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칭의입니다.

< 본문 – 로마서 3:23-28 >

17세기에 살았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네덜란드 최고의 화가로 ‘네덜란드 예술의 황금시대를 연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이 ‘탕자의 귀환’입니다.<그림1>

  이 그림은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탕자의 비유’를 배경으로 하여 그린 것입니다. 렘브란트는 아내 사스키아(Saskia)와의 사이에서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네 아이를 모두 일찍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마저 한 살배기 아들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 후 재혼했지만, 두 번째 아내마저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렘브란트는 재물과 명성과 가족까지 모두 사라지고 세상과의 작별할 날만을 기다리던 중 남아 있는 아들마저 죽고 맙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죽기 2년 전 즈음에 이 ‘탕자의 귀환’이라는 작품을 남기게 됩니다. 이 그림 속에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작은 아들의 모습이 어쩌면 자기 자신의 모습과 같았는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이 우리에게 더욱 유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20세기 최고의 영성가라 불리는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이 이 그림을 보고 느낀 감동을 바탕으로 『탕자의 귀환』이라는 책을 펴냈기 때문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였던 헨리 나우웬은 영적으로 탈진한 상태에서 가르치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프랑스에 있는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인 라르쉬(L’Arche) 공동체에서 몇 달간 머물던 중에, 공동체의 친구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이 그림을 보게 됩니다. 그는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림에 매료되고 맙니다.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뜨거운 친밀감, 붉은 망토의 온화한 톤, 소년의 겉옷에서 반사되는 황금빛, 그리고 양쪽을 한꺼번에 휘감고 있는 신비로운 광채에 빨려들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강렬한 첫 만남 후 3년 뒤 그는 러시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예르미타주(Ermitage) 미술관을 방문하여 특별한 허락을 받아 그 그림 앞에서 며칠간 머물며 그림을 감상하게 됩니다. 그는 1세기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이야기와 17세기에 그려진 그림, 그리고 20세기를 사는 한 사람 - 자신의 삶을 통찰하면서 영적 의미를 발견해갑니다. 작은아들의 방탕한 삶과 아버지께로 돌아온 처참한 모습, 그리고 작은아들을 받아준 아버지에 대한 큰아들의 분노와 상처 그리고 상실감, 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는 사랑으로 용서하시고 따뜻하게 환대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그림에서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작은아들을 감싸 안은 아버지의 손입니다. 그 손을 자세히 보면 두 개의 손이 다른 모습임을 보게 됩니다.<그림2> 왼손은 아주 투박한 남성의 손이고, 오른손은 아주 부드러운 여성의 손입니다. 그 오른손은 어머니의 손입니다. 어떤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다 용서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그 손에 담고 있습니다. 아들의 부족하고 연약한 부분까지 다 감싸주는 손입니다. 지난날의 아픔을 쓰다듬어 주고, 그 어떤 허물이라 하더라도 다 감싸주는 사랑의 손입니다. 반면 투박한 왼손은 새로운 삶을 헤쳐나가도록 격려하고 소망을 주며 힘을 주는 아버지의 손입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지라도 다시금 일어서도록 도우시는 능력의 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주시고 품어주시는 어머니 같은 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삶을 살아감에 있어 힘내도록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십니다.

렘브란트와 동시대에 살았던 스페인의 화가 무리요(Bartolome Esteban Murillo, 1617~1682)가 그린 같은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그림3> 이 그림에서 우리가 주목해 볼 것은 오른쪽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쟁반에 들고 있는 옷입니다.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누가복음 15장의 기록에 의하면,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물려받아 아버지 곁을 멀리 떠난 후 허랑방탕으로 재산을 다 잃은 둘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종들에게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라’(누가복음 15:22)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일 좋은 옷’이란 어떤 옷일까요? 여기서 옷(στολην)은 일반인들이 입는 옷이 아니라, 발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옷으로 고대사회에서 왕이나 제사장들 또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입는 옷을 말합니다. 아버지는 알거지가 되어 돌아온 둘째 아들에게 높은 사람들, 부자들이 입는 옷 중에서도 가장 좋은 옷을 입혀준 것입니다. 그것은 그를 아들로 당당하게 맞아준다는 뜻입니다. 종들이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아들이 얼마나 귀하고 존귀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면서, 비록 지금의 모습은 누더기를 걸친 거지의 몰골이지만, 앞으론 아버지의 아들로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고 공경하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스페인의 화가 무리요는 바로 그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혀줌으로서, 더 이상 거지가 아니라 당당한 내 아들이라고 사람들에게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그가 지난 시간 아버지를 떠났고, 자신이 받은 재산을 다 탕진해 버렸을지라도 그는 내 아들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기에 그 좋은 옷을 입혀주기 위해서 준비된 옷을 의미 있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탕자가 걸친 누더기옷과 비교하기 위해서 두 옷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면서 말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탕자는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아버지 곁을 떠나면서 이미 아버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달라 해서 아버지 곁을 떠난 것이 뭐 그리 큰일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근동 지역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아버지에게 유산을 달라고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유산은 당연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물려받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유산을 달라고 한다는 것은 아버지를 죽은 존재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거나 이젠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고 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됨을 포기하고 떠나버린 아들, 이제는 더 이상 아들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종이나 품꾼의 하나처럼 여겨 받아달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너는 여전히 내 아들’이라고, ‘가장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고 옷을 통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그런 사랑의 아버지 하나님을 미국의 팀 켈러(Timothy Keller, 1950-2023) 목사님은 ‘탕부 하나님’(The Prodigal God)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다 탕진한 아들을 탕자라고 한다면, 자신이 가진 사랑을 무모할 정도로 베푸시고 또 베푸시는 하나님은 탕부이시라는 뜻입니다. 무모할 정도로 탕자를 사랑하신 하나님, 그 하나님은 오늘 우리를 무모할 정도로 사랑하시는 탕부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무모할 정도로 우리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탕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시고 그저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탕부 하나님이십니다. 그 사랑으로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셨습니다. 그 한량없는 사랑, 무모한 사랑이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죽게 하셨습니다. 우리를 죄에서 건져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와 원수로 지내지 않고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바람을 십자가에서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런 하나님의 바람을 온전히 이루신 인류 역사 최고의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회복입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헐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신 사건이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일방적인 사랑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우리를 향해 당신의 크신 사랑을 일방적으로 베풀어주신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 사랑의 십자가 때문에 우리의 죄가 사하여졌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구속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요구조건도 내걸지 않으시고 무조건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용서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십자가의 사랑으로 용서하신 이유는 우리와 화목하게 지내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독생자와 죄인인 우리의 자리를 맞바꿔 우리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고, 자녀인 우리와 친밀하게 지내시고자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서 죽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화목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칭의(稱義)입니다. 칭의란 법적으로 죄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을 말합니다. 죄가 없는 의인이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죄가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죄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죄인입니다. 죄악 가운데 태어났고, 여전히 죄악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죄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게 하심으로 우리의 죄값을 치르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죄값을 치를 능력이 없기에 죄가 없으신 당신의 독생자를 죄에 대한 속전으로 내어주시며 우리가 치러야 할 죄값을 치러주셨습니다. 완벽하게 죄값을 치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의로운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것이 칭의입니다.

그것을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예언합니다. “우리가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이사야 53:6) 우리가 하나님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기도 전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뭘 기도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고, 우리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시더니, 우리의 죄를 다 그분의 어깨에 짊어지우셔서 십자가에서 죽게 하셨습니다. 그리곤 ‘이제 내가 죄값을 치렀으니 너는 무죄야!’라고 선언해 주셨습니다.

  우리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우리가 한 일을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죄의 짐을 짊어지셨고,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본문 24절)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었습니다. ‘은혜’라는 말은 내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이 받은 것을 말합니다. ‘값없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그 어떤 값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내가 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은혜로’라는 말과 ‘값없이’라는 말은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이 둘을 동시에 사용하여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우리가 의롭게 되는데 있어서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탕자의 비유에서 말씀한 것처럼, 탕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그 한량없는 사랑으로 돌아온 탕자를 맞아주실 때 그에게 그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고 그를 아들로 받아주었습니다. 가장 좋은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네 잘못을 이제 알겠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고 다짐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냥 아들로 받아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칭의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룩한 백성이라고 불러 주실 때, 우리에게 어떤 조건도 걸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우리를 그냥 받아주셨고 안아 주셨습니다. 그리곤 우리에게 자녀됨을 회복시켜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죄가 다 없어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 25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간과하심으로’입니다. 간과하다는 말은 미뤄놓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의 의미는 ‘옆으로 미루어놓다. 제쳐놓다’는 뜻입니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잠시 옆으로 제쳐놓았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해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데, 완전히 없애버리신 것이 아니라 잠시 제쳐놓으신 것입니다. 그럼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완전히 없애지 않으시고 잠시 제쳐놓으신 것일까요? 히브리서 8:12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들의 불의를 긍휼히 여기고 그들의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기억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까지도 살피시고 아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모든 죄악을 다 기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의도적으로 잊으시겠다는 뜻입니다. 다 아시고 기억하시지만,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잊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의 죄를 기억하지 않으신다, 잊으신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간과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잊으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고 간과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앞서 말씀드린 탕자의 비유를 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집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알거지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의 죄를 캐묻지 않았고, 책임을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받아주었고, 그에게 아들됨의 권위를 회복시켜준다는 의미로 제일 좋은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에 가락지를 끼워주었고, 신발을 신겨주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아들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아들의 모든 권위를 회복한 둘째 아들이 그 집안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물론 성경은 그 이후에 그 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집안에서 일하는 어떤 종이 실수했다고 가정해 보십시다. 그러면 둘째 아들을 어떻게 했을까요? ‘왜 그렇게 어리석게 행동하느냐?’고 책망했을까요? ‘왜 그렇게 책임성이 없느냐?’고 꾸중했을까요? 잘못하고 실수한 종을 불러다 놓고 ‘너 그것 밖에 못하겠느냐?’고 나무랬을까요?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종이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그는 조용히 그를 안아 주며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고 격려해 주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해.’라고 다독여주었을 것입니다. 왜요? 자신이 잘 알거든요. 자신이 예전에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다 용서하시고 잊으셨지만, 우리는 우리의 지난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잊으면 우리는 교만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죄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죄로 인해 죽어야 마땅한 존재인데,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게 하심으로 우리의 죄에 대한 속전을 지불하셨고, 그로 인해 우리가 의롭게 되어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죄를 간과하셨다는 말씀이 바로 그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용서받은 죄인입니다. 용서받았기에 기쁨과 감격으로 살아야 합니다. 죄에 얽매여 죄에 종노릇하며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죄인임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은혜로 고백하며 감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죄인임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구원받은 백성이라는 감격 속에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거룩한 백성이 되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주님께서 피 흘려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값을 다 지불하셨기에 우리는 죄없는 자가 되었습니다. 의로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죄없는 자가 되었다고 해서 죄와 무관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는 죄의 유혹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죄의 유혹 앞에서 우리가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께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를 의롭게 만들어주셨기에, 우리는 다시 죄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걸 우리는 늘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의롭게 된 우리는 마땅히 의로운 백성답게 살아야 합니다. 집에 돌아온 탕자가 집에 돌아와서도 집을 떠났을 때 살았던 것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는 십자가와 원수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거룩한 백성으로, 의로운 하나님의 자녀답게 말입니다.

  십자가는 칭의입니다. 십자가 때문에 우리가 거룩한 백성이 되었습니다. 십자가 때문에 우리는 죄를 용서받고 의롭다하심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 우리가 의롭게 되었다는 것이 우리 자신의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행위나 우리의 노력으로 거룩한 백성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문 28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결론을 짓습니다. “우리가 인정하노라.” 사도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 우리가 거룩한 백성이 되었다는 것, 의로운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자신의 노력이나 행위로 된 것이 아님을 너무나도 자명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은혜받은 자답게 살겠다고 말입니다.

< 2023년 9월 2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