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다움을 회복하려면?

< 본문 – 마가복음 3:31-35 >

199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2013) 전 대통령은 흑백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반대 운동을 펼치다 27년 동안이나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란 17세기 남아프리카를 점령한 유럽의 백인들에 의해서 다수인 흑인들이 철저하게 차별받도록 되어 있던 당시의 심각한 불평등제도였습니다. 넬슨 만델라는 이런 불평등제도에 의해서 수많은 흑인들이 목숨을 잃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력한 저항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1962년 투옥된 후 1964년 종신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는 27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가 1990년 석방되었고,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로 실시된 다민족 총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동안 정부 요직에 있었던 모든 백인들은 쫓겨날 것을 예상하고 짐을 쌌습니다. 그러나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하여 과거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혔지만, 그들을 모두 사면했습니다.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단 한 명도 과거사로 처벌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시의 위기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덕분에 남아공에 살고 있던 백인들이 그 땅에 남게 되었고,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까지 흡수하여 큰 위기 없이 나라를 안정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넬슨 만델라가 한 명언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억압받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억압하는 사람도 해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다면 남에게 나의 자유를 빼앗긴 것처럼 나는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합니다. 내가 감옥에서 풀려나왔을 때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둘 다를 해방시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었습니다.” “누구도 피부색, 배경 또는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도록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미워하게끔 배울 뿐입니다. 미워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사랑하는 것도 가르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랑은 미움보다 더 자연스레 사람 가슴에 다가옵니다.” “만약 (분리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NC)가 아파르트헤이트 정부가 여러분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짓을 한다면, 여러분은 아파르트헤이트에 싸웠던 것처럼 ANC와 싸워야 합니다.”

  넬슨 만델라가 존경받는 이유는 자신이 차별과 혹독한 고난을 당했으면서도 권력의 자리에 오른 후 용서할 뿐 복수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차별을 당한 후에 자신에게 힘과 권력이 생겼을 때 차별당한 것만큼 되돌려주려는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보듯이 새로 권력을 잡은 정권은 전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합법이라는 가정 하에 무차별 보복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넬슨 만델라는 차별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그의 신념을 자신부터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전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 많은 사람들이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특별히 자신이 차별로 인해 고통과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회,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가집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차별을 당할 때에는 차별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는 제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에게 힘과 권력이 주어지면 자신이 꿈꾸어왔던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열망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게 보편적인 우리 인간의 실상입니다.

  그런데 때론 종교가 그런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입니다. 보편적 종교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은 우리 인간의 탄생 자체가 평등한 존재였다고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 맨 마지막에 우리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우리 인간을 창조하실 때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세기 1:27) 우리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는 이 말씀은 고대사회의 시각으로 본다면 가히 혁명적인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고대사회에서 인간은 신을 위해 죽도록 일하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신이 자신의 대리자인 왕을 보내 인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존재목적은 신의 대리자인 왕을 위해서 죽도록 일하다가 죽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왕이나 신을 위해 죽도록 일만하다가 죽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자로서 하나님과 친구처럼 교제하는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에덴동산에 나타나신 하나님을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창세기 3:8)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 인간과 함께 동산을 거니시길 즐겨하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신이나 왕을 위한 노예가 아니라 신과 교제하는 존재로 창조하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말씀이 가지는 놀라운 의미는 모든 인간이 다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자로서 차별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우리 인간이 사는 사회는 언제나 계급이 존재해 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신의 대리자인 왕이 있고, 그 다음은 그 왕을 보좌하는 성직자 계급이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보듯이 때론 성직자 계급이 왕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왕이나 성직자를 위해 일하는 중간 계층이 있고, 맨 아래에 백성들은 위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일만 해야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인도 등 힌두교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에서는 법률적으로는 계급제도가 사라졌지만 실제적으로는 여전히 계급제도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모든 인간이 동등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높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권력과 혜택을 누리며 삽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신앙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다른 신을 섬기는 사람들과 다르게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사회를 만들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성경을 가르쳐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을 요구하는 모습입니다. 애굽 땅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살게 됩니다. 가나안 땅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면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는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왕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사시기에서 보듯이 이스라엘 백성들은 끊임없이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를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모든 나라와 같이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사무엘상 8:5) 자기들 스스로 왕의 다스림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왕의 노예로 살겠습니다.’라는 말입니다. 400년 동안 애굽에서 애굽 왕의 노예로 살면서 그들이 얼마나 착취를 당하고 무시를 당하고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그들이 마치 애굽에서 노예로 살던 것처럼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리석은 요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모두 평등하게, 차별 없이 동등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길 원하셨는데 그들은 스스로 왕의 노예가 되려 했습니다. 세상의 다른 나라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 세상 다른 나라의 백성들처럼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안에도 권력구조가 생겨났습니다. 그런 권력구조는 점차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에게도 권력을 안겨주는 인간적 제도로 변질되고 맙니다.

그런 인간적인 권력구조는 곧 인간을 차별하는 세상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그런 제도 아래서 차별이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도 차별이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의 말씀은 굉장히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정확한 이유가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 본문 앞선 말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선 3:21절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친족들이 듣고 그를 붙들러 나오니 이는 그가 미쳤다 함일러라.” ‘붙들러 왔다’라는 말은 체포하러 왔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했고, 그런 소문이 가족들에게 들리니까 가족들이 예수님을 체포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22절 이하에 기록한 것처럼 당시 종교지도자인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에서부터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갈릴리로 와서는 예수님을 향해 ‘귀신들렸다.’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볼 때에나, 종교지도자들이 볼 때에나 예수님의 모습이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랍비와 너무나도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그렇게 달랐을까요? 왜 사람들은 예수님을 정신 이상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종교지도자들인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귀신들렸다고 평가한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권능을 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능력을 나타내셨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예수님께서 당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만나주지도 않으시고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사람들을 보시면서 ‘이 사람들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예수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마태복음에서는 ‘제자들’을 가리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마태복음 12:49) 그러나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제자들만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앞인 3:20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집에 들어가시니 무리가 다시 모이므로 식사할 겨를도 없는지라.” 여기서는 예수님 주변에 모여든 사람을 ‘무리’라고 말씀합니다. 이 ‘무리’라는 말은 종교지도자들과 구별된 일반인들을 가립니다. 늘 예수님 곁에 함께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 가운데는 병고침을 받고 싶어 찾아온 병자들도 있었고,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에 늘 따라다녔던 여자들이나 어린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를 가리켜 내 형제와 자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당시 종교인들은 자신들을 그런 무리들과 차별화했습니다. 누가복음 18장에서 바리새인은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아니함을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종교적 권력을 가지고 정죄하고 차별했습니다. 자그마한 죄를 지어도 부정한 사람이라고 정죄했습니다. 로마 황제의 초상화가 그려진 돈을 만진다는 이유로 세리들을 부정하다고 정죄했습니다. 먹고살기 바빠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율법을 어겼다고 정죄하고,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그런 것처럼 배가 고파 밀이삭을 잘라 먹으면 장로들의 전통을 어겼다고 정죄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당시 사회문화적 전통에 따라 여자는 여자라고 차별하고, 어린아이는 어리다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사회에서는 차별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차별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병이어 이야기에서도 보듯이 예수님이 계신 곳에 작은 도시락을 가진 어린아이도 있었습니다. ‘여자와 어린아이 외에 오천 명이나 되었다’고 말씀하듯이, 그곳에는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던 이들이 예수님 주변에 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는 종교지도자들이 부정한 사람이라고 낙인찍은 세리를 제자로 부르기도 하시고, 세리의 집에 들어가셔서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부정한 존재로 인식되어 사람들과 접촉이 엄격히 금지된 나병환자를 직접 만지기도 하시고, 심지어 이방 여인에게 ‘네 믿음이 크다.’고 말씀하시며 그의 딸을 고쳐주기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셨습니다. 여인이나 어린아이라고 차별하지 않으셨고, 불치병에 걸려 하나님께 저주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병을 고쳐주시고, 손을 대면 부정하게 된다는 나병환자를 친히 만져주셨고, 귀신들린 여인을 고쳐주셨습니다. 부정한 사람이요 민족의 배신자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세리라고 멀리하지 않으셨고, 지옥의 불쏘시개감 정도로만 인식되던 이방인들도 사랑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의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곁을 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하여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이었습니다. 그게 계급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다시 창세기 1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세기 1: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동일하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동등하게 창조하셨다는 말씀은 인간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가지셨던 마음입니다. 그리고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차별 없는 세상, 하나님께서 창조하실 때 가지셨던 그 마음 그대로의 모습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런 주님의 마음,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를 따라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새 계명으로 주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는 말씀도 주님께서 우리를 차별하지 않고 사랑한 것같이 우리도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또 ‘이방의 집권자들처럼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지 말고 먼저 섬기는 자가 되고 종이 되라.’(마태복음 20:25-27)고 말씀하신 것도, 모든 사람을 존귀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예수님의 그 마음과 그 모습을 이어받은 곳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신분의 높낮이 때문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되어서도 안 됩니다. 돈이 많고 적음 때문에 차별되어서도 안 됩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신 그 목적대로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귀한 존재’로 인정하고, 서로를 그런 마음으로 대해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도 그랬습니다. 그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믿는 무리가 서로 필요에 따라 물건을 나누었습니다. 자신의 밭을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가져다놓은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형제가 먹을 것이 없다는 것 때문에 차별당하거나 배고파서 고통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초대교회가 아름다운 이유는 서로 군림하려 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동등한 형제와 자매로 대해주는 예수님의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선교 초기에 그런 주님의 마음을 닮으려 했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처음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왔을 때 우리 사회는 신분제도가 명백히 살아 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서 신분과 상관없이 한 형제자매로서 공동체를 이루려 했습니다. 서울 승동교회에서 백정 출신의 박성춘 집사가 장로로 선출되자 양반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 안동교회를 세웠지만, 교회 공동체는 백성 출신을 장로로 세우기도 했습니다. 금산교회에서는 지주였던 조덕삼의 마부 이자익이 주인보다 앞서 장로로 선택되었음에도, 조덕삼은 자기 집의 머슴을 교회 장로로 존경했고, 그를 신학공부를 할 수 있게 해서 목사를 만들고 자기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했습니다.

  물론 안동교회의 모습처럼 모든 교인들이 차별없는 교회공동체를 만들려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차별을 없애는 과정을 겪어왔습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주인과 종,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자, 유대인과 이방인 등 모든 차별을 없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선교 초기에 사회적 관습을 깨고 차별을 없애려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는 비록 교인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왜 지금의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까? 세상을 닮아가지 않고 너무 세상과 동떨어졌기 때문일까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에 발맞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정신이 교회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려면 모두를 향하여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차별을 없애야 합니다. 어떤 직분을 가졌든지 그것이 권력이 아니라 섬김의 자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머리이시고, 우리 모두는 주님의 지체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 말씀합니다.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 주며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고린도전서 12:22-24)

  그렇습니다. 연약한 지체가 더 귀히 여김을 받아야 하듯이 교회 공동체는 서로를 존귀히 여겨야 합니다. 연약하다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존귀한 존재로 말입니다. 그것이 교회가 세상과 다른 모입습니다. 그것이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그리스도의 정신입니다.

< 2023년 6월 2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