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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4-26 19:52

왜 고센인가? <4월 26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왜 고센인가?
본문 - 창세기 46:28-34

제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유대인들이 독일 나치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어느 거리에 유대인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통행증이 있었고 한 사람은 통행증이 없었습니다. 그때 저쪽에서 나치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가 나타나 통행증을 조사를 위해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유대인 한 사람이 재빠르게 도망을 쳤습니다.
여러분, 통행증을 가진 사람이 도망했겠습니까? 통행증이 없는 사람이 도망했겠습니까? 두 사람 중 하나가 도망치자 게슈타포가 도망간 사람을 열심히 쫓아갔습니다. 그런데 붙잡고 보니까 그 사람은 통행증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통행증이 없는 사람이 도망치는 것이 당연한데, 그 사람은 통행증이 없는 사람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자신이 도망을 친 것입니다.
동료를 살리기 위한 유대인의 지혜와 배려가 뭍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서 우리는 가족을 배려하는 요셉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의 요청으로 애굽으로 내려온 아버지와 가족들이 요셉과 만나는 장면입니다. 요셉은 어린 나이에 애굽의 종으로 팔려왔습니다. 그 때 아버지 야곱은 요셉이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요셉을 종으로 팔아버린 형들이 요셉의 옷에 짐승의 피를 묻힌 다음 그것을 아버지 야곱에게 보여주면서 ‘요셉이 짐승들에게 잡혀먹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극심한 흉년 때문에 애굽에 두 번째 곡식을 사러 갔던 형들에게 국무총리가 된 요셉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5년은 흉년이 계속 될테니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이 모두 애굽으로 내려오라’고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가나안 땅에 살고 있던 야곱을 비롯한 야곱의 가족 70명이 애굽으로 내려왔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온 가족이 이민을 온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본문은 20년 만에 야곱과 아들 요셉이 만난 것입니다. 그 만남은 감격과 감동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30절에서 아들 요셉을 만난 야곱이 “내가 네 얼굴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 장면이 그것을 함축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곱이 요셉을 얼마나 사랑했었습니까? 야곱에게 요셉은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야곱에게는 아내가 모두 4명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야곱이 첫눈에 반해서 결혼한 사람이 라헬입니다. 나머지 3명의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아내로 맞아들인 사람입니다. 정말 사랑해서 아내가 된 사람은 라헬뿐입니다. 그런데 다른 아내들은 아들을 잘 낳는데 이 라헬은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낳은 아들이 요셉과 베냐민입니다. 요셉이 태어났을 때 야곱의 마음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그렇게도 사랑하는 아내였는데,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해 맘 고생을 하다가 아들을 낳았으니, 그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그래서 요셉에게는 특별한 옷을 지어 입혔습니다. 성경은 그 옷을 채색 옷이라고 말합니다. 채색 옷은 소매가 길어서 거의 발목까지 오는 옷이라고 합니다. 그런 옷을 입고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형들은 소매가 짧고 몸에 딱 붙은 옷을 입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일하기에 쉽게 머슴처럼 입고 양을 치거나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그런 모든 일에서 열외였습니다. 예쁜 색깔로 되어 있는 채색 옷, 소매가 길어서 일을 할 수 없는 옷을 입었다는 것은 ‘너는 일 하지마.’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눈만 뜨면 들어나가서 일을 해야 하고, 밥만 먹으면 양을 치러 가야 하는 형들의 눈에 요셉은 사랑스런 동생이 아니라 원수 같은 아이였을 것이 뻔합니다. 그것 때문에 요셉이 미움을 받고 있는데도, 야곱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요셉을 특별 대우했습니다. 그만큼 편애라고 말할 정도로 요셉을 사랑했습니다.

지금 그렇게 사랑했던 요셉을 20년 만에 만난 것입니다. 그것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요셉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을 텐데, 그 요셉이 당시 최강대국인 애굽의 국무총리가 되어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그러니 ‘네 얼굴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요.

그리고 요셉은 아버지와 가족들을 바로 왕에게 데리고 가서 소개해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지침을 내려 줍니다. 바로 왕을 만나면 왕이 분명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가나안 땅에서 어떤 일을 하다가 왔느냐?’고 물을 텐데, 그러면 ‘우리는 조상 대대로 목축을 하던 사람들입니다.’라고 대답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센이라는 땅에 살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왜 요셉은 자신의 가족들이 고센 땅에서 살기를 원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 20년 만에 아버지와 가족들을 만난 곳도 고센이었습니다. 바로의 왕궁이 있거나 총리의 관저가 있는 애굽의 수도가 아니었습니다. 고센 땅은 현재의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에서 동북쪽으로 약 5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그곳은 나일강의 하류 삼각지대로 아주 비옥한 땅입니다. 창세기 47:6절에서 바로 왕이 “땅의 좋은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좋은 땅입니다. 애굽은 전 국도의 95%가 사막입니다. 그만큼 사람 살기에 좋지 않는 땅이 많습니다. 그런 애굽에서 고센처럼 살기 좋은 곳은 많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 우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나일강의 강물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8월쯤 되면 나일강의 강물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평소 나일강의 폭은 60-70m에 지나지 않지만, 우기가 되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6650km를 이어 내려오면서 그 물이 많아져 8월쯤이면 나일강의 폭이 15km정도까지 넓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나일강의 하류는 이런 엄청난 양의 물을 감당하지 못해 범람하고 맙니다. 우리로 말하면 홍수가 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홍수가 나일강 하류를 아주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줍니다. 거대한 양의 물과 함께 떠내려 온 나뭇잎이나 짐승의 배설물들이 천연비료가 되어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흉년이 남아 있습니다. 흉년으로 먹고 살기 힘들 때에 이보다 더 좋은 땅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요셉은 아버지와 가족들이 그 땅이 비옥해서 먹고 살기에 좋기 때문에 그곳에 살기를 원했을까요? 성경은 그렇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 34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의 종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목축하는 자이온데 우리와 우리 선조가 다 그러하나이다 하소서.” 바로 왕 앞에 가서 그렇게 말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요셉이 국무총리라고 해서 요셉의 덕을 볼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평소 가나안 땅에서 일하던 대로 계속해서 양떼를 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애굽으로 이민 오면서 가족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애굽에서 크게 출세한 요셉의 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애굽의 국무총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당시 세계 최강대국입니다. 그 중에서도 바로 왕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습니다. 요셉의 말 한마디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내가 국무총리라고 해서 덕 볼 생각하지 말고 평소 살던 그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평소 양을 치던 사람이 요셉의 힘 덕분에 애굽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 한들 그들이 그 일을 잘 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요셉이 국무총리에 올라올 때까지 그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 성장했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직임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보디발의 집에서 가정 총무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한 집안의 가정 총무’ 그러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보디발이 어떤 사람입니까? 바로 왕의 시위대장입니다. 애굽에서 권력 순위로 따진다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입니다. 그 집에 노예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우리의 옛날 양반집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 옛날 양반집이나 권력자들의 집에 머슴이 많이 있었습니다. 많은 집은 한 20-30명 쯤 되었겠지요. 그러나 보디발은 다릅니다. 그는 세계 최강대국의 권력자입니다.
어떤 기록에 의하면 그리스-로마 시대에 어떤 권력자의 집에는 노예가 3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비록 요셉의 시대보다 한참 후이긴 하지만 한 집안에 노예가 얼마나 많이 있었는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보디발의 집에도 노예가 최소한 몇 백 명에서 몇 천 명은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거기에서 가정총무 일을 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경영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감옥에서도 경영수업을 받았습니다. 왕의 죄수들을 가두는 감옥에서는 당시 애굽의 고위관리들을 섬기면서 그들의 사고나 문화나 행동 등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들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도 배웠습니다. 그런 훈련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애굽의 총리 자리에 있어도 그는 그 직임을 잘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셉의 형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경영수업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은 오직 양떼를 치는 것, 목축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기에 애굽에 와서도 계속 그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삶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일하는 것, 그것이 가장 복된 일입니다. 그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을 우리가 부러워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나보다 더 많이 배웠다고 시기할 것도 없습니다.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더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부러워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이 가장 축복된 자리임을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행복입니다.
시편 128:2절에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그렇습니다. 평범하지만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서 거기에서 내게 주어진 대로 누리며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복된 일이고, 그것이야말로 형통의 길입니다.

요셉이 자기 가족들을 고센 땅에 머물도록 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가족들이 우상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애굽은 섬기는 신이 많은 나라입니다. 태양도 신입니다. 그리고 바로는 그 태양 신의 아들이라고 추앙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기 전에 바로의 마음이 강퍅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자 하나님께서 애굽에 10가지 재앙을 내리십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내리는 재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애굽 사람들이 섬기는 우상을 징벌함으로써 이 세상에 참 신은 오직 한 분 - 여호와 하나님뿐이심을 보여준 것입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재앙이 나일강의 물이 피로 변하는 것입니다. 애굽 사람들은 나일강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기며 동시에 나일강을 신으로 받들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섬기는 그 나일강도 하나님의 손가락 하나에 쓸모없는 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두 번째 재앙이 개구리 재앙입니다. 당시 애굽에서는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개구리 형상을 한 헥트(Hekt)라는 신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심판한 것이 두 번째 재앙입니다. 열 개의 재앙이 모두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애굽은 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신들을 섬기는 문화 속에서 오직 참 신은 여호와 하나님 한 분뿐임을 믿고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많은 신들을 섬기는 그 나라가 훨씬 잘 산다면 그 신들의 유혹을 거부하고 여호와 신앙을 굳게 지킨다고 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입니다.
누구보다도 요셉 자신이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이 넘는 동안 그런 애굽의 문화 속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 문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정말 결심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한 요셉 자신도 그 믿음을 지키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믿음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애굽 문화의 중심지에 들어오지 말고 변두리에서 가족들끼리 고센 땅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러분, 때로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데도 가는 길이 자꾸만 막힌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의 상황이 나에게 더 낫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여기에 머물라고 하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들처럼 출세하고 화려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신앙을 위해서는 지금의 모습이 더 복된 자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 청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전주를 떠나 서울이나 더 큰 도시로 가는 사람만이 성공한 것이고 출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 청년들에게 있습니다. 좀 심한 경우에는 전주에 남아 있다는 것이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에 패배의식에 지배되어 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더 큰 일을 위해서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남는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고, 여기에 머문다고 해서 인생에 패배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왜 나를 여기에 머물게 하셨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 있어서 큰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여기 있기 때문이 아니라, 여기에서 내 꿈과 비전을 포기하고 이미 마음속에 스스로 나는 실패자라고 선언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여기가 우리에게 고센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을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여기가 애굽의 중심지보다 더 귀한 자리일 수 있습니다.

요셉이 가족들을 고센에 머물게 한 더 크고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 영원히 살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센에 머물라고 하면서 요셉이 이상한 말을 한 마디 덧붙입니다. 34절 마지막 부분입니다. “애굽 사람은 다 목축을 가증히 여기나니 당신들은 고센 땅에 거하게 되리이다.”
애굽이란 나라는 철저한 계급사회였습니다. 그중 가장 낮은 계급(천민 계급)이 바로 목축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34절에 언급된 “가증히”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토에바’라는 말인데, 이 말은 구역질나는 것, 아주 싫어하는 것을 말합니다. 애굽 사람들이 목축업을 그 정도로 싫어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셉은 애굽 사람들이 목축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앞에 가서 ‘우리는 목축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애굽의 두 번째 권력자인 요셉의 입장에서도 결코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감추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총리가 그렇게 천민 출신이었어?’ 라고 조롱당할지도 모릅니다. 애굽의 다른 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요셉은 그것을 당당히 밝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분명 고센 땅에 머물도록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입니다. 지금이야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로 있기 때문에 아무도 요셉의 가족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지만, 요셉이 죽고 나면 가증히 여기는 목축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나중에는 분명히 그 사회로부터 업신여김을 받게 될 것이고, 사회로부터 왕따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요셉이 죽고 난 다음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노역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요셉은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애굽은 이스라엘 백성이 영원히 머물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셉에게는 분명한 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하나님께서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리라는 꿈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일찍이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땅을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창세기 15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400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는 다시금 이 땅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요셉의 가족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서 그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셉은 평생 그 말씀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언젠가는 돌아가리라’고 말입니다.

아버지 야곱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요셉의 말에 절대적으로 긍정합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창세기 46:1절부터 보면 야곱은 가족들을 이끌고 애굽으로 떠나면서 브엘세바에 이르렀을 때에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립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비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정녕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지금은 애굽으로 내려가지만 반드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브엘세바는 가나안 땅의 맨 남쪽 끝입니다. 브엘세바만 지나면 애굽 땅입니다. 야곱은 가나안 땅을 떠나오면서 가나안 땅 맨 마지막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고, 하나님께서는 거기에서 ‘이 땅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반드시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룬 후에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리라’고 약속해 주신 것입니다.
애굽으로 내려오면서 그런 하나님의 약속을 확인했기 때문에 야곱도 애굽에서 영원히 정착하지 않을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애굽 사람들이 가증히 여기는 목축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고, 고센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궁금한 것은 언젠가 애굽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간다 하더라도 왜 굳이 애굽 사람들이 싫어하는 목축하는 사람임을 밝히고 고센 땅에 머물러야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왜 자신들을 소개할 때 애굽 사람들이 가증히 여기는 목축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혀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 땅에서 평안하게 산다면 먼 훗날 애굽을 떠나자고 했을 때, 그들이 애굽의 모든 것을 버려두고 떠날 수 있었겠습니까? 애굽 생활이 풍족하고 좋은 데 애굽을 포기하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간다고 선뜻 나설 수 있겠습니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애굽 땅에서 400년 동안 종살이하며 그렇게 고생한 후에도 광야에서 힘들면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던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만일 죽도록 고생하지 않았다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땅으로 갑시다. 지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라고 말씀하십니다.’라고 외칠 때 그 말을 듣고 따라나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가야 애굽을 떠날 수 있습니다. 여기의 삶이 죽도록 싫어야 빨리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축하는 사람임을 당당히 밝히고 고센 땅에 머물러야 합니다.

요셉은 분명한 꿈이 있었습니다. 가나안 땅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이기에 반드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버지 야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창세기 49장에 보면 야곱이 죽으면서 ‘반드시 나를 가나안 땅에 있는 조상의 묘실에 장사해 달라.’고 유언했습니다. 여러분, 애굽에서 가나안까지 결코 가까운 길이 아닙니다. 빨리 간다 하더라도 두 주는 족히 걸립니다. 더군다나 장례행렬로 가나안까지 가려면 한 달 이상은 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야곱은 자신을 애굽 땅에 장사하지 말고 가나안 땅에다 장사해 달라고 유언한 것입니다.
요셉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세기 50장에 보면 요셉이 죽은 후에 요셉의 시신은 애굽의 장례예법에 따라 애굽에 장사 되었지만, 요셉은 이런 유언을 남겼습니다. “나는 죽으나 하나님이 너희를 건고하시고 너희를 이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땅에 이르게 하시리라. 그 때 너희가 여기서 약속의 땅으로 갈 때에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고 약속해다오.”
요셉도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 가나안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죽은 후에도 반드시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 꿈 때문에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당하더라도 고센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셉은 지금의 화려한 생활보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이 더 귀했던 것입니다. 지금의 출세보다도 하나님의 약속이 더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꿈을 평생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영원한 세상을 향한 꿈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의 것에 연연해 하며 살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나그네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은 고센입니다. 우리도 언젠가 하나님의 약속대로 고센인 이곳을 떠나 영원한 나라인 천국에 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그 꿈이 한 순간도 포기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꿈을 안고 사는 사람은 이 세상의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다 놓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세상을 향해 가는 나그네들은 지금의 평안함에 취해 살지 않습니다.
요즘 신앙인들에게 천국에 대한 소망이 아주 작아졌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풍요롭기 때문입니다. 너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 땅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지금이 더 좋습니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새 하늘과 새 땅인 천국이 더 좋습니까? 천국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사는 사람은 이 땅에서 가진 것이 적다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넉넉하지 못하다고 기죽고 살지 않습니다.

인생은 다섯 가지가 없는 삶이라고 합니다. 어려서는 철이 없고, 한창 때에는 정신이 없고, 중년이 되면 너무 분주해서 틈이 없고, 늙어지면 형편이 없다가, 그러다가 아주 없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없든 저것이 없든 없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기에 이것이 없다고 불평할 것도 없고, 저것이 없다고 마음 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은 무엇인가가 없는 삶을 살지라도 우리가 돌아갈 영원한 세상 천국은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없는 게 많아야 영원한 나라를 향한 꿈이 더 확실해집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삶이 고센의 삶입니까? 지금의 고센으로 만족하십니까? 때로 우리는 지금의 고센보다 더 풍요롭고 화려한 곳에 살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고센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최고의 자리입니다. 때론 그 삶이 너무 평범해도, 때론 다른 사람에게 가증히 여김을 받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우리에게 없는 것이 많을지라도 지금의 자리가 꿈의 자리 고센입니다.

< 2009년 4월 26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