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진 수수께끼 하나
< 본문 - 시편 78:1-8 >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풀려지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우리 인간의 지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풀지 못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풀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성경에도 그런 수수께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구약시대 삼손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낸 수수께끼가 그것입니다. 삼손이 블레셋 딤나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여자의 집에서 결혼식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잔치를 하던 도중에 삼손이 거기에 모인 30명의 블레셋 남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합니다. ‘내가 수수께끼 하나를 내겠소. 당신들이 일주일 안에 그 수수께끼를 풀면 내가 베옷 30벌과 겉옷 30벌을 당신들에게 주겠소. 대신 당신들이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내게 베옷 30벌과 겉옷 30벌을 주어야 하오. 어떻소? 하시겠소?’ 그러자 블레셋 남자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삼손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러자 삼손은 이런 수수께끼를 냅니다. ‘먹는 자에게서 먹는 것이 나오고,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그 수수께끼를 들은 블레셋 남자들은 도무지 답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수수께끼는 삼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삼손이 부모님에게 여자를 보여주기 위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여자가 사는 딤나로 내려오던 도중에 한 포도원에서 젊은 사자가 소리 지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힘이 센 삼손은 그 사자를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삼손이 결혼식 잔치를 하기 위해서 다시 딤나로 내려가다가 예전에 죽인 사자의 사체를 보게 됩니다. 삼손은 그 사자의 죽은 사체에 벌떼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거기에서 꿀을 따다가 결혼식 잔치에 함께 갔던 부모님께 드립니다. 거기에서 수수께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래서 ‘먹는 자에게서 먹는 것이 나오고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다’는 수수께끼의 답은 ‘사자’입니다.
그것을 알지 못한 블레셋 남자들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다가 결국 삼손과 결혼하게 될 여자를 협박해서 남편인 삼손으로부터 답을 알아내게 합니다. 여자에게 약한 삼손은 여자에게 답을 알려주고, 여자는 블레셋 남자들에게 답을 가르쳐줌으로 삼손의 수수께끼 게임은 블레셋 남자들의 승리로 돌아가고 맙니다.
만일 삼손이 여자에게 끝까지 답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수수께끼 게임에서 삼손이 이겼을 것입니다. 그 수수께끼의 해답은 삼손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수수께끼는 조금만 생각하면 풀어낼 수 있지만, 어떤 수수께끼는 다른 사람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수수께끼 게임을 할 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을 문제로 냅니다. 그런데 어떤 수수께끼는 아주 쉬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답을 잘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쉬운 답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수수께끼가 하나 출제되고 있습니다. 시편 78편을 흔히 ‘역사시’라고 부릅니다. 시인은 오늘 본문 1절과 2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보십시오. 그리고 내가 한 말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들이 수수께끼 같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내가 지금부터 풀어드리겠습니다. 잘 들어 보십시오.’ 2절에 나오는 ‘감추어졌던 것’이란 말은 ‘수수께끼 같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오랫동안 수수께끼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수수께끼의 답은 너무 쉬운데, 그 쉬운 수수께끼를 이스라엘 백성들을 잘 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이런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지난 역사에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습니다. 그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교육방법은 암기가 아닙니다. 율법을 외우고 말씀을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에 대한 것도 그렇습니다. ‘몇 년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느 왕 때에 어떤 제도가 있었고’ 하는 식으로 암기식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교육은 이야기 교육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줍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이야기를 해줍니다.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 땅에 들어가서 종살이를 하게 되었는지도 이야기로 해 줍니다.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탈출시키실 때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40년 동안 광야 생활하던 중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 줍니다. 어려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쭉 들으며 자라온 아이들은 자기 조상들 가운데, 자기 민족의 역사 가운데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를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아울러 그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들에게 어떤 일을 행하고 계신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교육입니다.
그것처럼 오늘 본문에서 시인은 지난 역사를 이야기해줍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수수께끼처럼 생각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려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부터 그의 자손을 번성케 하시며, 그들로 하여금 가나안 땅에 살도록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주셨습니다. 창세기 15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가나안 지역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부족들의 땅을 그의 후손에게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단 가나안 땅 백성들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 부족들을 쫓아내지는 않으실 것이고, 그 땅 백성들의 죄악이 가득 찰 때까지 아브라함의 자손은 이방 땅에서 객이 되어 400년 동안 그 이방 백성을 섬기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5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셨습니다. 그것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라, 자손 대대로 그 사실을 알게 해야 합니다. 여호와 하나님만이 오직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의 자손들에게 ‘여호와 하나님만이 우리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본문 7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오직 하나님께서만 소망을 두고 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것과 그 조상들에게 행하신 일들을 잊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8절 말씀에서는 또 다른 상황을 말씀해 주십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 자녀들과 자손들에게 ‘여호와 하나님만이 우리의 하나님이시고, 그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어떻게 행하셨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는 완고하고 패역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역사 가운데 하나님 앞에 패역한 세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더욱 더 자손들에게 하나님에 대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행하신 놀라운 일들은 실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신 언약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400년 동안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내셨습니다. 그리고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만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이어 계속해서 언급해 주고 있습니다.
시인이 기억하고 있는 몇 가지 사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43절 이하에서는 애굽 땅에서 하나님께서 바로와 애굽에 내리셨던 재앙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열 가지 재앙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이 살아계신 하나님이심을 분명하게 보이셨습니다. 마지막 열 번째 재앙으로 바로의 장자로부터 애굽 사람들의 모든 장자를 죽이셨을 때 바로는 결국 하나님 앞에 두 손을 들고 항복하고 맙니다. 당시 어느 누구도 애굽에 맞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민족이나 세력이 없었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그렇게 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3절에서는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을 건너게 하셨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애굽 왕 바로는 열 번째 재앙인 장자의 죽음을 경험한 후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왕의 해방 선언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급하게 자기들의 짐을 정리해서 모세를 따라 애굽을 탈출하기 위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해방을 허락한 바로 왕은 자기의 결정을 후회하고는 곧 군대를 파견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죽이려 합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 앞에 도착했습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홍해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원망했습니다. 앞으로 전진하자니 홍해가 가로막혀 있고, 되돌아가자니 애굽의 군사가 뒤쫓아 오고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 매장지가 없어서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어 내어 여기에서 죽게 하는 것이냐? 차라리 애굽에서 탈출해 나오지 않고 그냥 바로 아래서 노예생활하는 것이 이렇게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고 원망하며 대들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홍해를 갈라 그들로 건너게 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14절에서는 광야 생활 40년 동안 하나님께서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하셨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5절에서는 마실 물이 없었을 때에 반석을 쪼개 물을 주셨음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23절 이하에서는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날마다 공급해 주셨음을 말씀합니다. 이 또한 엄청난 하나님의 기적입니다. 메마른 광야에서 매일 같이 먹을 수 있는 양식이 공급되고, 마실 물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해 주셨습니다. 우물의 물이 너무 써서 마실 수 없었던 마라에서는 쓴 물을 단물로 바꾸어 마실 수 있게 해 주셨고, 우물이 없는 곳에서는 반석을 깨뜨려 물을 내어주심으로 마시게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매일같이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면서도 하나님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살 때가 많았습니다. 17절에서는 이렇게 고발합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하나님께 범죄하여 메마른 땅에서 지존자를 배반하였도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치고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 가나안에 인도해 들이셨습니다. 그것을 54-55절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들을 그의 성소의 영역 곧 그의 오른손으로 만드신 산으로 인도하시고 또 나라를 그들의 앞에서 쫓아내시며 줄을 쳐서 그들의 소유를 분배하시고 이스라엘의 지파들이 그들의 장막에 살게 하셨도다.” 그런데 이어서 56-57절에서는 이렇게 고발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존하신 하나님을 시험하고 반항하여 그의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며 그들의 조상들 같이 배반하고 거짓을 행하였다.’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살면서 그들은 하나님을 버리고,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며 살았습니다. 58절 이하에서 그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우상을 섬기는 어리석을 일을 그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말씀하시는데도, 그들은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이방인의 손에 넘기셨습니다. 이스라엘 주변 나라들로부터 계속해서 침략을 받았습니다. 블레셋, 미디안 등 사사시대에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떠나 죄에 빠진 결과 많은 이방나라들로부터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영원히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이 66절 이하의 말씀입니다. 마땅히 버림받아야 함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에게 다윗을 세워주셨습니다. 다윗을 통해 이스라엘을 견고하게 하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의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렇게 하셨는가?’ 하고 말입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아무 힘도 없는 이스라엘을 기억하시고 애굽 땅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주셨습니까? 애굽과 바로에게 행한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홍해 앞에서 원망하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홍해를 갈라 건너게 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신 것입니까?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라의 우물이 너무 써서 마실 수 없다고 또 다시 원망하고 불평할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아무런 책망도 하지 않으시고 그 물을 달게 바꾸어 마시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왜입니까?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며 ‘우리가 이제 이 광야에서 굶어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셨습니다. 그것도 40년 광야생활 내내 말입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매일같이 먹을 것을 공급해 주셨습니까? 너무 뜨거운 낮의 태양으로부터 보호하시기 위해서 구름기둥을 주셨고, 밤의 추위로부터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보호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원망하고 불평하고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앙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단 하루도 그들을 보호하시는 그 손길을 거두신 적이 없었습니다. 뭐가 이쁘다고 하나님께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들을 보호해 주신 것입니까? 가나안 땅에 살고 있던 아낙 자손을 비롯해서 강하고 튼튼한 성읍과 부족들을 쫓아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 땅에 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숭배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완전히 멸하지 않으셨습니다. 때론 주변 나라를 택하여 고통을 주시긴 했지만, 이스라엘을 버리시진 않았습니다. 왜 반복해서 죄를 짓고 하나님을 버린 그 못난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께서는 버리지 않으신 것입니까? 그리고 왜 그들에게 다윗이라는 위대한 왕을 주셨습니까?
여러분, 여러분은 그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 모든 질문에 단 한 마디로 대답을 하라고 한다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시인은 그 모든 질문이 하나의 수수께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요구합니다. 시인은 그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를 풀어주겠다고 말합니다.
여러분, 그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왜 하나님께서 애굽 땅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주셨는지, 왜 하나님께서는 불평하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홍해를 갈라 건너게 하셨는지, 왜 마실 물이 없다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무 말씀하지 않으시고 마실 물을 공급해 주셨는지, 왜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40년 동안이나 공급해 주셨는지, 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하셨는지, 왜 가나안 땅에 살고 있던 일곱 부족을 쫓아내시고 이스라엘을 거기에 심으셨는지, 왜 늘 배신하고 우상을 섬기던 못난 이스라엘을 멸하지 않으시고 사사를 통해서 구원해 주셨는지, 그리고 왜 다윗과 같은 훌륭한 왕을 주셨는지?’ 여러분,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은 하나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에 대한 해답을 38-39절에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은 긍휼하시므로 죄악을 덮어주시어 멸망시키지 아니하시고, 그의 진노를 여러 번 돌이키시며, 그의 모든 분을 다 쏟아내지 아니하셨으니 그들은 육체이며 가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임을 기억하셨음이라.” 하나님의 긍휼하심 - 그것이 해답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죄악 가운데서도 멸망시키지 않으시고 그 죄악을 덮어주신 이유가 하나님의 긍휼하심 때문입니다. 그들의 범죄와 불신 때문에 진노하시다가도 번번이 진노를 돌이키신 이유도 긍휼하심 때문입니다. 때로는 벌하시고 채찍질로 징계하실 때도 있었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큼 벌하지 않으시고, 마땅히 맞아야 할 채찍의 수만큼 채찍질 하지 않으신 이유도 긍휼하심 때문입니다.
긍휼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라훔’인데, 이 단어는 ‘귀여워한다. 사랑한다. 측은히 여긴다.’는 뜻을 가진 ‘라함’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이 라훔이라는 단어가 ‘어머니의 태, 어머니의 자궁’을 뜻하는 ‘레헴’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단어에서 유래되었든지 간에, 긍휼이라는 말은 어머니가 자기 태에서 태어난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놓고 가지는 마음입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낳은 아이가 말을 잘 하지 못해도 나무라지 않습니다. 말을 할 때가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못하면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왜 아직도 말을 하지 못할까?’ 걱정을 합니다. 자기의 아이가 서툰 몸짓을 해도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느냐?’고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서툰 그 몸짓을 오히려 귀여워해줍니다. 때로는 아이가 실수하고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벌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깨우치고 바른 사람이 되도록 기도해줍니다. 그게 바로 긍휼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긍휼하신 하나님입니다. 이스라엘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잘 아십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실수하고 범죄하고, 때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라도 벌하시기보다는 그들을 긍휼히 여겨주셨습니다. 채찍질하시기보다는 측은히 여겨주셨습니다. 넘어져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을 때 ‘그것 밖에 못하느냐?’고 책망하시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그들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그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긍휼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긍휼을 베푸신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긍휼을 베푸십니다.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너무나도 잘 아십니다. 우리가 실수해도 채찍질하시기보다는 격려해주시며 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니다. 때론 넘어지고 쓰러질지라도 나무라지 않으시고, 다시금 일으켜 세워주시고 힘을 주시며 다시 달려갈 수 있게 해 주십니다. 때론 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에도 벌하시지 않고 죄에서 빠져나와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기를 기대하시며 기다리십니다. 하나님은 긍휼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시기 직전에 먼저 천사들을 창조하시고 그 천사들과 ‘사람을 만드시는 것’에 대해서 이런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의의 천사’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내가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상에서 가장 으뜸 되는 피조물로 인간을 창조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자 의의 천사가 대답했습니다. “하나님, 인간을 창조하지 마십시오. 그 인간들은 온갖 불의로 이 세상을 더럽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두 번째 천사인 ‘거룩의 천사’에게 똑같이 물으시자, 거룩의 천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나님, 인간을 창조하시면 안 됩니다. 그 인간들은 이 세상을 더러움으로 가득 채워 놓고 말 것입니다.” 세 번째 천사인 ‘빛의 천사’도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님, 절대로 인간을 창조하셔서는 안 됩니다. 인간들은 이 세상을 어두움으로 만들고야 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네 번째 천사인 ‘긍휼의 천사’를 불러 물으셨습니다. “내가 인간을 창조하려고 하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긍휼의 천사는 다른 천사들과는 다르게 대답했습니다. “하나님, 인간을 창조하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면 이 세상은 불의하고 더러워지고 어두움에 잠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 이 불의와 더러움과 어두움 속에 있는 인간들에게 저는 기어이 그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새로워지고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사람들이 되도록 그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야보고서 2:13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긍휼입니다. 하나님의 그 긍휼하심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게 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못났어도, 우리가 아무리 약해도, 우리가 아무리 실수하고 죄에 빠져 살지라도, 하나님의 긍휼은 우리를 하나님의 품 안에 있게 만들어줍니다. 하나님의 심판 대신에 사랑받고 살게 해 준 것이 바로 긍휼하심입니다. 디도서 3:5절에서는 우리가 구원받은 것은 우리의 의로운 행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하심 때문이라고 가르쳐줍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 때문에 구원받은 우리들은 오늘도 그 긍휼하심 덕분에 살아갑니다.
너무나도 분명한 그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삽니다. 마치 내가 잘 나서 그런 것처럼, 내가 잘 나서 건강하고, 내가 잘 나서 성공했고, 내가 잘 나서 심판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더 이상 수수께끼여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알지 못한 사람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긍휼하심이 지금도 내게 베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2013년 8월 25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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