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공사중
< 본문 - 빌립보서 1:3-6 >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 Cornet, 1852~1926)는 스페인이 자랑하는 20세기 최고의 건축가입니다. 가우디가 건축한 유명한 건물축들이 여럿이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바르셀로나에 세워진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입니다. <사진1> 성가족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성당은 너비가 150m이고, 높이가 170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건물입니다. 지금도 이 성당을 보기 위해서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건축물입니다. 2004년도 통계에 의하면 한 해 이 성당을 찾는 관광객이 무려 226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 성당이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 정도로 유명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비록 1926년에 가우디는 죽었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건축 중에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 성당은 가우디가 31살 때인 1882년에 건축을 시작해서 그가 74세에 사망할 때까지 온 열정을 다 바쳐 공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1926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 후에도 지금까지 거의 90년 가까이 공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사가 그토록 오랫동안 계속된 이유는 1935년 시작된 스페인 내전으로 건축이 중단 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공사를 재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축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개인의 후원금과 성금, 그리고 입장료로만 충당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건축가 가우디의 생각과 맞물려 있습니다. 가우디는 이 성당을 건축하면서 건축공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 ‘이 작품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026년도에 건축을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언제 공사가 끝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계획대로 2026년에 완성된다 하더라도 이 성당은 무려 150여년에 걸쳐 지어진 건축물이 되는 셈입니다.
또 하나의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사진2> 이것은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 세워진 ‘T-30’이라고 이름 붙여진 30층짜리 호텔 건물입니다. 이 호텔은 아주 단 기간에 지어진 건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이 호텔을 짓는데 얼마나 걸린 줄 아십니까? 바닥 다지기 등 기초 공사를 제외하고 30층짜리 건물만 짓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주일이었습니다. 건축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들을 공장에서 만들어 가져와서 조립하는 ‘조립식 기법’(prefabricated building)을 사용해서 그렇게 짧은 기간에 30층짜리 건물을 완공했다고 합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데, 이 호텔을 지은 건축회사는 지진 9.0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합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 성당은 지금도 계속 공사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공사 중이지만 그 성당의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2주일 만에 지었다는 중국의 ‘T-30’ 호텔 건물, 2주일 만에 지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마음 편안하게 그 호텔을 이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2주일 만에 지었든, 아니면 130년이 지나도록 완공하지 못했든, 모든 건물은 공사의 과정을 거쳐서 완공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공사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완성된 건축물은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그렇습니다. 과정 없이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때로는 힘든 과정을 인내하며 겪어내기도 하고, 그 과정에 수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가고 싶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때에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고,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애를 태우며 부단히 뛰어다녀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적인 사업을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이 메달을 따거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편히 쉬는 시간에도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해야 합니다. 훈련하지 않고 훌륭한 운동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훌륭한 음악가나 화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력의 과정 없이 그 자리에 설 수 없습니다.
그건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에도 과정이 있습니다.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성경은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오래 전에 택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1:15절에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어머니의 태에 있을 때 택정하셨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택하신 사람은 하나님의 때가 되었을 때 부르심을 받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성령의 은혜 가운데 회개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것을 ‘칭의’라고 말합니다. 의로운 사람 - 거룩한 사람으로 인쳐 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회개를 통해서 믿음에 들어섰고, 또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는 여전히 죄악된 모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답지 못한 모습, 여전히 세상을 닮아 있는 모습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룩해져가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 믿었다고 해서 우리의 인격과 삶이 완전히 거룩해진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우리 안에 거룩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룩한 사람’이라고 불러주신 것뿐이지,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온전히 거룩한 사람으로 변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거룩해져 가야 합니다. 그것을 ‘성화’라고 부릅니다. 성화는 거룩해져가는 과정입니다. 구원을 이루어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구원은 온전히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구원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빌립보서 2:12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그것을 오늘 본문 6절에서는 “너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라고 말씀합니다.
빌립보서를 쓰면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 교인들을 생각해 봅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이 어느 교회 못지않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교회입니다. 빌립보 교회는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 중에 세운 교회입니다. 당시 바울은 소아시아 전도 계획을 세우고 소아시아 지역을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의 사역을 자꾸만 막으셨습니다. 처음에 사도 바울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드로아에 이르렀을 때 환상을 보고서야 왜 하나님께서 자신의 길을 그렇게 막으셨는지 깨닫게 됩니다. 환상 중에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마게도냐 지방에 서서 소아시아에 있는 바울에게 손짓을 하며 ‘이리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 환상을 보고 바울은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소아시아에 머물길 원치 않으시고 마게도냐로 건너가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마게도냐로 건너갔습니다. 네압볼리를 지나 빌립보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거기에 자색옷감 장사를 하던 루디아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복음을 전함으로 빌립보 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 빌립보에서 사도 바울은 귀신 들려 점을 쳐주는 여인을 고쳐줍니다. 그 일로 인해서 사도 바울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귀신들린 여인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귀신들린 여인에게서 귀신이 떠나가자 점을 칠 수가 없게 되었고, 돈벌이를 하지 못하게 되자 사도 바울을 고소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붙잡혀서 많은 매를 맞고 깊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빌립보 감옥에 갇힌 사도 바울과 실라는 한 밤중까지 기도하며 찬송하게 되었고, 감옥 문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해서 빌립보 감옥의 간수와 그의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빌립보 교회의 초대 교인들입니다.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던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지시를 받고 마게도냐로 건너갔는데, 마게도냐로 건너가자마자 빌립보에서 억울하게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빌립보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울이 떠나온 후 빌립보 교회는 열심히 주님을 섬기는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비록 적은 숫자로 시작된 교회였지만 열심히 주님을 섬기면서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에바브로디도를 통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 교회의 일꾼인데,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빌립보 교회 교인들이 사도 바울에게 보낸 사람입니다. 빌립보 교회 교인들은 에바브로디도 편에 사도 바울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 보내주었습니다.(빌립보서 2:25) 그리고 에바브로디도를 통해서 빌립보 교회가 사도 바울을 얼마나 사랑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또 사도 바울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지도 다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 빌립보 교인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본문 3-5절에서는 그런 빌립보 교회 교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위해서 기쁨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슴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빌립보서를 쓴 것입니다.
빌립보 교회 교인들은 바울이 기도할 때마다 마음에 기쁨이 샘솟는 것처럼 신앙생활을 아주 잘하고 있었습니다. 또 5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처음 신앙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복음을 위하여 열심히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이 자랑스러워할 정도로 훌륭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빌립보 교회 교인들에게도 부족한 부분은 있었습니다. 빌립보 교회 내에는 유오디아와 순두게라는 두 여인을 중심으로 교회 안에 파벌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빌립보 교회는 자색옷감 장사인 루다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빌립보 교회 내에는 여성들이 큰 영향력을 미쳤던 모양입니다. 사도 바울이 이 편지를 쓸 당시에도 유오디아와 순두게라는 두 여인이 서로 갈등하고 대립함으로써 교회가 상당한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4:2절에서 강력하게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고 권고합니다.
빌립보 교회 교인들이 아무리 좋은 신앙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고쳐나가야 할 잘못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건 빌립보 교회 교인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고린도교회는 여러 가지 은사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예언과 방언과 방언 통역하는 것 등 굉장히 많은 은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린도교회만큼 문제가 많은 교회도 드물다고 말할 정도로 고린도교회 안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회라 하더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고,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부분도 있고, 신앙적이지 않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 가운데 문제가 없는 교회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교회를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 그런 교회들을 모조리 없애버리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왜 교회가 저럴까?’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문제가 많은 교회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에 의해서 택정하심을 받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 - 하나님의 자녀답지 못한 모습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정말 훌륭한 신앙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인간적인 모순이 있고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신앙인으로서 온전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사 중입니다. 교회도 공사 중에 있고,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도 모두 공사 중에 있습니다. 공사를 통해서 교회는 더 많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교회로 성장해야 하고, 신앙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온전한 신앙인으로 성숙해져가야 합니다. 우리의 구원이 완성될 때까지 공사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신앙의 사람들은 모두 이 세상에 살면서 공사 중인 신앙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온전히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평생 공사 중인 신앙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하란 땅을 떠나왔습니다. 오랫동안 머물러 살던 땅을 떠나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입니다. 오늘날에야 이사하는 일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평생을 살다가 죽었습니다. 낯선 땅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아브라함은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분명하지도 않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하란을 떠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브라함도 온전한 신앙인은 아니었습니다. 창세기 12장부터 시작해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브라함이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오긴 왔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카 롯을 데리고 왔습니다. 다른 친척들은 다 그곳에 놔두고 오겠는데, 아버지가 없는 조카 롯만은 차마 떼놓지 못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가나안 땅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땅에 흉년이 들자 먹을 것이 많은 애굽 땅으로 내려갑니다. 애굽 땅에 가서는 자기 아내 사라 때문에 자신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내를 누이라고 속입니다. 그리고 아내를 바로 왕이 첩으로 삼겠다고 데리고 가는데도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극적으로 개입하셔서 아내를 빼앗기지 않고 가나안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이후에도 아브라함은 계속해서 하나님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성경 어디에서도 그런 아브라함을 꾸짖지 않으십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때론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때론 실패하고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실패나 실수에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실수나 실패를 거쳐야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신앙이 공사 중이어서 때론 실수하고 실패할지라도 나무라지 않으시는데, 우리는 종종 공사 중인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 나무라고 책망하고 정죄합니다.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책망하고, ‘신앙을 갖고 산다는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책망합니다.
우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책망하지 않으시는 형제의 모습에 우리가 정죄하거나 책망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런 유혹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내 눈에 거스리면 책망하려 합니다. 내 생각에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정죄하려 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우리는 하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그의 모습을 어떻게 보실까?’ ‘이런 그의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하실까?’ 믿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신앙의 기초 공사도 안 된 사람에게 커다란 빌딩건물과 같이 되기를 바래서는 안 됩니다. 약한 사람은 약한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줘야 합니다.
마귀는 자꾸만 우리를 유혹합니다. 정죄하고 책망하도록 말입니다. 원래 마귀는 그런 존재입니다. 마귀를 신약성경 언어인 헬라어로 ‘디아볼로스’라고 합니다. 이 ‘디아볼로스’라는 말은 ‘비방하다’ ‘중상모략하다’는 의미를 가진 ‘디아발로’라는 동사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마귀가 그런 존재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있는 조그마한 허물을 들춰내서 비방하고 중상모략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성도를 중상모략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중상모략하는 마음을 심어줍니다.
그러기에 우리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향하여 비방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마귀가 내 안에서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마귀의 마음을 심어놓고 신앙의 마음으로 살지 않고 마귀의 마음으로 살도록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혹 짓다가 만 건물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예전에 부안 바닷가 쪽에 차를 타고 가다가 산 쪽에 제법 커다란 건물이 흉측스럽게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어보니 콘도를 짓다가 부도가 나서 몇 년째 공사를 하지 못하고 방치해 놓은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건물은 1994년도에 공사를 시작했다가 중단된 것이라 하니, 벌써 20년 가까이 방치된 것입니다. 2013년 우리 전라북도에만 그렇게 공사를 시작해놓고 10년 이상 방치된 건물만 무려 15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 건물들은 흉측스런 모습으로 인해 미관을 해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공사현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로 인해서 주변 주민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고, 심지어 폐자재까지 인가로 날아오면서 큰 위험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방치된 건물은 돌보는 사람이 없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변하기도 합니다.
짓다가 만 건물은 그냥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흉물로 변해갑니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건축을 시작한지 130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흉물로 남지 않고 한 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여전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가 성장이 멈추어버리면, 신앙이 그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멈춘 신앙은 그 때부터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신앙일 때에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어 갑니다. 성장해갑니다. 그런데 멈춘 신앙은 퇴락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냄새가 납니다. 마치 죽은 물고기가 부패하면서 썩은 냄새가 나듯이, 성장이 멈춘 신앙인에게서는 세상적인 냄새가 풍겨지기 시작합니다. 내 삶과 생각을 말씀에 맞추려하지 않고 세상에 적당하게 맞춰 살기 때문에 세상의 냄새가 납니다.
신앙은 공사 중이고, 공사 중이어야 합니다. 우리도 끊임없이 공사 중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가슴에 신앙인의 이름표가 붙여 있다면, 그 옆에 이런 글귀가 써져 있습니다. ‘공사중인 신앙인!’
우리는 공사 중인 신앙인임을 잊지 마십시다. 때로 세상의 유혹 앞에서 나약한 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믿음으로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도 믿음의 길에서 이탈된 채 살 때도 있습니다. 내 안에서는 의롭게 살고 정직하게 살려 하는데, 자꾸만 거짓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내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목사이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목사다운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 때도 있습니다.
자신이 실수했을 때 실수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실수했음을 알고 고치려하는 것에는 하나님께서도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실수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수했음에도 실수인줄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문제이고, 실수하지 않았다고 우기며 자기를 합리화하며 사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수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실수하며 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7장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절규합니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도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로마서 7:19-24) 선을 행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악을 행했습니다. 마치 노예가 줄에 매여 끌려가는 것처럼, 자신이 죄의 줄에 매여 죄 아래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힘으로 그 죄의 줄을 끊어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는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고 절규합니다.
그런데 로마서 8장에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1-2) 나를 정죄하지 않으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해 해방을 얻어 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공사 중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우리의 인격도 온전한 모습으로 세워지기 위해서 공사 중에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는 그 공사를 완성시킬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한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사 중인 우리의 신앙을 온전케 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붙어 있기만 하면 주님께서 우리를 온전한 신앙인으로 세워주실 것입니다. 이미 우리 안에 구원을 주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날까지 우리의 구원을 온전히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때로 공사 중에 실수하고 실패할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주님 주신 힘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때론 죄의 유혹에 넘어지고, 세상의 무거운 짐에 눌려 쓰러질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주님의 손을 붙잡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일어나 걸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완성품이 아닙니다.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아직도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제작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시도록 주님의 손을 꼭 붙잡고 주님을 신뢰함으로 나아가십시다. 우리의 모습 가운데 아무리 못난 부분이 많다 하더라도 주님은 책망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시며 우리를 온전한 길로 인도해 주십니다.
<2013년 9월 8일 주일 낮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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