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속한 사람입니까?
< 본문 - 요한일서 3:7-12 >
스코틀랜드 출신의 유명한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이 쓴 단편소설 가운데 『지킬 박사와 하이드』(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라는 제목의 소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당시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델로 해서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낮에는 굉장히 존경받고 부유한 시의원이었던 사람이 밤이 되면 도둑으로 변해 영국 사회를 놀라게 한 사건입니다. 그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지킬 박사는 젊고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입니다.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선한 일을 많이 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 안에 내재해 있는 쾌락에 대한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었습니다. 지킬 박사는 자기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선과 악의 두 가지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 안에 있는 이 두 가지 모습을 완전히 분리해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고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해내는 약물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실험해봅니다. 약을 먹은 지킬 박사는 악의 화신인 하이드로 변하게 됩니다. 약물이 만들어낸 하이드는 악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 하이드 곁에 있기만 해도 알 수 없는 미움과 분노를 느낄 정도로 악한 자가 되어버립니다.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한 지킬 박사는 온갖 쾌락을 즐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람 죽이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악을 행하는 것에 도취된 지킬 박사는 정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 안에는 하이드의 모습이 더 강하게 자라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살인을 저지른 후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 약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약물에 중독된 그는 다시금 그 약물을 복용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약물 없이도 하이드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지킬 박사는 하이드로 변한 채 자신의 연구실에서 자살함으로 그의 생은 끝나고 맙니다.
이 소설은 발표될 당시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수없이 상영되어 왔습니다. 이 소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내면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고 존경받는 모습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지 않은 그의 내면에는 욕정과 거짓된 욕망 그리고 쾌락에 끌려가는 악한 모습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그 내면에는 악을 따라가려는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그건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위대한 신앙인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사도 바울도 그렇게 고백합니다. 로마서 7장에서 사도 바울은 ‘내가 행하는 것을 내 자신도 알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하나님의 율법을 따라 선을 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선을 행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내고 보면 자신이 원하는 선을 이루기보다는 악의 결과가 나타나곤 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도 바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에 팔렸도다.”(로마서 7:14)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로마서 7:23) 사도 바울의 이 표현을 잘 읽어야 합니다. 이 표현은 사도 바울 당시 횡행했던 노예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입니다. ‘죄 아래 팔렸다.’는 표현은 노예시장에서 팔려가는 노예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노예시장에는 팔려나갈 노예가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노예를 사려는 사람은 그 수많은 노예 중에서 자신의 맘에 드는 노예를 선택해서 돈을 지불하고 그 노예를 삽니다. 노예는 자기가 주인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인상이 험악하게 생겨서 그 아래 들어가면 죽도록 일만하고, 걸핏하면 채찍으로 맞을 것만 같을지라도, ‘나 그 사람 집에 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팔린 노예는 그 주인이 누구이든 상관없이 그 주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것이 팔린 노예의 모습입니다. 사도 바울은 지금 그렇게 노예시장에서 팔려가는 노예의 모습이 꼭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죄 아래 끌려가고 싶지 않습니다. 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죄의 자리에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노예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주인에게 끌려가듯이 자신이 죄 아래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수도 없이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사도 바울은 ‘자신 안에 있는 다른 법이 자신을 죄의 법 아래로 사로잡는 것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이 표현 역시 노예로 끌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당시 노예가 되는 경우 가운데 하나가 전쟁에서 패해 노예로 끌려가는 것입니다. 나라의 힘이 약해 전쟁에서 패하면 많은 사람들이 적군의 포로로 잡혀갑니다. 줄줄이 밧줄에 매여 끌려가는데, 그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가기 싫다고 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를 다 풀어헤치고, 온 몸에는 채찍에 맞아 피멍이 들고 피가 줄줄 흐른 모습으로 적군에 끌려갑니다. 사도 바울은 지금 죄 아래 사로잡혀 가는 자신의 모습이 꼭 그런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죄에 휘둘리어 온 몸에 멍이 들고 핏자국이 가득한 모습으로 죄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탄식합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로마서 7:24)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보여주듯이 죄의 노예가 된 사람은 그의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자기의 욕망을 따라 하이드로 변하는 약을 먹었겠지만, 그것이 점차 반복되면서 나중에는 자신의 힘으로 약물을 끊을 수 없어 죄에 빠진 것처럼 죄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는 이미 죄에 속한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죄는 우리를 쇠사슬에 묶어 죄의 노예가 되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죄를 즐기는 것 같지만, 죄의 덧에 걸린 이후에는 내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그 덧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죄의 노예가 되어 죄의 종노릇하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오늘 본문에서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죄를 짓는 자마다 마귀에게 속하나니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함이라.” 처음 인간 아담과 하와가 그랬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 있을 때 뱀이 하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말씀하신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했습니다. ‘그 선악과를 따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될 것’이라는 달콤한 말로 말입니다. 어리석게도 우리 인간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뱀의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맙니다. 그렇게 죄를 범하고 만 인간은 결국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죄악 가운데 살게 됩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창세기 4장입니다. 하담과 하와에게서 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첫째 아들은 가인이었고, 둘째 아들의 이름은 아벨이었습니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데, 하나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사는 받으시고, 가인과 그의 제사는 받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제사가 거절당하자 마음에 분노가 일어난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맙니다. 가인이 아벨을 죽이기 전에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나타나셔서 ‘죄가 문에 엎드려 있다. 죄가 너를 원하지만 너는 죄를 다스려야 한다.’고 경고해 주셨습니다. 가인이 그의 마음속에 분노를 품고 있을 때 죄가 가인을 죄 아래로 끌어가려고 쇠사슬로 가인을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가인에게 ‘너는 죄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경고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인은 죄를 이기지 못하고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오늘 본문 12절에서는 가인이 아벨을 죽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인은 악한 자에게 속하여 그 아우를 죽였으니.” 가인은 악한 자에게 속하였기 때문에 자기의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말았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인에게 ‘죄에게 끌려 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가인은 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죄의 노예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사도 바울의 번뇌에 찬 고백처럼, 가인도 죄가 자신을 유혹할 때 갈등했는지 모릅니다. 창세기에서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죄가 너를 사로잡아 가기 위해서 네 마음의 문 앞에 엎드려 너를 낚아챌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 조심해라. 너는 죄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죄를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경고하시자, 가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하신 말씀을 아벨에게 다 말해줍니다. 만일 처음부터 가인이 아벨을 죽이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면 아벨에게 그런 말을 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몰래 마음속에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가 아벨을 죽이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가인은 아벨에게 ‘지금 죄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고, 하나님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자신에게 경고해 주셨다’고 다 말해줍니다. 아벨을 죽이려고까지 마음먹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벨과 단 둘이 들에 있을 때에 죄가 가인을 다스리고 말았습니다. 가인이 죄를 다스려야 했는데, 가인이 죄의 지배를 받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그런 죄의 유혹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런 죄의 유혹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덧입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마음에 심겨져 그 말씀이 내 삶을 주관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 9절에서는 ‘하나님께로부터 난자’라고 말씀하고 있고,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는 그 속에 하나님의 씨가 있기 때문에 죄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라는 말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을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을 받은 사람은 구원받은 감격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님’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 죄의 유혹을 이기고 시험에서 승리하신 것처럼, 승리하신 주님의 능력을 덧입어 죄의 유혹을 이겨나갑니다. 그것이 믿는 자에게 주시는 하늘의 능력입니다. 십자가의 능력입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서 우리가 구원받은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던 눈을 세상을 향하여 돌릴 때 우리는 죄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죄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를 사로잡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를 유혹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편법을 쓰는 사람이 돈을 더 잘 벌고, 불의를 행하는 사람의 길이 더 형통한 것처럼 보입니다. 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더 당당하게 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에게 형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 떵떵거리며 삽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신앙의 가치나 말씀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그건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시편 73편에서 그 옛날 시인도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시인은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려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거의 넘어질 뻔하였고, 나의 걸음이 미끌어질 뻔하였으니. 이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투하였음이로다.” 시인이 넘어질 뻔하였다고, 미끌어질 뻔하였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죄를 짓는 악인들이 형통함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데,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이 잘 풀립니다. 마음을 못되게 쓰는 사람들에게 벌이 내려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더 기세등등합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한다면 교만한 사람의 목이 꺾여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이 날마다 승승장구합니다. 남에게 해코지하고, 남의 것을 사기쳐 빼앗아가는 사람은 재앙을 당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은 천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신앙을 따라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 하는 사람을 비웃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시인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서는 말씀을 따라 의롭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복을 받고 형통한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 말씀과 너무너무 달랐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믿음을 버릴 뻔했습니다. 믿음이 아무런 의미도 없고, 힘도 없다고 생각하고 믿음을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시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내가 어쩌면 이를 알까 하여 생각한즉 그것이 내게 심한 고통이 되었더니,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시편 73:16-17) ‘세상에는 왜 그렇게 불합리한 게 많은지, 왜 하나님의 말씀대로 되지 않고 악인들이 더 득세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고 아무리 궁리를 해 본들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성전에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종말이 분명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불의를 행하면서도 떵떵거리며 살고, 지금은 다른 사람의 것을 착취하면서도 벌 하나 받지 않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들을 심판하실 것이란 사실이 기억난 것입니다. 그들을 바라볼 때에는 그것이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저들처럼 적당히 죄를 지으며 살까? 저렇게 해도 벌 받지도 않는데 나만 의로운 척하며 살 거 없잖아?’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성전에 들어와서 하나님 앞에 서 보니까 하나님의 심판이 있음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교회를 떠나 세상에서 살 때에는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더 현명한 것 같고, 세상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더 형통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도 ‘신앙이고 뭐고 다 접어두고 세상 사람들처럼 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구원받은 사람들입니다. 구원받은 사람들은 세상 사람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죄는 자꾸만 우리를 유혹합니다. 세상 방식으로 적당하게 타협하며 살아도 된다고 말입니다. 그래도 아무 일 없다고 말입니다. 아니 그렇게 사는 것이 더 현명하고, 그렇게 사는 게 더 잘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이다!’ 하고 자꾸만 외쳐야 합니다. 세상 사람의 방법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되는 존재로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죄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우리가 죄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순히 죄의 노예가 아닌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은 죄를 멀리하는 것만으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속한 하나님의 자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가 하나님께 속한 자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방법 두 가지를 가르쳐줍니다.
그 첫 번째가 의를 행하며 의롭게 살라는 것입니다. 본문 7절에서 말씀합니다. “자녀들아 아무도 너희를 미혹하지 못하게 하라. 의를 행하는 자는 그의 의로우심과 같이 의롭고.” 죄의 유혹을 따르지 말고, 우리가 신앙하는 하나님께서 의로운 분이신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닮아 의롭게 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의를 행하며 의롭게 살려할 때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죄의 유혹을 피해 다니는 것만으로 우리가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거룩한 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회가 거룩함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이 성도답지 못하게 살기 때문입니다. 적당하게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을 따라가는 모습에 세상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교회는 교회다워야 하고, 성도는 성도다워야 하는데, 교회에 교회다운 모습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성도에게서 성도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교회와 성도들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러면 어떤 모습이 교회다운 모습이고, 어떤 모습이 성도다운 모습입니까? 그게 바로 거룩한 행실로 사는 것입니다. 의롭게 사는 것입니다. 세상이 온통 불의가 판을 치는 곳으로 변질되었다 하더라도, 결코 그런 세상을 닮아서는 안 되는 곳이 교회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불법을 자행하며 산다 하더라도 결코 불법과 불의의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우리 성도들입니다. 세상이 불법으로 가득 찰수록 우리 성도들은 더욱 의를 행하며 세상에 의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두 번째 방법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형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갈수록 사랑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사랑을 악용하는 짝퉁 사랑, 거짓 사랑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 신앙인들은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본문 10절에서는 하나님의 자녀와 마귀의 자녀가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그 하나는 의를 행하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형제를 사랑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11절에서는 “우리는 서로 사랑할지니, 이는 너희가 처음부터 들은 소식”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하나님의 사람, 그리스도의 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새 계명을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요한복음 13:34-35) 세상 사람들이 사람의 마음과 감정으로 사랑할 수 없는 대상까지도 우리가 사랑할 때 세상은 우리가 하나님께 속한 사람임을 인정해 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우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 주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진짜 사랑입니다. 그런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가까이에 있는 형제를 사랑해야 합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또 요한일서 4:20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사랑을 가슴에 담고 형제와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죄의 유혹을 이기는 방법입니다. 우리에게서 사랑이 식어질 때 우리는 죄에 빠지게 됩니다. 죄의 종노릇하는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신 것은 바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지극하신 사랑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죄에서 건져냈습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우리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 우리를 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받은 그 사랑을 내 삶에서 작은 사랑으로 실천할 때, 다시금 죄의 종을 만들기 위해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전도자인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1918-) 목사님께는 안네 그래함 로츠(Anne Graham Lotz)라는 큰 딸이 있습니다. 그 딸이 어렸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엄격한 가정교육을 시키기로 유명한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부인 루스 여사가 잘못을 저지른 안네에게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매를 맞을 것 같으니까, 안네가 서둘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내 안에 마귀가 있는데 그 놈이 잘못하게 했어.” 그러자 어머니 루스 여사는 “알아. 그래서 나는 그 마귀를 쫓아내려고 하는 거야.” 그러면서 회초리로 딸을 때렸습니다. 두 시간쯤 뒤에 딸이 또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루스 여사가 회초리를 들자 딸 안네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엄마. 마귀란 놈이 벌써 내 속에서 밖으로 도망갔어.” 그 말을 듣고 루스 여사는 회초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매를 맞지 않으려는 어린 아이의 임기웅변이지만,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도 마귀가 우리 안에 있어서 우리를 죄 아래로 끌고 가 죄의 노예가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마음에서 마귀를 쫓아내고 우리 안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마귀에게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죄에 얽매여 살지 마십시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자녀답게 하나님을 닮아 의롭고 거룩한 행실로 사십시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에 가득 담고 그 사랑에 감동되어 사랑을 몸으로 보여줌으로 성도답게 사는 성도가 되십시다. 우리는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9월 29일 주일 낮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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