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 본문 - 이사야 43:18-21 >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출신의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섰던 이탈리아와 독일을 제외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명 관현악단들을 지위했던 사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국 이탈리아로 돌아온 토스카니니를 보고 당시 이탈리아 대통령은 ‘전 세계 음악계의 제왕’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유명한 지휘자입니다. 토스카니니는 베르디의 오페라와 베토벤의 교향곡에 대해서는 정평있는 해석으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토스카니니가 좋아하는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인 ‘합창’을 지휘하고 나자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그런 청중들에게 그는 ‘음악은 내 지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는 오로지 베토벤이 시킨 대로 한 것뿐이라.’고 겸손해 했습니다. 90세에 세상을 떠난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미국 라디오 방송국의 후원을 받은 NBC심포니를 지휘했습니다. 그러다가 토스카니니가 세상을 떠나자 토스카니니 아래서 연주를 했던 단원들이 모두 흩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우연히 단원들이 한 장소에 모였을 때, 그들은 뜻을 모아 토스카니니가 제일 좋아하던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을 고인을 추모하는 뜻을 담아 연주하자는데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휘자 없이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을 연주했는데, 토스카니니가 직접 지휘할 때보다도 훨씬 더 잘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놀라운 연주에 감동한 사람들이 ‘어떻게 지휘자도 없이 그렇게 멋지게 연주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토스카니니 선생님을 마음에 모시고 최선을 다 했을 뿐입니다.’

  비록 지휘자는 없을지라도, 단원들은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평소 지휘했던 것을 마음으로 기억하며 연주를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존경하는 토스카니니가 지휘자 자리에 없자 더 간절한 마음으로 연주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랬기에 그들은 토스카니니가 지휘했을 때보다도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휘자가 없는 교향악단의 연주는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없어도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그들의 영원한 스승 토스카니니의 모습이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교회의 모습이고 신앙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입니다. 그리고 교회라고 하는 교향악단을 지휘하시는 분도 예수님입니다. 그런데 주인이시며 지휘자이신 우리 주님은 지금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끊임없이 연주해야 하고, 그 연주를 통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에 주신 사명입니다. 지휘자이신 우리 주님께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 나라의 음악과 하나님의 뜻을 연주해야 할 우리가 그 연주를 멈출 순 없습니다. 비록 지휘봉을 잡고 계시는 주님의 손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주님을 우리의 가슴에 품고 지휘하시는 주님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며 주님의 지휘를 따라 연주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이고 그것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하나님은 새 역사를 만들어가시는 분이십니다. 지나간 역사를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시는 분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선포된 말씀입니다. 북이스라엘이 주전 721년에 앗수르에 의해서 멸망당한 이후, 남유다마저도 주전 586년에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하고 맙니다. 예루살렘 성과 성전이 파괴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가운데 쓸만한 사람은 모두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고 맙니다. 유다의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 역시 두 눈이 뽑힌 채 비참한 모습으로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땅에 남아 있는 사람은 (성경의 표현대로 한다면) ‘비천한 자’(열왕기하 24:14, 25:12) 외에는 그 땅에 남은 자가 없었습니다. ‘비천한 자’라는 말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민들을 말합니다.(예레미야 39:10)

   그런 상태에 이르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두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전쟁통에 살아남아 그 땅에 살게 된 빈민들은 자기들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나라를 다시 건설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할 수 없었고, 힘을 키워 다시금 국권을 회복하는 일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포도원이나 농사를 지으면서 근근히 자기 생명 부지하기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좀 배웠고 힘이 있는 사람들은 다 포로가 되어 바벨론으로 잡혀갔는데, 그들 역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바벨론이라는 제국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라회복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물로 조국을 생각하며 울고 있을 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고국 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든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이든 뭔가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오늘 본문의 말씀이 주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뭔가 큰 일을 이루실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의 역사를 만들어내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19절에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전 일’ ‘옛날 일’은 출애굽 때의 일을 말합니다. 400년 동안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기적같은 역사로 애굽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해방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보내셔서 애굽왕 바로를 굴복시키시고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건져내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그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탈출했던 것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을 행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절망에 빠진 이스라엘을 위해서 행하실 크고 놀라운 일은 다름 아닌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만드신다.’는 것입니다.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만드신다.’는 것은 포로로 잡혀가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을 만드시겠다는 뜻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금 자기들은 조국으로 돌아갈 희망이 없다고 울부짖으며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보기에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그 일이지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70년 후에 돌아오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처럼,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울부짖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기 위해 준비하고 계십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이끌어 내실 때에도 그랬습니다. 바로 왕의 압제로 인해서 날마다 울부짖으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계셨습니다. 레위인 한 남자와 여자를 만나 결혼하심으로 당신의 계획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가정에 태어난 사내아이가 나일강에 던져저 죽어야할 절박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그 아이를 바로의 왕궁으로 불러 거기에서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미디안 광야에서 양치기 목동으로 이름도 없이 살던 모세를 불러 바로에게 보내셨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가 역사하셨습니다. 조금이라도 계획이 틀어지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하셨고, 바로 왕을 굴복하게 하심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건져내셨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포로생활에서 돌아올 길도 없고 방법도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능력을 통해서 약속하신 대로 포로로 잡혀간 그들을 돌아오게 하실 것입니다. 그 때에는 애굽 왕 바로가 그런 것처럼 그 과정에서 장애물이 없을 것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에서 너무나도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가나안 땅에 들어갔지만, 바벨론에서 돌아올 때에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에 길을 내셔서 그 어떤 어려움이나 장애물 없이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출애굽할 때는 광야에서 때로는 먹을 것이 없어 불평했고, 마실 물로 인해서 마음이 상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올 때에는 하나님께서 사막에 강을 내실 것이기 때문에 먹을 것이나 마실 것으로 인해서 고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하심대로 순조롭게 잘 이루어져, 안전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21절 말씀처럼, 그런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찬송과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창립 62주년을 맞았습니다. 6.25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는 1955년 6월 22일 우리 교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 우리 교회당은 대패질도 되어 있지 않는 꺼끌꺼끌한 판자로 둘레를 막고, 군용천막으로 지붕을 덮어놓았습니다. 교회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건물에서 류인수 장로님을 비롯한 몇 분이서 개척예배를 드렸습니다. 교회를 섬길 교역자도 없이 평신도가 예배를 인도했고, 이곳에 교회당이 지어지는 것에 반대한 지역 주민들은 교회당 지붕의 천막을 뜯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불을 질러 태워버리기도 했습니다. 교인들이 교회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교회당 주변에 인분을 뿌려놓기도 했고, 교회당 문에 대못을 박아 문을 열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교회당 내부에 호야불을 켜지 못하도록 호야를 가져가 버리기도 하고, 포탄피로 만든 교회당 종을 떼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전주남성교회 60년사』 33쪽>

   그러나 6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하나님의 복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교회의 일꾼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좋은 건물과 좋은 환경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예배 때에는 장로님 3분과 안수집사님 6분, 권사님 14분을 세우는 임직식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이렇게 복을 주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62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교회에 이렇게 복을 주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역을 잘 감당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큰 교회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교회를 성장시켜 주신 이유는 우리 교회가 이 땅에, 우리 지역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찾아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우리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바라보시며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실까? 그리고 우리 교회가 하나님께서 주신 그 사명을 감당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가?’를 깊이 있게 물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지 않고는 결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교회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뜻을 이루는 거룩한 사역을 감당함에 있에, 먼저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역량을 주셔서 그 일을 하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 힘으로 역부족인 것 같은 일도 맡기십니다.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면 우리로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에게 힘을 공급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만드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게 길과 강을 만들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돌아오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주님의 일을 감당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힘이 부족하고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들어 사용하시는 하나님은 능력이 무한하신 분이십니다. 들짐승들이, 승냥이와 타조도 너무 놀라서 하나님을 존경하게 될 놀라운 일들을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그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우리가 감당하는 모든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는 우리를 통해서 영광을 받으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를 통해서 찬송을 받으시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고 수고하고 희생하며 섬겼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영광의 자리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 영광을 받으실 분, 찬송을 받으실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의 주인이십니다. 우리 교회를 지휘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주님께서 주신 사명의 자리에 서 있을 때 우리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실 것입니다. 우리 교회를 세우시고 우리를 우리 전주남성교회 일꾼이 되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를 부르신 우리 하나님은 광야에도 길을 내시고, 사막에도 강을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삶이 광야같이 힘든 상황이 닥친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이 사막과 같이 메말라갈지라도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십시다.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만드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십시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우리를 멋지게 사용하실 것입니다.

< 2017년 6월 18일 주일낮예배 - 창립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