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모세의 자리에 앉아 계십니까?

< 본문 - 마태복음 23:1-7 >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루스벨트’라는 이름을 가진 대통령이 두 명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Jr. 1858-1919)이고, 또 한 사람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조카이자 제32대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1945)입니다. 제26대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 관한 일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통령이었던 그가 어느 날 잡지를 보다가 자신을 형편없는 술주정뱅이라고 욕하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화가 난 그는 비서관을 불러 이 잡지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의했습니다. 비서관은 당장 잡지사 사장과 기자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내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건 권력 남용’이라고 거부하고, 이 문제를 두고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비서관에게 잡지사를 정식으로 고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얼마 후 재판이 열렸습니다. 대통령의 명예가 걸린 민감한 문제이었기에 판사는 신중하게 한 사람 한 사람 심문하였고, 배심원들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잡지사의 기사는 허위로 판명된다. 명예를 훼손한 것이 명백히 인정되므로 피고는 대통령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 판결이 내려지자 방청석에서는 여기저기에서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내게 되면 잡자시는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판사의 판결문이 이어졌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달러를 지불하라. 땅땅땅” 그렇게 재판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자 방청석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비서관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각하! 명예훼손의 대가가 고작 1달러란 말입니까?” 그러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게 손해배상금은 아무 의미가 없다네! 중요한 것은 진실이야! 그 진실이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정한 재판에 의해 판단되었으니까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인가! 진실이 밝혀졌으니 이제 오해는 풀렸을 것이고,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네!”

   여러분, 세상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명예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는 것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도, 또 그 어떤 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명예를 잃어버렸을 때의 그 수치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2003년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현대빌딩에서 투신해 자살한 것도 그렇고, 2009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자살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자살에 상당한 의문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명예가 더렵혀졌다는 것 때문에 생명을 던진 예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 명예라는 것은 내가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키려 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온 내 삶이 만들어주는 것이 명예입니다. 그리고 그 명예는 내가 만들어온 그 삶을 지속적으로 바르게 살아갈 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만일 명예를 얻고 싶다면 우리는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고귀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거기에서 명예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예를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그 명예를 지키는 것입니다. 명예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예를 잘못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입니다. 바리새인들은 당시 어느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율법에 순종하며 살려했던 사람들입니다. 종교의식을 행함에 있어서도 어느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복음서에 보면 그들의 종교행위가 얼마나 열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했습니다. 그리고 소득의 십일조를 철저하게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구제하고 기도하는 것도 참 많이 했습니다. 사도 바울도 바리새파 출신입니다. 사도 바울은 바리새인으로 살던 자신의 삶을 회상하면서 철저하게 율법을 지켰다고 고백합니다. 그게 당시 바리새파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바리새인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십일조와 정결의식, 그리고 음식에 대한 규례 등을 철저히 지킬 것을 서약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약했다고 해서 바로 바리새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습기간을 거쳐 거기에서 바리새파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면밀하게 검증을 받았고, 그런 후에야 바리새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유대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 당시 바리새파에 속한 사람들은 6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 바리새파 가운데 서기관들이 있었습니다. 서기관들은 주로 율법을 기록하고 율법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서기관들은 바리새파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에 해당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본문이 포함된 마태복음 23장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십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시면서 그들의 잘못된 신앙을 책망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향하여 ‘눈 먼 지도자’(23:16)라고 책망하시기도 하고, ‘어리석은 맹인들’(23:17)이라고 책망하시기도 합니다. 심지어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23:33) 라고 호되게 책망하시기도 하십니다. 왜 그들은 예수님께로부터 그렇게 호되게 책망을 받아야만 했습니까?

   오늘 본문은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첫 번째 책망의 내용입니다. 그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모세의 자리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가르치는 자리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존경받는 지도자의 자리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회당에는 모세의 자리라고 불리는 의자가 있었습니다. 돌로 만든 의자인데, 회중을 바라보고 앉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기관들과 같이 율법 해석의 권위자들이 그 돌로 만든 의자에 앉아서 율법을 가르쳤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모세의 자리에 앉아 율법을 가르치는 서기관들이나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신 이유는 그들이 율법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율법을 연구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열성적이었기 때문에 율법을 잘 가르쳤습니다. 문제는 자신들이 가르친 말씀대로 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3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 아니한다.”

   우리가 여기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책망의 내용은 그들의 행위에 있는 것이지 그들이 가르친 말씀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잘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말하는 바대로 행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그들이 가르친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잘 가르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의 가르침을 따르려 하지 않습니다. 행동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가르침과 말씀까지도 무시해버립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비록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어리석은 맹인’이요 ‘눈이 먼 지도자’이긴 하지만, 그들의 가르침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날의 상황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목회를 잘 못하고 실수를 많이 하는 목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다. 목사가 실수를 하고 행동이 바르지 못해서 내 마음에서 존경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우리는 그 목사의 설교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너나 잘 하지! 자기 행동거지 하나 똑바로 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가르치려고 해!’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십니다. 비록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의 행동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가 가르치는 말씀이 성경적이고 바른 교훈이라면 그 교훈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존경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가르침을 따라야 합니다. 왜요? 그게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는 가르침이라면 우리가 마땅히 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가르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권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목사가 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고, 별 볼 일 없는 목사나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목사가 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가 선포했든지 하나님의 말씀은 그 말씀 자체로 권위를 가집니다. 말일 우리가 어떤 목사가 설교했느냐에 따라서 순종하기도 하고,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의 태도가 아닙니다. 목사의 설교를 목사의 말로 들으려 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말씀 자체로 권위가 있습니다. 누가 설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 텍사스에 살 던 한 남자가 아내와 자녀 넷을 그곳에 버려두고 캘리포니아로 가서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그렇게 산 지가 3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캘리포니아에서 돈 한 푼 없는 가난뱅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시신을 고향 텍사스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텍사스에 살고 있던 자녀들은 그 소식을 듣고는 화가 났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을 내팽개치고 자기만을 위해 살던 그를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고, 그러니 그의 유언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버린 그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만 하느냐’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 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까지 시신을 옮겨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자식들은 모두 ‘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하자’고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앙이 깊은 큰 아들은 달랐습니다. 동생들이 아버지에 대해서 불평하고 원망하는 말을 다 듣고도, 아버지의 시신을 옮겨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트랙터와 농기구를 저당 잡힌 후 돈을 마련해서 아버지의 시신을 텍사스로 옮겨와 장례를 치러드렸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에 큰 형이 동생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경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쓰여 있을 뿐, ‘좋은 부모를 공경하라.’고 쓰여 있지 않단다.”

   그렇습니다. 성경에는 모든 부모를 공경하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식에게 잘 해준 부모는 공경하고, 자식에게 잘못한 나쁜 부모는 공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말씀을 다시 해석합니다. 내 맘에 드는 대로 말입니다. 그래서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 앞에 조건을 붙입니다. ‘나를 사랑해 주신 부모는 공경하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조건을 붙이니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나 몰라라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건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들어야 합니다. 그 어떤 사람의 권위나 명예보다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훨씬 더 큽니다. 사람이 달라진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목사나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대리인일 뿐입니다. 대리인이 말씀을 잘못 전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바르게 전달된 말씀이라면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것이 말씀을 듣는 사람의 자세여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호되게 책망하셨습니다. 왜 그들은 책망을 받아야 했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서 말씀을 잘 가르치지만 말만하고 행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외식적인 행동을 한다.’ 그게 그들이 책망 받는 이유입니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존경받기 위해서 외식적으로 한 행동은 이런 것들입니다. 경문의 띠를 넓게 합니다. ‘경문’은 ‘테필린’이라고 불리는 작은 상자인데, 원래는 율법을 기억하고 율법을 따라 경건에 힘쓰겠다는 뜻으로 차는 것입니다. 성구 두루마리를 넣은 자그마한 상자를 주로 왼쪽 팔 안쪽이나 이마 앞쪽에 가죽 끈으로 동여매기도 하고, 손에 차기도 합니다. 이 경문을 차고 다니는 것을 율법을 잘 지키는 경건한 표현으로 여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문을 크게 만들면 더 경건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가능하면 크게 경문을 만들어 차고 다님으로서 자기들이 경건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옷술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옷술’은 ‘심라’라고 불리는 겉옷의 네 귀에 단 술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옷술은 석류 문양의 단청색 장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청색은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과 순결성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겉옷에 그 옷술을 달고 다님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옷술을 크게 만들어 달고 다니면서 자신의 거룩함을 드러내고 자랑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할 옷술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경건함을 자랑했던 것입니다.

   6-7절의 말씀에서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받기를 좋아 하고 칭찬받기를 좋아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잔치자리에 가면 으레 가장 높은 자리가 자신의 것인 양 높은 자리에 앉으려 했고, 회당에 가서도 높은 자리에 앉으려 했습니다. 회당은 예배하기 위해서 찾아가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라는 명목으로 그곳에 가면 의당 자신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서 하나님께서 받으셔야 할 영광을 자신들이 받고 있었습니다. 또 그들은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을 찾아갔습니다. 큰 경문을 차고 길게 늘어뜨린 옷술이 달린 옷을 입고 시장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자신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런 인사 받기를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만일 서기관들이나 바리새인들 중에 정말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존경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명예에 합당한 존경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낮은 자리에 내려가 앉더라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라고 존중해 줍니다. 그런데 의당 그 자리가 자신들이 앉아야 할 마땅한 자리라 하더라도 ‘저 제일 높은 자리는 내 자리야.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 앉아서는 안 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낮은 자리에 내려갈 때 사람들이 그를 더 존중해줍니다. 그게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자기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기를 쓰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의 그런 거짓된 명예욕을 호되게 책망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내가 존경받는 것은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자기 스스로 겸손하고 낮아지면 하나님께서 그를 높여주십니다. 내가 사람 앞에 겸손한 마음을 가지면 사람들이 나를 존중해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존경받으려 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내게서 멀어집니다. 그것이 성경의 진리이고 그것이 인생의 진리입니다.

   여러분, 채명신 장군(1926-2013)의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지난해 11월에 세상을 떠난 우리나라 군인입니다. 채명신 장군에 대한 일화는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월남전에 참전했을 때에 했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월남전에서 채명신 장군은 한국군 총사령관이었습니다. 그는 부하들에게 ‘100명의 적군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하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생명을 그만큼 소중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월남 전쟁에서 복귀한 뒤 제2야전사령관으로 있을 때(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호출을 받아 박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 때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연장의 뜻을 보이면서 군부 내 지지를 이끌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채명신 장군은 ‘신의가 정치의 생명’이라며 박대통령의 집권연장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 결과 채명신 장군은 대장 진급에서 탈락하게 되었고 결국 중장으로 예편을 하게 됩니다. 채명신 장군의 모습에서 더욱 감동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지난 해 1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때 그는 ‘자신을 장군 묘역이 아닌 베트남 참전 사병 묘역에 안장해 달라’고 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유언대로 그는 장군 묘역이 아닌, 자신과 함께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병들 곁에 안장되었습니다.

   채명신 장군이 그렇게 아름다운 마무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삶을 살았던 것은 그의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1926년 황해도 곡산이라는 곳에서 출생했습니다. 항일운동가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권사님이셨던 어머니로부터 어려서부터 신앙훈련을 받았습니다. 8.15 해방 이후 ‘모든 종교를 아편’이라고 가르친 공산주의가 북쪽에 자리 잡자 그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어머니를 북한에 남겨두고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그의 원래 꿈은 목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앙의 자유를 위해서는 공산주의를 막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목사의 길이 아니라 군인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훌륭한 군인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지난해에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그분은 장군으로서 장군의 묘역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명예보다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사병의 묘역에 안장을 유언했고, 사병의 묘역에 안장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병의 묘역에 안장되었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사병의 묘역에 안장되었다고 해서 그의 명예가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더욱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본문에서 존경받을만한 높은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존경받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또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내 스스로 존경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존경받는 자리에 있다면 존경받을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부자가 되지 말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여러분, 부자가 되십시오, 다만 부자가 되었다면 부자라고 거들먹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부유하지만 많이 가지지 않는 사람처럼 검소하고 소탈하게 살아야 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재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권력을 가지지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여러분, 권력의 자리에 오르십시오. 출세하고 성공하십시오. 그러나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권력을 휘두르려 해서는 안 됩니다. 낮은 자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섬겨야 합니다. 내게 주신 힘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돕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 건강을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그러나 건강하다고 방탕하게 살진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 기쁨으로 봉사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많이 배우십시오. 많이 배우고 배우되, 많이 배웠다는 것 때문에 배우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진 마십시오. 배움을 통해서 얻어진 지식과 지혜로 내가 가야할 길을 옳게 분별하여 정직하고 존경받을만한 삶을 사십시오.

   여러분, 신앙의 연륜을 쌓고 신앙의 지도자가 되십시오. 신앙의 지도자가 되되, 신앙이 연약한 자를 정죄하지 말고, 연약하고 힘든 사람을 돕는 데 누구보다도 열심 하며 살아야 합니다. 연약한 자를 바로 세워주고, 힘들어 지치고 쓰러진 사람을 돕는데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바로 그런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아직도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진 않습니까? 말은 잘 하는데 삶이 따르지 않는, 존경받길 원할 뿐 겸손하지 않는 모습 말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처럼 모세의 자리에 앉아서 가르치기는 잘 하되 자신은 정작 그 가르침대로 살지 않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가르친 대로, 또 가르침을 받은 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참된 신앙인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존경받는 자리에 오르되 스스로 존경받으려 하지 말고 겸손하게 다른 사람을 섬기며 다른 사람을 높여주는 사람으로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뜻입니다.

< 2014년 4월 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