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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2-26 10:38

하나님과 누리는 평화 <2월 26일 사순절1>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하나님과 누리는 화평
본문 - 로마서 5:1-2

여러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는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티입니다. 면적이 0.44km2로, 우리 교회 가까이에 있는 전주교대보다 2-3배 정도 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작은 나라는 모나코(Monaco)입니다. 모나코의 크기는 바티칸시티의 약 5배 정도 되는 나라로, 우리 교회가 위치한 동서학동의 1/7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구는 지난 2010년도를 기준으로 약 33,000명에 불과합니다. 이 모나코라고 작은 나라는 평화스럽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가 얼마나 평화스러운지를 보여주는 한 예가 있습니다. 그 작은 나라 모나코에 몬테카를로 국립교향악단이라는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좀 오래된 자료에 의하면 그 오케스트라 단원수가 85명이라고 합니다. 반면 모나코에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수가 모두 82명입니다. 모나코는 법으로 군인을 99명 이상 둘 수 없게 만들어 놓았고, 그 군인들도 대부분 모나코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온 용병이라고 합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한 오케스트라의 단원수가 그 나라를 지키는 군인보다 많다는 것은 그 나라가 얼마나 평화스러운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한 예일 것입니다.

평화로운 사회, 그것은 누구 나가 희망하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보면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화평을 누리는 삶을 살자”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화평이라는 말은 ‘평화’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미 우리 안에 평화가 이루어졌으니 그 평화를 누리면서 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우리 안에는 평화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믿는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평화입니다. 세상에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것, 누구나 바라고 희망하는 것이 바로 이 ‘평화’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입니다. 그 행복을 이루는 기초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가 사라지면 행복도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가 갈망하고 추구하는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평화가 있어야 합니다. 개인에게도 평화가 있어야 하고, 가정에도, 교회에도, 그리고 더 크게는 나라와 민족에도 그리고 세계에도 평화가 존재해야 합니다. 평화가 깨어지고 사라지면 그 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화되고 맙니다. 평화가 깨어지면 행복이 깨어지고, 평화가 사라지면 행복도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 우리에게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화평 - 평화로운 삶은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더불어 누리는 삶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하나님과 누리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이고, 하나님이 개입되지 않는 평화는 일시적인 평화일 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이 전제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평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이미 화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헐어버리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원수로 지내던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제는 대적하는 자가 아니라 서로 평화를 누리는 사이로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평화를 소유한 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놓으신 평화를 간직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평화를 누려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말씀은 ‘누리자’라는 단어입니다. 이 ‘누리자’라는 말 속에는 아주 귀한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즐긴다’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가 누려야 할 평화는 그냥 품고 있거나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즐겨야 합니다. 그것을 즐기지 않으면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축복은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복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누리지 못하면 그 복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쉽게 이렇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1억 원을 거져 준다면 그 돈을 받겠습니까? 안 받겠습니까? 다 받겠지요? 그런데 만일 그 사람이 이런 조건을 내 세웠다고 합시다. ‘이것을 당신에게 줄 것인데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소. 이 돈을 통장에 넣어 놓고 당신이 죽을 때까지 단 한 푼도 쓰면 안 됩니다. 돈을 쓰는 즉시 당신에게 준 돈을 회수할 것이고 당신이 쓴 것은 열배로 갚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돈을 받으시겠습니까? 안 받으시겠습니까? 아마 그래도 받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다. 통장에 1억이 있다 한들, 그것을 단 한 푼도 쓰지 못한다면 1억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사 먹을 수 없고, 예쁜 옷을 보아도 사지 못합니다. 통장에 1억이 들어 있어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통장에 들어 있는 그 1억보다는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주머니 속의 만원이 훨씬 더 유용합니다. 배가 고플 때 짜장면 한 그릇 사 먹을 수 있고, 목이 마를 때 음료수나 생수를 한 병 사서 마실 수 있는 만원이 통장에 있는 1억보다도 훨씬 더 유용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욕심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주머니 속의 만원보다는 쓸 수 없도록 묶여 있는 통장 속의 1억을 더 좋아합니다. 일단 내 것으로 쌓아놓으면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억이 통장 속에 있는데도 그것을 쓰지 않고 간직하고만 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나는 1억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배고플 때 밥 한 그릇 사먹지 못하고, 목마를 때 음료수 한 병 사 마시지 못하면서 부자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집을 양지 바른 곳에다 아주 예쁘게 잘 지어 놓았습니다. 몇 십 년 동안 열심히 벌어서 이제 내 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은 예쁘게 잘 지어놓고 실내장식도 최고급으로 해 놓았는데, 그 좋은 집은 남에게 전세를 주고 나는 다른 집 지하방에서 산다면 좋은 집 지어놓은 게 내게 무슨 유익이 있습니까? 좋은 집을 지었으면 내가 들어가 살아야지요. 그 집에 들어가 즐기면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요.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 그것만으로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그 믿음이 내 삶에 영향을 주고, 그 믿음이 내 삶을 주도해야 합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내 삶에 능력으로 역사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리고 그 평화를 즐길 수 있어야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쓰지도 못하면서 통장에 1억을 넣어놓고 좋아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선반 위에 올려놓은 보물단지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신앙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과 화평을 이루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가 하나님과 화평을 이루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화평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에게 그것을 누리라고 말씀합니다. 그 화평을 즐기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도 왜 마음에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지 아십니까? 평화가 없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이미 평화는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고도 남을만큼 큰 평화가 우리 안에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그 평화를 즐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앙을 단지 이념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습관화되고 관념화 되어버렸기 때문에 신앙에 힘이 없습니다. 신앙에 힘이 없기 때문에 신앙에 기쁨도 없습니다. 신앙을 즐기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하나님과 화평하게 하셨습니다. 그것을 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음껏 누리며 즐기며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로 ‘화평을 누리라’는 말씀은 ‘화평을 알라’는 뜻입니다. 화평을 누리려면 그 화평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누구 때문에 화평이 이루어지는지, 무엇이 우리로 화평을 만들어 주는지 알아야 화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말씀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 덕분에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로 화평을 누리며 살게 하셨는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화평을 이루신 분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화평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셨습니다. 우리 주님의 십자가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헐고 관계를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를 자랑합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핍박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알고 난 후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다.”(고린도전서 2:2)고 선언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하나님과 죄인인 나 사이에 막힌 담을 헐고 구원을 가져다 주었음을 알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자랑하겠다.”(갈라디아서 6:14)고 선포했습니다. 예수님을 알기 전에는 예수 믿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고, 십자가의 능력을 알기 전에는 십자가가 부끄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알고 십자가의 능력을 알고 나니까, 이제는 오히려 예수님보다 자랑스러운 것이 있을 수 없고, 십자가보다 자랑할 것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십자가가 있기에 사도 바울은 하나님과 더불어 화평을 즐기면서 믿음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자랑스러운 것이기에 자신의 어깨에 주어진 자신의 십자가도 능히 감당할 수 있고,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마져도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이어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환란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환란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3-4) 환란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고난의 십자가를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가 자랑스러우니까 내 어깨에 주어진 환란이라는 십자가도, 고난이라는 십자가도 자랑스럽고 즐겁게 여길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면서 그 십자가가 가져다 줄 내일의 영광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봄이 다가 옵니다. 봄이 되면 과수원에서 농부들이 가지치기를 합니다. 날카로운 전지가위를 가지고 나무마다 돌아다니면서 가지를 사정없이 잘라냅니다. 모르는 사람은 왜 아깝게 가지를 잘라내느냐고 말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지를 잘라내야만, 가지를 솎아내야만 나무가 잘 자라고 더 좋은 열매를 더 많이 맺게 됩니다. 농부는 그것을 알기에 미련 없이 가지를 쳐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때로 우리의 삶 속에서 가지치기를 하실 때가 있습니다. 농부가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낼 때 사정없이 잘라내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삶에서 가지치기를 하실 때에 사정없이 내리치십니다. 그 때 우리는 무척 아파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환난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농부가 나무를 사랑하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천국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가지치기를 하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모르면 아픔 때문에 불평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면 환난이나 아픔의 때에도, 고통이나 어려움이 몰려오는 때에도 우리는 믿음으로 그것을 이길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누릴 수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아는만큼 우리의 삶에 하늘의 기쁨이 가득하게 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아는 만큼 우리는 하나님과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화평을 누리라’는 말씀은 ‘화평을 보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화평을 누리고 즐기려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2절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화평은 지금 누리고 즐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영원한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지금의 어려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것이 화평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현재만을 보며 살지 않았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오늘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내일에는 기쁨과 행복이 찾아올 것이란 소망을 가지고 오늘의 고통 가운데서도 즐거워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사도행전 7장에 나오는 스데반을 생각해 보십시다. 산헤드린 공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담대히 증거하다가 스데반은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습니까? 돌에 맞아 죽어가는 그 고통 가운데서 어떻게 천사의 얼굴을 하며 웃을 수 있습니까? 그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 스데반을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되었고, 그 영광 중에서 예수님께서 자신을 바라보시며 서 계시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모습이 땅의 모든 고통을 이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영광에 비하면 지금 자신이 당하는 이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앙은 결코 오늘의 것만이 아닙니다. 그 믿음이 지금 내 삶에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세상살이 때문에 힘들고 지친 내게 힘을 주기도 합니다.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야 할 내게 마음의 평안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능력은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내일을 바라보면서 현실의 벽을 뛰어넘게 해 주고, 하늘나라의 약속된 축복을 보고 고통 가운데서도 즐거워하는 삶을 살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의 고통보다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보게 만들어주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그 영광을 즐기고 소망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것이 바로 화평을 누리며 사는 우리들의 삶입니다.

우리는 오늘 사순절 첫 번째 주일을 맞았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부활절 전날인 4월 7일까지 우리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원수였던 우리에게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게 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뿐입니다. 예수님 없이는 우리가 하나님과 화평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십자가가 아니고서는 하나님과 평화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만들어진 평화는 오직 십자가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십자가만이 막힌 담을 헐고 평화를 누리게 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가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줌을 알기에 우리 주님께서 묵묵히 그 길을 가셨습니다. 그 길이 고통의 길임을 주님도 아셨습니다. 그 십자가가 얼마나 처절한 고통을 수반한 것인지를 주님도 다 아셨습니다. 그럼에도 그 십자가를 길을 가셨고, 십자가를 지셨던 것은 그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누리며 즐기는 삶을 바라보시며 우리 주님께서 고통의 십자가를 참아내며 십자가에서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십자가 없이는 평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도 십자가가 필요합니다. 주님의 십자가가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 화평을 만들어주었다면, 그 화평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의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오늘 우리도 우리의 십자가를 통해서 하늘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가 왕노릇하는 평화로운 초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자가 깜빡 잠이 든 사이에 굶주린 하이에나가 사자 새끼 가운데 한 마리를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그 사실을 알고서 노발대발했습니다. 사자는 즉시 초원의 모든 동물을 한 자리로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하이에나가 저지른 악행을 발표를 말하면서 하이에나를 전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그 일에 초원의 모든 동물들이 협조를 하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물들은 하이에나가 저지른 악행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물의 왕인 사자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누구도 예외 없이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번 일로 인해서 초원의 평화가 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그래서 나이 많은 코끼리가 조용히 사자를 찾아갔습니다. 코끼리는 사자에게 조심스럽게 이렇게 부탁을 했습니다.
“왕이시여, 물론 하이에나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서는 마땅히 응징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초원의 모든 동물들이 이번 일로 인해서 평화가 깨어지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왕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번 일에 대한 노여움을 푸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사자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런 굴욕스러운 일을 그냥 참고만 있으라고? 그렇게 비겁해서야 내 어찌 동물의 왕이라고 불릴 수 있겠느냐?”
코끼리는 다시금 사자에게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자기 힘을 휘두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을 절제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왕께서 극심한 아픔을 당하셨지만 그래도 분별력을 잃지 아니하시고, 평소와 같이 침착하고 위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초원의 모든 동물들은 왕을 더욱 존경하고 잘 따르게 될 것입니다.”
사자는 코끼리의 말을 듣고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자는 자기의 분노를 참고 코끼리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초원의 평화는 그대로 유지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멀리 달아났던 하이에나가 그 소식을 듣고서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자를 비웃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주변에 있는 동물들에게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사자는 겁이 많은 동물이야. 나하고 싸우기가 싫으니까 나를 피하는 거야.”
그 소문을 듣고 나이 많은 코끼리가 하이에나를 찾아갔습니다. 코끼리는 자기의 큰 발로 하이에나를 사정없이 짓밟은 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놈아! 똑바로 들어 두어라. 사자가 너 같이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짐승을 정말 두려워해서 참고 있는 줄 아느냐? 사자는 모든 동물의 평화를 위해서 자기의 아픔을 억누르면서 참고 있는거야!”

여러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세상 곳곳에 다툼이 있고, 전쟁과 싸움이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힘으로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일의 평화를 위해서 오늘은 싸우고, 다투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평화는 자신이 십자가를 짊어짐으로 이루어집니다. 자기의 십자가를 질 때에만 평화가 유지되고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세상 사람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입니까? 주일에 놀러 가지 않고 교회에 나오는 것이 전부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삶의 모습에서 세상 사람과 무언가 달라야 합니다. 구별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지기 싫어하는 십자가를 질 수 있는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는 방법이고,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희생 없이는 평화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희생 없이는 그 평화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 2012년 2월 26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