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로 간 아이

< 본문 - 누가복음 1:80 >

  주전 2세기 로마에 남편을 여의고 어린 두 아들을 혼자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코르넬리아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녀의 집에 귀족 부인들이 찾아와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집에 있는 값진 보석에 대해서 자랑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귀족 부인들은 자기 집에서 자랑할 만한 값진 보석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코르넬리아가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코르넬리아! 당신은 당신의 집에 자랑할 만한 보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나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가난하다고 수군대던데 그 이야기가 맞나요?” 그러자 코르넬리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에게는 당신들이 자랑하는 그런 보석은 없습니다. 대신 다른 보석은 있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어린 두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이들이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오자, 그녀는 두 아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여기 이 아이들이 저의 보석입니다. 그 어떤 보석보다 값지고 소중한 보석이지요.”

   그 두 아이가 후에 로마 정치사에 큰 업적을 남긴 그라쿠스(Gracchus) 형제입니다.(사진1) 당시 이 두 형제는 어느 누구보다도 인품과 신망이 높았고, 둘은 모두 가난한 평민의 권리 확대를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내놓는 숭고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라쿠스 형제의 아버지(Tiberius Sempronius Gracchus, BC 217-154년)는 로마의 집정관을 지낸 로마시대 최고의 귀족이었습니다. 로마시대에 집정관은 로마 황제를 대신하는 최고의 국가 지도자입니다. 물론 그 임기가 1년이긴 하지만 오늘로 말하면 대통령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 로마 귀족들이 최고의 명예로 꼽는 자리입니다. 그 아버지 역시 품위 있고 단아한 성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는데, 그의 아들인 그라쿠스 형제가 불과 10살과 한 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라쿠스의 어머니인 코르넬리아(Cornelia Scipionis Africana, BC 190-100년) 역시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영웅인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 BC 235-183년)의 딸입니다. 어머니 코르넬리아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두 아들을 키워야 했지만 그 아이들을 보석과 같은 존재로 귀히 여기며 정성을 다한 교육을 통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냈습니다. 그녀의 두 아들인 그라쿠스 형제(티베리우스 그라쿠스와 가이우스 그라쿠스)는 자신들을 보석같이 여긴 홀어머니 아래서 잘 자라, 후에 『플루타크 영웅전』이라는 고대 영웅들의 전기에 그들의 활약상이 기록될 정도로 훌륭한 삶을 살았습니다.

  여러분, 자기 자식을 보석처럼 여기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보석처럼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보석도 갈고 다듬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치 없는 돌멩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보석이 값진 보석이 되기 위해서는 연마라고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연마’(鍊磨)라고 하는 것은 보석 안에 있는 불순물들을 제거하고 그 보석의 표면을 정교하게 갈아서 반들반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크고 좋은 보석이라 하더라도 연마의 과정을 어떻게 거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집니다.

   보석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다이아몬드도 4개의 C에 의해서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첫 번째 C는 컬러(Color)입니다. 어떤 색깔을 띠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는데, 다이아몬드의 첫 글자인 D컬러가 가장 좋은 다이아몬드라고 합니다. 두 번째 C는 CLARITY(투명도)입니다. 다이아몬드 안에 불순물이 없는 투명한 것일수록 가치가 높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C는 CARAT(크기)입니다. 다이아몬드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은 다 알지만, 크기가 2배가 되면 값은 두 배가 차이만 나는 것이 아니라 몇 십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네 번째 C는 CUT입니다. 다이아몬드를 어떻게 연마하느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세공사가 어떻게 커팅(Cutting)을 하느냐에 따라서 빛이 표면에 부짖치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얼마나 많은 빛이 다이아몬드 내부로 들어가서 우리 눈으로 되돌아오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같은 색깔이나 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라 하더라도 커팅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교육하고 삶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커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나 잘 연마시키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나 그 사람의 쓰임이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 잘 훈련되고 연마된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세례 요한입니다. 세례 요한은 제사장인 아버지 사가랴와 어머니 엘리사벳 아래에서 태어났습니다.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는 나이가 많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아이를 갖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큰 수치로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죄를 범할 경우 하나님께서 그에게 자식을 낳지 못하는 형벌을 내리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유대 랍비들은 ‘사람이 하나님 앞에 파문당할 수 있는 7가지 유형’에 대해서 말하면서, 그 첫 번째 항목이 ‘유대인이면서 아내가 없고, 또 아내가 있으면서도 자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던 사회에서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 가정에 아이가 없다는 것은 여간 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가랴는 자신에게 주어진 제사장의 직무에 늘 충실했고, 아내 엘리사벳 역시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은총을 기다렸습니다. 그런 그들 부부를 향해서 성경은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누가복음 1:6)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의 기도를 들으시고 늘그막에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아이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세례 요한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그렇게 해서 태어난 세례 요한이 자라가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자라면서 심령이 강하여지고,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나타나 하나님의 말씀을 외칠 때까지 빈들에서 자랐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누가복음 3:2절 말씀에 의하면, 세례 요한은 그 빈들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공식적으로 자신의 사역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에서 ‘세례 요한은 왜 빈들로 갔을까?’ 하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나타나 하나님의 사역을 시작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그 빈들이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세례 요한이 머물렀던 그 빈들이 ‘에벤싸피르’라고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해 이스라엘에 갔을 때 찍어온 사진 몇 장과 함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세례 요한이 태어난 곳을 성경은 ‘유대 산골 마을’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누가복음 1:39) 그 유대 산골마을이 현재 지명으로는 엔케렘(Ein Kerem)입니다. ‘엔케렘’이란 말은 포도원의 샘이라는 뜻으로, 샘이 있어 포도농사를 짓기에 아주 적합해서 포도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여진 곳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서남쪽으로 약 4km쯤 떨어진 곳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찾아와 휴식을 즐기는 곳입니다. 그 엔케렘에 세례 요한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세례요한 탄생기념교회가 세워져 있습니다.<사진2> 그리고 그 맞은편 언덕 위에는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세례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을 찾아왔던 것을 기념해서 세워진 마리아 방문교회가 있습니다.<사진3>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보다 6개월 늦게 예수님을 잉태하게 된 마리아가 저 멀리 나사렛에서 예루살렘 근처인 엔케렘까지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서 거기에서 둘이 3개월 동안 함께 머물게 됩니다. 마리아 방문교회 앞에는 엘리사벳이 자신을 찾아온 친척 마리아를 반갑게 맞이한 장면을 묘사한 조각이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사진4>

   유다의 작은 산골마을인 엔케렘에서 세례 요한을 낳은 엘리사벳은 아이를 데리고 빈들로 갑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그 빈들을 유대인들은 에벤싸피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에벤싸피르는 엔케렘에서 소렉 골짜기를 따라 약 1km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지 순레자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입니다. 이 에벤싸피르 마을 기슭인 소렉골짜기 절벽 위에 세례 요한이 머물면서 부모님 아래서 신앙교육을 받으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기 위해 준비했던 것을 기념하는 ‘세례 요한 빈들수도원’이 세워져 있습니다.<사진5> 그리고 수도원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사진6> 그곳이 세례 요한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나타나기까지 머물면서 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진 동굴입니다. 별로 크지 않는 동굴이지만 지금은 그 동굴 안에 작은 예배당이 꾸며져 있습니다.<사진7> 그리고 그 동굴 앞에는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이 있습니다.<사진8> 바로 이곳에서 세례 요한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훈련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도원 위쪽으로 올라가면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의 묘가 있습니다.<사진9> 엘리사벳은 늦은 나이에 태어난 세례 요한을 그곳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에서 평생 아이를 양육하는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엘리사벳이 언제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세례 요한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하기 전에 그곳에서 죽어 장사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례 요한의 어머니는 평생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빈들에서 살다 그곳에서 죽은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빈들’ 그러면 아무 것도 없는 곳이라고 연상하기 쉽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룻 없는 사막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빈들이라는 말은 황무지라는 말과 같습니다. 황무지는 우리가 연상하는 것처럼 아무 것도 없는 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광야가 그런 것처럼, 빈들 역시 광야 특유의 잡목들이 많고, 풀들도 많이 자랍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세례 요한이 하나님의 사역을 시작하기 전까지 빈들에서 머물었다는 말을 아무 것도 없는 건조한 땅에서 자랐다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고 에벤싸피르처럼 나무도 많이 자라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와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왜 세례 요한을 키우기 위해서 엔케렘에서 그 에벤싸피르로 갔는가 하는 것입니다. 불과 1k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그곳으로 세례 요한을 데리고 가서, 거기에서 세례 요한을 양육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세례 요한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실인으로 구별된 사람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사가랴에게 세례 요한이 잉태될 것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그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라.”(누가복음 1:15-16)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하신 바 큰 일을 위해서 세례 요한을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구별하셨다는 말씀입니다. 나실인이 되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키워서는 안 됩니다.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고, 머리카락을 잘라서도 안 되고 시체나 부정한 것을 만져서도 안 됩니다. 그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엔케렘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빈들로 간 것입니다.

   에벤싸피르에 있는 세례 요한 빈들수도원과 세례 요한이 머물렀다고 알려진 그 동굴은 그 길의 맨 마지막 지점입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길의 끝자락입니다. 그곳에서 키워야만 자신의 아이를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합당한 나실인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가랴와 엘리사벳이 세례 요한을 그곳으로 데리고 간 것입니다.

   세상에서 출세하는 아이로 키우려 했다면 세례 요한을 빈들로 데려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옛말에도 ‘망아지를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식을 큰일 하는 사람으로 만들려면 큰 도시로 보내라는 뜻입니다.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교육환경도 좋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 가면 출세한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 교제해야 자신이 출세할 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라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세례 요한이 세상적으로 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랬다면 그의 부모들이 세례 요한을 빈들로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출세한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예루살렘 도성 안으로 자기 아들을 데리고 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와 어머니 엘리사벳은 세례 요한이 그런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들의 마음속에는 하나님께서 세례 요한을 잉태할 때 주셨던 말씀대로 자기의 아이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랬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큰 자가 되는 것 말입니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세례 요한을 빈들로 데리고 간 것입니다.

   빈들이 어떤 곳입니까?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입니다. 세상의 즐거움이나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세상적인 문화가 단절된 곳입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나님만을 생각하며 지내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 빈들에서 세례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도 시끄럽습니다. 세상에 머물러 살아가면 우리의 귀에 유혹하는 소리들이 너무나도 많이 들려옵니다. 그 소리들에 파묻혀 살다보면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례 요한의 부모님은 빈들에서 사는 본인들이나 아들 세례 요한에게 불편하고 힘들지라도 빈들로 간 것입니다. 고생할지라도 그렇게 키워야만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정민 교수는 한 일간지에 애이불교(愛而不敎)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 말은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인 윤기(尹愭, 1741-1826) 선생이 쓴 『잡기(雜記)』에 나오는 말로 ‘사랑하기만 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짐승으로 기는 것’(愛而不敎, 獸畜之也)이란 말의 일부입니다. 그러면서 중국 송나라의 주자(朱子)가 쓴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나오는 이런 글을 소개합니다. 어려서부터 제 자식을 귀한 줄로만 알고 그저 오냐오냐 하고 키우면 아이는 좋고 나쁨을 구분하지 못해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래도 되는 줄 압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그런 마음이 성품이 되어버려서 나중에야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화를 낸다 한들 그 때에는 아이의 그런 잘못된 행동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랑한다고 했던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에 아픔이 있고, 그 부모는 결국 그 아이를 미워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이 또한 자신을 그렇게 키운 부모를 원망하게 되고, 잔인하고 패역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부모가 깊은 식견이 없이 잘못된 작은 싹을 잘라내지 못한 채 그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키운 탓입니다.

   오늘날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자식을 귀한 보물이라도 얻은 듯이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아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정당한 것으로 착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을 때리면서도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남의 물건을 망가뜨려놓고도 당당해 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 자식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거나 자기 자식에게 조금만 잘못 해도 싸우자고 덤벼들면서, 자기 자식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면 나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조금 자라 제 성질에 못 이겨 과격한 행동을 해도 부모가 아이를 야단칠 수 없습니다. 아이 또한 그 때에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결국 부모의 속을 썩이고 사회에 유익되기는커녕 사람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맙니다. 아이가 그렇게 자란 이유를 윤기 선생은 ‘지난 날 아이를 사랑하기만 하고 가르치지 않아 짐승으로 기른 탓’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아이는 분명 사랑으로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 아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기를 원하시는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와 어머니 엘리사벳은 자기들의 아이 세례 요한을 하나님께서 귀하게 쓰실 사람으로 키우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집을 옮겨 엔케렘에서 에벤사피르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입니다. 스가랴 자신이 제사장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서 예루살렘을 오갈 때 더 불편해졌습니다. 어머니 역시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불편을 참아내며 사랑하는 아이, 보석과 같은 아이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빈들로 간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자란 빈들의 이름이 ‘에벤사피르’입니다. ‘에벤사피르’라는 말은 ‘보석’이라는 뜻입니다. 세례 요한의 부모님은 세례 요한을 정말 보석같은 존재로 키워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을 이렇게 평가하셨습니다.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 이가 일어남이 없도다.”(마태복음 11:11) 정말 세례 요한은 보석 중에 보석이었습니다. 그렇게 세례 요한이 하나님 앞에서 보석같은 존재로 쓰임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빈들의 훈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렉 골짜기 에벤사피르 맞은편은 ‘싸타프’라는 곳으로 로마 시대에 귀족들의 별장이 있던 곳입니다. 경치도 좋고 살기도 너무너무 좋기 때문에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별장을 지어놓고 유흥을 즐기며 인생을 즐기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맞은편은세례 요한의 빈들입니다. 그 빈들에는 계곡 맞은편에서 울려퍼지는 흥겨운 노랫소리도 없습니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의 향기도 없습니다. 권력자들의 추상과도 같은 호령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세례 요한은 빈들에게 그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훈련을 받았을 뿐입니다. 바로 그곳에서 세례 요한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들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까? 여러분의 자녀와 손자들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세상에서 출세하고 돈 많이 벌고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굳이 빈들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이 하나님께서 쓰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빈들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세상의 즐거움을 가르치기 전에 하나님의 말씀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빈들로 데려가야 합니다. 세상에서 출세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높이 들어 쓰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하나님의 손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 받도록 하나님께 반응하는 아이로 자라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빈들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만을 생각할 수 있는 빈들 말입니다. 우리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빈들이 있어야 합니다. 빈들에서 키우진 못한다 하더라도 빈들을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빈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017년 5월 7일 주일낮예배-어린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