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따라 사십시니까?
< 본문 - 골로새서 2:20-23 >
지난주에 미국의 49번째 주인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입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존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윌리엄 수워드(William Seward, 1801-1872) 장관이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비난 속에서도 수워드 장관의 뚝심이 얼음박스와도 같은 알래스카를 사들이게 했고, 그 얼음박스는 결국 보화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알래스카는 지금 지하자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요충지가 되었습니다.
그 수워드 장관을 발탁한 사람이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 대통령이었습니다. 원래 수워드는 링컨 대통령의 정적(政敵)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수워드와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지명전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경쟁자였습니다. 당시 수워드는 링컨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뉴욕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에 각각 두 번이나 당선되었고, 젊은 시절부터 흑인인권보호에 적극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정치적인 지명도에서 변방 출신의 링컨에 비하면 수워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기에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1순위는 당연히 수워드였습니다. 그런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수워드가 링컨에서 역전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수워드를 정부 내 최고의 각료인 국무장관 자리에 앉힙니다. 수워드는 장관이 된 후에 링컨 정부의 남북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65년 4월 14일 밤, 수워드 장관의 집에 무장괴한이 침입했습니다. 수워드 장관의 아들은 괴한과 격투를 벌이게 되었고, 아들은 결국 괴한이 쏜 총에 맞고 맙니다. 그리고 수워드 장관도 칼에 찔려 부상을 당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링컨 대통령은 워싱턴에 있는 포드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도중 유명한 연극배우였던 존 부스(John Wilkes Booth)에 의해서 암살당하고 맙니다.
링컨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존슨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 시절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수워드를 다시 국무장관에 임명하게 되고, 1867년 드디어 수워드 장관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하는 엄청난 일을 이루어내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링컨과 수워드의 관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링컨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정적과도 같은 수워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워드는 정치적인 지명도나 행적에서 링컨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하여 쓰다 보면 링컨이 수워드 장관에게 정치적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워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수워드는 링컨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밑에서 장관직을 수행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워드의 생각 속에 링컨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도 8살이나 어립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어쩌면 링컨이 올라간 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신이 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링컨이 자신을 장관으로 쓰겠다는 것에 불쾌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워드는 링컨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아래서 장관직을 탁월하게 수행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겠는가를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왜 자신의 정적과 같은 사람을 최고의 장관 자리에 앉혔을까? 왜 자신보다 별 볼 일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 아래에 들어가 일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오직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나라를 위한 충정입니다. 수워드와 같은 유능하고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국무장관으로 일하면 나라가 더 잘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링컨 대통령은 자신이 수워드의 그림자에 가릴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워드를 등용한 것입니다. 또 수워드는 자신이 나라를 위해서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낙방시키고 대통령이 된 링컨 아래에 들어가서 장관직을 수행한 것입니다. 그들의 생각 속에는 오직 ‘나라를 위해서라면’ 이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할지라도, 자신의 자존심이 좀 상하는 일일지라도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고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언제나 그것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을 때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가치관이 중요합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느냐 하는 우선순위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난 1월에 이런 언론 발표가 있었습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우리나라 수도권학생 6천명을 대상으로 윤리의식을 설문조사했습니다. ‘10억 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12%가, 중학생은 28%가, 고등학생은 4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10억이라는 돈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윤리를 선택할 것이냐 말입니다. 10억이라는 돈을 선택한다면 죄와 감옥이 따라옵니다. 그럼에도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10억이 생긴다는데 죄 좀 짓는다고 뭐가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내 인격과 생을 10억에 팔아먹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돈을 선택할 것이고, 돈보다 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하더라도 죄를 선택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어떤 신앙의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신앙생활의 양태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바른 신앙의 가치를 가져야만 우리가 바르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신앙의 가치관을 갖추지 못하면 신앙에 견고하게 서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서 신앙생활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적당하게 세상과 타협하면서도 자신의 신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우리가 분명한 신앙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인 골로새서는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골로새 교회에 보내 편지입니다. 골로새 지역에 언제 복음이 전해지고 어떻게 교회가 생겨났는지에 대한 성경의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사도 바울이 편지를 쓸 당시 골로새 교회는 큰 혼란을 겪고 있었고, 그 혼란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 이 편지를 썼다는 사실만 알 수 있습니다.
골로새 교회를 혼란에 빠뜨린 두 가지 요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헬라철학의 영향입니다. 복음을 통해서 교회가 세워졌는데, 거기에 헬라 철학이 가미되면서 신앙의 본질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신앙에 미친 철학적 요소로는 천사숭배와 금욕주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천사숭배라는 것은 하나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천사라는 우월한 존재가 있어서 그 천사를 통해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지존하신 하나님께 직접 예배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천사에게 예배하고, 천사가 그것을 하나님께 올려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겸손한 자세라는 것입니다. 말을 들으면 그럴 듯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데, 그 겸손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천사에게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상당히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복음적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골로새서 2:18절에서 이렇게 경고합니다. “아무도 꾸며낸 겸손과 천사숭배를 이유로 너희를 정죄하지 못하게 하라.” 하나님께 직접 예배하지 않고 천사에게 예배하는 것이 겸손한 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런 꾸며낸 천사숭배를 따르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는 바른 성도들을 정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엄히 경계한 말씀입니다.
헬라철학이 신앙에 미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금욕주의입니다. 금욕주의에서는 우리의 육체를 신앙의 적대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르게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욕구를 멀리해야 하고, 육체적인 욕구를 철저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배고플 때 먹는 것과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조차도 절제해야 할 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육체적인 욕망을 억제해야만 구원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먹고 마시는데 어떤 제약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예수님 당시 경건하게 산다는 바리새인들로부터 ‘먹기를 탐하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마태복음 11:19)이라는 말을 들으셨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그렇게 하셨습니다. 잔치자리에 자주 참석하셨습니다. 만일 먹고 마시는 것이 죄악이라면 예수님께서 잔치에 참석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위 경건하다고 하는 사람들, 금욕주의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금욕해야만 구원의 길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셨던 예수님의 행동이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골로새 교회에는 헬라 스토아철학의 영향을 받아서 금욕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생활이고, 금욕해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골로새 교인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맞는 말 같습니다. 금욕주의를 가르치는 그 가르침이 좀 더 고상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금욕주의 사상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복음을 왜곡시키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골로새 교회 교인들에게 사도 바울은 금욕주의를 따르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골로새서 2:16절에서는 ‘먹고 마시는 것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고 말씀하고, 오늘 본문인 23절에서는 ‘몸을 괴롭게 하는 것’이 신앙생활에 조금도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선언합니다.
골로새 교회를 혼란에 빠뜨린 또 하나의 요소는 유대주의입니다. 유대주의에서는 예수 믿는다 하더라도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것을 지켜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할례를 받은 것처럼 기독교인들도 할례를 받아야 하고, 유대인들이 부정한 음식이라고 해서 먹지 않는 것들은 기독교인들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절기나 안식일 등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이미 예수님으로부터 파기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그렇게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이 지켜온 그런 안식일 전통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절대로 일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에는 병 고치는 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한 편 손 마른 사람도 고쳐주셨고(마가복음 3:1-6), 나면서부터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던 사람의 눈도 뜨게 해 주셨습니다.(요한복음 9:14) 그렇게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안식일 전통을 어기는 예수님이 그들의 눈엔 가시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안식일 법을 어긴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기도 했습니다.(마가복음 3:6)
부정한 음식을 먹는 문제도 그렇습니다. 사도행전 10장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드로가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을 때 하루는 기도하러 그 집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기도 하던 중에 베드로가 환상을 보는데, 큰 보자기 같은 그릇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여겨서 먹지 않았던 짐승 등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베드로에게 이런 음성이 들렸습니다.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어라.”(사도행전 10:13) 당연히 베드로는 먹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부정하고 깨끗하지 않는 것이기에 먹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다시 음성이 들려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사도행전 10:15) 유대인들은 부정하다고 생각하여 먹지 않던 음식들, 짐승들을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환상을 연거푸 세 번이나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베드로는 먹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깨끗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유대인인 베드로의 생각 속에는 여전히 부정하고 속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부정하고 속된 음식은 없습니다. 사도행전 10장에서 베드로가 환상 중에 보았던 그것은 단순히 음식의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방인들을 부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방인들과 접촉하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이방인과 접촉하면 자신들의 몸이 부정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방인이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부정한 음식을 깨끗하게 하신 것처럼, 유대인들이 부정한다고 생각하는 이방인들에게도 성령을 주시고 구원을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위에 세워진 교회에 유대주의가 침투해 들어와서는 유대교의 전통을 지켜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유대주의자들의 그런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지키는 절기나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정죄했습니다.
그런 골로새 교회를 향하여 사도 바울은 2:16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사도 바울이 그렇게 강력하게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헬라철학이나 유대주의가 골로새 교회에 들어와서 복음의 본질을 왜곡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앙의 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한 골로새 교회 교인들은 어리석게도 헬라철학과 유대주의가 왜곡시킨 가르침을 그대로 따라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20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책망합니다. “너희가 세상의 초등학문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거든 어찌하여 세상에 사는 것과 같이 규례에 순종하느냐?” 사도 바울은 헬라철학과 유대주의를 초등학문이라고 비유합니다. 초등학문이라는 말은 초보적인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초보적인 가르침은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약간의 유익을 줄 수는 있습니다. 윤리적인 가르침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정도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원을 얻는데 방해만 될 뿐입니다. 그래서 22-23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람의 명령과 가르침을 따르느냐? 이런 것들은 자의적 숭배와 겸손과 몸을 괴롭게 하는데 지혜 있는 모양이나 오직 육체를 따르는 것을 금하는 데는 조금도 유익이 없느니라.”
우리가 믿는 복음은 우리에게 확실하게 구원을 가르쳐주는 영생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복음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이 바른 신앙으로 사는 길입니다. 그런데 바른 신앙을 따라 살려 하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세상적인 것들이 유혹을 합니다. 고차원적인 가르침이고 수준 높은 윤리라는 이름을 붙여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유혹합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유대인들처럼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들도 유대인들이 지키는 율법과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유혹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더 고상한 삶 같이 말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복음을 통해서 구원 얻은 사람들입니다. 복음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복된 소식’입니다. 우리 인간의 노력이나 힘으로 구원을 얻을 수 없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그 구원을 얻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복음은 조건 없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그런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인 복음을 왜곡시키는 유혹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윤리와 도덕적 가르침을 복음에 접목시켜서 복음의 본질을 왜곡합니다. 그리고 그런 윤리와 도덕적 가르침이 가미된 왜곡된 복음을 고차원적인 복음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교회 안에서도 그런 잘못된 가르침들이 성경적인 것처럼 둔갑하여 교인들을 현혹합니다. 십일조를 드리지 않고 주일성수를 하지 않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유대주의적인 가르침입니다. 십일조를 드리는 것과 주일성수하는 것은 구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구원받은 백성으로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여 내가 얻은 것 가운데 1/10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뿐입니다. 십일조를 드리지 않는다고 해서 구원받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주일성수 해야 합니다. 구원받은 백성인 우리가 거룩한 날을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날로 거룩하게 보내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주일성수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거짓된 복음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는 여러 풍토들 중에 복음적이지 않는 것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긍정의 힘’입니다. 우리가 마음과 생각을 긍정적으로 가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긍정적인 사고와 마인드를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은 우리의 신앙에서 하나님의 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맙니다. 하나님 없이도 긍정적인 자세만 가지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의 연장으로 내가 뭔가를 간곡하게 갈망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가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가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말씀을 바탕으로 ‘나는 반드시 부자가 된다’고 수 없이 외치면 그대로 된다는 것입니다. 우스운 이야기입니다만, 그렇게 복음을 왜곡시켜 가르치는 교회들이 엄청나게 부흥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생활을 잘 하면 부자가 되고 세상적으로 출세하게 된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출세하고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인간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복음을 왜곡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복음은 우리에게 부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출세해야만 성공적인 인생을 산 것이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부자가 되고 세상에서 출세하는 것이 반드시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백성다운 삶을 사느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지, 세상적으로 얼마만큼 부자가 되고 출세하느냐에 관심 갖지 않습니다. 복음은 또한 신앙생활 잘 하면 건강하고, 반대로 몸이 건강하지 않는 것은 신앙생활 잘못한 것이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복음에다가 세상적인 인간의 욕망을 덧칠한 왜곡된 가르침일 뿐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사랑받는 책으로 알려진 『천로역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천국에 이르기까지 가던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유혹과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을 우화적으로 그려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그리스도인이 ‘허영’(Vanity)이라는 마을에 간 이야기를 해 줍니다. 그 허영이라는 마을에는 ‘허영의 시장’이 열리는데, 그곳에서 그리스도인은 함께 갔던 믿음과 함께 핍박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곳에서 믿음은 순교를 당하게 됩니다. 허영의 마을에서 그들이 핍박을 받고 순교를 당하게 된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죄목은 입는 옷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과 세상을 즐기는 사람들과는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살다보니 핍박을 받게 되고, 순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음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허영의 마을에서 그리스도인과 믿음에게 주어진 두 번째 죄목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이 사용하는 은혜의 말들이 그 마을에서는 통용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죄목은 시장에서 사려는 물건이 이상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과 믿음은 그 시장에서 진리를 사고자 했지만, 그곳은 그것을 팔지 않았습니다. 팔지도 않는 물건을 사려 한다는 것 때문에 결국 그들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세상 사람들과 분명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세상의 방법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됩니다. 비록 세상의 방법을 거부함으로 핍박을 받고 시련을 겪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복음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복음만이 우리가 가야할 바른 길을 알려줍니다. 세상의 학문과 세상적인 것을 하나님께서는 ‘초등학문’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초등학문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복음의 사람들입니다. 복음에 합당한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복음의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복음의 진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복음을 통해 구원을 받았으면서도 세상 초등학문의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갈라디아서 3:1-3절에서 이렇게 책망하십니다.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 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 너희가 이같이 어리석으냐?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
여러분, 지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십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따라 살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복음의 사람들입니다.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우리를 유혹하려는 세상의 가르침들이 너무 많습니다. 세상의 소리, 세상의 가르침에 우리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되지 마십시다.
우리 복음의 사람들은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초등학문은 세상적인 가치로 보면 고상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더 고상한 복음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세상 초등학문을 따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이렇게 책망하십니다. “어리석도다, 초등학문을 따라 사는 복음의 사람들아! 너희가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 ‘복음으로 시작한 너희가 복음을 버리고 세상의 가르침을 따라 가겠느냐?’ 준엄한 하나님의 책망입니다.
< 2013년 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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