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작지 않은 ‘작음’

< 본문 - 마가복음 9:41-50 >

   지난 해(2013년) 1월 30일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1996년 ‘우주발사체를 국내 개발하겠다.’는 ‘국가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이 세워진 후 17년 만에 이뤄내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나로호가 성공하기까지 두 번에 걸친 실패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실패는 2009년에 있었습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첫 번째 나로호는 발사된 지 216초 만에 왼쪽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서 결국 지상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0년 두 번째 나로호가 발사되었는데, 이 때에는 발사된 지 137초 만에 나로호가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나로호의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조사해온 우리나라 ‘항공우주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분리볼트의 결함 때문에 우주선이 폭발했습니다. 우주선의 1단과 2단을 분리하는 부분에 8개의 볼트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오작동을 하면서 나로호가 폭발했다는 것입니다. 나로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1단은 액체추진체이고 2단은 고체추진체, 그리고 3단이 위성입니다. 그런데 그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를 연결하는 볼트가 발사 후 233초에 폭발해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바른 137초 만에 폭발함으로서 나로호 전체가 공중에서 산화하고 만 것입니다.

   나로호는 그 길이가 무려 33m나 되고, 전체 무게는 약 140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 거대한 나로호가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를 연결하는 볼트 하나의 잘못으로 인해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공중에서 사라진 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물론 그 실패가 세 번째 발사에 성공을 이룬 밑거름이 되긴 했지만, 그 한 번의 실패로 인해서 어마어마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나로호의 경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의 경험들은 대부분 작은 것 하나를 놓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작은 것 하나가 어머어마한 것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거대한 둑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작은 것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작은 것은 결코 작은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본문에서 아주 중요한 진리를 하나 가르쳐주십니다. 그건 우리가 흔히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작은 것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너희가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여 물 한 그릇이라도 주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가 결코 상을 잃지 않으리라.” ‘물 한 그릇.’ 우리가 생각할 때에는 아주 작은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물 한 그릇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어제(3월 22일)가 ‘세계 물의 날’이었습니다.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고는 합니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잘 못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물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아직도 쓰여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중동지역에서 물은 곧 생명수입니다. 비가 넉넉하게 오지 않아서 곳곳이 사막화되어 있는 중동지역에서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니세프의 보고에 의하면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어린아이들만 무려 4억 2,500만 명이나 되고, 매년 1800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오염된 물로 인해서 사망한다고 합니다.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서 하루 5시간씩 걸어서 물을 길어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물은 말 그대로 생명수입니다.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으로 인해 생명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스라엘도 절대적인 물 부족 국가입니다. UN산하 국제인구행동단체(PAI)에서는 물 부족 국가를 3단계로 나눕니다. 첫 번째가 물 기근 국가입니다.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경험하기 때문에 경제발전 및 국민 복지나 보건이 저해되는 국가를 말합니다. 두 번째가 물 부족 국가입니다. 주기적으로 물의 압박을 경험하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물 풍요 국가입니다. 지역적으로 물 공급에 약간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물이 부족하지 않는 국가를 말합니다. 이 세 부류 가운데 물 기근 국가가 물을 얻는데 가장 힘든 나라인데, 전 세계적으로 20개국이 여기에 속합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도 물 기근 국가에 속합니다. 그만큼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산업이 발달된 시대에도 물 기근을 겪어야 할 정도라면 2,000년 전에는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오늘 본문 41절의 말씀을 읽어야 합니다. 한 나그네가 여행을 하던 도중에 물이 떨어졌습니다. 마실 물이 없어 고통 가운데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그 나그네에게 물을 한 그릇 대접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물 한 그릇은 그 나그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비록 물을 대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물 한 그릇이 소중할 수도 있고, 일상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물을 받아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물이요, 자신의 고통을 풀어주는 물입니다. 그래서 그 물은 그렇게 소중합니다.

   성경에서 마실 물을 얻지 못해 생명이 위험의 순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창세기 21장에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100세에 아들 이삭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들 이삭이 젖을 떼는 날 아브라함은 큰 잔치를 베풉니다. 그런데 그 잔치 자리에서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이삭보다 14년이나 먼저 태어난 이스마엘이 이제 막 젖을 뗀 어린 이삭을 놀리는 것입니다. 이삭의 어머니 사라가 그 광경을 보고는 분노하여, 이스마엘과 그의 어머니 하갈을 집에서 내쫓아버렸습니다. 아브라함은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떡과 물 한 가죽부대를 주고서 집을 나가게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쫓겨난 하갈과 이스라엘이 브엘세바 광야에서 헤매다가 물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광야에서 물이 떨어지자 하갈이 대성통곡을 합니다. ‘이 광야에서 내 새끼가 목이 타 죽는 꼴을 어떻게 보느냐?’고 말입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그런 하갈과 이스마엘을 불쌍히 여기셔서 하갈의 눈앞에 샘물을 보이게 하심으로 하갈과 이스마엘의 생명을 살게 해 주셨습니다.

   만일 그 때 하갈이 샘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두 모자는 꼼짝없이 브엘세바 광야에서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때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물 한 그릇은 생명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물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생명의 위험을 느낄 정도로 고통당하고 있을 때 그 사람에게 물 한 그릇을 건네준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 한 그릇은 ‘작은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아주 큰일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작은 선행을 베풀지만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내가 내민 그 손이 생명을 살리는 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내게 어마어마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손에 들려져 있는 물 한 그릇을 내밀어 주는 것으로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군가를 위해 네 집을 팔아 구제하라. 그러면 네게 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네 눈을 하나 빼어 주어라.’ 그렇게 말씀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물 한 그릇이라도 주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조금만 덜 마시면 되기 때문입니다. 내게 많은 것을 희생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큰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씀하지도 않으십니다. 그저 작은 것 하나,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것 하나를 내어주면 그것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되고, 그것을 하나님께서는 기억하시고 상급으로 갚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이런 구절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여.’ 내가 물 한 그릇을 내밀어야 할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오늘 본문에서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에게 물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는 자에게 상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까?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고, 누구에게나 내 손을 내밀어 선을 베푼다면 그것은 모두 상을 얻을 일이라고 말씀하셔도 되는데, 오늘 본문에서는 굳이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는 말에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앞의 말씀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우리가 말씀을 나눈 것처럼, 요한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귀신을 내쫓는 어떤 사람에게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요한의 생각 속에 그 사람은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있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라는 울타리를 넓게 만드셨습니다. 비록 제자는 아닐지라도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어 고통당하던 사람을 도와주었다면 그 역시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 41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는 말 역시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속한 사람을 말씀합니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넓혀 그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우리의 인간적인 계산으로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주님의 마음으로 손 내밀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주님께 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마지막 때에 주님께서 영광의 보좌에 앉으셔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 때 주님의 심판대 앞에 온 사람들은 양과 염소로 구별이 됩니다. 예비된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게 될 양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주님께서 주리실 때에 먹을 것을 나눠주고, 목마르실 때에 마실 물을 주고, 나그네 되셨을 때에 영접하고, 헐벗으셨을 때에 입혀드리고, 병드셨을 때에 돌보아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주님께 그렇게 해 드릴 수 있을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 주님께서 친히 주님의 모습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나진 않으십니다.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으로 주님께서 우리 앞에 오시는데, 주님의 마음과 사랑으로 그 작은 자 한 사람을 섬기고 도와주면 그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반대의 이야기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 눈앞에 나타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선을 베풀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주님을 외면한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소설로 잘 풀어낸 사람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1910)입니다. 톨스토이가 쓴 단편 가운데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제목의 소설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고 홀로 구두를 수선하며 사는 마틴이라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 가운데 살던 그가 하나님을 만난 이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위해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으로부터 ‘내일 내가 너를 찾아갈 것이니, 거리를 잘 내다보고 있거라.’ 하는 음성을 듣게 됩니다. 다음 날 그는 하나님께 대접해 드리기 위해서 따뜻한 차와 스프를 끓여놓고 거리를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싸늘한 거리를 청소하는 한 노파가 손이 시러운 지 입으로 손을 불어대고 있었습니다. 마틴은 그 노인을 구둣방으로 불러들여 따뜻한 난로 옆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하나님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그의 눈에 갓난아이를 안고서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보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굶주렸는지 바짝 말라 있고, 아이는 배가 고파 연신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너무 마른 아주머니에게서 젖이 나오지 않아 아이까지 굶주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틴은 그 아주머니를 자기 구둣방에 불러들여 몸을 녹이게 하고선, 하나님께 대접하기 위해서 준비해 놓은 차와 스프를 대접하여 먹게 했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떠난 후에 마틴은 여전히 주님을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한 할머니가 사과를 팔고 있는데, 꼬마 아이 하나가 할머니의 광주리에서 사과를 훔쳐 달아나려다가 할머니에게 붙잡혔습니다. 할머니는 아이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어야 한다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틴은 조용히 구둣방에서 나가 할머니를 타일렀습니다. ‘사과 하나 때문에 아이를 벌주려 한다면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서는 어떤 벌을 받아야 하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도록 하고 사과 값을 대신 지불해 줍니다.

   그 날 밤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어제 밤 나타나셨던 주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청소하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사라지고, 갓난아이를 안고 있던 아주머니도 웃으며 다가오더니 사라졌습니다. 이어서 사과를 팔던 할머니와 사과를 훔치던 꼬마아이도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이들이 나였노라.’하는 음성이 들려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의 작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 내밀어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주님을 섬기는 일입니다. 그런 우리를 주님께서는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상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야고보 사도는 그 상황을 아주 엄격한 어조로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야고보서 4:17) 이 말씀은 선을 행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에 있으면서도 선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죄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삶에 선을 행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집니다.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선을 행해야 할 상황이 주어질 때 그 상황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죄입니다. 우리의 손을 내밀 수 있을 때, 누군가의 손을 붙잡아주어야 할 때,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이어 나오는 42절의 말씀은 41절의 상황과 정반대되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자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매어 바다에 던지는 것이 낫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족하게 한다.’는 말은 길에 덫을 놓아 걸리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실족하게 한다는 말은 누군가가 걸려 넘어지도록 덫을 놓아 넘어뜨린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누군가를 실족하게 하여 넘어지게 만든다면, 그 사람을 연자 맷돌에 매달아 바다에 던지는 것이 낫다고 말씀하십니다. 아주 무서운 말씀입니다. 누군가를 실족하게 한다면 실족하게 한 사람의 목숨과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족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실족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저주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방하거나 비난함으로 그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도 실족하게 하는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욕을 하거나 조롱함으로 삶의 의욕을 꺾는 것도 실족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그것을 기뻐함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도 실족하게 하는 일입니다. 신앙인으로서 바른 삶을 살지 못함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신앙생활에서 떠나도록 만드는 것도 실족하게 하는 일입니다. 심지어 나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지 못함으로 그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 인생을 포기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도 실족하게 하는 일입니다.

   연자 맷돌은 소가 끌면서 돌리는 엄청나게 큰 맷돌입니다. 그 돌을 목에 매고 바다에 던져진다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실족하게 하는 죄가 그렇게 무섭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쯤은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일이기 때문에 별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은 내 생명과 바꾸어야 될 만큼 중차대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내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에게 욕 한 번 했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그 사람은 마땅히 그런 곤욕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 ‘실족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 어떤 조건도 붙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실족하게 해도 되고 나를 선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실족하게 할 경우에만 그런 벌을 받는다.’ 그렇게 말씀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자 하나라도 실족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작은 자라면 일반적으로 무시해도 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관심 가져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내게 도움이 되지 않고,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그 사람을 무신경하게 대합니다. 그러다가 그 작은 자를 실족하게 만듭니다. 세상의 가치에 따라 사는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과 사랑으로 사는 신앙인들은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이든지 우리가 무관심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가 그에게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사람 역시 없습니다. 우리는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최고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은 모두 내가 존중해주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어느 누구도 나보다 가치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내 스스로 실족한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본문 43절, 45절, 47절에서는 우리 몸의 한 지체가 죄에 빠짐으로 우리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만일 손이 범죄하게 한다면 손을 찍어버려야 하고, 발이 범죄하게 한다면 발을 찍어버려야 합니다. 눈이 범죄하게 한다면 그 눈을 빼버리고 한쪽 눈만을 가지고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씀하고 있는 손이나 발이나 눈은 상징적인 것입니다. 실제로 손을 찍어내고 발을 찍어내고 눈을 빼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로 범죄에 빠지게 하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말을 바꿔 이야기하면 우리 스스로 실족하여 지옥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의 한 부분보다 우리의 인생 전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몸을 지옥에 빠뜨리는 것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손이나 발이나 눈과 같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그 신체의 일부라 해서 범죄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몸 전체를 지옥에 빠뜨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것, 그래서 그래도 된다고 내버려두는 것이 우리의 인생 전체를 파멸케 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작은 것부터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십시다. 내 삶에 작은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내 삶 전체가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 가운데 작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려 하십시다.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주저하지 말고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아 주십시다. 다른 사람이 무시하고 멸시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그를 무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내가 그렇게 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더구나 내가 누군가의 발을 걸어 넘어뜨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에게 욕을 당해도 되는 사람 없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해도 되는 사람 없습니다.

   작은 자 - 바로 그가 예수님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 2014년 3월 23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