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여! 순교를 각오합시다.

< 본문 - 역대하 24:20-22 >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사람은 요아스입니다. 그는 불과 일곱 살 때 왕이 되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일찍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의 아버지 아하시야는 여호람 왕의 막내아들로 42세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막내인 아하시야가 왕위를 물려받게 된 이유는 그의 형들이 모두 블레셋과 구스 연합군의 침략으로 인해 죽임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왕의 아들들 가운데 오직 막내인 아하시야만 남았기에 그가 왕위에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하시야마저도 북 이스라엘 아합 왕조를 돕다가 왕이 된 지 불과 1년 만에 예후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그러자 아하시야의 어머니인 아달랴가 자기 아들 아하시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유대 왕국의 모든 왕실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맙니다. 아달랴는 북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악한 왕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합 왕의 딸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악행을 물려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기 아들인 아하시야 왕이 자기 친정인 북이스라엘을 돕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남 유다의 왕의 자손들을 다 죽이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아달랴는 자기 아버지 아합이 세운 왕조가 예후에 의해서 무참히 짓밟히고 죽임당한 것을 보고, 남 유다도 왕족의 씨를 제거하여 유다의 왕통을 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아달랴가 남 유다의 왕족을 다 죽이려 했지만,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게 됩니다. 그가 바로 요아스입니다. 그 때 요아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갓난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아달랴가 유다 왕족의 씨를 다 죽일 때, 아하시야의 누이이며 제사장 여호야다의 아내인 여호사브앗이 갓난아이인 조카 요아스를 몰래 빼돌려 죽임을 당하지 않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목숨을 부지하게 된 요아스는 제사장인 고모부의 보호 아래서 성전에서 숨겨져 자라게 됩니다. 그렇게 지낸 날수가 무려 6년이나 되었습니다. 그 6년 동안은 유다의 왕통을 끊어버리려 했던 아달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유다를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아합 왕의 딸이요, 유다 왕통을 끊어버리려 했던 아달랴가 나라를 정상적으로 다스렸을 리가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그냥 놔둘리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자 제사장 여호야다가 나라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뜻을 모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아달랴를 제거해버립니다. 그리고는 불과 7살 밖에 되지 않는 요아스를 왕으로 추대하게 됩니다. 요아스가 불과 7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 유다에 왕의 자손은 오직 요아스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왕위에 오른 요아스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면 바르게 나라를 다스리려 노력했습니다. 특별히 그의 생명을 지켜준 제사장 여호야다를 자신의 멘토로 삼고, 여호야다가 가르쳐준 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바르게 살려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제사장 여호야다가 세상에 사는 모든 날에 요아스가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으며.”(역대하 24:2)

   그런데 문제는 제사장 여호야다가 죽은 후에 일어났습니다. 요아스 왕의 신앙적인 멘토였던 여호야다가 죽자 숨죽이고 있던 우상숭배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아합의 딸 아달랴가 유다의 왕비로 온 이후에 아달랴를 따라서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면서, 아달랴를 배경으로 업고 정치적인 힘을 키웠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아달랴가 살아 있을 때까지는 권력에 빌붙어서 권력의 힘을 휘둘렀던 사람들이었는데, 요아스가 왕이 되면서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는 여호야다가 요아스의 배후에 있자 잠잠히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여호야다가 죽자 요아스 왕에게 ‘아세라를 섬겨야 한다.’고, ‘아세라를 섬겨야 국제정세 속에서 왕따 당하지 않고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며 요아스 왕을 현혹시켰습니다.

   그러자 제사장 여호야다의 권고에 따라 하나님을 잘 섬기던 요아스가 결국에는 하나님을 버리고 아세라 목상을 섬기게 됩니다. 아세라는 가나안 백성들이 섬기던 최고의 신인 바알(엘)의 아내로, 모든 신들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아세라를 섬기는 데에는 언제나 음란한 제의(祭儀)가 수반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아세라를 섬기는 것은 단순히 우상을 섬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윤리적인 타락이 반드시 수반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금지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요아스는 우상숭배자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나님을 등지고 아세라 우상을 섬기고 맙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아는 것처럼, 왕이 우상을 섬기면 그것은 왕 한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왕이 어떤 신앙적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백성들의 마음도 그 쪽으로 확 쏠리게 됩니다. 그래서 요아스 왕이 아세라 우상을 섬기자 온 이스라엘에 우상숭배의 열풍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 우상 숭배의 결과로,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8절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진노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임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진노로 인해서 이스라엘에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를 통해서 그들의 죄악을 깨닫게 하고, 죄악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선지자로 선택된 사람 가운데 하나가 스가랴입니다. 스가랴는 많은 백성들이 볼 수 있도록 성전 높은 곳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외쳤습니다. ‘왜 하나님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함으로 스스로 저주의 길을 가려 하느냐?’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 20절에 ‘너희가 어찌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여 스스로 형통하지 못하게 하느냐?’라는 말씀에서 ‘형통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의 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저주의 길을 선택하여 간다.’는 뜻입니다.

   분명 그들이 아세라 우상을 섬기는 것은 복을 받으려는 인간적인 욕심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끊임없이 유혹했던 바알과 아세라는 풍요의 신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알과 아세라 우상을 섬기는데 쉽게 유혹에 빠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우상들이 자신들에게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나님보다는 바알과 아세라가 자신들에게 농사나 목축에서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바알과 아세라를 섬긴 것입니다.

   그런데 스가랴는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길은 저주의 길을 가는 것이고, 그것은 곧 멸망으로 가는 것이라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축복과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 아세라를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에게 저주와 멸망을 이야기하는 스가랴를 가만 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가랴를 모함하여 죽이고 맙니다. 오늘 본문 2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무리가 함께 꾀하고 왕의 명령을 따라 그를 여호와의 전 뜰 안에서 돌로 쳐 죽이니라.” ‘무리가 꾀하였다.’는 말은 스가랴를 죽이기 위해서 거짓 증인을 내세워 없는 죄를 만들어냈다는 뜻입니다. 북 이스라엘의 아합왕이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으려 할 때에 왕비 이세벨이 그랬습니다.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데 누구보다도 앞장 섰던 이세벨은 거짓 증인을 내세워 ‘나봇이 하나님과 왕을 저주했노라.’고, ‘우리가 그것을 분명히 들었노라.’고 말하게 함으로 나봇이 돌에 맞아 죽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았습니다. 지금 스가랴 선지자를 죽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세벨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스가랴를 돌로 쳐 죽이고 맙니다. 그것도 성전 뜰 안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요아스가 현혹되어 스가랴를 죽이게 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 스가랴가 제사장 여호야다의 아들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야다가 누구입니까? 요아스를 살려준 사람입니다. 6년 동안이나 목숨을 걸고 아달랴의 손에서 요아스의 생명을 지켜주었고, 더 나아가 아달랴를 제거하고 요아스를 왕으로 추대하는데 가장 앞장 섰던 사람입니다. 요아스가 왕이 되게 한 1등 공신입니다. 아무리 스가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요아스가 여호아다의 아들인 스가랴를 결코 죽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도 요아스는 스가랴를 죽이는데 협조하고, 결국 스가랴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스가랴가 왜 죽임을 당했습니까? 요아스의 잘못, 그리고 요아스 왕을 따라서 백성들이 우상을 섬기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백성이 죄악을 행하고 그 죄악 가운데 멸망을 향해 가는데 가만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신약성경의 세례 요한도 그랬습니다. 헤롯 왕이 이복 동생인 헤롯 빌립의 부인 헤로디아를 강제로 빼앗아 자기의 아내를 삼았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스라엘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시 권력을 가진 사람들, 종교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헤롯의 그런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한 사람 세례 요한만이 헤롯을 향해서 하나님 앞에 큰 죄악을 저질렀다고, 헤롯의 죄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그 비판의 소리를 듣기 싫은 헤롯이 세례 요한을 감옥에 가두었고, 결국 헤로디아로 인해서 세례 요한은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불법을 보고도 불법이라고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에 적당히 발맞추어 살면 고난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대로 세상의 방법과 세상의 논리로 선택하며 살면 세상 살아가는데 힘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 속에서 고난을 받고 박해를 받고 때로는 순교를 당하는 이유는 세상의 방법대로 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가치에 따라 살려 하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고난을 당하게 됩니다. 특별히 순교의 길을 갔던 믿음의 선배들은 한결 같이 불의에 저항하고,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게 하고 세상의 방법과 세상의 가치를 강요하는 거대 권력에 맞섰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핍박을 당하고 순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바른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십자가의 길을 가려 할 때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미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 때문에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으리라.”(마태복음 24:9)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마가복음 13:13)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내 이름 때문에’라는 말은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예수님을 사랑해서 예수님처럼 살려 한다는 것 때문에’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예수님처럼 살려할 때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들의 방법, 자기들의 생각대로 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그 믿음을 지키는 사람은 구원을 받습니다.

  우리가 바른 믿음을 따라 살려 할 때 우리는 분명 세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우리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믿음 때문에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우리는 믿음을 끝까지 지키며 오히려 손해를 감수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십자가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믿음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 믿음이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그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순간이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믿음을 끝까지 붙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서 조그마한 이익을 빼앗아갈 수는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순교자들에게 그런 것처럼 때로는 우리의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다 빼앗기거나 잃는다 하더라도 믿음을 지켜야 합니다. 그 믿음이 우리에게 영생을 가져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의 길 끝에 우리에게 천국이 주어지고 영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신앙생활을 하시면서 평안함만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삶에 어떤 유익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신앙생활을 잘 하면 우리의 삶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신앙은 때로 우리에게 고난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신앙은 때로 우리에게 십자가의 길을 가도록 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때로 우리에게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가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만 합니다. 그게 신앙인의 길이기 대문입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1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44년 4월 21일 평양의 감옥에서 순교를 합니다. 신사참배 거부로 다섯 차례에 걸쳐 5년 4개월 동안이나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주기철 목사님은 의성경찰서에서 7개월간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잠시 풀려나 섬기던 평양 산정현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1939년 2월 첫째 주일에 산정현교회에서 한 설교가 그의 마지막 설교였는데, 그날 설교의 제목은 ‘5종목의 나의 기원’입니다.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한 그 힘든 시기에 감옥에서 늘 하나님께 드렸던 5가지 기도제목에 대한 설교입니다.

   그 다섯 가지 기도제목 중 첫 번째는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옵소서.’입니다. 그는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나는 바야흐로 죽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검은 손은 시시각각으로 닥쳐오고 있습니다. 죽음에 직면한 나는 ‘사망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죽음을 피해보고자 의를 버리고, 믿음을 버린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주 목사님은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사형장에 나가는 것은 그리스도인 최대의 영광입니다. 주님을 위하여 열백 번 죽어도 좋지만, 주님을 버리고 백년 천년 산다 한들 그게 무슨 삶이리오!’ 그러면서 교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람은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인답게 죽어야 한다.’고 설교하셨습니다.

   두 번째 기도 제목은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게 해 주옵소서.’입니다. 단번에 받은 고난을 견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견디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계속된 고난을 참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오랜 고난과 고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많은 신앙인들이 신앙을 포기하고 박해자들의 말에 타협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주기철 목사님은 십자가 위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고통 중에 울부짖으시며 우리를 위해 고난당하시고 죽으셨던 우리 주님을 생각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이 땅에서 고난 받는 것이 길어야 몇 십 년이지만, 그 고난을 이겨내고 우리가 받을 영광은 천년만년 영원무궁하기에 주님의 도우심으로 그 고난을 이기고 믿음으로 승리하기를 기도하셨습니다.

   세 번째 기도 제목은 ‘노모와 처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였습니다. 그 때 주기철 목사님께는 80이 넘은 노모가 계셨고, 병약한 아내와 4명의 자식이 있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자식된 도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들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신앙을 포기하거나 하나님의 계명을 범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모와 처자와 교인들을 선한 목자이신 주님께 부탁한다고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네 번째 기도 제목은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여 주옵소서.’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부인 우리는 결코 신앙의 정절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를 바라보고 십자가의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인생은 짧고 의는 영원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의에 죽고 의에 살으십시다. 의를 버리고, 더구나 예수님을 향한 의를 버리고 산다는 것은 개나 짐승만도 못한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은 살아 계십니다. 예수로 죽고 예수로 살으십시다.’ 그렇게 설교하셨고, 설교한대로 자신이 의를 위해 살고 의를 위해 당당하게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다섯 번째 기도제목은 ‘내 영혼을 아버지께 부탁합니다.’입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설교 마지막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오 주님 예수여!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십자가를 붙잡고 쓰러질 때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옥중에서나 사형장에서 내 목숨 끊어질 때 내 영혼 받으시옵소서. 아버지 집은 나의 집, 아버지의 나라는 나의 고향이로소이다. 더러운 땅을 밟던 내 발을 씻어서 나로 하여금 하늘나라 황금길에 걷게 하시고, 죄악 세상에서 부대끼던 나를 깨끗하게 하사 영광의 존전에 서게 하옵소서.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하나이다.”

  여러분, 주기철 목사님이 우리와 달리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기도하셨고, 순교의 길을 가실 수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분도 우리처럼 연약한 인간입니다. 순교당하기 직전 주기철 목사님은 옥중에 면회온 사모님께 “따뜻한 숭융 한 그릇 마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사모님이 들은 주기철 목사님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분도 감옥에서 지내는 것이 너무나도 힘듭니다. 아무리 좋은 신앙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춥고 배고픈 것을 견뎌야 할 때에는 지독히도 고통스럽습니다. 온갖 회유와 함께 모딘 고문을 당할 때면 고통에 몸부림을 쳐야 했습니다. 그분도 우리와 똑같습니다. 우리처럼 아파하고 고통을 느낍니다. 우리처럼 힘들어하고 갈등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 그분이 순교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기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타협하거나 일제라는 거대한 불의의 권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왜 우리의 신앙이 흔들립니까? 왜 유혹 앞에서 우리의 마음이 흔들립니까? 우리에게 순교신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죽을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각오가 사라지니까 작은 문제 앞에서도 우리의 신앙이 흔들립니다. 작은 유익 앞에서 신앙의 길 대신에 세상의 것에 마음 빼앗긴 채 세상의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달려갑니다. 요아스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풍요의 신 아세라에 마음을 빼앗겨 하나님을 등지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을 거부한 것처럼 말입니다.

   순교의 신앙을 가진 사람은 불의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 싸울 용기가 생겨납니다. 스가랴 선지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세례 요한이 막강 권력자 헤롯 왕 앞에서 왕의 잘못을 주저하지 않고 지적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우리에게 순교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세상의 유혹들이 우리의 신앙을 흔들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순교신앙을 간직하지 않는다면 그런 세상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순교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스가랴가 불의의 세력 앞에서 당당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외칠 수 있었던 이유, 권력자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목숨을 내놓고 정의를 외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우리에게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의지로 세상의 유혹하는 손길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성령을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우리에게 충만케 해 주셔야 한다고 기도해야 합니다. 성령의 힘으로만 세상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017년 6월 11일 주일낮예배 - 순교자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