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하라! 회복하라!
< 본문 - 마가복음 12:28-34 >
며칠 전 한 해외 만화사이트인 ‘도그하우스다이어리’에서 ‘각국이 무엇으로 세계를 선도하나?’(What Each Country Leads The World In)라는 제목으로 만든 지도 하나를 발표했습니다.<지도> 이 지도는 국가별로 그 나라를 대표하거나 선도하는 키워드를 그 나라에 표시했습니다. 미국은 키워드가 여러 개 선정되었는데, ‘침대, 의자에서 낙상, 잔디 깎는 기계로 인한 사망, 노벨상 수상자, 핫도그 먹기’라는 단어가 선정되었습니다. 사진에서 확대해 보여준 것처럼, 라즈베리의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는 ‘라즈베리와 핵탄두’라는 단어가 선정되었고,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신재생 에너지’라는 단어가 선정되었습니다. 일본은 ‘로봇’이라는 단어가 선정되었고, 북한은 ‘검열’이라는 단어가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 단어가 선정되었을까? 우리나라는 ‘일중독’(workaholic)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어로 선정되었습니다. 세계은행과 기네스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지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일 중독 국가로 선정된 것은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입니다.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들 중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인데 생산성에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에서 노르웨이 근로자들은 1시간 일하면 81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30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은 많이 하는데 일한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일한만큼 경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하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비단 직장인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일을 합니다. 직장 근로자의 주당 노동시간이 44.6시간이라고 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 가까이 됩니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을 하는 여성들의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넘는다고 합니다. 어쩌면 ‘도그하우스다이어리’에서 우리나라를 ‘일중독’이라고 표현한 말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죽도록 일하려고 할까? 물론 일중독에 빠지도록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직장문화가 한 몫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시간 일하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해방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정말 살기 어려운 나라였습니다. 보릿고개를 극복하기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죽도록 일했습니다. 그런 끔찍한 가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모님들의 지극한 사랑이 ‘내 몸은 골병이 들어도 자식들 공부시켜 잘 살게 만들려면 죽도록 일해야 한다.’는 의식을 만들었고, 그래서 죽도록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잘 사는 사회가 되었는데도, 우리들의 의식 속에는 일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의식이 우리의 신앙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 충성하며 헌신하여 일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내게 복을 주시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나 하는 것으로 내 삶을 평가하고, 나중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때에조차도 열심히 일을 했느냐 하는 것으로 내 생애가 평가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헌신을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게으르게 사는 것보다 열심을 품고 주님을 섬기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한 만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신다는 생각이 우리의 신앙을 왜곡시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서 뭔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런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기관 중에 한 명이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합니다. ‘선생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율법의 계명들이 참으로 많은데, 그 많은 계명들 가운데 첫째 되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이 서기관이 예수님께 그렇게 질문한 이유가 있습니다. 마가복음 11장부터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자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의 행적이나 말씀을 꼬투리를 잡고 논쟁을 벌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예수님에 대해서 불편해 하던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오시는 모습부터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맞아들였습니다. 복음서에 보면 그 때의 상황을 여러 가지로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19장에 의하면, 수많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환호하며 맞아들이는 모습을 본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을 환호하며 맞아들이는 당신의 제자들을 책망하여 이런 소란을 피우지 않게 해 달라’고 말합니다. 요한복음 12장에 의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환호하며 영접하자 바리새인들이 서로 ‘우리가 꾸민 일이 허사로 돌아가게 생겼다.’고 말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까 예수님을 죽일 계획을 포기해야할 것만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마태복음 21장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자 ‘갈릴리 나사렛 선지자 예수께서 오셨다.’고 온 성에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마 만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특별히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시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중심으로 예수님과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예루살렘에 들어 오시자마자 예수님께서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고 그들의 상을 엎으셨습니다. 당시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종교지도자들의 비호 아래서 그 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고 상을 엎으셨다는 것은 곧 종교지도자들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종교지도자들이 ‘누가 당신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권위를 주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죽일 계략을 세운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에게서 어떻게 해서든지 허물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 것이냐?’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당시 사회에서 아주 곤란한 문제였습니다. 만일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라고 대답을 하시면, ‘예수는 로마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놈이다.’ 그렇게 트집을 잡아서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만들 것입니다. 반대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지 말라고 대답하시면, 로마 총독에게 예수님을 고발할 수 있습니다.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들어 반란을 일으킬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아주 지혜롭게 대답하셨습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사두개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일곱 형제가 있었는데, 큰 형이 한 여자를 아내로 맞아 들였습니다. 그런데 그 큰 형이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자, 그 동생이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둘째 역시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 여자는 일곱 형제와 결혼을 했는데, 부활 때에 그 여자는 누구의 아내가 되는 것입니까?’ 이스라엘의 풍습 가운데 ‘계대결혼’ 또는 ‘형수취수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결혼한 형이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으면 그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아들여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 가문의 씨를 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두개인들은 부활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계대결혼에 의해서 ‘한 여자가 일곱 형제의 아내가 되었다면 부활 때에는 누구의 아내가 되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이렇게 물은 이유는 부활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 않느냐 하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곤란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하셨습니다. ‘부활 때에는 이 세상에서와 같이 결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천사들과 같은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답하심으로 사두개인들의 공격적인 질문을 명확하게 해결하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모든 질문에 명확하고 지혜롭게 대답하시는 모습을 본 한 서기관이 예수님께 깊은 감명을 받고 이렇게 질문합니다. ‘모든 계명 중에 첫째 되는 계명이 무엇입니까?’ 서기관은 율법을 연구하고 그 율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율법에 대한 말씀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라고 대답하시자, 그 서기관은 “선생님 옳소이다.” 그러면서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또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과 기타 제물보다 나으니이다.”라고 대답합니다. 그 대답을 들으시고 예수님께서는 “네가 하나님 나라에서 멀지 않도다.”라고 칭찬해 주십니다. 이런 예수님과 서기관 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보건대, 이 서기관이 율법을 몰라서 예수님께 ‘어떤 계명이 제일된 계명입니까?’ 라고 물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서기관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이나 다른 제물보다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서기관은 예수님께 “모든 계명 중에서 첫째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까요? 우리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백성들에게 가르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성경에 보여지고 있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신앙생활은 정말로 열심을 내는 신앙이었습니다. 그들이 행하는 종교적인 활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 누가복음 18장에 보면 바리새인이 자신의 입으로 자기들이 어떻게 신앙생활하고 있는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했습니다. 또 소득의 십일조를 꼬박꼬박 드렸습니다.(누가복음 18:11) 그리고 그들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구제도 참 많이 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씩 기도 시간을 정해놓고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습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으로 내려오는 것들까지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오늘날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을 성경은 ‘자기 의’라고 말합니다. 자기를 의롭게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을 위해서 열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그렇게 열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하나님께서 자기들에게 구원을 주시고, 자기들에게 복을 주신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은 자기 의를 쌓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길게 기도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구제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행한 그런 종교의식을 사람들에게 자랑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있고, 이렇게 의를 많이 쌓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바리새인들과 종교지도자들을 향해서 예수님께서는 호되게 책망하십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마태복음 23:23) 십일조는 잘 드렸지만, 정의가 없는 십일조를 드렸습니다. ‘정의가 없는 십일조’라는 말은 정당하게 일해서 번 것 중에서 십일조를 드린 것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얻어진 것에서 드린 십일조를 말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십일조를 드리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데, 그들은 율법을 잘 지킨다고 말은 하면서 실제로는 율법을 어겨가며 돈을 벌어서 그것으로 많은 헌금을 드렸습니다. 또 그들은 십일조는 드렸지만 사랑과 믿음이 없는 십일조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님께서 자기들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해서 기쁜 마음으로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를 쌓기 위해서 십일조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십일조를 많이, 자주 드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으면서 십일조를 드리는 것 자체가 복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십일조를 드린 것입니다. 그것이 당시 종교지도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신앙생활이었습니다.
바로 그렇게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통해서 분명하게 가르쳐주십니다. ‘십일조를 많이 드리고, 구제를 많이 하고, 기도를 많이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41절 이하의 말씀에서는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 헌금하는 모습을 보시고 칭찬하십니다. 얼마나 많이 헌금을 드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드렸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아무리 종교적인 행위가 훌륭하고 뛰어나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사랑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은 빈껍데기 신앙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도 종종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잊어버리고 종교적인 행위를 해서 은혜를 받으려고 하고 복을 받으려고 합니다. 심지어 종교적인 행위를 잘 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며 신앙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우리 자신의 신앙을 잘 살펴보십시다. 내가 하나님께 헌금을 많이 드리면 하나님께서 내게 복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헌금을 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내가 교회를 위해서 열심히 봉사하면 하나님께서 내게 복을 주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이란 생각으로 헌신하고 봉사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주일 예배에 빠지지 않고 잘 참석해야만 내게 구원을 주실 것만 같은 생각으로 주일 예배에 참석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 헌금을 드리지 말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하는 일을 그만 두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예배에 참석하지 말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하는 모든 종교행위는 빈껍데기라는 말씀입니다.
마르틴 루터(M. Luther, 1483~1546)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당시 중세교회가 그랬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기 의를 많이 쌓을까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중세의 종교지도자들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헌금을 많이 드리면 지옥에 갈 영혼도 연옥에 갈 수 있다고 가르치면서, 헌금을 거둬들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일평생 헌신하며 살겠다고 자신을 하나님께 드린 사람들조차도 자기 의를 쌓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참된 복음을 깨닫기 전에 루터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로마를 방문했을 때 교황이 거주하는 라테라노 성당의 ‘거룩한 계단’이라고 불리는 계단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면서 주기도문을 외웠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의를 많이 쌓아야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시고, 복을 주시고, 심지어 구원을 주신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루터는 무릎을 꿇고 거룩한 계단을 올라갔지만, 속죄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죄용서를 받았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로마서를 읽게 되었고, 로마서를 읽다가 구원은 우리가 하나님께 무언가를 해 드림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믿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주시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사랑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고, 십자가의 은혜를 통해서 우리가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루터는 인간의 의, 자기의 의를 쌓게 만드는 로마 천주교가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고 바른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 종교개혁을 시작하게 됩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중세교회의 잘못된 신앙 - 자기 의를 쌓도록 가르치는 것이 잘못된 신앙임을 깨닫고 종교개혁을 일으켜 바른 신앙을 회복하자고 회쳤습니다. 그것이 개혁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에도 중세교회와 같은 잘못된 생각이 우리의 신앙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내가 뭔가 열심히 해야만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내가 교회를 위해서 열심히 봉사해야만 하나님께서 내게 은혜를 주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신앙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 잘못된 신앙이 결국에는 믿음을 통해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해서 업적을 쌓아야만 구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또 다른 잘못된 신앙을 가지게 만듭니다.
여러분, 내 의를 위해서 신앙생활하는 모습을 버려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 뭔가 업적을 쌓아야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개혁해야 합니다. 우리가 교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죄인인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우리를 위해서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그 한량없으신 하나님의 사랑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우리에게서 하나님을 향한 그 사랑이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신앙은 빈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아주 명확하게 말씀해 주십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린도전서 13:1-3) 그렇습니다. 우리의 신앙에서 사랑을 빼버리면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워버리면, 우리가 하나님께 아무리 충성하고 아무리 많은 것을 드려도 그것은 가짜입니다. 신앙이 아닙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에베소 교회가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 에베소 교회를 향해 말씀하시면서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내를 안다.’고 칭찬하십니다. 그들이 ‘게으르지 않고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도 잘 안다.’고도 칭찬하십니다. 그런데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요한계시록 2:4) 에베소 교회는 열심으로 신앙생활했지만 사랑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 잃어버린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만일 처음 사랑을 회복하지 않으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촛대를 옮긴다.’는 말씀은 교회를 버리시겠다는 뜻입니다. 사랑이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하고, 아무리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교회가 아닙니다.
요즘 우리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자원봉사단체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참 많이 도와줍니다. 월드비전이나 기아대책과 같은 국제구호단체들은 전 세계에 나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어쩌면 교회가 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그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원봉사단체나 국제구호단체들과 교회가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비록 그런 단체들만큼 큰일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하는 것은 큰일을 하는 국제구호단체들에 비하면 작고 초라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우리 주변의 작은 이웃을 섬길 때, 그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십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많은 것을 해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헌금을 많이 해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 아닙니다. 우리가 죽도록 봉사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것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할 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예배하며, 그런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십니다. 우리 인간적인 노력이나 인간적인 의로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믿음을 개혁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 사랑을 우리의 가슴에 가득 채워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금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봉사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 그 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힘써 해야 할 종교개혁입니다.
< 2013년 10월 27일 주일 낮예배-종교개혁기념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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