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의 영성으로 삽시다.

< 본문 - 신명기 11:8-15 >

  성경은 가나안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우리는 가나안 땅이 아주 비옥한 땅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가나안 땅을 성경의 표현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일까요?

   지도<사진1>에서 보시는 것처럼, 가나안 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옥한 땅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그나마 평야라고 불리면서 농사를 짓기에 그래도 나은 땅입니다. 북쪽으로는 기손강을 따라 이스르엘 평야와 악고 평야가 있습니다. 말이 기손 강이지 우기가 아닌 때에는 그냥 작은 시내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기손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손시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건기에 갈멜산에 올라서 기손 강을 바라보면 강이 어디 있는지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시내입니다. 이스르엘 평야 아래쪽으로는 지중해 해안을 따라서 도르 평야와 샤론 평야, 그리고 블레셋 평야가 있습니다. 이곳은 평야이고 강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입니다. 반면 중앙산맥은 주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땅으로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산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산이 아니라 민둥산입니다. 마치 바위로 된 산처럼 보입니다. 또 가나안 땅에는 광야가 많이 있습니다. 성경에 언급된 것만도 네게브 사막, 신광야, 유대광야, 마온황무지 등 가나안 땅의 중앙부터 남쪽으로는 거의가 다 광야입니다. 사막, 광야, 황무지 등으로 불리는 것처럼, 그곳은 농사 지을만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 아닙니다.

   이런 땅인데 성경은 이곳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볼 때에는 결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닌데 왜 성경은 그런 가나안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오늘 본문의 말씀은 모세가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이제 곧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지막으로 주신 말씀 중 일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0년 동안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신 약속 때문입니다. 출애굽한 이후 40년 동안 그 힘든 광야생활을 견디어낼 수 있었던 이유도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그 약속의 성취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말이 40년 광야 생활이지, 그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광야에서는 마실 물도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먹을 것을 구한다는 것도 어렵습니다. 모세와 함께 광야생활을 하는 사람이 남자 장정만 무려 60만 명입니다. 아이들과 여자들까지 합하면 20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그 많은 숫자가 40년 동안 광야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40년이라는 그 긴 시간은 그들에게 때로 지루한 삶일 수도 있습니다. 생활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에 오해와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 됩니다. 모세가 하루 종일 재판을 해도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힘들고 불편하고 어려운 광야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성경은 그들이 들어가길 소망하던 그 가나안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말은 살기가 너무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조금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들어갈 가나안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긴 하지만, 그 땅이 애굽 땅과는 다르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 10절입니다. “네가 들어가 차지하려 하는 땅(가나안 땅)은 네가 나온 애굽 땅과 같지 아니하니 거기(애굽)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을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거니와.” 이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굽의 지리적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애굽은 가나안 땅보다 훨씬 더 사막이 많습니다. 전체 국토의 94.5%가 사막입니다. 쉽게 말하면 가나안 땅보다 살기가 좋지 않는 땅입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애굽을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3장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브람과 조카 롯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유목민 생활을 하는 아브람과 롯이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가축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가축이 많아지자 같이 모여서 가축을 기를 수가 없었습니다. 서로 가축을 먹일 목초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아브람의 목자들과 롯의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아브람이 생각한 것이 서로 떨어져 살아야겠다는 것입니다. 헤어지면서 아브라함이 롯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우리 같이 있을 수 없게 되었으니 헤어지자. 네가 왼쪽 지역을 택해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것이고, 네가 오른쪽을 택하면 나는 왼쪽으로 가마.’ 그러면서 선택권을 롯에게 주었습니다. 롯이 요단쪽을 바라보니까 그쪽은 요단강으로 인해서 물이 넉넉하고 살기가 좋아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쪽을 택해서 갔습니다. 그곳이 바로 소돔과 고모라가 있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 지역을 이렇게 말씀합니다.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창세기 13:10) 물이 넉넉하고 가축을 기르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쓰인 표현인데,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다고 말씀합니다. 여호와의 동산이라는 말은 에덴동산을 뜻합니다.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일 정도로 물이 넉넉하고 살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애굽 땅과도 같았다고 말씀합니다. 그것은 아브람이나 롯이 볼 때 애굽 땅이 마치 에덴동산과도 같아 보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에덴동산과 비견될 정도로 물이 넉넉하고 살기 좋은 곳이 애굽이였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생각해 보십시다. 94.5%가 사막인 애굽에 왜 물이 그렇게 넉넉하고 살기가 좋은 곳이 되었습니까? 애굽의 북부 해안지역에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약 400mm정도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막 지역은 연간 평균 강수량이 불과 2-5mm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년 내내 비가 오는 날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애굽은 에덴동산같이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 이유는 애굽에 나일강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일강은 적도 남쪽 고원지대에서 발원하여 아프리카 북동부를 지나 지중해로 흐르는 길이가 무려 6,650km에 이르는 거대한 강입니다. 6천km가 넘는 거대한 강줄기를 이룬 나일강이 마지막 애굽을 통과하는데, 그 나일강은 일년 365일 엄청난 양의 물을 실어나릅니다. 물이 많은 때에는 나일강 하류가 범람할 정도입니다. 그 나일강 하류인 삼각주는 그 넓이만도 무려 240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삼각주입니다. 거기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애굽의 전체 인구를 먹여살린다고 할 정도로 농사가 잘 되는 곳입니다. 비록 애굽의 사막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2-5mm밖에 되지 않을지라도, 이 나일강이 있는 한 애굽은 풍요롭게 물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현대에도 이집트(애굽) 인구의 90% 이상이 국토의 5%에 불과한 나일강 주변에 모여살고 있습니다.

   애굽은 비가 와야 농사를 짓고, 비가 와야 식수를 구하는 기후조건이 아닙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일 엄청나게 흐르는 나일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나일강에서 물을 길어다가 필요한 곳에 쓰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애굽에서는 오래 전부터 물을 끌어다 쓰는 방법이 발전되었습니다. 본문 10절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한다.’는 표현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자주 보는 것처럼 발로 밟아서 물을 대는 수차(水車)<사진2>가 발달되어, 수차를 발로 밟아 돌려서 물을 끌어다 씁니다. 애굽에서 농사를 지을 때에는 그렇게 지었습니다. 비가 와야만 한다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엄청난 양으로 흐르는 나일강의 물을 어떻게 끌어다가 쓸 것인가 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면 됩니다. 그러기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기우제를 지낼 이유도 없습니다. 늘 나일강에 물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들어가 살게 될 가나안 땅은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가나안 땅 옆으로 요단강이 흐르긴 합니다만, 그 요단강의 물은 나일강만큼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요단강은 해발 -200m의 갈릴리 호수에서 해발 -400m의 사해로 흐릅니다. 일반적인 지형보다 훨씬 더 낮습니다. 예루살렘이 해발 760m이니까 만일 요단강 물을 끌어다가 예루살렘에서 쓰려면 고도 1000m 높이 이상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이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은 비가 와야만 살아갈 수 있는 땅입니다. 오늘 본문 11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가나안 땅은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비가 오면 그 비를 흡수합니다. 그래서 광야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간혹 샘이 있어 연중 계속 물을 흘러보내기도 하고, 아무리 땅을 파도 물이 없을 것만 같이 건조한 땅임에도 깊이 우물을 파면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비가 많이 오면 그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와디라고 하는 골짜기들도 많이 있습니다. 애굽 사람들은 나일강 물을 끌어 쓰기 위해서는 발로 물을 대는 수차를 돌리기 위해 땀 흘려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서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록 비옥한 땅은 아닐지라도 비가 오기만 하면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문 14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나안 땅에는 이른 비와 늦은 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경에 ‘이른 비와 늦은 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른 비’는 보통 10월-11월 경에 내리는 가을비를 말합니다. 4월부터 시작된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면서 내리는 비입니다. 이 이른 비가 내리면 건기 동안 메말라 있어 딱딱해진 땅이 비를 머금으로 파종하기 좋은 부드러운 땅으로 바뀌어집니다. 그래서 이른 비가 내리면 가나안 땅에서는 농사가 시작됩니다. ‘늦은 비’는 3,4월 경에 내리는 봄비입니다. 건기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내리는 비인데, 이 시기는 농작물을 결실하기 바로 전입니다. 그래서 이 늦은 비가 풍족하게 내리면 농작물이 풍성해져 풍작을 이루게 됩니다.

   오늘 본문 14절에서는 하나님께서 그런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려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십니다. 애굽에서와 같이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서 땀을 흘리며 노력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때에 맞게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주심으로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때에 적당하게 가나안 땅에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주셔서 편안하게 농사를 짓게 해 주실 것인데, 늘 그렇게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 8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명령’을 지켜야 합니다. 가나안 백성들이 섬기던 거짓된 우상을 따라가지 않고, 또 애굽 땅에 살면서 보았던 애굽 사람들의 신을 본받지 않아야 합니다.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겨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시내산에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모세를 통해서 주신 율법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서 적당한 때에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주셔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곡식과 포도주 등 모든 농작물을 풍족하게 거두어 넉넉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십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돕지 않으시면 살아갈 수 없는 땅입니다. 애굽은 나일강의 물이 풍부하기에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도 자기들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주시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에 살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 가지를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만을 섬기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나님께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주십니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늘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땅이 가나안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른 비를 내려주시지 않는다든지, 늦은 비를 내려주시지 않으면 그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이른 비를 내려주지 않으시면 파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추수를 할 수 없습니다. 늦은 비를 내려주지 않으시면 아무리 많이 파종을 했다 하더라도 곡식에 알맹이들이 영글지 않습니다. 추수를 해 봐야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은 쭉정이와 껍데기들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른 비가 와야 할 때 하나님께 ‘필요한 이른 비를 내려 주소서.’라고 기도해야 하고, 곡식이 여물어갈 때에는 ‘곡식이 여물도록 늦은 비를 내려 주소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농사를 지은 후에 첫 열매를 거둘 때에 초실절이라는 절기를 지킵니다. 초실절은 처음 거둔 곡식을 하나님께 드리면서 ‘적당한 때에 비를 내려주셔서 이렇게 첫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심에 감사합니다.’라며 지키는 절기입니다. 첫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곡식을 다 거둔 후에는 수장절이라는 절기를 지킵니다. 곡식을 거둬 창고에 들이며, 추수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창고에 쌓아 다음 추수 때까지 먹을 것을 얻게 하신 것에 감사하며 지키는 절기가 수장절입니다. 성경에서 초실절은 칠칠절이라고도 합니다. 유월절 후에 칠일을 일곱 번 지낸 후에 지킨다고 해서 칠칠절이라고 합니다. 이 초실절은 주로 초여름에 지키는 절기입니다. 그리고 수장절은 추수가 다 끝난 가을에 지키는 절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지키는 절기로 한다면 초실절은 7월 첫 주에 지키는 맥추감사주일과 같고, 수장절은 11월 첫 주에 지키는 추수감사주일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가나안 땅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비가 와야 하고, 그 비를 내리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때에 맞게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주셔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추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잘 지어놓았다 하더라도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주변에는 강대국들이 많이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강대국 애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과 애굽 사이에는 블레셋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블레셋은 일찍이 철기문화를 받아들여서 막강한 무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간 후 사사시대를 거쳐 초대 왕인 사울이 왕으로 세워지며 왕정 시대가 열릴 때까지 이스라엘은 늘 블레셋 사람들에게 노략을 당해야 했습니다. 블레셋의 노략을 당해도 이스라엘은 거기에 변변히 대항하지 못했습니다. 블레셋의 무기는 강한 데 비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무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울 왕 시대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사울 왕과 왕자 요나단 외에는 철로 된 무기인 칼을 가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이스라엘은 군사력에서 약소한 반면 블레셋의 군사력은 아주 막강했습니다. 가나안 땅 동쪽으로는 모압과 암몬 족속이 자리를 잡고 있고, 북쪽으로는 아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금 멀리는 앗수르와 바벨론이 거대한 세력으로 끊임없이 가나안 땅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 지형적인 위치 때문에 가나안 땅은 우리 한반도 이상으로 전쟁을 많이 치른 지역입니다. 남쪽 애굽이 북쪽으로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가나안 땅을 통과해 가야하고, 북쪽이나 북동쪽의 앗수르나 바벨론이 강대국 애굽을 제압하기 위해서도 가나안 땅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 강대국과 주변 나라들의 틈바구니에서 가나안 땅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늘 긴장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해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그런 강대국들의 침략을 극복해내지 않으면 농사를 지어놓은 것들을 다 빼앗길 뿐만 아니라 나라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사사기의 말씀을 읽어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길 때에 주변 나라에서 침공해 들어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농사를 지어놓은 것을 다 빼앗아가버렸다는 말씀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농사를 지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은 후에도 자기들이 땀을 흘려 지어 추수한 것을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것이 가나안 땅에서의 삶입니다. 하나님께서 비를 내려주지 않으시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가나안입니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주지 않으시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파종을 할 수도 없고, 농작물에 수확을 거둘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어놓았다 하더라도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주변 나라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으시면 농사지은 것까지도 다 빼앗기고 맙니다. 어느 것 하나에서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살 수 없는 땅이 가나안입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기도해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나안의 영성입니다.

   반면 애굽은 비를 내려 주시라고 기도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떻게 하면 풍족하게 흐르는 나일강의 물을 끌어다가 쓸까?’ 그것만 고민하면 됩니다. 그리고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서 땀을 흘려 수고하기만 하면 필요한 물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지 않고 내 힘과 내 노력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님께 기도할 필요 없이 내 지혜와 경험을 통해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애굽의 영성입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까지 어떤 영성으로 살아오셨습니까? 아니 지금 어떤 영성으로 살고 계십니까? 내게는 나일강과 같이 무궁무진하게 많은 백이 있기 때문에 그 백을 동원하면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아무 걱정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면 지금 우리는 애굽의 영성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지혜가 있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내게 있는 그 지혜와 능력을 가지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모든 삶을 다 극복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애굽의 영성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성실하게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잘 도와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면 그것 역시 애굽의 영성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내게는 오직 하나님만이 전부이시다. 하나님 아니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런 생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의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내 삶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사신다면 그것은 가나안 영성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누릴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그것은 가나안의 영성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가나안의 영성으로 살 때 척박한 땅 가나안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됩니다. 애굽의 영성으로 살려할 때에는 결코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가나안의 영성으로 살았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윗입니다. 다윗이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과 싸우러 갈 때를 생각해 보십시다. 그는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그는 칼이나 창으로 적군을 죽이는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사울 왕이 입혀준 갑옷을 입어보지만 그 갑옷이 너무 커서 오히려 불편할 정도로 몸도 작았습니다. 그에게 어떤 특별한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당돌하게 골리앗과 싸우러 갑니다. 그가 그렇게 당당하게 골리앗과 싸우러 갈 수 있었던 힘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자신을 도와주실 것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모욕하는 그 골리앗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양을 칠 때 사용하던 나무 막대기와 물맷돌을 가지고 골리앗과 싸우러 갑니다. 양을 칠 때 자신을 지켜주신 하나님께서 골리앗 앞에서도 자신을 지켜주실 것을 믿고 말입니다.

   다윗은 골리앗과 싸울만한 어떤 조건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의지했기에 그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이루어냈습니다. 골리앗을 넘어뜨리고 이스라엘에 승리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나안의 영성으로 살게 하시도록 때때로 내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만나게 하시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시려고 우리를 깊은 수렁과 같은 고난의 자리로 밀어넣기도 하십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 겸손한 자가 되어 가나안의 영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얼마나 되든 늘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그 도우심을 의지하는 가나안의 영성으로 사십시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이 가장 복된 삶이 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크고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 2017년 9월 27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