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에 앉으셨습니까?
< 본문 - 누가복음 14:7-11 >
여러분, 극장에 가 보신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극장에 가시면 어느 자리에 앉으십니까? 며칠 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Daily Mail)이 재미있는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심리학자 ‘미즈키 히로미’라는 사람이 주장한 이론인데, 극장에 가서 어느 자리에 앉느냐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인즉 이런 것입니다.
요즘은 영화를 볼 때 좌석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때 어느 자리를 선택하느냐가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스크린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중앙 좌석을 선호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중앙좌석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전 예매를 하거나 일찍 나와서 표를 사야합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계획성이 철저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같은 중앙이더라도 좀 더 뒤쪽 좌석을 선호하는 사람은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약간 소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한 사람입니다. 반면 중앙에서 좀 더 앞쪽을 선호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사교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또 중간 정도의 위치에서 가장자리 쪽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되기를 바라는 사람이고, 자신과 함께 온 일행에게만 관심을 갖는 사람입니다. 뒤쪽 구석에 앉으려는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와 달리 맨 앞쪽 구석을 선호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교회당에 와서 어느 자리에 앉느냐 하는 것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배를 드릴 때도 보면 거의 대부분이 항상 앉는 자리에 앉습니다. 맨 앞에 앉는 분들은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예배에만 집중하려는 사람입니다. 반면 맨 뒤에 앉는 사람은 전체적으로 관조하려는 사람이거나 예배에 대해서 객관적이려는 사람입니다. 양 옆쪽에 앉는 사람은 약간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사람이고, 가운데 앉는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의자의 가장자리에 앉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꺼리고 예배가 끝나면 빨리 나가려는 사람이고, 의자 한가운데로 들어와서 앉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그런 분석이 아마도 맞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말이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대체로 그럴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시면 됩니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앉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본문 바로 앞인 누가복음 14:1절입니다. 예수님께서 한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셨습니다. ‘바리새인 지도자’라는 말은 바리새인 가운데서도 지도자급에 속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당시 바리새인은 백성들로부터 상당한 존경을 받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바리새인 중에서도 지도자급에 속한 사람이 예수님을 자기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것도 안식일에 말입니다. 이것은 안식일이 끝나고 그날 저녁 가지는 식사를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저녁 해가 질 때부터 안식일인 토요일 저녁 해가 질 때까지를 철저하게 안식일로 지킵니다. 그 때는 잔치를 베푼다거나 사람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식일이 끝난 그날 저녁 해가 진 후에는 여러 사람을 불러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것을 ‘큰 식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바리새인 지도자가 예수님을 초대한 것도 바로 그 ‘큰 식사’라고 부르는 안식일 저녁 해가 진 후에 가진 식사자리였습니다. 그 식사자리에는 바리새인 자도자가 마련한 자리인 만큼 여러 사람들이 초대되었습니다. 14:3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율법교사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질문하셨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율법교사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가르치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그들 역시 백성들에게 굉장히 존경받고 있는 사회 지도층입니다.
그렇게 당시 사회에서 내노라 하는 지도층들이 모였기 때문에 누가 어느 자리에 앉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는 맨 앞줄 중앙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리, 즉 상석(上席)은 맨 왼쪽 끝자리입니다. 유대인들은 식사를 할 때 비스듬히 누워서 식사를 합니다. 그래서 맨 왼쪽에 앉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보면서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맨 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내노라 하는 사회 지도층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 예수님께서도 초대를 받아 가셨습니다. 그런데 초대한 바리새인 지도자나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초대받으신 예수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7절에 “청함을 받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 택함을 보시고.”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은 초대받으신 예수님께서 자리를 잡지 못하시고 서서 다른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셨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모여든 사람들을 관찰하시는 예수님의 눈에 거스르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 식사자리에 왔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반갑게 맞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시기에도 그 사람은 거기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제법 권세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거드름을 피우듯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가장 높은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마치 그 자리가 자신을 위해서 마련해 놓은 자리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이 한 사람을 정중하게 모시고 옵니다. 그 때까지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사람은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주인이 나타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주인이 상석에 앉은 사람 앞으로 가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이 자리는 이분이 앉으셔야 할 자리입니다.’ 그러면서 모시고 왔던 분을 그 자리에 앉힙니다. 당황한 그는 급히 일어나서 어찌할 줄 몰라 서 있는데, 주인이 그에게 말합니다. ‘선생님의 자리는 저 쪽입니다.’ 그러면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은 상석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그 식사자리에는 그만큼 권세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이 초대되었던 것입니다.
상석에 앉아 있다가 계면쩍은 모습으로 말석으로 내려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시면서 예수님께서 같이 갔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혼인잔치에 청함을 받아 갔을 때에 높은 자리에 앉지 말아라. 차라리 저 낮은 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주인이 와서 네게 맞는 자리로 안내해 줄 것이다.’
여러분, 우리의 상식으로 지극히 당연한 말씀입니다. 나보다 높은 사람이 오면 자리를 비어주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 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접을 받는 것이 습관이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접받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그런 대접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누가복음 20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원하며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좋아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누가복음 20:46) ‘긴 옷’은 고위 성직자들이 입은 옷을 말합니다. 서기관들은 대부분 바리새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율법교사로서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의도적으로 그런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자신들은 율법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갑니다. 긴 옷을 입고 시장에 가면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율법교사가 왔다고 허리를 깊게 숙여 존경을 표합니다. 그런 인사를 받고 싶어서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갑니다. 그리고 회당이나 잔치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으레 높은 상석이 자기들의 자리인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상석에 앉는 것이 습과화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도 바로 그런 그들의 습관에서 오는 행동에 대한 말씀입니다. 늘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 습과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날 그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자신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상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을 그 식사자리에 초대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날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에게나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 H. Maslow, 1908-1970)에 의하면, 우리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 욕구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생리적인 욕구입니다. 살기 위해서 물과 음식, 수면 등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 생리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두 번째로 안정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생겨납니다. 신체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협박당하지 않고 평안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사회적인 욕구입니다. 삶이 누군가에게 또 무엇인가로부터 위협당하지 않으면 좋아하고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이 네 번째 욕구입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을 받게 되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자신의 뜻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생겨납니다.
매슬로우의 이런 욕구이론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론입니다. 그렇습니다. 내 삶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욕구라는 것은 내가 원하기 때문에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하나의 욕구가 너무 지나칠 경우에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매슬로우가 말한 인간의 욕구 가운데 첫 번째 욕구인 생리적인 욕구가 너무 강하면 자아실현이라는 큰 꿈을 이룰 수 없을뿐더러, 욕구의 노예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먹기를 탐하고 자기의 것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혈안되어 살아갑니다. 마치 돼지나 짐승의 욕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살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리새인들과 율법 교사들은 매슬로우가 말한 네 번째 욕구가 너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먹고 사는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굶주린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종교지도자들인 율법교사들이나 바리새인들은 굶주림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또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위협을 당하는 일도 없었고,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당연히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존경과 인정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늘 존경받는 일에 목말라했습니다. 그래서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일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가서 사람들로부터 인사받기를 좋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존경의 눈으로 봐주기를 기대하며 회당이나 잔치 자리에 가면 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데도, 더 많이 받고 싶어 안달했습니다. 틈만 나면 높은 자리에 앉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들 스스로 존경받으려 함으로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는 것과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존경하는 것이 다르다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높아지려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존경받을만한 인품이고 존경받을 만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인정받으려 하고 스스로 존경받으려 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결코 존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거만하다고 말합니다. 어리석게도 바리새인들과 율법교사들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이 말씀도 지극히 당연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처럼, 스스로 상석에 앉았다가 그 상석에 앉을 높은 사람이 오면 부끄럽게도 자기 발로 낮은 자리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먼저 낮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주인이 와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를 더 존경하게 됩니다. 정말 겸손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존경과 권위는 자기 스스로 높인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3장에서는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모세의 자리에 앉았으니.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마태복음 23:2) ‘모세의 자리’라는 것은 당시 모세의 율법을 가르치는 율법교사들이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만들어놓은 자리를 말합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율법교사들은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 사이에서 ‘모세의 자리에 앉는다.’는 말은 모세의 권위를 가지고 율법인 토라를 가르친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마치 자기들이 모세가 된 것처럼 착각하며 모세의 권위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모세의 권위를 가지고 율법을 가르치면서도 자기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지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율법을 가르치는 권위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세의 자리에 앉아 율법을 가르치면서도 자기들이 가르치는 율법을 따라 살지는 않는다고 그들을 책망하셨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율법의 권위가 주어질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부자는 자신이 부자인 티를 내지 않는 것처럼, 인격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다른 사람 앞에서 허세를 부르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내면이 채워진 사람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 스스로 존경을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라면 상무’라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비행기 좋은 자리에 앉아갈 수 있는 대기업의 임원이라고 하지만 인격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까, 여승무원을 마치 자신의 몸종 부리듯 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몸종 부리듯 부려야 자신의 권위가 세워진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 의류업체 회장이 비행기 시간에 늦게 와서는 탑승시간이 지났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말한 항공사 용역직원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회장이라 하더라도 정말 그가 사람됨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프리카의 성자’라고 불리는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 박사는 정말 인격적으로 신앙적으로 존경받을만한 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슈바이처 박사는 신학, 철학, 의학 등 세 개의 박사학위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모국에서 교수로서 명예와 존경을 받으며 살 수 있었지만, 그는 아프리카 선교사로 떠났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다 털어 아프리카에 병원을 세우고 병자들을 돌보았지만,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슈바이처 박사는 고향인 독일 알자스에 들러 모금활동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슈바이처 박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고향의 친지들과 친구들, 그리고 각계 인사들이 그를 맞을 성대한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그가 오는 날 수많은 사람들과 기자들이 ‘20세기의 성자’ 슈바이처 박사를 맞이하기 위해서 기차역에 몰려들었습니다. 기차가 도착하자 기자들은 기차 1등칸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1등칸에서 사람들이 다 내렸는데도 슈바이처 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실망했습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기차시간을 놓쳐 기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저 뒤쪽 3등칸에서 내린 슈바이처 박사가 초라한 옷차림으로 플랫폼을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슈바이처 박사에게로 달려가서 물었습니다. “아니 박사님! 어째서 3등칸을 타고 오셨습니까?” 그 때 슈바이처 박사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4등칸이 있어야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3등칸을 탔습니다.” 그런 슈바이처 박사의 겸손함에 감동된 수많은 사람들이 슈바이처 박사를 아낌없이 후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좋은 자리에 앉아야만 내가 튀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높은 자리에 앉아야만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고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낮은 자리에 앉으면, 사람들이 그를 높여줍니다. 사람들이 높여주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그를 높여주십니다.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야고보서 4:10)
오늘은 직장선교주일입니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선교사의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 앞에서도 겸손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성합니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고, 그런 우리의 모습이 내 직장 동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교회는 전교인 한마음잔치를 엽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 세상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직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회사에서 사장님 소리를 들으시는 분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 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 교회에서는 세상에서 어떤 직책을 가졌든, 어떤 명칭으로 불리든 그것에 상관없이 모두 형제요 자매입니다. 세상의 직책이라는 가면을 쓰고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직책이라는 가면을 쓰고 성도들과 교제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서 어떤 직책을 가졌든 우리는 모두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로 서로 교제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어울려 운동도 하고 놀이도 하게 될텐데, ‘나같은 사람이 그런 하찮은 일을 해? 난 안해!’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건강이 좋지 않다면야 운동하기가 어렵겠지만, 체면을 앞세워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 하지는 마십시다.
교회 안에서 스스로 높아지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존경받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스스로 낮아지고 겸손하게 섬기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여러분, 우리 예수님의 말씀처럼 낮은 자리에 앉으십시다. 내가 낮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높임을 받을만한 사람이라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높여주십니다. 내가 스스로 낮아져도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사람들이 존경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리석게도 스스로 높은 자리로 가지 마십시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 2013년 10월 20일 주일 낮예배-전교인한마음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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