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지혜

< 본문 - 신명기 20:19-20 >

   어떤 노인이 자신의 집 뜰에 과일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던 한 나그네가 그 광경을 보고 말을 걸어 왔습니다. “도대체 언제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겠다고 나무를 심으시는 겁니까?” 그러자 노인은 하던 일을 계속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한 30년쯤 지나면 열매가 열리겠지요.” 그랬더니 나그네가 다시 묻습니다. “노인장께서 그토록 오래 사시겠습니까?” 과일나무를 심던 노인은 잠시 일손을 놓고 나그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이 나무에서 열리는 나무의 열매를 내가 먹진 못하지요. 그러나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집 뜰에는 여러 가지 과일나무가 있었지요. 그 나무를 누가 심어 놓은 것인지 아시오? 우리 할아버지였소. 할아버지께서 자손들을 위해 과일나무를 심어놓으셨기 때문에 우리가 과일을 따먹을 수 있었소. 나도 지금 내 할아버지처럼 하는 것이오.”

   참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내일’을 희망하며 삽니다. 내일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희망을 바라보며 삽니다. 그러나 여러분, 내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일을 바라보고 사는 ‘오늘’입니다. 오늘을 바르게 살지 못하면 우리에게 내일은 결코 희망적일 수 없습니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우리에게 주어질 내일은 우리의 삶에 기쁨이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 스피노자(Benedict de Spinoza, 1632-1677)가 했다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르쳐줍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내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된다 하더라도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에 결코 게으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삽니다. 내일의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오늘은 의미가 없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삶이 힘들더라도 참아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문제에 부딪혀 있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언젠가는 반드시 풀려지고 기쁨의 날이 올 것을 믿기에 문제 앞에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고난의 터널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그 고난의 터널이 끝나는 지점엔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알기에, 고난의 때에도 절망하지 않고 견디어냅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언젠가는 이 가난에서 벗어날 날이 올 것을 기대하기에 가난 가운데서도 열심히 딸을 흘리며 일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런 희망과 기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마음에 간절히 바라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빨리 커서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삽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하루 빨리 시험 지옥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은 빨리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해 생활이 안정되고 좋은 연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을 꿈꿉니다. 직장에 들어가 바쁘게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빨리 정년퇴직하여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지금 공부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그 힘든 것을 참고 공부합니다. 그런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참으며 일을 합니다.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면 장사나 사업이 잘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장사에 적자가 나도 그것을 접지 못하고 기다려 봅니다. 자식들이 말을 안 듣고 속을 썩일지라도, 언젠가는 속 차리고 바르게 살 때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에 속이 문드러질지라도 참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내일 - 우리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살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 기대와 희망을 꺾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런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한 이유가 우리 자신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 자식들이 정말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고 뒷바라지를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는 사업과 장사가 잘 풀리기를 바라며 열심히 일하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사업과 장사의 길을 막기도 합니다. 여러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은 전쟁에 관한 말씀 중 마지막 결론 부분입니다. 신명기 20장에서는 적군과 싸우러 전쟁터에 나갈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가르쳐주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쟁하러 갈 때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원칙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전쟁의 첫 번째 원칙은 전쟁의 승패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적군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담대하게 나가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1-4절의 말씀입니다. 전쟁의 승패는 군사력이 얼마나 강하냐 하는 것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성경의 끊임없는 가르침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기드온 사사가 치룬 전쟁과 같이 적군이 메뚜기 떼와 같이 많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300명의 군사만 가지고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시면 여호수아의 군대가 아이성 전투에서 실패한 것처럼, 작은 성읍 하나 점령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전쟁의 두 번째 원칙은 전투에 전념할 수 없는 사람을 전쟁에 데려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5-9절에서 전쟁에 참여시켜서는 안 되는 사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새 집을 건축하고 낙성식을 행하지 못한 사람은 전쟁에 데려가서는 안 됩니다. 포도원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 포도원에서 아직 열매를 따먹어보지 못한 사람도 전쟁에 데려가서는 안 됩니다. 여자와 약혼을 하고 아직 결혼하지 못한 사람도 전쟁에 데려가서는 안 되고, 심지어 마음에 허약하여 두려움에 떠는 사람 역시 전장에 데려가서는 안 됩니다. 성경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새로 집을 건축하고서 아직 그 새 집에서 살아보지 않는 사람이 전쟁이 나가서 죽는다면, 그가 건축한 그 새 집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포도원을 만들어놓고 아직 한 번도 그 열매를 따먹지 못한 사람 역시 전쟁에 나가서 전사하면 그 포도원을 일구기 위해서 노력한 수고가 물거품이 되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되고 맙니다. 약혼만 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전사하면 약혼한 그 여인이 다른 사람의 품에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전쟁에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새 집을 건축하고서 한 번도 들어가 살지 못한 사람이 전쟁터에 나가면 그는 전쟁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지었는데, 전쟁에 나가는 바람에 자신이 지은 그 집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몸은 전쟁터에 있지만 마음은 지어놓은 집에 가 있습니다. 그러니 전쟁에 전념할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생고생하여 포도원을 만들어 놓았는데 한 번도 그 포도원에서 과일을 따먹지 못했다면, 자신이 고생한 그 수고가 헛되어 다른 사람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전쟁에 전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전쟁터에 데려가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약혼한 여자가 있는 사람도 약혼한 사랑하는 여인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고 ‘혹시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이 데려가면 어쩌지’ 하는 염려 때문에 전쟁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데려가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동일한 이유로 마음이 허약하여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주변 동료들까지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다른 사람까지도 전쟁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데려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한 마디로 말하면 ‘전쟁에 전념할 수 없는 사람은 데려간들 결코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전쟁터에 데려가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전쟁의 세 번째 원칙은 평화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10절 말씀에 보면, 전쟁을 하기 위해서 갔다 하더라도 먼저 그 성읍에 화평을 선언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떤 전쟁이든 전쟁의 목적을 사람을 죽이는데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을 해야만 할 경우라 하더라도 무조건 사람을 죽이고 땅을 점령하려 하지 말고, 화평을 선언하여 조공을 받아내는 것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만약 제안한 화평을 거절한다면 끝까지 싸워 사람을 죽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전쟁해서는 안 됩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들어가 살게 될 가나안 땅에서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기업으로 주시어 이스라엘 백성들이 들어가 살게 될 가나안 땅에서는 ‘호흡이 있는 자를 하나도 살려두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를 18절에서 이렇게 설명해 주십니다. “이는 그들이 그 신들에게 행하는 모든 가증한 일을 너희에게 가르쳐 본받게 하여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 범죄하게 할까 함이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들어가 살게 될 가나안 땅에는 여러 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방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바알과 아세라 등 이방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이 그들 가운데 남아 있는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땅에 남아 있는 백성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꾀여 우상을 섬기도록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다른 지역에 가서 전쟁할 때에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먼저 하지 말고 화평을 선언하는 일을 먼저 하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유독 가나안 땅에서는 ‘호흡이 있는 자를 한 사람도 살려두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전쟁의 네 번째 원칙은 전쟁하러 간 성읍 주변의 과일나무를 찍어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어느 성읍으로 전쟁하러 갔을 때 그 성읍 주변에 있는 다른 나무들은 베어서 전쟁도구로 사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과일나무는 절대로 베어서는 안 됩니다. 그 이유를 19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너희의 먹을 것이 될 것임이니.’ 과일나무를 남겨두면 너희에게 유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유익이 되는 것을 굳이 베어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그것이 전쟁의 원칙이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과일나무가 유익이 된다면 그 나무를 찍어내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을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전쟁을 하는 사람에게 뭔가 유익이 있어야 전쟁을 합니다. 그것이 자존심이라는 명분이든, 아니면 금은보화와 같은 어떤 물질적인 이득이든, 아니면 전쟁의 포로를 끌고 와서 노예를 삼는 것이든, 뭔가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전쟁을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유익되는 것들을 많이 모아야 합니다. 과일나무는 전쟁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분명 유익을 주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과일이 맺히는 계절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1년에 한 차례 과일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일나무는 전쟁하기 위해서 고국을 떠나온 군사들에게 귀한 먹을거리가 됩니다. 전투에서 식량이 떨어지면 전쟁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과일나무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과일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것을 전투에 필요한 식량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과일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오늘 본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그것을 전쟁의 원칙이라고 엄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풀어내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말씀이 19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너희가 어떤 성읍을 오랫동안 에워싸고 그 성읍을 쳐서 점령할 때.” 여러분,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어떤 성읍은 어렵지 않게 점령하여 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여리고 성읍처럼 일주일 만에 성읍을 무너뜨리고 전쟁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랫동안 전쟁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적군이 끝까지 투쟁하면서 버팁니다. 그리고 그 날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그럴 경우 성읍을 둘러싸고 전쟁을 하는 침략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 안에서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항복을 하든지, 아니면 어떤 협정을 맺어 조공을 바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든지 하면 좋을 텐데, 끝까지 버티면 성 안에 있는 사람이나 성을 에워싸고 끊임없이 성을 공략해야 하는 군인이나 모두 힘든 전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침략자의 마음에는 그 성과 그 성읍 사람들에게 악이 바치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이 격화되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성을 점령했을 때에는 성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자비한 살육을 강행합니다. 오랜 시간 자신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무자비한 보복을 하게 됩니다.

  유대 역사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주전 586년 남 유다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할 때입니다.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둘러싼 기간은 무려 18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이 18개월 동안이나 바벨론의 침공에 저항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바벨론은 근동지역을 전부 점령했습니다. 앗수르 제국을 무너뜨린 바벨론은 주전 605년 갈그미스 전투에서 이집트까지 이기고, 명실상부한 고대근동의 확실한 주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제국(帝國)을 이룬 나라입니다. 그런데 자그마한 유대 예루살렘은 쉽게 점령이 되지 않습니다. 그 작은 성을 정령하기 위해서 무려 18개월 동안이나 성을 에워싸고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18개월 동안이나 공성전을 벌인 바벨론 군대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멸망은 더욱 끔찍했습니다.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무자비한 복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 성벽이 철저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예루살렘 성전도 다 무너졌습니다. 성전에서 제사드릴 때 쓰던 성전 기구들은 모두 녹여서 바벨론으로 가져갔고, 성전 그릇들도 다 바벨론으로 실고 갔습니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부분의 농토는 농사를 지을 수도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었습니다. 힘을 쓴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포로로 잡아가버렸습니다. 더 끔찍한 것은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시드기야 왕입니다. 시드기야 왕은 두 눈이 뽑히게 되었고, 그런 상태로 바벨론에 끌려가 평생 바벨론 감옥에 갇혀 있다가 죽어야 했습니다. 시드기야 왕이 두 눈이 뽑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의 두 아들이 바벨론 군사의 칼날에 목이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어린 두 아들이 목 베임을 당하고 난 후에, 시드기야 왕은 두 눈이 뽑히게 되었고 그 상태로 바벨론까지 끌려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8개월 동안이나 저항했던 남 유다의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만약 남 유다가 그렇게 18개월 동안이나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런 끔찍한 꼴을 보진 않았을 것입니다. 예레미야 선지자의 말처럼 일찍 항복을 했다면 바벨론 왕이 자비를 베풀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18개월 동안이나 저항하다 보니 바벨론 왕과 군사들은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악이 바쳤습니다. 그래서 성을 점령하고 난 후에 자비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끔찍한 보복을 했던 것입니다.

  유다 예루살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세계 전쟁의 역사에서 그런 일들은 흔히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북부의 도시국가였던 카르타고가 로마에 망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카르타고는 주전 150년부터 무려 4년 동안이나 로마의 공격에 저항하며 전쟁을 했습니다. 결국 주전 146년 카르타고는 로마에 의해서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4년여에 걸친 긴 싸움에서 승리한 로마는 6만 명의 카르타고 주민 가운데 만 명을 죽이고, 나머지 5만 명을 모두 노에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로마는 카르타고 전체에 소금을 뿌려버립니다. 다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 못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쟁에서 오랫동안 저항을 하다보면 침략군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자기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침략군은 해당성읍이나 나라에 엄청난 보복을 가합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말씀입니다. 오랫동안 성을 에워쌀 때 군인들이 분노의 감정에 휩쓸려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분노의 감정에 따라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저지르고 맙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과일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입니다.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 주고 있습니다. 분노의 감정에 휩쓸려 한 잘못된 행동이 결국은 자기들에게 큰 손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성읍을 에워싸고 전쟁을 해야 한다면 그 과일나무의 열매를 반드시 먹어야 할 때가 옵니다. 2년에 걸친 싸움이라면 최소한 두 번은 그 과일나무의 열매를 먹게 될 것이고, 3년에 걸친 싸움이라면 세 번이나 그 과일나무의 열매를 먹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화가 난다고 그 과일나무를 베어버리면 그건 분명 자신에게 손해가 됩니다. 자신에게 큰 화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난 감정에 따라 과일나무를 베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건 비단 과일나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면서 분명 더 좋은 내일을 기대하고, 더 행복한 내일을 맞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삽니다.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고, 하기 싫고 쉬고 싶어도 참고 견디면서 일을 합니다. 그런데 힘들다는 것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 때문에 우리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행동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내일은 결코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는 희망 가득한 내일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분노는 우리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무서운 적입니다. 분노가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순간의 분노 감정을 참지 못해서 자녀에게 화를 냈다가 아이들이 영영 불행의 인생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그동안 쌓아놓았던 인격과 덕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분노는 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하고, 평생 쌓아놓은 업적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King Great Alexander)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했던 클레토스라는 친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장성해서 장군이 되어 친구인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클레토스가 술에 만취되어서 많은 군사들 앞에서 알렉산더 대왕을 모욕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옆에 서 있던 군인의 창을 빼앗아 클레토스에게 던졌습니다. 죽이려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창은 클레토스의 가슴에 정확히 꽂혀 클레토스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인 실수를 깨달은 알렉산더 대왕은 순간적으로 저지른 자신의 행동에 대해 크게 후회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절친한 친구를 죽였다는 생각에 그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자살까지 하려 했으나 사람들의 만류로 포기했다고 합니다. ‘내겐 더 이상 정복할 땅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전 세계를 정복하는 데는 성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이지만,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는 데는 실패해 가장 가까운 친구를 죽이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헬라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에게 친구 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악처로 소문난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계속해서 큰 소리로 화를 냅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내의 분노를 애써 무시하고 태연하게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커다란 물통을 들고 거실에 들어오더니 소크라테스의 머리에 물을 쏟아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봉변을 당한 소크라테스는 수건으로 천천히 물을 닦아내며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보게, 너무 놀라지 말게. 천둥이 친 후에는 반드시 소나기가 내리는 법이라네.”

   여러분, 행복한 내일을 기대하십니까? 오늘 내 마음에서 분노를 제거하십시다. 내 마음 속에 분노의 감정이 일더라도 그 분노의 감정에 지배받는 행동을 하진 마십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지 마십시다. 그 화풀이가 결국 내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미래에 주실 복을 손에 쥐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레미야 29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내가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예레미야 29:11)

  그렇습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시길 원하십니다. 우리의 미래가 - 우리의 내일이 희망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분노가 그 하나님의 복된 생각을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진정 복된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면 화를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분노의 감정을 절제하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지혜입니다.

< 2014년 3월 3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