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를 지나 엘림으로

< 본문 - 출애굽기 15:22-27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도의 어떤 농부가 논으로 개간한 땅에 벼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논에 댄 물이 많은 양분을 제공해 그 해에 풍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농부는 자신의 논에서 나오는 물이 다른 논으로 흘러가 그 논까지 기름지게 만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심통이 났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논에 있는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물길을 막아버렸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빠져 나갈 곳이 없어 고이게 된 물은 벼를 썩게 했고, 결국 그해 농부는 한 톨의 쌀도 얻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욕심 때문에 자신이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이 있습니다. 욕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빙산의 일각만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은 실제 빙산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빙산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우리 인간은 그 욕심이 눈을 가려서 빙산의 일각과 같이 작은 이익을 얻으려다가 90%의 숨겨진 것들을 보지 못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욕심은 어리석은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 어리석은 생각은 자신에게 큰 화를 불러오고 맙니다.

   이런 우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포함 200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하늘을 날던 중에 엔진에 고장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비상탈출을 해야 하는데, 그 비행기에 있던 낙하산 200개 가운데 하나가 고장이 나서 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승객들은 낙하산을 먼저 짊어지고 뛰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남은 낙하산은 두 개밖에 없었고, 남은 사람은 세 사람이었습니다. 비행기의 기장, 그리고 중년의 아저씨와 유치원생만 남은 것입니다. 사람은 세 명인데 낙하산은 두 개만 남아 있자 그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중년의 아저씨가 잽싸게 낙하산 하나를 가로채더니 어깨에 메고 그대로 뛰어내렸습니다. 이제 낙하산은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기장은 유치원생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모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사람이니 네가 낙하산을 메고 뛰어 내리거라.” 그러면서 남은 낙하산 하나를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 낙하산을 가지러 가는데, 이상하게도 낙하산이 두 개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분명 하나만 남아 있어야 할 낙하산이 두 개가 남아 있자 기장이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러자 유치원생 꼬마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까 그 아저씨가 제 유치원 가방을 메고 뛰어 내렸어요.”

  하나님께서 야고보 사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게 된다.’(야고보서 1:15)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잘못된 욕심이 하나님의 뜻을 어긋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 주는 지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인도로 400년 동안 노예생활하던 애굽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10가지 재앙을 겪으면서 마지못해 바로 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탈출을 허락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로 왕으로부터 해방을 허락받았지만 그들의 목적지인 가나안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출애굽한 이후 가장 먼저 만난 장애물은 홍해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킨 후에 뒤늦게 후회한 바로 왕이 군대를 보내 애굽을 빠져나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뒤를 쫓아가게 합니다. 홍해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맞부딪히게 됩니다. 뒤에서는 애굽의 정예군대가 쫓아오고 있고, 앞에는 홍해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홍해를 갈라 육지처럼 만들어놓으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안전하게 홍해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뒤쫓아오던 애굽의 군대는 모두 그 홍해에 수장되고 말았습니다. 홍해를 건너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놀라우신 능력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홍해를 건넌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의 태도를 출애굽기 14:31절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행하신 큰 능력을 보았으므로 백성이 여호와를 경외하며 여호와와 그 종 모세를 믿었더라.” 그렇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위해 싸우시는 분임을 친히 목격하고, 또 애굽의 군대가 자기들의 눈앞에서 몰사 당하는 것을 보고 하나님과 모세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15장에 건너와서는 이스라엘 온 백성들이 하나님께 기쁨과 감사의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고 있는 장면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을 친히 체험했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홍해를 건너고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체험한지 3일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또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능력을 의심하고, 자기들 스스로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불신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해를 건너온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펼쳐진 것은 끝이 없는 모래사막뿐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22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홍해를 건너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르 광야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홍해를 건너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여정이 수르광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광야에서는 물을 얻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 본문도 그 물 때문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수르 광야에 들어와서 3일 동안 쉬지 않고 걸어왔습니다. 수르 광야에 들어온 지 3일째 되던 날 그들은 마실 물이 없어 고생하게 됩니다. 애굽에서 탈출해 나올 때 그들은 나름대로 가나안까지 가기 위한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먹을 것도 준비를 하고, 마실 물도 어느 정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먹을 것은 남아 있는 데 마실 물은 떨어지고 없습니다. 광야에서 마실 물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도 단 하루만 물을 마시지 못한다면 갈증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광야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이고 건조한 날씨이기 때문에 물을 마시지 않고 조금만 걸으면 타는 듯한 갈증이 밀려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지난 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유대 광야를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시던 그 광야길을 약 5시간에 걸쳐 걸었습니다. 먹을 것도 준비하고 물도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40도에 이르는 뜨거운 태양에 거의 그늘도 없는 길을 걷노라면 금방 물을 마셨는데도 약 100-200m 정도만 걸으면 또다시 심한 갈증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래서 넉넉히 준비했던 물이 나중에는 모자라서 큰 고생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광야가 그런 곳입니다. 건조한 날씨 탓에 갈증을 빨리 느끼게 됩니다. 그런 길을 3일이나 걸어왔습니다. 마실 물도 다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마실 물이 다 떨어졌을 때 백성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왜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힘든 길로 인도하시는지. 물이 다 떨어졌는데 조금만 참고 가면 정말 물을 얻을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불평스러운 마음도 들고, 한 편으로는 기대하며 갈급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곳이 마라입니다. 마라에 도착하자 우물이 하나 보였습니다.<사진1> 그들의 눈앞에 우물이 나타나자 그들은 정신없이 우물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여러분,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다. 힘든 광야길을 걸어왔습니다. 너무나도 목이 마릅니다. 이제 곧 마실 물이 나타날 거야 라는 기대감과 함께 심한 갈증으로 불평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우물이 하나 눈에 보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우물을 본 순간 백성들은 앞 뒤 가리지 않고 우물을 향해 달려갑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틈도 없습니다. 모세가 뭐라 하는지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자기들에게 뭐라 말씀하시는지 들으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저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우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우물에 달려가서 물을 퍼 마시는 순간 그들은 마음속에 참아왔던 불평이 터져나오고 맙니다. 그 물은 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는 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물은 마셔서는 안 되는 물입니다. 만약 그들이 하나님께 이 우물의 물을 마셔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다면 하나님께서는 ‘마시지 말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모세에게 ‘우물이 나타났으니 우리가 가서 마셔도 되느냐’고 물었다면 모세는 하나님께 다시 물어보았을 것이고, 마셔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입니다. 만일 그랬다면 그들은 우물이 있음에도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소한 불평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께도 묻지 않았고, 모세에게도 묻지 않았습니다. 우물이 나타나자 앞뒤 가리지 않고 우물에 달려가서 물을 퍼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물을 토해내면서 원망하고 불평하시 시작합니다.

   아니 하나님께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곳 지명이 왜 마라인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그렇게 쉽게 우물로 달려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라’라는 말은 ‘쓰다, 괴롭다’는 뜻입니다. 아랍 사람들은 ‘이 물이 이 근방의 모든 지역에서 가장 나쁜 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우물은 아무도 마시지 않는 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우물로 달려가서 물을 떠 마시고는 써서 먹기 못하는 그 물 때문에 원망하고 불평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한 나무를 가리키시며 그 나뭇가지를 물에 던지라고 말씀하시고, 그 물을 달게 바꾸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25절은 하나님께서 마라의 그 쓴물을 달게 바꾸어 마시게 해 주신 일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하여 법도와 율례를 정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먼저 물어보고 행동할 것, 하나님께서 지시하시는 것만 할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가라 하실 때에는 가고, 멈추라고 하실 때에 멈추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통의 땅인 마라에 멈추길 원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그들이 마라를 지나 엘림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27절에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엘림에는 물샘 열둘과 종려나무 70그루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라를 떠나 엘림에까지 가서 거기에서 장막을 쳤습니다. 물샘이 열두 개나 있었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을 마시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었다는 뜻입니다. 마라에 있는 우물의 물이 달게 바뀐 뒤에 그들이 그 우물에서 물을 떠 마시기 위해서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장정만 60만 명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우물 하나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서 얼마나 길게 줄을 서야 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엘림에서는 물샘이 열둘이나 됩니다. 마라에서처럼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라에서 엘림까지는 불과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조금만 참고 갔더라면 엘림에서 그들은 여장을 풀고 쉬면서 충분히 물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마라에 있는 우물 하나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10km 정도의 거리에 있는 엘림에 가서 물을 마시는 것이 훨씬 빨리 물을 마실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짧은 생각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놀라운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곤 합니다. 마치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라에 머물지 않고 엘림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마라를 통과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우선 당장 마실 물이 급하다는 것 때문에 하나님의 계획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잊어버리고 마라에 머물러서 쓴 물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모세에게 물이 너무 써서 마실 수 없다고 원망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모든 삶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 우리가 죄의 종노릇하던 데에서 구원받아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도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삶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고, 때로는 내 힘과 내 능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커다란 장애물 앞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그 장애물을 건너올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고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시는 손길을 경험하며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오늘도 우리의 삶에 힘든 것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선하게 인도해 주실 것이란 믿음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가 너무나도 급한 문제 때문에, 때로는 절박함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고 내 뜻대로 되어지지 않았다고 하나님께 원망하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거부하고 내 고집대로 살다가 마라의 쓴물을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외면한 채 내 능력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충분히 갈 수 있다는 헛된 자만심 때문에 고통의 쓴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왜 쓴물과 같은 어려움이 찾아오는 것입니까? 어쩌면 그 원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거부하고 우리의 고집대로 하려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 힘들어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우리의 삶을 맡기고 기다리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를 위해서 엘림이라고는 하는 풍요의 때를 준비해 놓으십니다.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구원받은 백성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 앞에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믿음의 길은 고속도로와 같은 길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노예살이하던 애굽에서 탈출해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가나안 땅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가는 길 역시 쉽고 평탄한 길로만 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광야길을 가야 했습니다. 때로는 먹을 것이 부족하고, 때로는 마실 물이 없어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그런 길을 가야했습니다.

  우리 신앙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의 길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광야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신앙의 길이 고속도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난의 길이나 광야과 같은 험한 길이 나타나면 하나님께 원망합니다. 불평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신앙의 길은 결코 좋은 길만 걷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생활을 하면 늘 기쁘고 행복한 일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습니다. 지긋지긋하게 고생하던 애굽을 떠나온 이후 그들은 또다시 고난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광야 길을 가야 했습니다. 그것도 40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때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먹을 것이 없어 불평스러운 순간도 만나야 했습니다. 때로는 며칠씩 잠을 자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가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같은 장소에서 지루하게도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숱한 고난의 길을 통과한 후에야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의 40년 동안은 고난의 길이긴 했지만, 무조건 참아야 하거나 늘 고통만 가득 안고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40년의 광야생활 기간 중에 수없이 많은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를 경험하며 살았습니다. 매일 만나를 먹을 수 있었고, 때론 반석에서 물이 나오 마시기도 했습니다. 구름 기둥과 불기둥의 인도를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그런 하나님의 은혜과 능력과 기적 같은 역사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힘든 길을 참아내야 합니다. 힘들지 않고 평탄한 길만 갔다면 그 길에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쉽고 빠른 길로 갔다면 그들에게 만나도 없었고, 불기둥과 구름기둥도 없었습니다. 쉽고 빠른 길로 가나안 땅에 들어갔다면 그들에게 시내산 언약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또다른 은혜도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때로 우리의 삶에 불평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래서 우리의 마음속에서 불평이 고개를 든다 하더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조금만 더 참아야 합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는 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마라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엘림에 도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내게 혹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되거나, 아니면 너무나도 힘들어 쓰러질 것만 같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리 앞에도 엘림이 찾아옵니다. 그 조금을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에 마라의 쓴물을 마시고 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지 못하고 엘림까지 가야하는데 마라에서 멈추어 쓴 물을 먹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께서는 치료의 하나님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본문 26절에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치료하는 여호와’라고 소개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먹지 말아야 할 물을 먹고 말았습니다. 먹어서는 안 되는 물을 먹었습니다. 너무 써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마라의 물을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한 이스라엘 백성을 그냥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에게 찾아오셔서 쓴물을 단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게 치료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짐시키듯이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게 순종하기만 하면 너희가 다시는 쓴물을 마시는 고통을 겪지 않을 것이다. 애굽의 바로 왕이 내 말을 순종하지 않고 거역하다가 온갖 질병과 고통을 당했는데, 너희가 내 말을 듣기만 하면 너희는 결코 그런 질병,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쓴물을 마시게 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너희를 치료하고 너희에게 좋은 것 주기를 기뻐하는 하나님이다.’ 그렇게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하고 원망할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찾아오셨습니다. 우리가 우리 신앙의 길에서 힘들고 지쳐서 쓰러질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 곁을 그냥 지나치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우리의 아픔을 어루만지시고, 우리의 상처를 싸매주시는 치료의 하나님이십니다. 심지어 우리가 하나님께 불평하고 원망할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 곁에 조용히 다가오셔서 우리에게 좋은 길을 열어주십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우리가 때로 힘들고 어려워도 결코 우리 생각대로 판단하고, 우리 생각대로 행동하지 마십시다. 우리 마음대로 마라의 우물로 달려가다가는 결국 쓴물을 마실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모세처럼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면 치료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우리의 상처를 싸매주시고, 우리의 어렵고 힘든 상황을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마라의 쓴물을 단물로 바꾸셨던 것처럼, 우리의 상황을 쓴물에서 단물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우리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한복음 4:14) 여러분, 우리의 삶에서 느끼는 영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은 예수님께서 주시는 물을 마시는 것입니다. 낮 12시 가장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일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우물물을 길러나온 수가성 여인에게 우리 주님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 생수는 마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셨던 쓴물이 아닙니다. 엘림에 있는 12개의 샘물에서 나오는 물보다도 훨씬 더 풍성하고 우리의 영적 갈증을 풀어주는 영원한 생수입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샘물을 공급해 주십니다. 우리가 걷는 신앙의 길에서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만난다 하더라도 주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려 보십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엘림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손을 꼭 붙잡고 주님을 의지하며 나가십시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주실 것입니다. 때로는 세상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상처 나고 아픈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때를 만나더라도 하나님께 모든 것 맡기는 믿음으로 사십시다. 치료의 하나님께서 상처난 우리의 마음을 치료해 주시고, 우리에게 평강의 복을 주실 것입니다.

<2017년 9월 17일 - 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