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울타리
< 본문 - 마가복음 9:38-40 >
여러분에게 시 하나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사귀고 알아간다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도 없기에
서로에게 다가가기에 무엇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푸근한 위안이며 기쁨이며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우리라는 이름만큼 넉넉하고 편안한 불리움이 또 있을까요.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때
더러 고달픈 삶이라 할지라도
푸르름이 가득한 삶의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겁니다.
사랑과 믿음이 꽃피는 하루하루의 꽃밭에
그 어떤 꽃보다 향긋한 사람의 향기가 머무를 것입니다
물소리가 정겨운 개여울로
일상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히 흐를 때
손에 손을 잡고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너갑시다.
꽃잎으로 수놓은 예쁜 손수건처럼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 서로의 이야기를 담아줍시다.
사람 냄새가 풍기는 세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분명 꿈은 아닐테지요.
얼굴은 달라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고
생각은 달라도 서로의 나무가 될 수 있고
삶은 달라도 서로의 숲이 될 수 있는
모질지 않게
모나지 않게
섭섭지 않게
배려와 조화로 함께 어우러지는 삶
황무지 같고 모래알 같은 각박한 세상속에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인 이채 씨가 쓴 ‘우리라는 이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우리나라 말 가운데 아름다운 말이 참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라는 단어입니다. 앞선 시에서 노래한 것처럼, ‘우리’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푸근한 위안이며 기쁨이며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남이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을 가질 때 우리는 때론 삶이 고달플지라도 행복한 삶을 함께 가꾸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라는 말은 너와 나를 이어주는 사랑의 끈이며, 서로에게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라는 울타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가족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그냥 ‘가족’이라는 말보다는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훨씬 더 정감 있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가족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우리’라는 울타리가 제거되어 버리면 우리는 위협을 느끼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심리학에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관자라는 말은 어떤 일에 관여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처럼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음에도 곁에서 지켜보기만 할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을 가리켜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큰길가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사람은 힘이 세고 다른 한 사람은 힘이 약해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맞기만 합니다. 그런 싸움이 일어났을 경우, 길을 가던 사람들은 싸우고 있는 두 사람 곁으로 몰려들면서 싸움을 구경합니다. 그런데 그 구경꾼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싸움을 말리거나, 경찰에게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그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확률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폭행을 당하고 있는 사람 곁에 소수의 몇 명이 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움을 말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서로 미루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방관자 효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을 설정하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길을 가다가 한 사람이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런데 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내 가족이거나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달려들어 그를 도와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다 구경하고 있을지라도 자신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합니다. 왜냐하면 어려움이 처한 그 사람이 나에게는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라는 울타리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 울타리가 있어야만 내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울타리가 있어야만 내 삶에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울타리의 범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소속감은 더욱 확고해지고, 스스로 안정감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가장 작은 ‘우리’라는 울타리는 가족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장 작은 것이고, 그 울타리 안에서 서로 부대끼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가장 확고한 울타리가 됩니다.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되고 용납되고, 가장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 울타리라는 것이 가족과 같이 혈연으로 구성된 것도 있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하면서 만들어진 거의 대부분의 모임이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울타리입니다.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서 내가 목적하는 바를 얻기를 원한다면, 내가 욕구하는 것을 얻는데 방해가 되는 세력을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려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울타리가 바로 정치입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정당을 만들지만, 거기에서 내 정치적인 욕망을 이루는데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밀어내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정치적인 힘을 키웁니다. 또 우리 정당이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또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정당에 대해서 평가를 절하하거나 날카로운 비판과 비난도 서슴지 않습니다. 다른 정당을 짓밟고 일어서야 내가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그게 정치의 세계입니다. 요즘 매스컴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시청 공무원의 간첩조작 사건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자기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서류를 조작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건 비단 정치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에서 일어난 교수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도 그런 맥락입니다. 두 계파로 나눠져서 자기 사람을 교수로 채용하기 위해서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대계파에서 추천한 사람이라면 채용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내 사람을 더 많아지게 해서 나의 ‘우리’를 더 확고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학과교수들 사이에서도 계파간의 갈등이 깊어져 지금은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은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속한 모임(울타리)안에서도 존재합니다. 심지어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더구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런 일은 예외가 아닙니다. 오늘 본문이 그 한 예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제자 요한이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를 따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보고, 우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주님 이름으로 그러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러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귀신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 주는 것이 좋은 일입니까? 아니면 하지 못하게 말려야 될 일입니까? 귀신들린 사람은 귀신 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성경에 귀신들린 사람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귀신들린 사람들은 모두 귀신에게 붙들려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고 말씀합니다. 특별히 마가복음 5장에 나오는 거라사 지방에 있던 군대 귀신이 들린 사람의 경우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무덤 사이에서 살았습니다. 너무 난폭해서 쇠사슬로 묶어 놓아도 쇠사슬을 끊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힘으로 자기 몸을 자해하고 있었습니다. 돌로 자기 몸을 자해하면서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온 산에나 무덤 사이에 뛰어다녔습니다. 그게 귀신 들린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귀신들린 사람이 모두 그 사람처럼 비참하게 살진 않았을지라도, 귀신들린 사람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귀신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귀신들려서 비참하게 사는 사람을 고쳐주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도와주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요한은 귀신을 쫓아내는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왜 요한은 귀신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준 사람에게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을까요? 여기에 오늘 본문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요한은 그 사람이 귀신 쫓아내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였으므로.”(38절) 요한은 ‘우리’라는 울타리를 아주 좁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아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사람으로 한정시켰습니다. 그러기에 제자라고 하는 ‘우리’ 안에 들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을 흉내 내서도 안 되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또 하나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왜 요한은 예수님의 제자가 아닌 사람이 귀신을 쫓아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 오늘 본문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마가복음 9장 처음 부분은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9:31절에 의하면 변화산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난 것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 별세하실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변화산에서 내려오시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인자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마가복음 9:9)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때부터 예루살렘을 향해서 올라가십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시던 중에 예수님께서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제자들에게 해 주십니다. 본문 바로 앞인 31절 말씀입니다. ‘인자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고 죽은 지 삼 일만에 살아날 것’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계속해서 십자가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제자들은 그 말씀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큰 영광을 얻으실 것에 대한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서로 ‘누가 크냐?’ 하는 문제로 다투었습니다. ‘누가 크냐?’ 하는 문제로 다투었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 큰 영광의 자리에 오르시면, 누가 예수님께 인정을 받아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난 후에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이렇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요한의 생각으로 오늘 본문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데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큰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거야. 그러면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우리도 큰 자리 하나씩을 차지하게 될 것인데, 누가 예수님께 인정받아 더 높은 자리를 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다른 제자들보다 내가 더 높은 자리를 얻어야지. 암 그래야 하고 말고. 그런데 오던 길에 웬 사람 하나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있단 말이야. 그 사람은 우리처럼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사람도 아닌데, 감히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 우리는 제자로 부르심을 받고 3년 동안이나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도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는데 그 사람이 그런 능력을 행해? 혹시 예수님께서 우리보다 그 사람을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우리보다 앞세우거나 우리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히시면 안 되지. 예수님께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겠어. 우리를 따르지 않는 그 사람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낼 자격도 없는 사람이고. 그는 우리 무리 안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지금 요한의 머리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보다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더 인정해 주시고, 더 높여 주시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말입니다. 그래서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 무리’ 안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자신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데 경쟁자가 되는 사람을 하나라도 없애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라는 울타리를 가능하면 좁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어리석은 우리 인간의 생각입니다. 이건 비단 요한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 믿음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도 내게 유익이 되는 일 앞에서는 내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우리’라는 울타리를 작게 만들려고 부단히도 노력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 울타리를 좁히고 좁혀서 나중에는 ‘나’ 한 사람만이 남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 외에는 다른 사람이 내 자리에 파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견고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울타리가 아니라 아예 담을 높이 쌓아버립니다. ‘우리’라는 내 영역을 아예 넘보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우리 사회가 우리에게 그렇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강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나만 생각하는 아이들로 성장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라는 울타리를 넓혀주어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하는데, ‘너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웃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제 자신만 생각합니다. 옆에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이 있으면 도와주어 함께 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 하기 보다는 나보다 못난 아이들은 왕따를 시켜버립니다. 아예 나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도록 매장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친구가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면 친구대신 필기를 해서 친구가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행동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결석한 친구가 노트를 빌려보자고 해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버립니다.
그게 죄를 가진 우리 인간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원래 우리를 더없이 강한 결속력이 있는 울타리 안에 살게 하셨습니다. 하와가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아담 앞으로 올 때 아담은 이렇게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이로다.”(창세기 2:23) 결코 나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견고하게 하나로 묶어진 사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죄를 지은 후에 아담에게 하와는 이제 더 이상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과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선악과를 따 먹은 후에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왜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따 먹었느냐?’고 물으시자, 아담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세기 3:12) 죄를 범하고 하나님께 벌을 받을 것 같으니까, 이제 아담에게 하와는 ‘저 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내 울타리에서 쫓아버려야 할 존재입니다. 그게 죄를 지은 인간의 모습입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죄는 자꾸만 ‘우리’라는 울타리를 좁게 만들라고 속삭입니다. 그래야만 내가 더 많은 것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라는 울타리를 넓히셨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그 사람이 비록 당신의 제자는 아닐지라도 귀신들려 고생하는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 그 사람을 고통에서 건져주었다면 그 역시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라는 울타리를 아주아주 넓게 만드셨습니다. ‘나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우리 울타리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그 울타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하는 큰 울타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구원하시고자 하는 사람은 당신의 제자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유대인들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셨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이방인은 결코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게서는 이방인들까지도 구원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셨습니다. 그들에게도 구원을 주셨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십자가라는 울타리는 몇몇 사람들만을 끌어안은 울타리가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을 끌어안은 울타리입니다. 십자가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병든 사람도, 심지어 죄를 지은 사람도 모두 십자가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 울타리 안에 들어오는 것을 예수님은 막지 않으셨습니다. 울타리를 활짝 열어놓으시고 모두를 그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셨습니다.
우리도 그 십자가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원이라는 울타리를 넓게 만들어 누구든지 들어오도록 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요한처럼 예수님께서 울타리를 좁게 생각하셨다면 우리를 결코 구원받은 백성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떤 자격과 조건을 갖추어야만 그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우리는 구원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울타리를 크게 만들어놓으시고는, ‘누구든지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태복음 11:28)고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요한복음 7:37)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의 품으로 올 수 있었고, 구원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십자가의 은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마음을 넓혀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의 울타리를 넓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울타리에 불러주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울타리를 넓혀 많은 사람을 내 울타리 안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 힘들고 어려운 삶 때문에 지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우리의 울타리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그들을 내 섬김의 울타리에 넣고 ‘우리’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외면하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내 기도의 울타리 안에 넣고 ‘우리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사랑이 메말라 쓰라린 가슴으로 구석진 곳에서 홀로 울고 있는 우리의 이웃을 내 사랑의 울타리 안에 넣고, 내 작은 손을 내밀어 그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의 울타리를 좁히지 마십시다. 내 작은 유익 때문에, 내 자존심 때문에, 내 욕심 때문에 ‘우리’라는 울타리를 자꾸만 좁히다 보면, 우리는 세상 사람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으로 그 울타리 안으로 초대받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향해 두 손을 활짝 열고, 우리의 가슴에 그들을 품어주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우리’ 안에 들어온 그들을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십시다. 그들을 우리 안에 있는 사람답게 존중해 주십시다. 먼저는 우리 가족, 우리 교회 교우들을 사랑하고 존중히 여겨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울타리를 열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먼저 당신의 울타리 안으로 불러 주셨습니다.
< 2014년 3월 16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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