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 본문 – 창세기 29:31-35 >

조선 후기 여성들의 한글문학인 ‘규방가사’를 연구한 책 『조선의 글 쓰는 여자들』에 ‘시골 여자 서러운 사연’이라는 글이 나옵니다. 

“원통하다 우리신세 아내되어 남편에게 

사랑한번 못하고 산들 무슨 일이 있나 

염라대왕 원망일세 나를 어서 데려다가 

평화를 알려주소 못잊을세 우리 부모 

금옥같이 날을 길러 만복을 바라건만...”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근대전환기에 신여성과 대비되는 구여성이 겪어야 했던 서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일찍 결혼한 후 홀로 서울로 유학을 떠난 남자가 시골에 남아 있던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연애결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시골의 무식한 여자’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면, 시골에서 오매불망 남편만을 기다리던 여성들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사랑받기를 갈구하지만, 느닷없는 이별 통보를 받은 여성들은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이런 노래를 부른 것입니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이혼 통보를 받은 시골 여자는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기에 염라대왕에게 자신의 목숨을 거둬가 달라고 간청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품에서 자랄 때에는 그래도 구슬 같은 귀한 존재였고 사랑받는 딸이었습니다. 부모님들도 자신을 기르면서 내 딸이 행복했으면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통보를 받은 시골 여자인 자신의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 가득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만 해도 배우지 못해 무식하고, 가꾸지 않고 멋스러움이 없는 여성들은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받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 사랑이 거부당할 때 느끼는 고통은 세상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아픕니다. 특별히 오로지 남편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구시대적 배경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불완전한 부분을 채워가고, 시집살이의 힘듦과 서러움을 참고 견디어낼 수 있는데, 남편마저 자신을 버린다면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이 살아야 했던 것이 옛날 여인들의 삶이었습니다. 불과 100년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으로부터 거의 4천여 년 전에는 어떠했겠습니까?

오늘 본문은 한 남자의 사랑을 갈망하는 한 여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은 형 에서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향에서 도망쳐 나와야 했습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어머니의 고향, 즉 외갓집이 있는 하란입니다. 하란에 도착한 야곱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이었습니다. 그리고 라헬을 본 야곱은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라헬과 사랑에 빠진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 머물면서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7년 동안 머슴살이를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7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외삼촌에게 머슴살이를 약속한 기한을 채웠습니다. 이제 라헬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야곱은 당당히 외삼촌에게 요구합니다. ‘라헬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약속한 기한을 다 채웠으니 라헬을 아내로 달라’고 말입니다. 외삼촌 라반은 그렇게 결혼을 허락하고는 온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큰 잔치를 열었습니다.

  결혼식 잔치가 끝나고 드디어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첫날밤을 보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자신과 첫날밤을 보낸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라헬이 아니라 라헬의 언니 레아였습니다. 깜짝 놀란 야곱이 외삼촌 라반에게 따집니다. ‘왜 라헬이 아닌 언니 레아와 첫날밤을 보내게 하셨습니까?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여러분, 야곱은 사랑하는 연인 라헬을 위해서 7년이나 노동해야 했습니다. 오직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다 해냈습니다. 힘들고 긴 시간이었지만 야곱은 늘 즐거웠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것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이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성경은 첫날밤을 보낸 이후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창세기 29:25) 이 말씀을 성경대로 번역한다면 이런 말입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보라! 그녀는 레아였다!’ 야곱은 라헬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만 하면 자신의 인생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7년을 수고한 결과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언니 레아를 아내로 맞아들일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첫날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꿈도 꾸지 못했던 레아와 첫날밤을 보내고 만 것입니다. 외삼촌에게 완전히 속은 것입니다.

  영국의 성경주석가인 데랙 키드너(Derek Kidner)는 이 구절을 주석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에덴동산 이후 인류가 경험해 온 환멸의 축소판이다.” 지나간 밤에는 꿈만 같았습니다. 7년 동안 수고한 보람이 있는 밤이었습니다. 자신이 갖고 싶고 성취하고 싶은 것 다 가진 것 같은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현실은 너무나도 딴 세상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는 실망과 외삼촌에게 당했다는 배신감이 그의 가슴 가득 밀려오는 환멸의 날과도 같습니다. 그게 바로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수고하며 끊임없이 달려왔습니다. 때로는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생각되는 순간을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처럼 그 순간이 꿈처럼 지나가 버리고, 힘들고 답답하고 고달픈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실과 세상에 우리의 희망을 걸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것, 세상적인 것은 결국 언젠가 우리를 실망시키고 말기 때문입니다.

야곱만 그런 실망감을 경험한 것이 아닙니다. 야곱은 아침에 일어나자 간밤에 자기 품에 있던 여인이 사랑하는 라헬이 아니라 레아였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그 레아가 누구입니까? 성경은 레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창세기 29:17) 고대사회에서, 특히 성경에서는 이름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삶을 드러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아 역시 그렇습니다. ‘레아’라는 이름은 ‘일하다. 애쓰다, 지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름의 뜻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레아는 큰딸로 태어나 집안의 온갖 힘든 일을 도맡아 부지런히 일하던 살림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시력이 약했습니다. 시력이 약했다는 말은 참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시력이 약해 앞을 잘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안경이 있으면 시력에 맞게 안경을 맞춰 쓰면 되는데, 지금으로부터 거의 4천 년 전에 안경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앞을 보거나 물건을 찾을 때, 뭘 하든지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눈을 찡그려야 합니다. 그게 오랜 습관이 되면 사람의 얼굴이 찡그린 얼굴이 되고, 무언가를 제대로 보지 못해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늘 노심초사하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히 여성으로 시력이 약해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도 힘듭니다.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그녀는 여성다운 매력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력이 약하다는 말은 사리분별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시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신적으로 그녀는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 분명하게 내리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육체적 정신적 한계 때문에 레아는 여성스러운 매력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레아와 대조적으로 라헬은 곱고 아리따운 여인이었습니다. 야곱이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쁘고 여성스럽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 두 딸을 키우면서 아버지 라반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아버지 라반의 마음에 예쁘고 여성스러운 라헬은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겠지만, 레아는 늘 눈에 걸렸을 것입니다. ‘저게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 레아를 아는 사람들이 여성적인 매력도 없고 시력도 나쁜 저 애를 아내로 맞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을까?’ 아마 그런 걱정이 늘 있었을 것입니다.

그건 레아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겐 여성스러움도 매력도 없기에 시집을 갈 수나 있을까 걱정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라헬 대신에 야곱과 첫날밤을 보내라고 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순종합니다. 야곱이 라헬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압니다. 정식으로 한다면 야곱의 아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기에 아버지가 속여서라도 자신을 야곱의 아내가 되게 한다면 그렇게라도 결혼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결혼한 후에도 자신은 야곱에게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야곱은 라헬을 사랑했고, 자신은 외톨이였습니다. 자신이 언니라고 야곱과 먼저 결혼식을 올렸지만, 남편이 자신이 아닌 동생을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레아의 마음이 어땠을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여전히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있지만 남편도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입니다. 우리가 누구나 기대하는 것처럼 결혼을 하면 남편의 사랑을 받길 바랍니다. 그런데 레아에게는 그것조차도 사치였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자신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불과 한 세대 앞선 우리 부모님의 세대에도 그렇거니와 아들을 낳는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었습니다. 아들를 낳자 레아는 아들의 이름을 ‘르우벤’이라고 지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르우벤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 레아였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식을 낳으면 그 이름을 아버지가 짓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그 아이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아버지가 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아들의 이름을 아버지 야곱이 아니라 어머니 레아가 지었습니다. 왜 레아가 아들의 이름을 지었을까요? 어쩌면 레아가 아들을 낳은 것에 대해서 야곱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기쁨을 표현할 수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야곱이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하면 아들을 낳지 못한 사랑하는 아내 라헬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레아와 라헬 사이에서 야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곱은 그럴지라도 레아는 달랐습니다. 아들을 낳자 레아는 그 이름을 ‘르우벤’이라고 지었습니다. 르우벤이라는 말은 ‘보라, 아들이다!’ 그런 뜻입니다. 아들을 낳은 것에 대해서 너무나도 감격스럽다는 것입니다. ‘야 드디어 아들을 낳았어!’라는 기쁨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기뻐했을까요? 단순히 일반적으로 아들을 낳은 기쁨 이상의 기쁨이 레아에게 있습니다. 남편은 자신보다 동생 라헬을 더 사랑합니다. 그게 늘 마음에 아픔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제 자신이 야곱의 본부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본문 32절에서는 레아가 자신의 아들 이름을 ‘르우벤’이라고 지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나의 괴로움을 돌보셨으니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로다.” 아들을 낳을 때까지 레아의 아픔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곱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때론 남편의 품에 안기긴 하지만 이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런 나날이 너무나도 힘들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제 아들을 낳았으니 남편이 나를 사랑해 줄 것이 분명했습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레아가 아들 르우벤을 낳고 난 후에 야곱이 레아를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얼마 후 두 번째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시므온’이라고 지었습니다. 시므온이라는 이름은 ‘들으심’이라는 뜻입니다. 왜 들으심이라는 뜻을 가진 시므온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요? 33절에서 말씀합니다. “여호와께서 내가 사랑받지 못함을 들으셨으므로.” 첫째 아들 르우벤을 낳고도 레아는 야곱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남편이 나를 사랑해 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낳았는데도 남편 야곱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아들을 낳고서 사랑받지 못하는 괴로운 마음의 울부짖음을 하나님께서 들으셨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세 번째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름을 ‘레위’라고 지었습니다. 레위라는 이름은 ‘연합’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이름 지은 이유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내가 그에게 세 아들을 낳았으니 내 남편이 지금부터 나와 연합하리로다.”(본문 34절) 여기 ‘연합한다’는 말은 ‘밀착한다. 친밀해진다.’는 뜻입니다. 부부가 사랑으로 친밀해지고 하나가 되는 것처럼, ‘이제 아들을 셋씩이나 낳았으니 이제부터는 남편이 나를 아내로 인정하고, 남편과 알콩달콩 살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 동안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들 둘을 낳았는데도 남편과 사이가 꼭 남남인 것만 같습니다. 이제 셋이나 낳았으니 자신을 아내답게 인정해 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면 그런 기대가 이루어졌을까요? 레아가 네 번째 아들을 낳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유다’라고 지었습니다. 그 이름의 뜻은 ‘찬송하다, 찬양하다, 감사하다’입니다. 여러분, 왜 레아는 네 번째 아들을 낳고서 그 아들의 이름을 ‘감사하다, 찬양하다’는 뜻을 가진 ‘유다’라고 지었을까요?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신에게 자식을 넷씩이나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일까요? 지금까지 아들을 낳은 후의 결과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낳아주었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습니다. 두 번째 아들을 낳고서 자신의 고통을 하나님께서 들으셨다고 시므온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도에 응답해 주신 마음을 담아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남처럼 여겨졌습니다. 세 번째 아들을 낳고서는 이제 드디어 남편과 자신이 친밀한 부부의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 기대가 이루어졌을까요? 성경의 이야기를 통해 보면 여전히 야곱은 레아와의 관계가 그렇게 친밀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을 셋씩이나 낳아주었는데도, 남편의 마음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동생 라헬을 더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들을 낳아 준다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그 마음을 자신에게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레아는 이제 남편을 바라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남편 대신 하나님만 바라보고 사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찬송하다. 감사하다.’는 뜻을 가진 유다라고 아들의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여러분, 네 번째 아들을 낳기까지 레아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느껴지십니까? 결혼하기 전 아버지 아래서 자랄 때에도 자신의 신체적 약점 때문에 늘 불안하고 갈급함으로 살았습니다. 야곱과 결혼했지만, 남편 야곱의 사랑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남편이 사랑해줄까 기대했지만, 그것도 물거품이었습니다.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아도 남편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의 사랑은 요원했습니다. 아들을 낳는 기쁨을 얻는 것도 잠시, 남편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공허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갈급함이 그녀의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아들을 낳을 때에야 알았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기대하고 갈구하지만, ‘남편으로는 내 마음이 채워질 수 없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편을 바라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나님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네 번째 아들 이름을 유다라고 지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본문 35절) 이제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겠다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짝사랑하는 남편으로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얻을 수 없음을 알기에 하나님을 찬송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네 번째 아들을 얻으면서 레아가 얻은 귀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레아가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갈구하고 행복을 얻고 싶어하지만, 그녀는 바라는 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편, 가장 내게 행복을 줄 수 있고 줘야 하는 남편으로부터 결코 그 행복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남편이라 하더라도 사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그녀의 마음에 항상 있었습니다.

  그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만 하면 행복할 것이란 야곱의 기대가 외삼촌 라반의 속임수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처럼, 우리도 종종 그렇습니다. 아들만 낳으면 남편의 사랑을 가져올 수 있고 행복할 것이란 레아의 기대도 무너졌습니다. 아들을 넷씩이나 낳았음에도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기대를 걸고 사는 것이 꼭 야곱의 삶, 레아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왕이신 주님을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거기에만 참된 만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삶에 만족을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만이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처럼, 예수님의 사랑만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참된 만족과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갈급함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만 채워집니다.

< 2023년 11월 2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