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져 주는 사람

< 본문 - 갈라디아서 6:1-5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병원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이 되자 가족들이 병실에 모여서 가족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장례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관을 어떤 것으로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비싼 것보다는 보통 것으로 합시다. 비싼 것은 무겁기만 하지요.’ 라는 이야기를 한 후에, ‘그럼 관을 누가 들지?’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아들이 ‘내 친구들은 나이가 많아서 관을 들기 어렵겠다.’고 말하자, 손자는 ‘내 친구들은 모두 군대에 가서 관을 들 친구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며느리는 ‘그럼 여자들이 관을 들면 안 될까요?’라는 말하자, 할머니는 ‘여자들이 관을 들 순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아직 할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고 병실에 계시는데, 가족들이 관을 누가 들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걱정을 하지만 아무도 관을 들 사람이 없다고 하자, 병상에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가 잠자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화가 난 목소리를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얘들아, 걱정하지 마라. 묘지까지 내가 걸어서 가마!”

  누군가가 웃자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는 오늘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져 있습니다. 가족은 서로의 짐을 져 주는 사이입니다. 너와 나의 이익이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아주며, 서로의 아픔과 힘듦을 보듬어주는 관계가 가족입니다.

  마태복음 20장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포도원 품꾼들에 대한 비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른 아침 포도원 주인이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들을 불러 포도원에 보냈습니다. 하루의 품삯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하루 일과가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일터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보고는 그들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일을 시킵니다. 맨 나중에는 하루 일과가 끝나기 1시간 전에도 여전히 일터를 찾지 못한 사람이 있음을 보고는 그들도 포도원에 가서 일하도록 했습니다. 유대사회에서 하루 품삯은 한 데나리온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주인이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는데, 1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루 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일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하루 품삯인 한 데나리온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자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 주인에게 불평을 합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 사람이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입니다. 분명 그들의 주장이 맞습니다. 하루 12시간 일한 사람과 1시간 일한 사람에게 동일한 품삯을 주는 것은 결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이치에 맞지 않게 모든 품꾼에게 동일한 품삯을 줍니다. 여러분, 주인은 왜 이치에 맞지 않게 12시간 일한 사람이나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 사람이나 그들에게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주었을까요? 여기에 우리 주님의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포도원 주인의 모습으로 당신의 마음을 드러내신 우리 주님은 모든 사람을 가족으로 여기신다는 것입니다. 말씀 드린 것처럼 한 데나리온은 일꾼들의 하루 품삯입니다. 그 하루 품삯을 벌어야만 그 일꾼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모든 품꾼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것이 주인의 마음이기에 품꾼들의 가족이 혹시 1시간 밖에 일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굶주리거나 삶이 너무너무 고달파지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품꾼의 가족들이 풍족하진 않지만 먹고 살 수 있도록 한 데나리온을 품삯으로 준 것입니다.

  가족이란 그런 관계입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고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고 해서 ‘너는 오늘 일하지 않았으니 굶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을 하지 않았어도, 또 때로는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지라도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에는 함께 합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닥치면 함께 힘을 모아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가족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대가 점점 더 각박해지면서 가족관계에서도 옛날의 그런 가족의 따뜻함이 점점 식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 공동체도 그렇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서로 짐을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여기서 말하는 ‘짐’은 홀로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을 의미합니다. 혼자서 감당하기 무거운 짐이 무엇입니까?

  본문 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 잡고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 본문 2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짐’은 1절에서 언급된 범죄입니다. 그리고 1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범죄’라는 말은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죄가 아니라, 어떤 유혹에 의해서 부지중에 저지른 실수를 의미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죄인지 알지 못하는 무지 때문에 저질러진 실수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없는 연약한 상태이기에 그 유혹에 넘어가 지은 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실수로 죄를 범했을 때 사람들은 나무라고 책망하고 정죄하려 합니다. 그러나 가족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연약해서, 또는 실수로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정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약해서 실수할 수밖에 없는 그를 위로해 줍니다. 용기를 주어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심지어 누군가가 잘못을 해서 가족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그를 정죄하거나 가족관계에서 떼어내버리지 않습니다.

  요즘 SNS에 떠다니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어떤 농부가 늦은 나이에 아들 하나를 얻었습니다. 농부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해 아들을 배불리 먹이거나 좋은 옷을 입혀서 기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아들의 성품만은 그 누구보다 훌륭하게 기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농부의 그런 정성 덕분에 아들은 성실하고 마음씨 착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웃 마을에 사는 얌전한 아가씨를 맞아 결혼을 했습니다. 농부의 가족들은 새 며느리를 매우 사랑 했습니다. 며느리 역시 친정은 비록 가난했으나 가정교육만큼은 썩 훌륭하게 받은 아가씨였고 시댁 어른들을 아주 극진히 모셨습니다.

  밖에는 소담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겨울날 시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어쩐지 입이 심심하구나. 찰떡이나 좀 해먹었으면 좋겠군!”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얼른 광에 가서 찹쌀 항아리를 열어 보았습니다. 다행이도 찹쌀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떡을 만들어 드리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며느리는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친정에 있을 때 워낙 가난하게 살았기에 찰떡 만드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시어머니에게 “어머님, 찹쌀이 조금 있는데 찰떡을 좀 만들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마침 허리가 아픈 시어머니는 방 아랫목에 몸을 눕힌 채 며느리에게 찰떡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솥에 물을 조금 붓고 그 위에 시루를 얹고, 시루에다 찹쌀을 넣어 불을 때면 된다.’고 말입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시키는대로 하면서도 조마조마하며 찰떡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내를 도울 일이 없을까 해서 부엌을 들여다본 남편이 지게를 지고 나서며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나무를 한 짐 해오리다.” 남편은 부엌에 나무를 넉넉하게 쌓아두어 자기 아내가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는데, 며느리는 찰떡을 찌기에는 부엌에 있는 나무가 모자라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해서 불을 땠습니다. 헛간에 있는 나무 부스러기까지 모두 긁어서 불을 때는데, 나무가 거의 없어질 무렵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불을 너무 세게 땐 나머지 솥과 시루가 한꺼번에 깨지고 만 것입니다.

  며느리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찰떡은 고사하고 집안의 귀중한 살림살이를 깨 버렸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하고 쩔쩔매던 며느리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시집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솥과 시루를 깨 버렸으니, 지금까지 귀여워 해 주시던 시부모님께서 불호령을 내리실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남편마저도 자기를 한심하게 여기며 미워할 것이라 생각을 하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깐 잠이 들었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우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얘야! 무슨 일이 있었느냐?”라고 묻자 며느리는 울면서 “어머님, 제가 불을 너무 많이 때서 솥과 시루를 깨고 말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아가야, 얼마나 놀랐니? 내가 곧 내다본다는 것이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구나! 모두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시어머니로부터 추상같은 불호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따뜻한 말에 감동하여 더욱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때 나무를 한 짐 지고 들어오던 남편이 울고 있는 아내를 보고 놀라서 물었습니다. “어머니, 저 사람이 왜 우는 것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불을 너무 때서 솥과 시루가 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남편이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진작 나무를 넉넉하게 져다 놓았으면, 오늘 같은 날 집을 비우지 않고 불 때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었을텐데. 어머니, 제 잘못이에요.” 그때 사랑방에 있던 시아버지가 나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묻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허허, 내가 공연히 찰떡이 먹고 싶다고 해서 너를 고생시켰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 탓이야.”

  여러분, 이 가정이 행복하겠습니까? 아니겠습니까? 찰떡을 하려다가 솥과 시루를 깨먹고 말았지만, 그 실수를 서로 자기의 책임이라고 하니 어찌 싸움이 날 수 있겠습니까? 어찌 그 가정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잠언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행복하게 사는 가정의 모습을 이렇게 가르쳐주십니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7:1) 그렇습니다. 삶이 풍요롭거나 넉넉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화목한 가정에 행복이 임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안에 혹시 믿음이 연약하여 실수하고 범죄에 빠진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교회에는 반드시 그런 사람이 존재합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연약한 우리는 늘 유혹 앞에 흔들리는 존재이고, 그 유혹에 넘어가 때론 실수하고 범죄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 그런 사람을 발견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실수했을 때 그 사람을 향해서 비난하고 나무라고 정죄한다면 그 교회 공동체는 결코 성숙한 공동체가 아닙니다. 아니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으로 우리의 죄와 허물에 용서를 받고 하나님의 백성이 된 사람이면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구원받은 사람이 마땅히 보여주어야 할 신앙인의 참된 모습은 그 사람의 짐을 대신 져 주는 것입니다. 짐을 대신 져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실수를 나의 실수로 알고 그의 연약함을 내가 함께 책임져 준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믿음이 연약하고 마음이 약해서 실수했다면 그 실수를 자신의 실수인 것처럼 괴로워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잘못을 했다면 따지거나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잘못이 나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려 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약한 그를 위해서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짐을 짊어지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누군가가 실수하고 잘못하고 죄를 범했을 때 그것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사람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향해서 손가락질한다면 그 사람은 바리새인이나 다름이 없는 사람입니다. 누가복음 18장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두 사람이 성전에 올라갔는데, 한 사람은 바리새인이고 한 사람은 세리입니다. 바리새인은 하나님 앞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남의 것을 빼앗거나 불의를 저지르거나 간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세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에 감사합니다.’ 이 바리새인은 자신이 죄를 짓지도 않았고, 실수하지도 않았고, 하나님 앞에 잘못한 것이 없음에 감사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이나 세리를 정죄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리나 불의를 행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일말의 책임도 갖지 않은 채 정죄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들의 죄나 허물이나 실수가 모두 그들의 책임이라고만 생각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리새인입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이나 실수가 모두 그 사람의 책임이라고 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이 바로 바리새인입니다. 예수님께서 아주아주 싫어하시고 화를 내시며 책망하셨던 바로 그 바리새인 말입니다.

  그런 사람을 오늘 본문 3절에서는 ‘되지도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합니다. 자신은 아주 신앙생활 잘 하고 있는 사람처럼 생각할지 모릅니다. 자신은 남들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좋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님은 ‘너는 되지 못한 사람이야!’라고 말씀하십니다.

  죄나 실수나 허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한 가족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서로의 짐을 져야 합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삶이 너무너무 힘들어 지쳐 있다면 내 사랑하는 가족이 지쳐 있는 것처럼 다가가서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너무 힘이 들어 쓰러져 있다면 다가가서 그를 일으켜 세워주어야 합니다. 인생의 무거운 짐 때문에, 때로는 고난이라는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의 곁으로 다가가 살며시 그의 짐을 함께 져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주님의 마음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주님을 닮는 삶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28) 주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채 인생을 살아가는 피곤하고 고달픈 영혼들을 향해 ‘내게로 오라.’고 부르십니다. 그리고는 ‘내가 네 짐을 대신 져 주마.’ ‘그래서 너로 쉼을 얻게 해 주마.’ 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짐을 대신 져 주십니다. 견디기 힘들고 버티기 버거운 인생의 짐을 지고 가는 우리에게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시면서 ‘내가 그 짐을 대신 져 주마.’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처럼 우리는 우리의 모든 짐을 주님께 맡겨드렸습니다. 내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죄의 짐도 주님께 맡겨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주님께서 십자가 은혜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구원의 자녀로 불러 주셨습니다. 죄의 짐을 지고 지옥을 향해 가던 우리가 그 짐을 주님께 맡겨드림으로 이제는 천국을 향해 가는 기쁨의 발걸음으로 우리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주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 주님으로부터 은혜를 입었고, 그 주님으로부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서로 짐을 져 주어라!’ 이 말씀 속에는 ‘내가 너희의 짐을 져 줌으로 너희가 자유를 얻었으니 너희도 누군가의 짐을 져 줌으로 그에게 자유를 주는 사람이 되어다오.’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께로부터 받은 사랑, 주님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나누며 베풀며 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5절) ‘누군가가 내 짐을 대신 져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짐을 맡기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의 짐을 져주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1938년 『대지』라는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Pearl S. Buck 1892~1973) 여사가 1960년대 초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녀가 우리나라를 여행하던 중에 감동을 받은 이야기를 나중에 미국에 돌아가서 글로 남겼습니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던 중 경주 부근의 한 농촌을 방문했는데, 그 마을에서 황혼 무렵에 진기한 풍경을 보게 됩니다. 한 농부가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가면서 자신도 지게에 볏단을 무겁게 진 채로 가는 것입니다. 그 광경을 본 그녀가 농부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소달구지에 볏단을 모두 실으면 당신이 훨씬 편하게 갈 수 있을 텐데 왜 지게에 짐을 지고 가십니까?” 그 때 농부가 한 대답을 듣고 그녀가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 농부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에이,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종일 일했는걸요. 짐을 서로 나누어지고 가야지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그게 진기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녀는 고국인 미국에 돌아간 뒤 ‘이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술회했습니다. “서양의 농부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소달구지 위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 편하게 집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 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전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따지 않은 감이 나무에 달려있는 것을 보고는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물었다가 ‘까치밥이라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바로 이거에요. 내가 한국에서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고적지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것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였고 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온종일 자신과 함께 일한 소를 배려하는 마음이 농부의 마음이고, 추운 겨울 함께 먹고 살기 위해서 까치밥을 남겨두는 것이 우리 민족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도 이기주의화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1960년대 우리나라 농부가 가졌던 그 마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비록 말을 하지 못하는 소일지라도, 하루 종일 힘겹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소의 운명일지라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짐을 져 주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무런 짐도 지지 않은 채 가볍게 인생길을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나름대로의 짐을 진 채 힘겹게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세월이 흘러가면서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날마다 우리의 어깨에는 짐들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만 갑니다. 그 짐을 나눠지면 우리는 훨씬 더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누군가의 짐을 대신 져 줄 때 그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법이 완성된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내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어 하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 지금도 그 짐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지 않으십니까? ‘누군가가 내 어깨에 지워진 이 무거운 짐을 조금이마나 나눠져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 해 보셨습니까? 오늘 본문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먼저 누군가의 짐을 져 주어라. 그러면 네 어깨의 짐도 가벼워질 것이다.’

< 2017년 7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