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쁨의 좋은 소식
<본문 - 누가복음 2:8-11>
1920년 미국 남부의 한 도시에서 한 백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당시 미국은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차별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1863년 이미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은 계속되고 있었고, 특히 미국의 남부 지방에서는 그런 인종차별이 극심했습니다. 신앙인으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던 그 아이는 자랄수록 극심한 차별 속에서 흑인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흑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문화에서 백인이 흑인을 돕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백인인 그가 흑인들을 도우려고 해도 흑인들이 그를 이해해 주지 않았고, 그의 노력을 반겨주지도 않았습니다. ‘당신 같은 백인은 우리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며 그를 멀리하고 경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박해 받고 고통당하는 흑인들을 돕겠다는 그의 생각을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흑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는 흑인이 되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39살이 된 1959년, 그는 피부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하루에 15시간씩 피부를 햇빛에 노출시키고, 백반증 약을 사용하는 등 피부를 검게 만들었습니다. 머리도 짧게 깎아서 완벽하게 흑인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그렇게 흑인의 모습으로 바뀌어지자 백인이라고 자신을 거부하던 흑인들은 자신을 받아들여주는데, 이번에는 백인들로부터 거부를 당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흑인의 모습을 하고 50여 일 동안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흑인들이 얼마나 차별을 당하고 고통을 당하는지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그는 오늘 우리 시대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차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당시 흑인들은 고급 레스토랑 앞에 게시되어 있는 메뉴판을 읽어서는 안 되고, 화장실도 아무데나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흑인들은 백인 여성이 그러져 있는 영화 포스터를 보아서도 안 됩니다. 시내버스 기사는 흑인이 된 자신이 차에서 내리기 위해 벨을 눌렀는데도 여덟 블록이나 더 가서 차를 세워주기도 하고, 그것도 백인이 내리기 위해서 차를 세울 때에만 흑인은 내릴 수 있었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데 임시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를 할 때에도 백인들은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차에서 내리는 것을 허용하는데도, 흑인들은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도록 아예 차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백인이 흑인을 살해해도 무죄선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차별을 직접 다 경험하고 나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그런 일들을 잡지에다 글을 실어 세상에 폭로하고, 그것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게 됩니다. 그 책이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흑인으로 살아가기)이고, 그 주인공이 존 하워드 그리핀(John Howard Griffin 1920-1980)입니다. 이 책이 출판된 이후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협박을 받아야 했고, 심지어 폭력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을 거부하는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그의 책은 백인들에게조차 차별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일깨워줌으로서 마틴 루터 킹을 중심으로 한 흑인인권운동에 불을 지펴, 미국사회에 흑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데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피부를 검게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후유증으로 피부암을 앓다가 60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이 되어 흑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일은 분명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통을 겪어낸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날 미국사회가 이만큼이나마 평등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백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백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사회적인 약자가 되어 스스로 고통의 자리에 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쉽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고난을 자처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도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런데 하늘 영광의 자리를 비워놓으시고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늘 영광의 자리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사랑하셨고, 사람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죄악 가운데 살던 사람들을 구원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시려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세상은 우주 만물 전체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사람은 온 인류입니다. 존 하워드 그리핀은 고통당하는 흑인들을 위해 투쟁하고 그들의 권리를 되찾는데 정열을 쏟았지만, 예수님은 온 인류의 죄악을 해결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세상에 그것보다 더 큰 사건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 베들레헴 근처 들에서 밤에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하늘의 소식을 전해 줍니다. ‘다윗의 동네에 구주가 나셨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탄생하신 그분은 ‘그리스도 주시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이 얼마나 중요한 소식인지를 이렇게 말씀합니다.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라고 말입니다. 이 짧은 말 속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얼마나 좋은 소식인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온 세상에게 좋은 소식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만을 위한 소식이 아닙니다.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온 세상을 구원하실 분이십니다. 그래서 아기 예수님은 구유에서 탄생하셨습니다. 변변한 여관방 하나 얻지 못한 요셉과 마리아는 어느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마구간을 거처로 삼으셨고, 거기에서 아이 예수님을 낳아 구유에 뉘어놓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나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아무리 낮고 천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 주님은 그들을 사랑하십니다. 당신이 친히 그런 자리에 누워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만을 위한 구주가 아니라 온 백성의 구주가 되신다는 사실은 오늘도 우리에게 귀한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예수님은 부유한 자만을 구원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만 부르시는 분이 아닙니다. 젊고 똑똑한 사람만을 택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도, 건강하지 못한 사람도, 나이 많은 사람, 어리석다고 놀림 받는 사람, 가진 것 없다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사람, 그 누구든지 차별하지 않으시고 사랑하시고 구원하십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의 소식입니다.
예수님의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은 예수님처럼 그런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가 나라조차도 거들떠보지 않은 인도 캘커타의 빈민촌에서 사랑을 전하며 헌신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도, 낮고 천한 자를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명예와 존경을 받는 모든 자리를 뒤로 하고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병원을 설립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일을 한 것도 예수님의 사랑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백인으로 태어난 존 하워드 그리핀이 자신의 피부색을 검게 만들면서까지 흑인들의 고통을 체험하고 그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서 생명을 걸고 투쟁할 수 있었던 것도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신 우리 주님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은 예수님의 사랑에 감동되어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 하면서도 자신의 명예나 자신의 유익을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예수의 이름을 악용해서 자신의 그 명예나 이익을 움켜쥐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더러워지고 더욱 어두워져갈 뿐입니다. 나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사랑이 온 세상에 주는 사랑임을 깨달을 때, 우리도 낮은 자리에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기쁨의 소식입니다. 우리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켜 자유를 누리도록 해 주신 분이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죄의 짐을 지고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유한 자도 그렇고, 가난한 자도 그렇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권력을 가진 자도 그렇고, 아무 권력 없이 하루하루 마지못해 사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꿈도 희망도 다 잃어버린 사람이나 세상을 모두 가질 것만 같은 큰 꿈을 가진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의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 모든 짐을 벗겨 해방을 주실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탄생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기쁨이 충만해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사는데도 기쁨이 없다면 그 마음에서 예수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사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보다 세상의 일에 마음을 빼앗겼거나, 예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보다 세상의 것들을 더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받았으면서도 기쁘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의 영혼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을 노래하고, 어떤 힘든 일 앞에서도 기쁨의 춤을 추며 삽니다. 초대교회 교인들이 그랬습니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집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습니다.(사도행전 2:46)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고침을 받은 앉은뱅이 걸인은 성전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기쁨의 춤을 추며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사도행전 3:8) 예수님을 전한다는 이유로 산헤드린 공회에 잡혀가서 문초를 당하고, ‘더 이상 예수의 이름을 전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고 풀려날 때에도 예수님으로 인해 능욕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기뻐했습니다.(사도행전 5:41)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들린 여인을 고쳐주었다는 것 때문에 붙잡혀 죽도록 매를 맞고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깊은 감옥에 갇혀 있는데도 밤늦도록 기도하며 찬송했습니다.(사도행전 16:25) 심지어 예수님을 증거하다가 돌에 맞아 죽어갈 때에도 얼굴은 천사와 같았습니다.(사도행전 6:15)
여러분, 그렇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집에 있을 때에도 기쁨으로 가득했고, 핍박을 당해도 기쁨의 노래를 불렀고,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기쁨의 얼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세상에 구원과 기쁨을 가져다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입니다. 오늘도 천사들은 그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소식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참 많습니다. 아직도 죄의 짐을 지고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기에 구원받아야 할 사람, 기쁨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작은 천사가 되어 온 세상 백성들이 들어야할 그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하며 살아야 합니다.
<2013년 12월 25일 성탄감사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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