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울음소리가 들리십니까?

< 본문 - 누가복음 22:54-62 >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다윗 왕입니다. 오늘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면 사실 다윗 왕은 그렇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부하의 아내를 왕궁으로 불러들여 간통을 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충성스러운 부하를 전쟁터에 내세워 죽게 만든 사람이 어떻게 존경받을만한 사람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윗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만 다윗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다윗을 무척이나 사랑하셨습니다. 다윗이 범죄하기 이전의 모습만으로 다윗을 사랑하신 것이 아닙니다. 양을 치던 목동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을 신뢰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런데 밧세바와의 범죄 사건 이후에도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여전히 사랑하셨습니다. 물론 다윗은 자신 범한 죄의 대가를 철저하게 치루긴 했지만, 여전히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왜 다윗은 그렇게 큰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사랑을 받았을까요? 왜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큰 죄를 지은 다윗을 여전히 사랑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다윗의 회개에 있습니다.

다윗은 밧세바와의 범죄 이후에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충신인 우리아까지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밧세바를 자신의 아내로 삼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윗의 모든 죄는 덮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나단 선지자를 다윗에게 보내 다윗을 책망하십니다.

나단 선지자가 다윗을 책망하기 위해서 이런 비유를 이야기합니다.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딸처럼 소중하게 키우는 작은 양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마을에 많은 양과 소를 가지고 있는 부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부자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부자는 그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자기의 많은 양이나 소 가운데 한 마리를 잡은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딸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그 양을 빼앗아 그것을 잡아 손님을 대접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윗이 화가 났습니다. 세상에 어찌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런 놈은 당장에 잡아다가 죽여야 마땅하다고 말입니다. 다윗이 그렇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나단 선지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단 선지자의 책망을 듣고 다윗은 곧바로 하나님께 회개합니다. 다윗이 그렇게 회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윗은 왕입니다. 부하의 아내와 간통을 하고 그것을 덮기 위해서 충성스러운 부하를 전쟁터에서 죽게 한 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면 다윗은 왕으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단 선지자 밖에 없습니다. 다윗이 자신이 가진 왕의 권력으로 나단 선지자를 제거해 버린다면 자신의 죄가 드러나지 않고 그대로 덮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왕의 권위가 떨어지거나 체면을 구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갈등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그 한 사람을 제거함으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느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경우를 선택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위나 힘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이나 죄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왕입니다. 왕의 힘과 권력을 가지고 나단 선지자 하나쯤 제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나단 선지자를 죽이면 자신의 죄는 감추어지고,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습니다. 나단 선지자를 죽이진 않을지라도 나단 선지자에게 엄포를 놓아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말도록 협박할 수도 있습니다. 다윗이 가지고 있는 왕의 권력으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의 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죄를 감출 수 있을지 몰라도 불꽃같은 눈으로 인생을 감찰하시는 하나님 앞에서는 결코 감출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걸 알기에 자신이 가진 왕의 권력으로 나단 선지자를 죽이고 자신의 일을 숨길 수도 있고, 나단 선지자에게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게 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할 수도 있지만, 다윗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윗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회개하는 것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다윗을 귀하게 보신 것입니다. 사람이 죄를 짓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은 죄라고 한다면 그것을 감추려 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드러내놓고 회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죄와 허물을 감추기 위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 노력은 결국 헛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자신의 죄를 감춘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고통이 더해질 뿐입니다. 실제로 다윗이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같이 되었나이다.”(시편 32:3-4) 그렇습니다. 죄를 감추고 살 때 더 당당하고 평안하게 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죄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같은 고통으로 인해 신음하게 되고, 그 신음으로 인해 뼈가 다 말라가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마치 여름 가뭄에 논바닥이 바짝 말라 갈라지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과 영혼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께로부터 죄 사함을 받는 자가 복되다’(시편 32:1)고 선언합니다. 죄가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진 것이 복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드러내놓고 회개하여 용서를 받는 것이 더 복된 일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회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회개는 필연적으로 마음의 고통을 수반합니다. 자신의 잘못과 부끄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존심과 자아가 다 무너지는 것과 같은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러나 회개하는 순간의 그 고통은 그 후에 평안과 새로운 삶을 약속해 줍니다. 잠깐 동안의 부끄러움과 아픔은 있지만, 그 후의 삶에는 새로운 은혜가 임하게 됩니다.

그것을 너무 깊이 느꼈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였던 베드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월절 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잡수셨습니다. 그것이 제자들과 이 땅에서 함께 먹을 마지막 식사임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만찬을 잡수신 후에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시던 중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마태복음 26:31) 그 때 베드로가 나서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다른 모든 제자들이 주님을 버리고 도망칠지라도 자신은 절대로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그럼에도 베드로는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여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마치실 때 즈음에 가롯 유다가 대제사장이 파송한 군인들을 이끌고 예수님을 잡으러 왔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주님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약속한 말처럼 주님을 지켜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품에 가지고 있던 칼을 꺼내 대제사장의 종을 칼로 내리칩니다. 그 칼에 대제사장의 종의 귀가 잘려나갔지만, 그것으로 베드로가 예수님을 지켜드릴 순 없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은 군인들에게 포박당한 채 대제사장의 집으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한 젊은 제자는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다가, 자신도 붙잡히게 될 위기에 처하자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치기도 했습니다.(마가복음 14:51-52) 오늘 본문에 보면 베드로는 멀찍이서 예수님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법정에서 심문을 당하고 계셨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말씀에 보면 사람들이 예수님을 희롱하기도 했습니다. 베드로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재판하고 심문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서 불을 피워놓았는데, 그 한 구석에 베드로도 그 무리들과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 아마도 베드로의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3년 동안 함께 먹고 마시며 따라다녔던 예수님께서 저렇게 희롱당하시며 심문 당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채찍질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예수님을 보면서 슬픈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게 당당하시던 예수님이셨는데, 저렇게 나약하고 무능하게 당하고 계시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허무와 회의감도 있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 예수님께서 이렇게 심문받고 죄인으로 낙인찍혀 돌아가시면 자신의 그 노력과 희망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지난 3년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 어떤 판결을 받으실 것인가 하는 것이 베드로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재판정에 앉아 불을 쬐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목하여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베드로에게 한 여자 아이가 다가오더니 베드로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도 저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입니다.’ 순간 베드로는 앞 뒤 아무 것도 생각할 틈도 없이 강하게 부인합니다. ‘이 여자야! 똑바로 알고 말해. 나는 저 사람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야!’ 베드로는 그렇게 강하게 부인했지만, 그의 그 말은 결코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56절에 의하면 베드로는 불빛을 향하여 앉아 있었습니다. 불빛을 항해 앉아 있었다는 말은 불빛에 의해서 명확하게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말입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면 ‘네가 어두워서 뭔가 잘 못 본 것 같은데...’하고 핑계를 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핑계를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모닥불의 불빛에 베드로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나는 예수님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사람이 와서는 베드로를 가리키며 ‘너도 예수와 한 패잖아!’라고 소리칩니다. 베드로는 또다시 부인합니다. ‘이 사람이 사람 잡네. 나는 아니라니까!’ ‘이 사람이 예수와 한 패’라는 소리에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베드로에게 쏠렸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베드로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심문과 재판도 계속되었습니다.

여러분, 이 때 베드로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한 편으로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을 것입니다. 자신도 붙잡혀서 예수님처럼 심문을 당하거나 조롱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재판하는데 참고 증인으로 불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강력하게 부인한 것에 사람들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넘어가 준 것에 길게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을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계속된 심문 속에서 고통스럽게 재판을 받고 계신 예수님, 조롱과 멸시를 당하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잊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는 바로 그 말씀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또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합니다. ‘틀림없이 이 사람도 예수와 한 패거리요. 이 사람이 갈릴리 사람이잖소.’ 아마도 그 사람은 베드로가 ‘자신은 예수님과 상관없는 사람’이고 강력하게 부인하니까 한참 동안을 살펴보았던 모양입니다. 베드로의 입에서 갈릴리 사투리가 나왔습니다. 갈릴리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갈릴리 출신의 예수님과 한 패거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베드로는 강력하게 부인합니다. ‘당신 잘못 짚었소.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오.’ 마가복음에서는 베드로가 한 말을 더 명확하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단 말이오.’ 베드로는 예수님을 전혀 모른다고 선언합니다. ‘지금 재판받고 있는 예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나는 단지 이 재판을 구경하러 온 구경꾼일 뿐이오.’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닭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베드로의 마음에 들려오는 자그마한 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 것입니다. 베드로는 재판을 받고 계신 주님께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예수님께서 자신을 바라보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베드로의 마음속에 아주 분명하게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이 베드로의 마음속에 충격처럼 들려왔습니다. 마치 자신을 향하여 호통을 치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던 베드로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가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에 나오는 베드로의 행동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두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밖으로 나갔다’는 말입니다. 베드로는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는 말씀이 생각나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왜 베드로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을까요?

회개는 내가 죄를 지은 자리에서 뒤돌아서 나오는 것입니다. 자신이 지은 죄의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은 회개가 아닙니다. 베드로가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지만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면 그것은 회개가 아닙니다. ‘내가 지금 도망치듯 이 자리를 빠져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더 의심할지 몰라.’ 그러면서 그 자리에 계속 앉아서 불을 쬐고 있었다면, 베드로는 진정으로 회개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 자리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가슴 아파 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회개는 그렇습니다. 죄를 짓는 자리에 더 이상 머물지 않는 것입니다. 죄를 짓는 삶을 똑같이 반복하며 사는 것은 진정으로 회개한 것이 아닙니다. 죄를 짓던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죄를 지을 때는 몰랐는데, 회개하는 순간 그 자리가 죽음의 자리였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을 때에는 때로 그 자리가 달콤한 자리였습니다.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만 같고, 내게 부귀영화를 영원히 보장해 줄 것만 같은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회개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 자리는 멸망의 자리일 뿐입니다.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가시 방석보다 더 고통스러운 자리입니다. 그래서 회개하는 사람은 죄의 자리에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죄된 삶의 자리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전도자인 무디 목사가 어떤 곳에 가서 부흥회를 할 때 한 청년이 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어떤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1500불 훔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집회에서 말씀을 듣다가 제가 큰 죄를 지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회개하는 마음으로 가게 주인에게 돈을 갚아주어야겠는데, 그 1500불 가운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950불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러면서 그 남아 있는 950불로 장사를 해서 1500불을 만들어 주인에게 가져다 줄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무디 목사가 그 청년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내 생각에는 말일세. 그 돈으로 장사를 한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네. 지금 당장 남아 있는 950불을 먼저 갚고 나머지는 벌어서 갚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런데 청년은 ‘1500불을 훔쳤는데 어떻게 950불만 가지고 갈 수 있겠느냐’고, 부끄러워서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무디 목사가 함께 가 주겠노라고 말하고 그 청년과 함께 가게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게 주인이 깜짝 놀라며, 오히려 회개하고 돌아온 그 청년을 더 신뢰할 수 있겠다며, 그 청년이 계속 가게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회개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나중에 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내 삶을 바꾸지 않으면 내 삶에 회개의 열매가 맺혀지지 않습니다. 회개는 지금 당장 죄의 자리에서 뛰쳐나와야 하고, 죄된 삶에서 돌아서는 것입니다.

회개하는 베드로의 행동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두 번째 단어는 ‘심히 통곡했다’는 말입니다. 닭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대제사장의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심히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그 눈물은 자신의 연약함에 대한 통한의 눈물입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자신은 주님을 부인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네가 오늘 세 번 나를 부인할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만 해도 자신은 주님을 부인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예수님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만일 자신이 예수님을 지켜주질 못한다면 주님과 함께 죽을 것까지도 각오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각오와 결심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산산히 부셔지고 말았습니다. 그게 바로 연약한 자신의 모습입니다. 닭 울음소리가 그것을 깨우쳐주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말입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힘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게 우리 인간의 어리석은 착각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내가 노력할 때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착각하며 사는 게 우리 인간입니다. 그런데 믿음으로 살았던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잠언 16장에서 솔로몬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그렇습니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수는 있지만, 이루시는 분은 여호와이십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만 이룰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직한 신앙인의 고백입니다. 솔로몬은 왕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지혜로웠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솔로몬도 모든 일이 자기 계획대로 되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정직한 고백입니다.

베드로는 닭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결심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주님의 말씀대로 되어 있는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밖으로 나가 통곡하며 회개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아가면서 실수하지 않고 살 순 없습니다. 실수하지 않고 살면 좋을텐데, 어리석고 연약한 우리 인간은 늘 실수투성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삶을 살면서 죄를 짓지 않고 살면 좋을텐데, 우리는 죄를 지으면서 죄 가운데 살아가곤 합니다.

오늘 본문은 죄를 지은 어리석은 우리 인간에 대한 책망의 말씀이 아닙니다. 베드로를 바라보신 주님의 시선은 책망의 시선이 아닙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렇게도 호언장담하며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를 책망하시는 눈길이 아닙니다. 주님이 가는 곳이라면 감옥에도 함께 가겠고, 죽음의 자리에도 가겠다고 다짐했던 베드로에게,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책망의 눈초리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바라보시는 그 눈길은 회복시켜주시는 눈길입니다. 주님을 부인하는 자리에서 다시금 주님의 제자가 되게 하는 눈길입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을 의지하도록 주님을 바라보게 하는 눈길입니다. 그런 주님의 눈길을 바라보라고 주님께서는 닭 울음소리를 듣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베드로의 전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의 모습으로 회복된 베드로는 평생 닭 울음소리만 들리면 그 자리에서 회개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그때마다 깊이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베드로의 귀에 들렸던 그 닭 울음소리가 오늘 우리에게 들리지 않습니까? 십자가의 주님과 눈을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오늘 내 귀에도 닭 울음소리를 들릴 것입니다.

< 2014년 4월 13일 주일낮예배-종려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