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가득한 시대

< 본문 - 누가복음 11:37-41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낚시꾼이 낚시를 하다가 이상한 물고기를 한 마리 잡게 됩니다. 그 물고기는 금빛을 띠고 있었는데, 낚시에 걸려 올라온 물고기가 낚시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 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드릴게요.” 낚시꾼은 물고기가 한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물고기가 하도 애원하기에 이렇게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정 그렇다면 네가 내 소원 다섯 가지만 들어주면 너를 살려주마.” 그런데 물고기는 서글프게 말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소원밖에 들어줄 수 없어요.” 다시 낚시꾼이 말했습니다. “그럼, 네 가지반만 들어다오.” 물고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습니다. “세 가지밖에는 들어드릴 수가 없어요.” “좋다, 네 가지 소원만 들어다오.” 그렇게 협상을 하며 다그치는 동안 물고기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세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더 많은 소원을 말하고 싶어서 황금빛 물고기가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사이 그는 단 하나의 소원도 말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자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탐욕을 물리치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의 메시지 곳곳에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여리고성 점령 사건입니다. 광야생활 40년을 마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데, 첫 번째 점령해야 할 곳이 여리고 성이었습니다. 여리고 성을 점령하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단단히 부탁하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리고 성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라.’는 것입니다. ‘온전히 바친다.’는 말은 성경언어로 ‘헤렘’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헤렘’으로 선포하신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리고 성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헤렘으로 선포하시면서 그 안에 있는 어떤 것도 손대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 헤렘을 어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간입니다. 아간은 여리고성을 점령하다가 외투 한 벌과 은덩이, 금덩이가 탐이 나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장막에 감추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이 성 전쟁에서 패하게 되고, 아간은 돌에 맞아 죽게 됩니다. 여리고 성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에 보면 종종 ‘온전히 바치라. 온전히 진멸하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탐욕을 멀리하라는 경고입니다. 아무리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나님께서 ‘안 돼!’라고 말씀하시면 절대로 가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아보여도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서는 안 돼!’라고 말씀하시면 그것을 따라해서는 안 됩니다. 이방의 문화가 아무리 화려하고 선진문명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면 그것을 답습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돈과 재물에 대한 탐욕만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탐욕을 절제할 줄 아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헤렘’은 곧 탐욕을 방지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긴 명령입니다.

  누가복음 12:15절에서 우리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여기서 말하는 ‘탐심’(πλεονεζια)이라는 단어는 넘치도록 많이 가졌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내가 쓰기에 넉넉하여 쓰고도 남을 만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때로는 ‘이 정도만 있어도 돼!’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바라는 그것이 내 품에 주어지면 그것으로 만족한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탐심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런 우리 인간의 마음을 예수님께서는 엄중하게 경고하셨습니다. 그런 인간의 욕심을 그대로 갖고 산다는 것은 결코 우리의 삶에 유익됨이 없다고 말입니다. 심지어 사도 바울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탐욕이 죄를 만들어내는 근원이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예수님의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 탐욕을 멀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품는 비결이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며 사는 방법입니다. 위대한 믿음의 선배들이 늘 가르쳤던 것도 그와 같습니다. 4세기 서방교회의 위대한 교부였던 암브로시우스(Ambrosius)는 이렇게 말합니다. ‘탐욕은 모든 악의 근원이고 불행의 뿌리이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바리새인들은 지금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나 너의 속에는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도다.” 이렇게 말씀하신 배경은 이렇습니다. 바리새인 한 사람이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점심식사를 대접하려 했습니다. 바리새인의 집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 식사 자리에 앉으셨는데, 손을 씻지 않으시고는 식사를 하려 하셨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을 초대했던 그 바리새인이 손을 씻지 않고 식사하려 하시는 예수님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유대인들, 특히 종교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나 유대 상류층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손을 씻는다.’는 것은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씻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본문에서 ‘씻는다.’는 표현은 ‘담그다, 적시다.’라는 뜻입니다. 손에 묻은 먼지나 오물을 재거하기 위해서 깨끗이 씻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하기 전에 조그마한 물 항아리에 잠깐 손을 담갔다가 꺼내는 정도를 말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위생적으로 손을 깨끗하게 씻기 위함이 아니라, 죄악된 세상에 접촉함으로서 생기는 불결함을 제거한다는 정결예식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물에 손을 담그지 않고 식사자리에 앉으셨습니다. 그러자 바리새인이 정결예식을 행하지 않은 예수님을 보고 이상히 여겼습니다. ‘이상히 여겼다’는 것은 문맥으로 보면 예수님을 얕잡아보았다는 뜻입니다. 가시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다니고, 놀라운 이적을 행하시고 하늘의 비밀을 가르치신다고 하는 예수님을 당시 바리새인들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나사렛 시골 출신이 인기를 얻고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는 모습이 결코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식사자리에 초대를 했는데, 의당 할 것으로 생각한 손을 씻는 것조차 하지 않으니까 ‘그럼 그렇지, 나사렛 시골뜨기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예절조차 없는 놈이군!’ 그렇게 생각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너희 바리새인들은 지금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나 너희 속에는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도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 예수님께서 손을 씻지 않으신 것은 어쩌면 의도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경건한 척 하면서 속에는 온갖 탐욕과 악독이 가득한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찌 보면 자신을 식사 자리에 초대한 바리새인을 향하여 ‘너희 속에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다.’고 비판한 예수님의 말씀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바리새인들은 정말로 탐욕이 가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6:14절에서 그들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자들이라.” 여러분, 이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누군가를 평가할 때 다양한 말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아주 간단하게 표현합니다. 성경은 바리새인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들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바리새인이 누구입니까? 바리새인은 ‘분리된 자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페루쉼’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율법에서 깨끗하지 않다고 규정한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살아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전 130년 경인 마카비 시대에 처음 등장했는데, 그들은 율법을 아주 엄격하게 지킨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율법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들이 율법을 강조하고 율법대로 살려고 노려한 이유도 율법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될 수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속적인 욕망이나 세상의 권력을 멀리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에 바리새인들 가운데 일부는 율법을 잘 지켜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세상적이고 세속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권력의 자리에 오르려 하고, 돈을 좋아해서 많은 재물을 쌓는 것입니다.

  세상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바리새인을 향해서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한 것은 일반 사람들이 돈이 필요해서, 돈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지기에 돈을 좋아하는 관념을 넘어선 것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면 그들은 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돈에 목숨을 겁니다. 돈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율법을 지킴으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산다는 자부심보다 돈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을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는 거룩한 믿음조차도 돈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돈만 주어진다면, 돈이 생겨나는 곳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돈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돈이 인생의 최고 목적이 되는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의한다면 결코 돈을 좋아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되는 것은 결코 돈의 많고 적음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바리새인들이 돈을 좋아했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돈을 사랑했느냐 하면,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탐욕이 가득하다.’고 책망하셨습니다. 돈을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쳐 돈에 대한 욕심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돈을 좋아하고 돈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서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가 ‘탐욕이 가득한 상태’입니다. 탐욕이 마음을 지배하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고, 정상적인 행동이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탐욕의 노예가 되면 그 탐욕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돈을 얻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방법도 전혀 두렵거나 부끄럽지 않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돈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심지어 불법도 자행합니다. 그런 대표적인 이야기가 마가복음 12장에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서기관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서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한다.’(마가복음 12:40)고 말씀하십니다. 서기관은 율법을 지키고 그 율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난한 과부가 내는 헌금을 탐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율법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돈을 착취하기도 했습니다. 율법을 가르치고 율법을 따라 사는 사람이라면 율법의 가르침대로 가난한 사람들, 과부나 고아들을 오히려 보살피고 도와주어야 하는데, 자기들의 종교적 지위를 이용해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탐내고 착취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을 향하여 아주 심하게 책망하신 것입니다.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탐욕’(ἁρπαγης)하는 말은 ‘강탈, 약탈’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음속에만 욕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욕심이 발동하여 실제로 누군가의 것을 강탈하는 행동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시 바리새인들의 탐욕이 얼마나 강했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바리새인이나 서기관이나 모두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모범을 보여야 하고 율법을 바르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오히려 탐욕의 노예가 되어 모범이 되기는커녕 사회악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 우리 기독교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큰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명성교회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라는 명성교회가 담임목사직을 세습했다는 것 때문에 교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님은 여러 차례 자신이 한 말을 뒤집으며 거짓말을 일삼아 왔습니다. ‘70세 정년이 되면 단 하루도 목회를 더 하지 않겠다.’고 예배시간에 설교를 통해서 교인들 앞에서 약속했으면서도 2년 전인 2015년 12월 은퇴를 하고서도 지난 주일인 2017년 11월 12일까지 계속 명성교회를 목회해 왔습니다. 그리고 은퇴할 때에 ‘아들에게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아들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고 말았습니다. 명성교회에서는 ‘이것은 세습이 아니라 담임목사직 승계’라고 강변하지만, 명성교회를 제외하고 세상 그 누구도 그런 말장난에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명성교회는 수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그리고 사회에서도차 그렇게도 우려하는 일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말았을까요?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김삼환 목사님의 마음속에 탐욕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리새인처럼 말입니다.

   명성교회는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 장로교회 가운데 최대교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등록된 성도 수가 10만 명에 이르고, 1년 예산이 천억에 가깝습니다. 교회의 적립금이 800억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명성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나 복지재단도 여러 개나 됩니다. 마치 대기업이 여러 개의 사업체를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사회를 섬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들이겠지만, 지금은 그것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삼환 목사님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은 세습하면서 ‘이 큰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십자가이다. 이 십자가를 누가 지겠는가?’ 그러면서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준 것은 십자가를 지우는 일이라고 말도 안 되는 괴변을 늘어놓았습니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기독교 교회가 그리스로 가서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가서는 제도가 되었으며, 유럽으로 가서는 문화가 되었고, 미국으로 와서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 영화감독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노라.’고 말입니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교회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대기업화되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스위스의 장 지글러(Jean Zigler) 박사가 쓴 『탐욕의 시대』라는 책이 있습니다. 장 지글러 박사는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조사위원으로 활동한 분입니다. 그는 그 책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태동된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유로운 경쟁이 사회 전체의 부를 증진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쟁사회에서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소유자인 부르주아와 그에 종속되어 먹고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프롤레타리아를 구별 짓고 말았습니다. 자본주의가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진 자만 더 많이 가지게 되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초기 자본주의가 결국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만들어냈고, 후기 자본주의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수정자본주의라고 하는 후기 자본주의는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세금을 통해서 부를 재분배하고,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았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같이 공공사업을 국가가 주도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고, 노동자들의 소비활동을 촉진시키게 됩니다. 이런 후기 자본주의에 반기를 든 것이 ‘신자유주의’입니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신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오늘 우리 시대는 그 결과로 빈부격차가 다시 심화되고, 거대 자본을 가진 회사가 독점적으로 산업을 이끌면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갈수록 골목시장은 고사되어 사라지고, 다형마트만 살아남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자본(돈)을 많이 가진 자가 그 돈을 가지고 가지지 못한 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자들은 부채와 기아, 기아와 부채라는 이 두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고, 결국 가진 자들의 돈에 대한 탐욕이 지구촌 남반부를 돈으로 지배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명성교회 사건과 결부시켜 보겠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회를 개척하면 큰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크게 성장하는 교회들이 대부분 그런 시대적 유산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개척교회가 대형교회로 성장하는 경우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나머지 개척교회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개척교회일 뿐입니다. 신자본주의(신자유주의) 사고에 세뇌된 현대인들이 개척교회로 가려하지 않습니다. 개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가도 조금 신앙이 성장하면 제도와 여건이 훨씬 나은 큰 교회로 이동을 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대형교회는 점점 교인들의 숫자가 늘어 메가처치(초대형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런 교회 가운데 하나가 명성교회입니다.

   그 명성교회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한려 한 것은 교회를 하나님의 교회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자본주의 시대에 가진 자본을 이용해서 대기업을 만들고 다국적 기업을 만든 것과 같은 기업으로 여긴 까닭입니다. 대기업에서 자기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경영승계를 하려고 온갖 꼼수를 부리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는 기업이 아닙니다. 기업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기업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계 교회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종교개혁 심포지엄 등을 통해서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종교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이번 명성교회 세습이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도 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부정 세습을 막기 위해서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단 총회도 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명성교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부모가 담임목사 또는 장로로 있는 교회에 자녀와 그 배우자는 연속해서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퇴임하는 목사의 배우자나 아들딸 또는 사위나 며느리는 그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이어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세습이라고 표현하든 승계라고 표현하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단 총회장을 지낸 분이 우리 교단총회가 정한 법까지 무시하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세습을 강행한 것입니다.

   ‘교인들이 원하면 아들이든 누구든 상관없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서 한국교회가 받는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성교회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어떤 것이 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교회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아들 목사에게 세습한 일을 없었던 것으로 철회해야 마땅합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제 마음 속에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 아들 요한이가 목사가 안 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요한이를 키우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는 ‘요한이가 목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었습니다. 물론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말한 적은 없습니다만, 목사인 아빠의 생각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요한이가 목사가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어디 김삼환 목사님에게만 그런 욕심이 있겠습니까? 그 교회가 워낙 대형교회이다 보니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그렇지, 목사에게는 누구나 그런 욕심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요한이가 목사가 아니기에 저에게는 최소한 그런 욕심 하나는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요한이가 목사가 아닌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미국의 제 28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탐욕은 눈이 먼 힘이어서 세상의 어떤 논증을 동원해도 그가 욕심있다고 납득시킬 수가 없다.’ 같은 내용으로 영국 속담에는 ‘탐욕은 사람을 소경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어디 바리새인들만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입니까?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님만 탐욕에 눈이 어두워진 것입니까? 그 탐욕은 오늘 우리의 마음에도 여전히 거대한 힘으로 존재합니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우리 역시 탐욕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우리의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 탐욕의 노예가 아닌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십시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 2017년 11월 19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