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왜 거기로 가고 있습니까?
본문 - 누가복음 24:13-20


  인도의 ‘위대한 성자’라고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 1869-1948)는 1925년 「Young India」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를 파멸시키는 ‘일곱 가지 사회악’(Seven Social Sins)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첫째는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입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얻어지는 소득은 그 사람과 사회를 파멸시키고 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입니다. 윤리와 도덕을 저버리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추구하는 쾌락이 사람과 사회를 파멸시키고 맙니다.
  셋째는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입니다. 무지(無知)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은 지식입니다. 그 지식이 사람과 사회를 파멸시키고 맙니다.
  넷째는 윤리 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맙니다.
  다섯째는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입니다. 과학은 우리의 삶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그 과학은 인간과 사회를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여섯째는 희생이 없는 종교(Worship without sacrifice)입니다. 종교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런데 종교가 오히려 만인 위에 군림하거나 희생적인 삶을 상실한 채 종교의식만 남는다면 그 종교는 사회에 악한 존재일 뿐입니다.
  일곱째는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s)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정치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정치가 원칙과 철학을 잃어버린다면 그로 인해서 사회는 혼란만 가중되고 결국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간디가 지적한 일곱 가지 사회악에서 우리와 우리 사회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함께 힘써 만들어가야 할 사회는 간디가 지적한 것을 거꾸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만족함을 삼고, 윤리와 도덕과 양심에 부끄럽지 않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성숙한 인격 속에 스며든 지식으로 사회를 섬기고,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거래를 하고, 엄격한 생명 존중의 과학으로 발전하고, 자기희생을 통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종교가 되고, 돈과 눈앞에 보이는 정권의 이득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90여년 전인 간디 시대에도 그렇고,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렇고, 왜 그렇게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들이라고 간디가 지적한 그런 모습들이 오늘 우리 시대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무엇으로 인해 마음이 답답하십니까? 무엇이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있습니까?

  여기 깊은 절망에 빠진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현실 때문에 깊은 절망에 빠져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 때는 큰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로마로부터 압제를 받고 있는 자기 민족이 해방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몇 년 전 고향을 떠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희망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자기 민족을 로마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예수님께서 힘없이 죽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깊은 절망감을 안고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예루살렘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던 예수님이 권력자들의 손에 죽임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된 지 사흘 째 되던 날에 이상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여인들이 이른 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무덤 동굴을 가로막고 있던 돌문이 굴러 옮겨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들은 찬란한 옷을 입은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죽으신 주님께서 살아나셨다는 불가해한 이야기를 들은 여인들은 제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는 천사들로부터 들은 말씀을 전해줍니다.
  지금 고향으로 가고 있던 두 사람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여인들이 전해준 그 말을 듣고서 베드로와 요한은 곧장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정말로 무덤이 비어 있는지, 예수님의 시체가 사라진 것이 사실인지,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무덤에 갖다 온 베드로와 요한으로부터 ‘무덤은 비어 있었고 예수님의 시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두 제자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에 나오는 글로바라고 하는 제자와 다른 또 한 사람의 제자는 왜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분명히 이른 새벽에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로부터 무덤의 돌문이 열려 있었고,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살아나셨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들의 말을 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그 무덤에 직접 다녀와서는 ‘무덤이 비어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두 제자는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가야만 했습니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힘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 예수님께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무엇이었으며, 왜 예수님께서 그렇게 약한 자처럼 처형을 당하셔야만 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지난 며칠 사이에 있었던 그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절망 가운데 고향으로 가고 있는데, 한 낯선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그 낯선 사람이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그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고 있는데 주님께서 그들에게 슬쩍 물으셨습니다. ‘지금 당신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마치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시는 것처럼, 지난 며칠 간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엄청난 일들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물으셨습니다.
  그들은 그 낯선 사람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분명 가는 길의 방향을 본다면 그 낯선 사람 역시 예루살렘에서 오는 길임이 분명한데, 지난 며칠간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엄청난 일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두 제자는 그 낯선 사람에게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말해 줍니다. 그들이 그 예수님께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그 기대가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무참하게 무너져버렸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에게는 낯선 이인 예수님께서 그 모든 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줍니다. ‘메시야가 고난을 받으신 후에야 영광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구약성경에 기록된 말씀들을 설명해 주시는데, 그 말씀을 들을 때 그들의 마음에 뭔가 불타는 것 같은 뜨거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여전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저물어갈 때 그들의 목적지인 엠마오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세 사람은 한 집에 들어가 식사를 하게 됩니다. 식사를 시작하면서 예수님께서는 떡을 가지고 축사하신 후에 그들에게 그 떡을 떼어주었습니다. 그 순간 그들의 눈이 밝아졌습니다. 그 순간 그들의 마음에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평소 하시던 습관이셨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에도, 떡을 가지시고는 축사하신 후에 그것을 떼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예수님께서 군병들에게 붙잡히시던 날 밤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던 자리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떡을 떼어 축사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며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누가복음 22:19)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게 바로 예수님의 죽음을 의미하는 말씀이셨습니다. 엠마오에서 음식을 나누시던 예수님께서 며칠 전에 행하셨던 것처럼 똑같이 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의 눈이 밝아졌습니다. ‘아, 이분이 바로 예수님이셨구나!’하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본 순간 예수님은 이미 그 자리에서 떠나신 후였습니다.

  여러분, 엠마오로 가던 이 두 제자는 왜 예수님을 몰라보았을까요? 왜 예수님이 낯선 사람으로만 여겨졌을까요? 그들은 몇 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회복시켜주실 분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그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예수님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얼굴이 달라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부활하신 후에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그분이 주님이심을 다 알 만큼 예수님은 죽임 당하시기 전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도 아닙니다. 본문 13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25리쯤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엠마오에 도착할 때까지 세 시간 가까이 예수님과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함께 왔습니다. 그런데 왜 그 두 제자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걸으시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들은 여인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천사들이 전해준 소식도 들었고, 직접 무덤을 찾아갔던 베드로와 요한으로부터도 무덤은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무지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것이란 사실에 대해서 무지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날 것’(마태복음 16:21)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말씀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구속해 주실 분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녔지만, 메시야이신 그리스도께서 어떤 길을 가셔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무지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에 대해서도 무지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주님께서 부활하실 것이라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해 주셨음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메시야의 길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자기들이 바라는 모습만으로 주님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자기들이 바라는 바대로 가시지 않으니까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고 죽임을 당하시자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들의 무지가 그들을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메시야의 길에 대한 무지, 메시야가 부활하신 것에 대한 무지가 그들을 깊은 절망 속으로 끌어가고 말았습니다.
  엠마오로 가시면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들의 무지를 깨뜨리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셨습니다. 성경 말씀을 풀어주시면서 메시야가 가셔야 하는 길에 대해서 깨우쳐주셨습니다. 마음에 뜨거운 불이 불붙는 것처럼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의 무지는 쉽게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엠마오에서 떡을 떼는 순간 그들의 무지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떡을 떼실 때 떡이 찢어지고 빵이 부셔지는 것처럼 그들의 무지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무지가 부서지는 순간 그들의 눈이 밝아졌고,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늦은 밤에 그들은 다시금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가장 큰 적은, 간디가 말한 것처럼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얻어지는 부가 아닙니다. 양심 없는 쾌락이나 윤리 없는 상거래도 아닙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이나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종교도 아닙니다. 원칙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정치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가장 큰 적이 아닙니다. 더 무서운 적은 무지(無知)입니다. 특별히 예수님에 대한 무지가 우리를 깊은 절망에 빠지게 만들고, 그 절망이 우리로 하여금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엠마오로 가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의 욕구나 바람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의 사랑이 없을 때에 우리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깨닫지 못한 무지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를 깊은 절망 속에서 울부짖게 만듭니다. 내 삶이 때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시편 23:4)와도 같고, 우리의 영혼이 때로 ‘사냥꾼의 올무에 걸린 새’(시편 91:3)와 같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선한 목자가 되시고, 우리의 삶을 선하게 인도해 주십니다. 그것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가 우리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되고, 사냥꾼의 올무에 걸린 새처럼 거기가 우리의 무덤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우리가 깊은 절망 가운데 엠마오로 가고 있을지라도 부활하신 주님은 그 절망의 자리에 기꺼이 찾아오십니다. 찾아오셔서 우리를 절망케 만드는 무지를 깨뜨려 주십니다. 절망에서 일어나 다시금 희망을 가슴 가득히 안고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무지를 깨뜨려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 인생의 방향이 바꿔집니다. 내 곁에 오신 낯선 이가 누구인지조자 알지 못할 정도로 깊은 절망을 안고 우리의 길을 가고 있을지라도,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그 낯선 이가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길에서 돌이켜 예루살렘에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실패를 향해 가던 우리의 발걸음이 승리를 향해 뛰어가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인생의 커다란 문제와 감당할 수 없는 일로 인해서 자포자기 하며 걸어가고 있는 우리의 발걸음에 용기를 주어 다시금 일어나 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사람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의 인생을 바꿔주십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Free University)의 미술사 교수였던 한스 로크마커(Hans R. Rookmaaker, 1922-1977) 교수가 쓴 『기독교와 현대예술』(Art needs no justification)이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19세기 초 일본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본만화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그는 판화와 삽화와 같은 1장짜리 그림을 특히 많이 그렸습니다. 어느 날 잘 아는 사람이 호쿠사이를 찾아와 수탉 그림을 한 장만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일주일 후에 오라고 말합니다. 일주일 후에 그림을 부탁했던 사람이 호쿠사이를 찾아가자, 그는 2주일 후에 다시 오면 안 되겠느냐고 말합니다. 좋은 그림을 기대하며 2주일 쯤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금 2주일 후에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달을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더니, 두 달 후에 찾아갔을 때에는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약속을 반년이나 더 연기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3년의 세월이 흘러가자 그림을 부탁했던 사람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호쿠사이는 알겠다며 그 자리에서 붓과 종이를 꺼내어 순식간에 수탉을 그려 주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훌륭한 명화였습니다. 그림을 부탁했던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냈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그려 줄 수 있으면서 왜 3년씩이나 기다리게 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호쿠사이는 그를 자신의 화실로 데려갔습니다. 화실의 벽에은 3년 동안 습작한 수탉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한 순간에 그려지는 수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 3년 동안 좋은 수탉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유명한 화가도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좋은 그림 한 점을 그릴 수 있습니다. 유명한 운동선수 역시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로 쓰임 받는 신앙인도 한 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된 신앙의 훈련이 우리로 하나님께서 귀히 쓰시는 신앙인으로 성장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의 무지가 깨어지는 것은 노력의 결과가 아닙니다. 우리의 영혼에 충격이 가해질 때 영적 무지가 깨어집니다. 그 충격은 다름 아닌 은혜의 충격입니다. 무엇보다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영적인 충격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헌신하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혹 깊은 절망에 빠져 엠마오를 향해 가는 두 제자처럼 절망을 향해 가고 있지 않습니까? 왜 거기로 가고 계십니까? 아직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닙니까? 예전에 만났던 부활하신 주님이 아직도 무덤 속에 계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 아닙니까?
  오늘 우리의 삶의 현장에 찾아오신 부활의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우리의 영적 무지가 깨어지고 지금도 우리 곁에 찾아오신 부활의 주님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삶의 방향이 바꿔집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말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인생이 바꿔집니다. 실패의 자리가 승리의 자리로 바꿔집니다.

<2012년 4월 8일 부활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