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속에서 어머니가 보인다.

< 본문 - 디모데후서 1:3-5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느 스승이 제자들과 함께 깨달음을 얻고자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 무엇일까 논하며 길을 가다 어느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우환이 닥쳤는지는 모르지만 그 마을에는 사람의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골이 얽히고설킨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던 스승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제자들에게 ‘이 가운데서 여자의 뼈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제자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여자의 뼈를 선뜻 가릴 수 없었습니다.

   그때 스승은 뼈 하나를 집어 들고는 ‘이것이 여자의 뼈이니라.’라고 말했습니다. 제자들은 의아해했습니다. 그래서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이 수많은 뼈 중에 여자의 뼈를 어떻게 그리 쉽게 알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스승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먼저 여자의 삶을 한번 생각해 보아라. 여자는 어려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늘 남자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 결혼을 해서 아기를 가지게 되면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영양분을 아기에게 나누어 주고, 아기를 낳을 때에도 자신의 피를 흘리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나아가 아기를 낳아서는 젖을 물릴 때 자기 몸속에 있는 모든 영양분을 아기에게 먹여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여자의 살은 물론이고 뼈 속에 양분이 남아 있을 리가 있겠느냐? 여자의 이와 같은 쓰디쓴 삶이 여자의 뼈를 이처럼 가볍고 검게 만들었느니라.”

   스승의 말을 듣고 난 제자들은 모두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어머니라는 이의 인생이 과연 그렇구나. 모든 것을 다 주기만 하셨지 당신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아이를 잉태하고 낳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자신의 뼈 속에 있는 골수까지도 다 뽑아서 주는 존재가 어머니이기에 그 뼈가 가벼울 수밖에 없다는 스승의 말에 제자들은 큰 감동을 받고 모두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런 희생의 삶을 살았기에 여성이 나이가 들면 골다공증에 걸리는가 봅니다. 우리 가운데 어머니의 희생을 통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어머니를 통해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머니란 존재는 우리에게 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기의 자식들에게 아낌없는 희생과 사랑을 베풀어주셨다면, 믿음을 가진 어머니들은 우리의 자녀들에게 세상의 어머니들이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믿지 않는 세상의 사람들과 뭔가가 달라야 합니다. 그건 어머니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자식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고,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식에게 자신을 내어준다 하더라도 믿음의 사람들은 그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하는 것만 가지고는 믿음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믿음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믿음을 가지지 않는 어머니는 결코 할 수 없는 것 말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믿음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입니다.

  여기 믿음의 유산을 잘 물려주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두 명의 어머니인데, 로이스와 유니게입니다. 로이스는 디모데의 외할머니이고, 유니게는 디모데의 어머니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디모데의 믿음을 칭찬하면서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거짓이 없는 믿음’이라는 말은 어떤 위선이나 가식이 없는 순수한 믿음을 말합니다.

   사도 바울이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생각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디모데의 거짓이 없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문 4절에서는 바울이 디모데를 너무나도 간절하게 보고 싶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디모데를 보면 마음에 기쁨이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쓸 때 바울은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나이도 많이 들어 몸도 몹시 약한 상태입니다. 사도 바울이 쓴 편지가 신약성경에 여러 권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나중에 쓴 편지가 디모데후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인생 말년에 쓴 책이 디모데후서라는 것입니다.

   노년에 디모데후서를 쓰면서 사도 바울은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자신의 삶을 덮어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디모데후서 4장에서는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다.”(디모데후서 4:6)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꾼다면, ‘나는 이제 곧 죽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감옥에서 자신의 죽음의 때가 임박했음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끼면서 사도 바울이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바로 디모데였습니다. 디모데를 그만큼 사랑했고, 디모데가 그만큼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를 그렇게 사랑하고 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그에게 있는 순수한 믿음, 거짓이 없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그렇게도 칭찬했던 디모데의 그 믿음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입니까? 사도 바울은 디모데를 너무나도 잘 압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를 어디에서 처음 만났는지는 정확하게 알 순 없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 16장의 기록에 의하면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을 하던 중에 더베와 루스드라에서 디모데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때 이미 디모데는 ‘제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제자’는 단순히 예수 믿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제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만들어진 사람을 뜻합니다. 주님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 심지어는 예수님을 위해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젊은 디모데가 그런 제자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사도 바울은 그 디모데를 선교여행에 동행하게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디모데가 어떻게 그런 제자가 되어 있었을까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도 바울로부터 제자로 훈련받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도행전 16:1절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더베와 루스드라에도 이르매 거기 디모데라 하는 제자가 있으니 그 어머니는 믿는 유대 여자요 아버지는 헬라인이라.” 바울이 제자가 되어 있는 디모데를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믿는 유대 여자’였다고 말입니다. 이 말은 디모데가 그렇게 훌륭한 제자, 사도 바울이 자신의 선교여행에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믿음의 사람이 된 것은 믿음을 가진 그의 어머니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디모데의 어머니가 가진 그 믿음은 어머니의 어머니인 로이스에게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로이스에 대해서는 오늘 본문 외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디모데의 외할머니인 로이스도 좋은 믿음의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로이스의 딸인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에게 그대로 전수되었습니다.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는 헬라인과 결혼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믿음을 잘 간직한 여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디모데는 이미 젊었을 때부터 좋은 믿음을 가졌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 받고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16:2절은 디모데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디모데는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형제들에게 칭찬 받는 자니.” 여러분, 당시 유대인들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들은 이방인들과 결혼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철저하게 유대주의 사고에 갇혀 있는 유대인들은 동족인 유대인들과만 결혼합니다. 이방인과는 결코 결혼하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들을 그렇게도 싫어했던 이유도 이방인과 결혼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방인과의 결혼을 싫어하는 유대인들이기 때문에, 유대인인 어머니와 이방인인 헬라인 사이에서 태어난 디모데는 사람들에게 결코 칭찬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주변의 유대인들로부터 ‘저 놈은 헬라인 자식이야. 우리 유대인의 자존심을 잃어버린 아이야. 유대인의 수치야.’ 그런 놀림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디모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은 청년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성경의 표현에 의하면 사도행전 16장에서 사도 바울이 청년 디모데를 만났을 때, 헬라인인 그의 아버지는 죽은 이후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에 디모데는 홀로 되신 어머니 아래서 양육을 받으며 자랐다는 것입니다. 디모데의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디모데의 인격과 신앙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어머니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을 여인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는 자신의 아들을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도록 바르게 양육했습니다. 물론 자신도 남편을 여읜 과부로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게 바른 행실과 정직한 믿음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자신의 아들을 믿음으로 잘 양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가르침과 믿음 덕분에 디모데 역시 훌륭한 주님의 제자로 자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방인과 결혼한 유대 여인이 남편을 일찍 여의고 그의 성품이나 삶의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만큼 훌륭하지 않았다면 디모데의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이방인과 결혼한 여인’이라고 놀림 받았을 것입니다. 디모데 역시 자신의 행실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모습을 보였다면 ‘이방인의 자식이 그렇지 뭐. 과부의 자식이 그렇지 뭐.’ 라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나 디모데 자신이나 모두 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아니라 칭찬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믿음에서도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훌륭한 어머니 아래서 디모데라고 하는 훌륭한 믿음의 사람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말로 인한 가르침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교훈한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자식은 어긋나게 자랍니다. 아무리 자식에게 ‘믿음 생활 잘 하라.’고 권한다 하더라도 어머니나 부모님이 자신의 삶에서 믿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후에 믿음에서 떠날지도 모릅니다. 믿음에 열심을 갖고 주님을 섬기는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디모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머니에게 있는 순수하고 거짓이 없는 믿음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유니게가 디모데를 어떻게 양육했는지는 성경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신앙생활하라고 권면하고 가르쳤는지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머니 유니게는 아들 디모데의 신앙에 큰 영향력을 주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의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 유니게의 순수하고 거짓이 없는 모습을 볼 정도로 말입니다. ‘네 속에 있는 거짓이 없는 믿음은 네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던 것이다.’라고 한 사도 바울의 말은 ‘나는 네 믿음 속에서 순수하고 거짓이 없는 믿음으로 살았던 네 외할머니와 네 어머니의 아름다운 믿음의 모습을 본다.’는 뜻입니다.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가 디모데에게 그런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을 유산으로 남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젊은 남자가 ‘자신이 본받을 만한 위대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을 돌아다녔지만, 자신이 본받을 만한 위대한 사람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어느 작은 숲에 앉아 있는데 흰 수염과 맑은 눈동자를 지닌 노인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그 노인이 자신이 찾는 사람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혹시 제가 찾고 있는 위대한 사람이 계신 곳을 알고 계시나요?”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그럼 알다마다. 지금 곧장 집으로 가 보시게. 그러면 당신 집에서 신발도 신지 않고 한 사람이 뛰어나올 것이네. 그분이 당신이 찾는 위대한 사람일 것이네.”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숨이 턱 밑에까지 차왔지만, ‘위대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며칠 만에 자기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칠게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위대한 사람이여. 어서 나오세요!” 그러자 정말로 안에서 한 사람이 맨발로 뛰어나와 그를 반겨주었습니다. 그 ‘위대한 사람’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사람, 우리가 가장 본받아야 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바로 나의 어머니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이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버리고 나를 잊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나를 붙잡아주고 위해서 기도해 주는 사람이 어머니입니다. 세상이 다 나를 믿어주지 않아 외톨이가 될 때에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주며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보다 위대한 존재는 세상에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습니까? 여러분의 어머니는 여러분의 기억 속에 어떤 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때로는 위대한 어머니도 힘들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간직하고 계신 어머니도 때로는 우리를 향해서 화를 내시기도 하고 차갑게 우리를 대하실 때도 있습니다. 나의 실수와 허물까지도 모든 것을 다 품어주실 것만 같은 어머니도 때로는 우리의 잘못을 질책하시며 심하게 나무라실 수도 있습니다. 때로 어떤 어머니는 사랑하는 자식의 손을 일찍 놓아버린 분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나에게 큰 상처를 준 그런 어머니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어머니만큼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물려주신 분은 세상에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이 어머니 외에 우리에게 없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장 위대한 존재입니다.

  여러분, 그 어머니에게서 무엇을 배우셨습니까? 그 어머니에게서 무엇을 본받으셨습니까?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 지금 여러분의 가슴 속에, 지금 여러분의 삶의 모습 가운데 어머니의 모습이 얼마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디모데는 어머니 유니게의 거짓이 없는 순수한 믿음을 그대로 이어 받았습니다. 데모데의 그 믿음 속에서 사도 바울은 어머니 유니게와 외할머니 로이스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사도 바울에게는 너무나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본문 3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가 밤낮 간구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너를 생각하여 청결한 양심으로 조상적부터 섬겨 오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조상적부터 섬겨온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은 디모데의 그런 아름다운 믿음이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생각하며 한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대로 선조들로부터 하나님을 신앙하는 믿음을 전승받았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그 신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 앞에 절하기도 했고, 하나님을 등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음으로 큰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그대로 지킨다고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디모데는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믿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니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래 전 1865년 추운 겨울밤 영국 웨일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여인이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언덕을 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더니 주변을 새하얀 눈으로 뒤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인은 눈보라에 길을 잃게 되었고, 아무리 외쳐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 날이 밝자 눈보라는 그쳤고, 건초를 옮기는 한 남자가 그 언덕을 넘고 있었습니다. 언덕을 거의 지날 때쯤 남자가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얼어 죽어있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아이를 감싸고선, 자신은 꽁꽁 얼은 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달려와 그 겉옷을 벗기자 어린아이가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얼어 죽은 어머니의 품속에서 아이는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 아이를 감싸서 아이가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했던 것입니다.

   이 때 살아난 이 아이는 나중에 변호사와 재무장관을 거쳐 영국 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가 바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David Lloyd George, 1863-1945)입니다. 그가 청년시절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 그의 집은 축제분위기였습니다. 그 때 어머니 대신 그를 키워준 숙부는 그에게 오랜 기간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숙부님으로부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혹한의 겨울 날씨에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무덤 앞에서 자신의 외투와 양복과 속옷을 모두 벗고 어머니의 무덤에 엎드려 무덤을 껴안고 이렇게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그 때 얼마나 추우셨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을 살려주신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때로 삶이 힘들거나 나태해진 마음이 들 때면 웨일즈 언덕에 올라가 강추위 속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옷을 벗어 자신을 감싸 주었던 어머니를 상상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마침내 어머니가 죽은 지 51년이 지난 1916년 영국의 제34대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제1차 세계대전 회상록』에서 ‘죽는 날까지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을 절대 잊지 않았으며 그 사랑을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돌려주고자 노력했노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도 또 주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어머니로부터 무엇을 얻었습니까? 무엇을 물려 받으셨습니까?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 재물이 아님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 사랑임에 감사해야 하고, 그것이 아름다운 믿음이라면 더더욱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여러분,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으십니까? 여러분이 물려준 그것에서 사람들은 여러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물려준 것이 재물이라면 사람들은 그 재물의 노예가 된 우리의 아이들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물려준 것이 세상의 명예라면, 사람들은 명예의 옷을 입고 떵떵거리는 우리 자식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세상의 것들은 언젠가 썩고 부패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고 맙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것은 거짓이 없는 순수한 믿음입니다. 그 믿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면 그 아이들은 하나님 나라의 생명책에 영원히 기록된 하나님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 자녀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서 어머니 유니게의 모습을 본 것처럼 말입니다.

< 2017년 5월 14일 주일낮예배 -어버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