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려진 편지 한 장
< 본문 - 사무엘하 11:14-17, 빌레몬서 1:19-21 >
1948년 우리나라 정부가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1106명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현재 사형 집행이 유보된 사람이 58명이고, 무기수로 감형된 사람은 48명입니다. 그 나머지 1000명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 1000명 가운데 998명은 교수형으로 사형이 집행되었고, 1명은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구치소에서 병으로 죽었고, 나머지 한 명은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사형제도가 폐지된 것은 아니지만, 1997년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 지금까지 사형이 집행되진 않고 있습니다.
사형집행은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을 해야 이루어집니다.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인 결재를 받는 것이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사형집행의 최종 결재권자는 법무부장관입니다.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결재가 떨어지면 즉시 사형대상 사형수가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로 대검찰청의 명령서가 내려갑니다. 사형집행 대상 사형수의 ‘사진을 촬영하고 건강진단을 실시해 결과를 보고 하라’는 내용입니다. 이 명령서를 받으면 교도관은 그 사형수의 사형집행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보고가 끝나면 법무부 장관이 구치소장에게 사형집행 명령서를 내려 보내는데, 사형집행 명령서는 대부분 사형 집행 하루 전날에 전달된다고 합니다.
사형이 집행되는 날까지도 해당 사형수에게 사형이 집행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형이 집행되는 날, 교도관은 그 구치소에 있는 모든 사형수들의 이름을 다 호명합니다. 그러면 사형수 전원은 감방에서 나와 교수대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가던 도중에 교무계장과 종교담당 교도관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 교무계장과 종교담당 교도관이 그들 앞으로 지나가는 사형수 가운데 한 사람의 손을 꼭 잡습니다. 바로 그가 그날 사형을 당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사형 집행을 면한 나머지 사형수들은 자기 방으로 돌아갑니다. 자기 방으로 돌아간 사형수들은 사형집행이 유예되었지만, 그 때의 공포 때문에 며칠간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1983년부터 서울구치소 종교위원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장식 목사님은 15년 동안이나 사형집행 현장을 지켜본 분입니다. 그는 사형집행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일기 형식으로 쓴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라는 제목의 책에서 사형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사형수가 교도관에 의해 교수대 앞으로 끌려 들어오는 장면은 마치 소가 도살장으로 들어오는 모습과 같다고 합니다. 그 때 사형수는 물론이거니와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이나 입회자 모두 그 괴로움은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목사님 자신도 사형 집행이 끝나면 몇 달 동안 충격 때문에 인격이 마비되는 것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여러 날 몸살을 앓고 한동안 교화 의욕을 상실하곤 한답니다.
여러분, 법무부 장관의 결재가 난 ‘사형집행 명령서’ 한 장이 그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문서가 됩니다. 사형수가 모두 사형집행 현장인 교수대를 향하여 갈지라도, 사형집행 명령서에 이름이 기록된 그 한 사람만 교수대에 서게 되고, 그 사람에게만 사형이 집행됩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대법원에서 사형확정 판결을 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법무부 장관의 이름으로 내려오는 ‘사형집행 명령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여러분, 사형집행 명령서를 자신의 손에 들고 가면서도 그게 자신의 사형집행 명령서라는 것도 모른 채, 그것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그 사람의 운명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입니까? 여기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 다윗이 왕으로 있을 때입니다. 다윗이 왕이 된 이후 이스라엘은 막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다윗의 막강한 지도력 탓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이스라엘은 부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윗의 군대는 가는 곳마다에서 승전보를 전해왔고, 이전에 이스라엘을 얕보던 주변 나라들이 이제는 이스라엘에게 조공을 바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웃에 있던 암몬이라는 나라에서 왕이 죽고 새로운 왕이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죽은 왕인 나하스와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암몬에 특사를 보내 나하스 왕이 죽은 것에 대해서 조문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암몬에서는 다윗의 그런 선의를 왜곡하고, 다윗이 자기들 암몬에 왕이 죽고 새로운 왕이 등극하는 어지러운 시기를 틈타 침공하기 위해서 정탐하러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윗이 보낸 특사를 특사로 대접하지 않고, 오히려 특사를 모독적인 모습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이것이 다윗으로 화가 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군대를 보내 자신과 이스라엘을 모독한 암몬과 전쟁을 하게 됩니다. 암몬은 이스라엘 군대가 전쟁하기 위해서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변 나라들에 돈을 주고 용병을 고용해 전쟁에 나섭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먼저 암몬의 용병들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두게 되고, 이제 암몬의 수도인 랍바를 침공해 원수를 갚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던 중에 전쟁을 할 수 없는 우기가 닥쳐서 이스라엘 군대는 잠시 이스라엘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우기가 끝나고 봄이 되었을 때 다윗은 다시 요압 장군을 대장으로 한 군대를 암몬에 보냅니다. 비록 암몬과 전쟁을 하러 가긴 갔지만, 왕궁에 남아 있는 다윗으로서는 전쟁에서 패할 것이란 염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해에 암몬의 용병들을 무찔렀을 뿐만 아니라, 이제 암몬의 수도 랍바를 공격하여 항복을 받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 왕궁에 남아 있던 다윗은 범죄를 저지르고 맙니다. 저녁 쯤 되어 왕궁 옥상을 거닐던 다윗의 눈에 목욕을 하는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다윗은 그 여자에 대해서 음욕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그 여인을 왕궁으로 데려오게 하고서 동침을 합니다. 그리고 하룻밤 즐기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여인을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윗이 하룻밤 즐기며 잔 그 여인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다윗의 충성스러운 신하였던 우리아의 아내입니다. 지금 우리아는 요압 장군이 이끄는 군대에 소속되어 암몬과 전쟁하러 나가고 집에 없었습니다. 만일 전쟁이 끝나고 여인의 남편인 우리아가 돌아와서 자신이 없는 사이에 자기 아내가 임신한 것을 안다면 그 일을 추궁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다윗이 자기 신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 만천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두려운 다윗은 급하게 요압 장군에게 전갈을 보내 우리아를 불러옵니다. 명목은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라지만, 사실은 자신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다윗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우리아에게 전쟁의 상황을 물은 후에 우리아에게 특별 휴가를 주어 집에 가서 쉬게 합니다. 오랫동안 전쟁터에 나가 있던 우리아가 집에 가면 아내와 잠자리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의 아내가 임신한 것이 남편과의 사이에서 만들어진 아이인 것처럼 꾸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아는 충신이었습니다. 우리아는 왕의 특별 휴가를 받고도 집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자기의 동료들은 지금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자신은 편안히 집에 들어가 아내와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아는 집으로 가지 않고 왕궁 문지기들이 잠을 자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다윗의 계획이 틀어지고 만 것입니다. 그러자 다음날 다윗은 우리아를 다시 불러 잔뜩 음식을 먹게 하고 술을 마시워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술에 취한 김에 자기 집으로 가서 아내와 잠을 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취한 상태에서도 우리아는 자기 집으로 가지 않고 전날처럼 문지기들이 잠을 자는 곳에 가서 잠을 잡니다. 두 번째 다윗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세 번째 계획을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아를 다시 전장으로 보냅니다. 전장으로 보내면서 다윗 왕이 친필로 편지를 한 장 써 줍니다. 요압 장군에게 가져다주라는 편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행동으로 본다면 당연히 우리아를 칭찬하고 상을 주라는 편지여야 하는데,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을 중에서 가장 맹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 우리아를 앞장 세워 보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우리아가 앞장 서 나가 싸우고 있을 때에 다른 군사들을 철수시켜버림으로, 우리아를 적진에 고립되게 하여 우리아가 적군의 칼에 죽게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아는 그 편지를 들고 전쟁터로 되돌아갑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다윗 왕의 편지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죽게 만들라는 사형집행 명령서와 같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는 왕의 친서를 손에 쥐고 전쟁터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요압 장군에게 전달해 주고, 요압 장군은 다윗이 편지에 써 보낸 대로 하여 우리아가 전투에서 죽게 만듭니다.
우리아는 다윗에게 충신이었습니다. 사무엘하 23장에 보면 다윗의 휘하에 있던 유명한 장수들의 이름이 소개됩니다. 그 가운데 우리아의 이름도 있습니다. 최고의 장수는 아닐지라도 30인의 장수 중 한 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아를 소개하면서 ‘헷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아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의 부하가 되어 다윗에게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랬기에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30명의 장수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윗에게 충성했던 우리아인데, 지금 다윗의 마음속에 우리아는 사형수입니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가 있는 요압 장군은 사형집행인입니다. 다윗왕은 사형집행인인 요압 장군에게 보내는 우리아의 사형집행 명령서를 우리아의 손에 들려 보냅니다. 우리아는 자신을 사형시키라는 명령서를 자신의 손에 가지고 요압 장군에게 갔던 것입니다.
우리아에게 잘못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아는 다윗에게 충성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다윗이 특별휴가를 줌에도 우리아는 동료 전우들을 생각하여 편안한 잠을 거부했습니다. 그만큼 우리아는 참 좋은 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서 우리아를 사형수로 만들어, 그의 손에 자신의 사형집행 명령서를 들려 전쟁터로 보내 죽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아는 다윗 왕이 써준 편지를 들고 갈 때에 전혀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설마 자신을 죽이라는 편지인줄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려운 마음으로 편지를 들고 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오늘 신약성경의 본문에 나오는 오네시모입니다. 오네시모는 원래 빌레몬의 종입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인 빌레몬에게 큰 손해를 끼치고 주인에게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주인에게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는 우연히 감옥에 갇혀 있는 사도 바울을 만나게 되었고, 사도 바울에게서 복음을 전해 듣고는 변화되었습니다. 사도 바울로부터 훈련을 잘 받은 오네시모는 이제 사도 바울에게 큰 유익을 줄 수 있는 신앙인으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오네시모를 ‘자신의 심복’(빌레몬서 1:12)이라고 말합니다. ‘심복’이라는 말은 ‘심장’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몸에서 심장을 떼어낼 수 없듯이, 오네시모 역시 사도 바울 자신과 결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지만, 오네시모를 그냥 자신 곁에 두고 함께 사역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고대에 종은 주인의 소유입니다. 비록 오네시모가 주인인 빌레몬에게서 도망쳐 나왔지만, 그는 빌레몬의 소유입니다. 빌레몬의 소유인 오네시모를 빌레몬의 허락 없이 데리고 있는다는 것을 신앙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네시모를 자신의 심복처럼 곁에 두고 복음을 전하는 자신의 사역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빌레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허락을 받느냐입니다. 바울과 빌레몬과의 관계에서 생각한다면 사도 바울은 편지 한 장을 써서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서 ‘너의 종이었던 오네시모가 이제는 복음 안에서 변화되어 새 사람이 되었고, 내 복음전도의 사역에 너무 중요한 사람이 되었기에 내 동역자로 쓰려고 한다. 그렇게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네시모를 직접 빌레몬에게 보내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용서를 받고, 또 빌레몬의 허락을 받아 자신에게 다시 보내지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보내게 됩니다.
여기에는 아주 큰 위험이 따릅니다. 고대에 종이 주인을 배신하고 도망친다면, 그 종은 사형수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주인에게 붙잡히면 그 종은 거의 대부분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네시모는 그냥 도망친 것이 아니라 주인인 빌레몬에게 큰 손해를 끼치고 도망친 종입니다. 그런 오네시모가 빌레몬 앞에 나타난다면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보는 순간 ‘저 놈 당장 죽여라!’라고 소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순간 오네시모는 죽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울의 편지를 손에 들고 주인인 빌레몬에게 가는 오네시모는 어쩌면 사형장으로 가는 사형수나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사도 바울이 써 준 편지는 오네시모를 죽이라는 내용은 아닙니다. ‘오네시모를 사도 바울 자신을 영접하듯 영접해 주라’는 내용입니다. ‘이제는 종이 아닌 형제로 받아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편지를 손에 들고 가는 오네시모는 마음이 두렵고 떨릴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주인 빌레몬이 사도 바울의 편지글처럼 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입니다. 아니 주인 빌레몬이 사도 바울의 편지를 펼쳐보기도 전에 자신을 향해 분노하면서 ‘죽이라!’고 명령한다면 자신은 꼼짝 없이 죽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네시모는 사도 바울이 친필로 쓴 편지를 손에 들고 주인 빌레몬에게로 갑니다.
그러나 오네시모의 손에 들려진 편지는 생명을 살리는 편지였습니다. 아니 당시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를 이루라는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노예제도가 고대 로마사회를 지탱하는 큰 힘이었는데, 그 엄청난 사회의 구조를 깨뜨리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종을, 그것도 마땅히 죽여야 할 종을 형제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요구입니다. 그러나 믿음 안에서 그것은 가능해졌습니다. 믿음의 사람인 빌레몬은 그 편지를 받고 오네시모를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형제로 받아들여주었습니다.
우리아와 오네시모! 그들의 손에는 편지 한 장씩이 들려 있었습니다. 둘 다 자신에 관한 편지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너무 달랐고, 그 결과 역시 너무 달랐습니다. 우리아는 자신의 주인인 다윗에게 충성을 다 바친 사람입니다.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인인 다윗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싸운 사람입니다. 자신의 왕인 다윗과 그의 부하 군인들을 생각하며 집에서 평안한 잠을 자는 것조차 죄스러워할만큼 충성스러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자신이 지은 죄를 덮겠다는 생각으로 충신인 우리아의 손에 사형집행 명령서를 쥐어주고, 결국 그를 죽게 만들고 맙니다.
오네시모는 자기의 주인인 빌레몬에게 큰 손해를 끼친 사람입니다. 그런데 생명을 살리는 복음의 전령사인 사도 바울을 만남으로 그는 새로운 인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이 친필로 써준 편지를 손에 들고 주인 빌레몬을 찾아갑니다. 그곳이 사형장이 될 수도 있지만, 그의 손에 들려진 편지에는 오네시모를 살려주라는, 오네시모를 살려줄 뿐만 아니라 종이 아닌 형제로 받아주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오네시모는 마땅히 죽어야 함에도 죽지 않고 용서를 받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는 사람이 됩니다.
요압 장군은 다윗 왕이 써준 편지글의 내용대로 우리아를 전쟁터 맨 앞에 내 보내 죽게 만들었습니다. 빌레몬은 사도 바울이 친필로 써 준 편지글의 내용대로 오네시모를 사랑으로 용서하고 복음의 사역자로 세워주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의 손에도 편지 한 장을 들려 세상으로 보내십니다. 우리 손에 들려진 편지는 복음이라는 편지입니다. 그 편지는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편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편지를 읽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과 생명과 평화를 주는 것입니다. 그 편지를 들고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 손에 편지 한 장을 들려주시며, 사형장과도 같은 세상으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저주하고 모욕함으로 인격을 죽이고 인생을 죽이는 세상이라는 사형장으로 말입니다. 아무도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음으로 서로를 내 마음과 관심에서 죽은 자 취급하는 세상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손에 들려진 편지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흘러넘치는 편지를 말입니다.
고린도후서 3:2-3절에서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너희는 우리의 편지라. 우리 마음에 썼고 뭇 사람이 알고 읽는 바라.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 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 판에 쓴 것이라.”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편지입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쓰여진 편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달되는 곳마다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타나야 하고,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손이 아닌 마음 판에 편지를 써서 세상으로 보내십니다.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내라고 말입니다.
일주일 전인 지난주일 우리는 끔찍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집트 성지순례를 마치고 이스라엘로 들어가려던 성지순례단 31명이 탄 버스에 폭탄 테러가 있었고, 우리나라 사람 3명을 포함해서 4명의 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 테러는 이슬람 과격테러 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 마크디스’(Ansar Bayt al-Maqdis)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테러를 일으킨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정부에 주장하기 위해서 그런 테러를 벌여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저는 다윗과 우리아를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범죄를 가려보겠다는 생각에 우리아의 손에 사형집행 명령서라는 편지를 써 준 다윗의 모습이 그 테러 단체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충성스런 신하를 죽인 다윗 말입니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테러를 자행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종교의 본질을 망각한 것입니다. 종교의 이름을 빌어 자기들의 욕망을 이루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
우리의 손에는 오네시모와 같은 편지가 들려져 있습니다. 세상은 결코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엄청난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진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통해서 세상을 사랑으로 바꾸어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예배를 드린 후에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분명하게 기억하십시다. 우리의 손에 그리스도의 편지가 들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판에 그리스도의 편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람을 미워하고 생명을 죽이는 편지가 아니라,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만들어가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이 담겨진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세상에 잘 전달하십시다. 그리고 그 편지의 내용처럼 사십시다. 그리스도의 편지인 우리를 통해서 세상이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변화되어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 2014년 2월 23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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