인들 가운데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59%이고, 하나님의 심판을 믿는 사람이 61%에 지나지 않습니다. 30년 전인 1984년에는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는 신앙인이 80%였고, 하나님의 심판을 믿는 사람이 76%였습니다. 불과 30년 사이에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하나님의 심판을 믿는 사람이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창조와 심판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지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믿습니까?’라고 물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겠습니까? 아니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십시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음을 믿습니까?

만일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속죄제물로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한 속죄제물 말입니다. 히브리서에서 증언해 주고 있는 것처럼, 구약시대에는 짐승을 잡아 그 피로 죄를 속하는 속죄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단번에 자신을 산 제물로 드리심으로 영원한 제사를 드리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약시대처럼 다시 양이나 소를 잡아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로 우리의 죄를 용서받게 되었고, 우리는 예수님으로 인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 예수님께서 3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다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가져다주신 영원한 생명이 확실함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영원한 제사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은 그분에게는 죄가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죄 없으신 분이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우리가 영생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은 죄가 없으신 그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죽으신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 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님이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부활하신 주님을 전하는 우리의 전도나 증언도 다 거짓되고 헛된 것입니다.

오늘 본문 14절과 17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아나지 못하셨으면 우리가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이며...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으면 너희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믿음은 헛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전파하는 예수님은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십자가에 죽으신 주님, 우리의 죄를 위해서 우리 대신해서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을 전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복음의 핵심으로 전합니다.

오늘 본문이 속한 고린도전서 15장은 이런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 복음을 너희가 받았고, 그 복음 가운데 너희가 서 있다. 그리고 그 복음 안에서 우리는 구원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 복음의 핵심 두 가지를 말씀합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입니다. 죽으심과 부활, 그것이 바로 복음의 중심이라는 말씀입니다. 죽으심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기둥이 우리의 신앙을 받들고 있는 중심축입니다.

그러면 왜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이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까? 예수님의 부활은 곧 우리의 부활을 예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위해 살다가 죽으면 주님 안에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서 다시 살아남으로 우리는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고린도교회 교인들 가운데는 아예 부활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셨다가 죽음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활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상의 논리나 세상의 사고를 가지고는 결코 부활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죽어 무덤에 장사된 사람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세상의 그 어떤 논리나 철학으로도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사도 바울 자신도 세상의 논리를 따라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고, 거짓된 말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이단의 무리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을 믿기 전에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서 그렇게도 혈안되어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자신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앞인 고린도전서 15:5절 이하에서는 부활하신 주님을 친히 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해서 12제자와 오백 여명의 성도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친히 목격했고, 맨 나중에는 주님의 부활을 믿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자기 자신에게도 부활하신 주님이 나타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결코 거짓됨이 없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활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부활을 신뢰하지 못하는 너희가 정말로 불쌍한 사람이다.’라고 선언합니다.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의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이 세상으로만 제한되어 있다면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때로는 손해보고 때로는 박해를 당하고 때로는 고난을 견디어가는 우리야말로 불쌍한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라 오늘 본문 15절에서는 우리가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는 거짓 증인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복음은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다고 선포하는데, 선포하기는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사흘만에 부활하셨다.’고 하고선 우리 스스로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거짓 증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건 우리의 다른 믿음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고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주님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성경에서 분명하게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고 있는데 우리가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모순입니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그것은 결코 믿음이 아닙니다.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과학적 사고라고 말하는 현대인의 사고를 가지고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다 할지라도 성경에서 말씀하신 것이라면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입니다. 신앙은 이해되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을지라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니까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아직도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으십니까? 믿으려고 해도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되지 않은 일이라 뭔가 꺼림칙하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우리 인간적인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합리성을 따지는 인간의 작은 이성 안에서 모든 것을 검증해야 한다는 헛된 망상을 버려야 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주님의 부활을 친히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목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도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사도 바울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 안에 오신 주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당신의 부활을 증언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그는 거짓 증인입니다. ‘거짓 증인’이라는 말은 그가 하는 모든 말이 거짓이라는 뜻입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한다면 거짓말쟁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거짓말쟁이로 살고 싶으십니까?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는 거짓말쟁이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계속 살아가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입니다.

성경은 분명하게 증언합니다. 우리 주님 부활하셨다고 말입니다. 성경의 증언은 결코 거짓됨이 없는 증언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살고 있을진대 결코 거짓 증인 - 거짓말쟁이로 살지 마십시다.

그리고 우리가 부활을 믿는 믿음을 갖고 산다면, 거짓 증인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참된 증인이요 하나님의 신실한 일꾼으로 산다면 우리는 아직도 부활의 기쁨과 영광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전해야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 하면서도 부활을 증인으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뵈었음에도 ‘갈릴리 호수로 고기잡이 하러 가겠다.’고 말한 베드로와 그를 따라 나선 제자들처럼, 부활의 감격과 기쁨을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거 아세요? 기쁨과 감격은 나누어야 커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기쁨과 감격을 맛보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가슴에만 남아 있을 때에는 결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아니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부활의 기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가진 그 부활의 기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습니다. 매일 전쟁터와 같은 삶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그 부활의 기쁨과 감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미 인생의 고통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 기쁨과 감격이 필요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과의 전쟁을 치르며 살고 있습니다. 생존경쟁이라는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공부라는 괴물과 싸우며 매일 전쟁터에서 신음하며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도 있습니다. 취업과 정규직이라는 승리를 위해서 전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세상의 부조리로 인해서 고통당하며, 힘겹게 그것들에 맞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의 기쁜 부활절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겠습니까? 부활절이 우리에게만 기쁨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오늘은 세월호 사고가 난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3년 전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아침 우리는 큰 슬픔의 소식을 접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희망을 가졌습니다. 아직도 살아서 돌아오는 사람이 있기를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발견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의 몸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직후에 우리 국민들은 모두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불의에 대해서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일부 거짓된 선동으로 인해서 자식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에 고통을 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심지어는 세월호 사건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세월호 희생자의 유가족들을 반정부인사를 대하는 것처럼 대해 왔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말만 나오면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래서 의지만 있었다면 빨리 건져올릴 수 있는 선체를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육지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까?

아직도 그 아픔을 다 씻어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고통 가운데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신음을 함부로 정죄해서는 안 됩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영화에서 미대 교수인 문유정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들한테는 먼지만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 더 아픈 거래요.” 그렇습니다.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남들이 공감할 수 없는 아픔의 깊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 앞에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지금 그들이 당하는 그 고통이 우주보다 커서 다른 어떤 사람이 당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너보다 더 힘들어!’ 그렇게 말한다 하더라도, 그 말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습니다. 함께 아파하는 것만이 그들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절망 가운데 있는 제자들을 친히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부활하신 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이 절망 중에 있는 제자들에게 희망이 됨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가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으로 인해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활의 기쁨을 가진 자답게 그 기쁨이 필요한 곳에 그 기쁨을 나눠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거짓 증인이 아닌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삶입니다.

< 2017년 4월 16일 주일낮예배 - 부활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