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입니까?

< 본문 – 역대상 17:16-20 >

 오세영(吳世榮, 1942-) 시인이 쓴 ‘나는 누구?’라는 제목의 시를 읽어드립니다. 

“도서관은 골 깊은 산이다.

등산하듯 층계를 올라

어두운 서가를 뒤진다.

이 골짜기는 역사 서가, 저 산봉우리는 철학서가

저 능선은 과학 서가

고서는 이끼 낀 바위로 앉아 있고

사서는 칡넝쿨로 얽혀 있다.

이곳 저곳 걸으며

화두 하나 참구한다.

나는 누구일까

청노루, 백사슴 다 아는 산길에서

길을 잃고 망연히 헤매는데

앞에는 문득

깎아지른 듯 가로막고 서 있는 절벽.

그 까마득한 벼랑에 핀

꽃

한 그루.”

  시인은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 도서관을 뒤진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 서적들 속에서도, 또 철학 서적이나 과학 서적들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익숙한 듯한 길을 헤매다가 문득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그 절벽에 섰을 때 까마득한 벼랑 끝에 핀 꽃 한 그루를 발견하는데, 그게 마치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 인간은 범죄하여 에덴동산에서 현실 세계로 쫓겨난 이후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미국의 실존주의 심리학자인 롤로 메이(Rollo May, 1909-1994) 박사는 그의 책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현대인은 자기 자신을 상실한 채 산업사회 메카니즘의 노예가 되어 방황하면서 살아가고, 마침내 고독과 공허감에 압도되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이러한 존재 의미의 상실로 말미암아 현대인은 쉽게 노이로제 상태에 빠진다.’ 어디 현대인만 그러겠습니까? 물론 현대인들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산업화로 인해서 더 많은 혼란을 겪어내야 하기 때문에,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 힘들고 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인간의 고뇌와 번민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가?’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인간이 내놓은 한 가지 해답은 ‘나도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안도현(安度昡, 1961-) 시인의 시가 그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자기가 물인 줄 모르는 빗방울이

골짜기를 만들고

강 만들었다는 건 알지만.

자기가 별인 줄 모르는 북두칠성이

천체 망원경을 만들었다는 건 알지만.

자기가 공인 줄 모르는 야구공이

글러브를 만들었다는 건 알지만.

자기가 방귀인 줄 모르는 냄새가

찡그린 얼굴을 만들었다가

민망한 표정을 만들었다가

까르륵 웃음을 만들었다는 건 알지만.

등 뒤에서 두 손으로 네 눈을 가렸을 때

넌 누구야! 하고 네가 깜짝 놀라 소리 지를 때

내가 누구라는 걸 어떻게 말하겠어

장미는 자기가 꽃인 줄 모르고 빨갛게 피잖아

도마뱀은 자기가 파충류인 줄 모르고 연못가에 살잖아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정말.”

  나타난 결과를 보고서 ‘그것’의 존재를 알 뿐 본질은 알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가 ‘넌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깜짝 놀랄 뿐 뭐라 대답할지 모르는 것이 ‘나라는 존재’라고 고백하고 있는 시입니다. 그럼에도 장미가 꽃인 줄 모르지만 빨갛게 피는 것처럼, 도마뱀이 자기가 파충류인 줄 모르고 연못가에 사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오늘 물 흐르듯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가?’를 물어왔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안도현 시인이 고백한 것처럼,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자신의 삶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 내가 누구인지 묻기도 두려워하며, 그 물음을 깊은 내면 속에 감추어둔 채 살아오진 않으셨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다윗도 그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여 나는 누구이오며.”(Who am I, Yahweh God) 다윗은 하나님 앞에 ‘나는 누구입니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윗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성경에 그에 대한 정보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윗은 지금 자신의 외적이고 객관적인 모습에 대해서 ‘내가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의 찬송시입니다. 오늘 본문의 찬송시를 지은 배경은 이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베들레헴 작은 고을에서 양치기로 살아가던 다윗에게 기름을 붓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오랜 훈련의 기간을 거친 후 드디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다윗이 왕이 된 후 이스라엘은 날로 강성해졌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나라 안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블레셋을 비롯한 주변 나라들을 점령하면서 어느 누구도 다윗의 나라를 위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나라가 대내외적으로 안정을 찾자 다윗은 하나님의 언약궤를 다윗성으로 모셔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하나님을 위해서 성전을 지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단 선지자를 불러 자신의 의중을 알립니다. 물론 나단 선지자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다윗의 마음을 알기에, ‘왕이 마음 먹은 대로 행하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반대하셨습니다. 성전을 건축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성전을 건축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으셨는데 굳이 성전을 건축할 필요가 없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왜 다윗은 성전을 건축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고대 사회에서 자신이 믿는 신을 위해 신전을 짓는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전쟁은 신들의 싸움이라고 생각했고, 자기 나라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자기 민족이 믿는 신이 적국의 신보다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전쟁에서의 승리는 신이 준 선물이고, 그런 승리를 선물로 준 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신전을 짓거나 신상을 세우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라는 높은 언덕 위에는 파르테논 신전이 있습니다.(사진1) 이 파르테논 신전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제1호로, 유네스코의 앰블럼으로 쓰이고 있습니다.(사진2) 파르테논 신전은 주전 5세기 그리스를 침공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안겨준 ‘아테나 파르테노스’(Athena Parthenos)라는 여신을 위해서 세워졌습니다. 그렇게 고대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하는 파르테논 신전은 전쟁에서 승리를 안겨준 신에게 바친 신전입니다.

  다윗도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에게 승리를 안겨준 여호와 하나님을 위해서 성전을 건축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윗이 그런 마음으로 성전을 지어드리겠다고 한 것일까요?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성전을 짓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때 다윗은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선지자 나단에게 자신의 뜻을 이야기했습니다. 고대 사회의 풍습처럼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전을 지어드리려 했다면 굳이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지어드리면 됩니다. 그건 자신의 성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성전 건축의 결재권자가 하나님이심을 알았습니다.

  다윗이 고대 사회의 풍습과 같이 자신에게 승리를 안겨준 하나님께 선물로 성전을 지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성전을 건축하려 한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깨서 ‘넌 성전을 짓지 마라!’라고 말씀하실 때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순종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성전을 짓지 못하게 하신 이유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전쟁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역대상 22:8) 고대 사회의 풍습대로 한다면 전쟁을 많이 해서 승리를 거두었다면 더더욱 신전을 건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거꾸로 이야기하십니다. 전쟁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피를 많이 흘렸다.’는 것은 전쟁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성전을 짓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위해서 성전을 건축하겠다는 선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거절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성전 건축을 거절하셨을 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선한 마음으로 성전을 건축해 드리겠다는 데 그걸 거절하셔?’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사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게 오늘 본문입니다.

  다윗이 감사의 노래를 부른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성전을 짓지 못하게 하시면서 오히려 당신이 다윗의 집을 굳게 세워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게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8절에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 모든 대적을 네 앞에서 멸하였은즉 세상에서 존귀한 자들의 이름 같은 이름을 네게 만들어 주리라.” 비록 성전 건축은 거절당했지만 앞으로 하나님께서 다윗과 함께하시며, 어디를 가든지 그의 이름을 더 존귀하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지금 다윗은 왕입니다. 한 나라에서 왕이라면 가장 존귀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한 나라 안에서만 존귀한 자가 아니라, 세상 그 누구보다도 존귀하게 해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다윗의 나라를 견고하게 해주시겠다고도 약속하십니다. 개인과 나라 전체에 엄청난 복을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들은 다윗은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전을 지어드리겠다는 것은 거절당했지만,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더 많은 복을 주시겠다고, 그의 이름을 존귀하게 하고 그의 나라를 견고하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시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릅니다.

  그래서 다윗이 첫 번째 한 말이 이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여 나는 누구입니까?” 이 질문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해답을 얻고 싶었던 그런 질문이 아닙니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그래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나는 누구냐?’고 하나님께 물었던 질문이 아닙니다. 다윗은 자신의 존재를 너무나도 잘 알았습니다.

  다윗이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물음에 자기 스스로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이 하나님 앞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다윗은 ‘나는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서 그 대답을 해주실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란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다윗은 하나님께로부터 약속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하나님이 누구입니까? 여호와 하나님(Yahweh God)입니다. 성경에 하나님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들이 여럿이 있습니다. 그냥 간단히 ‘하나님’이라고 쓰기도 하고, ‘여호와’라고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종종 오늘 본문에서 다윗이 표현한 것처럼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주로 언약의 하나님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다윗은 지금 자신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을 언약의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언약의 하나님은 당신이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지키시는 하나님입니다. 신실하신 하나님, 변함이 없으신 하나님은 당신이 말씀하신 것은 반드시 이루시는 하나님입니다. 다윗 역시 자신과 함께하시겠다는 약속, 자신의 이름을 존귀하게 해 주시겠다는 약속, 자신의 나라를 영원히 견고하게 해 주시겠다는 약속 등 그 모든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확신했습니다.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지금 자신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입니까? 그분은 창조주이십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자신에게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편 23편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편 23:1) 하나님은 목자이시고, 내가 그분의 양이라면 내게 부족함은 없습니다. 그분이 모든 것을 먹이시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자신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은 목자 정도가 아닙니다. 자신을 양으로 여기시는 분이 아닙니다. 자신을 존귀하게 만들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자신의 나라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것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고 설렙니다. 자신이 하나님께 해 드리겠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인데,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귀하게 여기시고 엄청난 복을 약속해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은 너무나도 부족하고 초라한 존재입니다. 다윗의 마음에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은 왕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고을의 평범한 목동이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하나님께서 택해주셨고, 그런 자신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아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셨다면 베들레헴 시골에서 평생 양이나 치며 살다가 죽어야 할 존재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자신을 왕으로 세워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은혜가 아니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받은 은혜만 생각해도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크신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크고 귀한 약속을 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본문에서 “나는 누구이오며”라는 이 물음은 단순히 ‘나는 어떤 존재입니까?’라는 의문이 아닙니다. ‘나 같은 놈을 이렇게 사랑해 주시다니요!’라는 감격의 고백입니다. 18절에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께서는 주의 종을 아시나이다.” 다윗은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하나님의 눈에 비춰서 바라보았습니다. ‘주께서 나를 아십니다.’라는 고백은 ‘그래도 내가 쓸만한 존재이지요?’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이 얼마나 비천한 존재인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얼마나 못된 존재인지, 얼마나 죄된 존재인지를 하나님께서 아신다는 고백입니다. 그렇게 내세울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자신을 하나님께서 택하셨고, 왕의 자리에 앉혀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못난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영원한 언약을 세워주셨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고백입니다.

여러분, 지금 다윗은 왕입니다. 세상의 자리로 따진다면 그보다 존귀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다윗의 나라는 주변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자신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왕이라고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분명 다윗에게도 자랑할만한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 어느 것도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 어느 것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자신은 오직 하나님 앞에 부족하고 초라한 존재, 하나님의 사랑을 받기에 너무나도 부끄러운 존재라는 사실만 고백할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님 같은 분은 없습니다. 본문 20절에서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우리 귀로 들은 대로는 주와 같은 이가 없고 주 외에는 하나님이 없나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입니다. 우리 인간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른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분의 피조물일 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선하게 산다 하더라도 우리는 죄인일 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 자랑할 것은 하나도 없는 빈털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은혜에 만분의 일도 갚지 못합니다. 그런 하나님 앞에 서니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 것같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나같은 사람에게까지 이런 은혜를 베푸시다니요!’라고 감격하며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아니면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고 힘쓴다 하더라도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를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고, 그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은혜를 입었을 뿐입니다.

  여러분, ‘나는 누구인가?’라는 이 질문 앞에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내 자신에게서 아무리 찾아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세영 시인이 쓴 것처럼 산봉우리처럼 쌓아놓은 철학 서적이나 역사 서적 등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내가 누구인지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 앞에 세워놓을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바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감격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의 다윗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일까요?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참으로 가치 있고 보람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거짓의 유혹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 때 바른 신앙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 때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선 나’를 바로 인식할 때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 앞에 선 나의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은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 앞에 설 때 참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바로 보면 우리도 다윗과 같이 고백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편 8:4) 이것이 우리의 고백이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감격이기를 원합니다.

< 2023년 8월 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