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유언(2)

< 본문 - 열왕기상 2:5-6 >

  서양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는 다른 신을 섬긴다는 것과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는 자신에게 사형판결을 내린 재판에 대해서 ‘악법도 법이다.’라고 외치며 기꺼이 사형당합니다. 그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제자인 크리스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여보게, 크리스톤.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대신 갚아주게나.”

   여러분, 그런데 이 유언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소크라테스가 아직 갚지 못한 빚이 있어 그것을 갚아 달라고 한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먼저 소크라테스가 닭을 빚졌다는 ‘아스클레피오스’가 누구인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 치료의 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왜 소크라테스는 죽으면서 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고 했겠습니까?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하던 날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형언도를 받고 동굴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에게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 찾아옵니다. 이제 곧 사형을 당하게 될 소크라테스를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 가운데 여자들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남은 사람들과 함께 ‘영혼의 존재’, ‘영혼의 불멸 여부’에 대해서 철학적인 토론을 벌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을 존재하며 그 영혼은 불멸의 존재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이자 제자였던 크리스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게, 간수가 오늘 만큼은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군. 말을 많이 하면 독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거야. 그럼 독배를 두 잔, 세 잔을 마셔야 할 수도 있다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걱정하지 말게나. 두 잔이고, 세 잔이고 마시면 되지 않나.” 그리고는 독이 든 잔을 가져오라고 하고는 그 독약을 차분한 표정으로 마십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한 사람들 다 보겠네. 이런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아낙네들을 먼저 내보낸 건데.” 그렇게 독약을 마시고 소크라테스는 감옥 안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온 몸에 독이 퍼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이 심장에까지 올라오자 팔과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소크라테스는 자리에 눕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 뒤 숨을 거둡니다. “여보게, 크리스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 자네가 대신 갚아주게.”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병이 나면 의술과 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이 나으면 감사의 표시로 닭 한 마리를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 바쳤습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병을 고침받은 것이 아니라 독약을 먹고 죽어가면서 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감사의 제물을 바쳐달라고 유언을 한 것입니다. 독약을 여러 잔 마시지 않고 단 한 잔만 마시고도 이렇게 죽을 수 있게 된 것에 고맙다는 뜻으로 말입니다.

  우리가 그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닭 한 마리 빚을 졌으니 갚아 달라.’는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잘못 이해하면 마치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진 빚을 다 갚지 못해서 제자에게 갚아달라고 한 것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다윗의 유언도 우리가 그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왜 다윗이 이런 유언을 했지?’라고 의심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 다윗은 이렇게 유언합니다. ‘너는 요압을 죽여라. 비록 요압이 나이가 많아 백발이 성성하여 곧 죽을 것이지만, 그가 그렇게 평안하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반드시 죽여라.’ 여러분, 요압이 누구입니까? 요압은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데 1등 공신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윗이 왕으로 있던 40년 동안 다윗 곁에서 다윗을 도왔던 사람입니다.

   요압은 다윗의 조카입니다. 다윗의 이복 누이인 아비가일의 아들입니다. 그 요압이 언제부터 다윗 곁에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다윗이 유다 지파의 왕으로 이스라엘의 왕인 이스보셋의 군대와 전투할 때부터 성경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때 요압은 다윗의 군대장관격이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군대장관은 합참의장과 같은 자리입니다. 그 전투(기브온 전투)에서 군대장관 요압이 이끈 다윗의 군대가 승리를 거두고 이후로 다윗의 세력은 점점 더 강해져갔습니다. 그 이후 다윗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면 요압은 언제나 다윗 곁에서 다윗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요압은 자신이 나서는 전투에서 언제나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전쟁에 나가기만 하면 다윗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요압은 많이 의지했고, 또 한 편으로는 신뢰했습니다.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범죄한 이후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죽여야겠다고 생각되었을 때, 다윗은 요압에게 ‘우리아를 전장에서 죽게 하라’고 편지를 써 보냅니다. 요압은 다윗의 편지를 받고 그 이유를 따지지도 않고 다윗이 말한 대로 우리아를 죽게 만듭니다. 특별히 다윗이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인해 피난을 가야할 때에도 요압은 다윗 곁에서 다윗과 함께 했고, 반역자인 압살롬을 죽이고 반역을 진압했습니다. 다윗의 통치 말년에 다윗은 요압에게 인구조사를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그런데 요압은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라고 다윗 왕에게 그 명령을 철회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다윗이 밀어붙여서 인구조사를 하긴 했지만, 요압은 때로 다윗이 잘못한 결정을 내릴 때면 다윗을 충고해 줄 정도로 다윗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다윗은 솔로몬에게 ‘그 요압을 죽이라.’고 유언을 합니다. 요압을 죽여야 할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내게 행한 일 곧 이스라엘 군대의 두 사령관 넬의 아들 아브넬과 예덜의 아들 아마사에게 행한 일을 네가 알거니와 그가 그들을 죽여 태평 시대에 전쟁의 피를 흘리고 전쟁의 피를 자기의 허리에 띤 띠와 발에 신은 신에 묻혔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요압 때문에 평화를 만들어 태평시대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는 말입니다.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시대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한 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두 번이나 말입니다.

  아브넬의 사건은 이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압이 처음 성경에 등장한 것은 이스보셋 군대와 기브온에서 전투할 때입니다. 그 때 다윗 군대의 군대장관은 요압이었고 이스보셋 군대의 군대장관은 아브넬이었습니다. 그 전투에 요압의 두 아우 아비새와 아사헬도 함께 참여했는데, 아사헬은 그 발은 들노루처럼 빨랐던 사람입니다. 요압 장군의 아우인 그 아사헬이 이스보셋의 군대장관인 아브넬을 죽이기 위해서 뒤쫓아가다가 아브넬의 창 끝에 질려 죽고 맙니다. 물론 전쟁은 요압 장군이 이끄는 다윗의 군대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 전투로 인해서 다윗의 세력은 점점 강성해지고, 이스보셋의 세력은 약화됩니다. 그리고 이스보셋의 군대장관이던 아브넬은 자신이 섬기던 이스보셋의 세력이 약해지자 다윗에게 투항하게 됩니다.

   다윗의 입장에서는 아브넬이 자신에게 오면 그것은 아주 큰 힘이 됩니다. 단순히 이스보셋의 장군 하나가 투항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군대장관이었던 아브넬은 왕인 이스보셋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스보셋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이스보셋보다도 아브넬이 더 권세가 있었다.’(사무엘하 3:6)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막강한 권세를 가진 아브넬이 다윗에게로 온다면 다윗은 전쟁을 하지 않고도 이스보셋이 통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자연스럽게 흡수하여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기쁘게 아브넬의 투항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브넬의 투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윗의 군대장관이었던 요압입니다. 요압이 아브넬을 싫어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아브넬이 자신의 동생 아사헬을 죽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브넬이 다윗에게로 오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다윗의 군대를 통솔하는 최고 통수권자였는데, 아브넬이 오면 분명 다윗이 그를 군대장관으로 삼을 것이 뻔합니다. 아브넬을 군대장관으로 삼아야 아브넬 휘하에 있던 군대와 아브넬을 따르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황을 잘 안 요압의 입장에서는 아브넬을 받아준 다윗이 결코 맘에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과 언약을 맺고 자기 사람들을 모두 이끌고 다윗에게로 오기 위해서 돌아가는 아브넬을 요압이 죽이고 맙니다. 아브넬의 죽음으로 다윗은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때 다윗이 아브넬을 죽인 요압을 책망하거나 그렇게 한 요압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때 다윗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아직 다윗은 유다지파의 왕일뿐입니다. 그리고 이스보셋과 끊임없이 전쟁해야 할 상황에서 군대를 이끌고 있는 요압의 힘은 왕의 힘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그래서 요압이 아브넬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다윗은 이렇게 탄식합니다. “내가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 되었으나 오늘 약하여서 스루야의 아들인 이 사람들(요압과 그의 형제들)을 제어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여호와는 악행한 자에게 그 악한 대로 갚으실지로다.”(사무엘하 3:39) 자신의 힘이 요압보다 약하여 요압을 제어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요압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아브넬을 죽였음에도 요압에게 벌을 내리거나 ‘왜 그렇게 했느냐?’고 책망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은 평화를 원하고, 평화롭게 이스라엘의 왕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었습니다. 그 기회를 요압이 깨뜨려버렸습니다. 그것이 33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그 때 자신이 힘이 약해서 벌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들 솔로몬이 대신 벌을 내려주라고 유언을 한 것입니다.

  아마사의 일도 비슷합니다. 아마사는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다윗을 반역했을 때 다윗을 따르지 않고 아들 압살롬을 따랐던 사람입니다. 압살롬의 군사령관으로(사무엘하 17:25), 다윗에게 요압이 있었다면 압살롬에게는 아마사가 요압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압살롬이 죽임을 당하고 압살롬의 반역이 실패로 돌아가자, 아마사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윗에게 투항합니다. 그런 아마사를 다윗은 기꺼이 맞아들였고, 압살롬의 반역 이후에 일어난 세바의 반역 때에 다윗은 이 아마사를 앞장세워 세바의 반역을 진압하려 했습니다. 다윗의 입장에서는 아마사를 세워줌으로 해서 압살롬을 따르던 사람들까지 포용하여 화평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바의 반역을 잘 진압을 하면 아마사를 높여 요압을 견제할 수 있게 됩니다. 다윗이 왕이 된 초기에도 그랬거니와 압살롬의 반역이 일어났던 통치 중반기에도 요압은 여전히 정치적 야욕이 다윗을 위한 충성보다 더 컸습니다. 그래서 다윗 왕이 압살롬을 죽이지 말라고, 비록 반역을 일으킨 못난 아들이긴 하지만 압살롬을 죽이진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요압은 압살롬을 죽이고 맙니다. 그런 요압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 요압이 계속 최고 군통치권자로 남아 있는 한 자신이 원하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윗 왕은 세바의 반역을 진압할 책임을 아마사에게 맡기고, 아마사가 그 일을 잘 처리하면 요압 장군의 자리를 아마사에게 물려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약삭빠른 요압은 그런 다윗의 의도를 눈치 채고 이 아마사를 죽이고 만 것입니다.

  요압이 아브넬을 죽인 것도 그렇거니와 아마사를 죽인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욕망 때문입니다. 전쟁터에서 자신의 아우를 죽인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 아래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아브넬을 죽였습니다. 또한 다윗이 아마사를 높여 자신을 견제하려 하자 아마사를 정적으로 여기고 아마사를 죽여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두 사건 모두 다윗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아브넬을 통해서 전쟁을 하지 않고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될 수 있는 기회였고, 압살롬의 반역으로 인해 둘로 나뉘어진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아마사를 통해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압살롬 때문에 물거품이 되고 만 것입니다.

   다윗이 그의 말년에 그렇게 평화가 그리웠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전을 짓지 못한 한(恨) 때문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너무너무 사랑하여 하나님의 언약궤를 모실 성전을 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성전건축을 반대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전쟁을 통해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입니다.(역대상 22:8) 만일 다윗이 전쟁을 조금 덜 했더라면, 그래서 피 흘리는 일이 적었더라면 그는 그가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성전건축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전쟁을 너무 많이 했고,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에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성전건축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성전건축을 하지 못한 것은 전쟁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윗으로 하여금 그렇게 전쟁을 많이 하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군대장관이었던 요압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윗의 입장에는 요압이 얼마나 미웠을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평생 동안 품고 살아왔던 한을 유언을 남긴 것입니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요압 장군을 죽이라는 유언을 남긴 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자신의 힘으로는 요압을 제거할 수 없어 가슴 아픈 일이 있어도 그냥 참고 왔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과 너무나도 다른 일을 저지르는데도 꾸중도 못하고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평화의 때에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해야 했고, 피 흘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자신이 죽고 어린 아들 솔로몬이 왕이 된다면 그 요압이 앞으로 어떤 권력을 휘두를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삼촌인 다윗이 왕으로 있을 때에도 왕의 말을 어기고 자기 욕망을 위해 사람 죽이는 것을 서슴치 않았던 요압입니다. 그런 요압이기에 어린 솔로몬이 왕이 된다면 더 기고만장할 것이 너무나도 뻔합니다. 다윗의 입장에서는 아들 솔로몬이 왕이 되어서 그의 이름처럼 평화로운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요압은 당연히 제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요압이 솔로몬 대신에 아도니아를 왕으로 추대하려 했습니다. 솔로몬보다도 아도니아가 왕이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사람이 요압이었습니다. 그러니 솔로몬이 왕이 되면 요압은 솔로몬의 통치에 크나큰 걸림돌이 될 것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아도니아를 왕으로 추대하려 했다는 명목으로라도 요압을 제거하라고 유언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솔로몬이 나라를 다스릴 때 어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요압을 제거하라고 한 또 하나의 이유는 평화를 깨는 자에 대한 엄한 경고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 땅에 평화를 원하십니다. 모두가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누리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때로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평화를 깨뜨리고 전쟁과 싸움을 합니다. 그것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평화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손에 쥐기 위해 평화를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로몬에게도 그럴 것입니다. 솔로몬이 왕이 되면 그 주변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 생겨나게 될 것이고, 그들 가운데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평화를 깨뜨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요압을 제거하라고 유언하면서 제거하야 할 이유로 ‘그가 평화의 시대에 평화를 깨고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평화를 깨는 사람에 대해서는 분명한 징벌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주지시킨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솔로몬이 왕으로 통치할 때에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요압일지라도 제거된 것처럼 누구든지 평화를 깨는 사람이 있으면 제거될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공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하나님께서는 평화를 원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이 평화로운 세상으로 바뀌어지기를 원하십니다. 이 땅에 오신 우리 주님께서도 평화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평화를 만들어놓으셨습니다. 에베소서 2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또 오셔서 먼 데 있는 너희에게 평안을 전하시고 가까운데 있는 자들에게 평안을 전하셨으니 이는 그로 말미암아 우리 둘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감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말씀을 길게 읽었습니다만, 여러분, 이 말씀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동의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화평, 화목, 평안입니다. 의미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모두가 다 평화를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행하신 사역도 그렇거니와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이루신 것도 모두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평화입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허시고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평화를 만들어놓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 할례자와 무할례자, 지혜자나 어리석은 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높은 자와 낮은 자 등 인간 스스로 평화를 깨어버린 모든 관계를 평화로 회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모여 한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는 것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만들어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하나님께서는 평화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을 통해서 그 평화를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우리는 그 평화를 누릴 뿐만 아니라 그 평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평화의 나라를 성경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이사야 11:6-8) 여러분, 이 말씀에서 풍기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지십니까? 힘 있다고 약한 자를 압제 하지 않습니다. 힘 있는 자와 없는 자가 함께 평화를 누리며 삽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런 하나님의 꿈을 위해서 하나님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하나님의 꿈을 이루어드리기 위해서 우리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내 삶의 주변을 화목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로 인하여 싸움이나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왜 싸움과 다툼이 일어납니까? 욕심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내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요압이 그랬습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욕심을 챙기려 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 욕심만 버렸다면 나라는 훨씬 더 평화로워졌을 것입니다. 다윗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압의 그 욕심이 평화의 때에 평화가 아닌 싸움과 피 흘림이라는 비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십시다. 하나님의 백성답게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나라를 만들어 가십시다. 나를 통해서 이 땅에 평화가 깃들이도록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사십시다. 예수님의 제자답게 내가 조금 더 손해보고, 내가 조금 더 양보하면서 내가 있는 그 자리가 평화의 자리가 되게 하십시다. 다윗이 그렇게도 간절하게 바랬던 그 평화의 나라, 하나님께서 그렇게도 바라셨던 그 평화를 우리가 만들어 가십시다. 우리는 그런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2017년 10월 2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