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 주신 자식들

< 본문 - 창세기 33:1-5 >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페인의 어느 작은 마을에 호르게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사소한 문제로 인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심하게 나무랬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들 파코가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가출을 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찾기 위해서 사방을 수소문했지만, 아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아버지는 그 어느 때보다 아들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오면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날 아들을 찾지 못한 아버지는 시내의 한 유명한 가게 앞에다 큰 광고판을 써 붙였습니다. “아들 파코야! 집으로 돌아와라. 난 널 사랑한단다. 내일 아침 여기에서 만나자. 아버지가.” 그렇게 써붙여놓은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아버지는 광고판을 붙여놓았던 가게 앞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에 일곱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몰려와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 이름 모두가 ‘파코’였습니다. 집안에서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가출한 ‘파코’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혹시나 내 아버지가 나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그 가게 앞으로 몰려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자신들의 아버지가 두 팔을 벌려 자신을 맞이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그 자리에 왔던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시대의 아이들이 따뜻한 부모님의 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자격 없는 부모들에 의해서 세상 속으로 내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났습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게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때로 세상에는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당하거나 심지어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관심 갖지 못한 채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도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도 많이 있고, 가족들이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서 하루 5-6시간 씩 걸어가서 물을 길어 와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채 열 살도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기를 들려 전쟁터에 내보내져 사람을 죽이도록 강요당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른들의 탐욕과 무능력이 만들어낸 결과들입니다. 마땅히 존중히 여김을 받아야 하고, 마땅히 소중한 존재로 자라가야 할 아이들이 그렇게 방치되고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가까운 우리 주변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가슴을 너무나도 아프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그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바다 속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이유는 우리 어른들의 탐욕과 비리와 무능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식을 낳아놓고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부모들도 생겨나고, 자기들의 쾌락 때문에 자식을 낳고선 아이들을 버리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경은 우리에게 자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각성하도록 가르쳐줍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어린아이들 역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 역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존재답게 소중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야곱이 자신이 낳은 12명의 아이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말씀입니다. 야곱은 외삼촌 라반이 있는 밧단아람에 20년 동안 머물며 사는 동안에 아들 11명과 딸 1명을 얻었습니다. 그 12명의 아이들을 얻는 데에는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습니다. 먼저는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7년 동안 외삼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7년의 머슴살이를 끝마치고 마침내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려는 순간 외삼촌에게 속아 라헬의 언니 레아를 먼저 아내로 맞게 됩니다. 그 지역에서는 언니를 놔두고 동생을 먼저 결혼시키는 법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인 레아와 먼저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또다시 7년 간 머슴살이를 하기로 약속하고 라헬과도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졸지에 두 명의 아내를 얻게 되었습니다.

야곱의 아내가 된 레아와 라헬은 야곱의 자식을 낳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게 됩니다. 먼저 레아가 4명의 아들을 낳습니다. 그러자 아이를 갖지 못한 동생 라헬이 자신의 여종을 야곱에게 들여 두 명의 아들을 낳게 됩니다. 더 이상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 언니 레아 역시 아들을 더 얻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여종을 야곱에게 들여 또다시 두 명의 아들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언니 레아가 다시금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습니다. 지금까지 열 명의 아들과 딸 하나가 태어났지만, 야곱이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라헬은 한 명도 아이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하나님께서 아들을 달라는 라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라헬에게 아들 하나를 낳을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이렇게 해서 야곱은 두 명의 아내와 두 명의 여종에게서 모두 아들 11명과 딸 하나를 얻게 된 것입니다.

두 명의 아내를 얻는 조건으로 야곱은 14년 동안 외삼촌 집에서 머슴살이를 해야 했고, 나머지 6년 동안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재산을 모으게 됩니다. 비록 6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복을 주셔서 야곱은 많은 재산을 모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야곱의 처남들이 야곱을 시기합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사위인 야곱이 다 빼앗아간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라반의 가족들이 야곱을 대하는 태도가 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외삼촌의 집에 머물 수 없게 됨을 안 야곱은 그동안 자신이 일구어놓은 재산과 가족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하나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하셨기 때문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에 야곱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칩니다. 야곱은 고향으로 가면서 먼저 사람을 형 에서에게 보냅니다. 동생 야곱이 외삼촌 집에 잘 머물다가 이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신고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동생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야기를 듣고 형 에서는 군사 400명을 이끌고 야곱을 맞으러 갑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야곱은 두렵고 답답해 어찌할 줄 몰라 했습니다. 20년 전의 사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야곱이 밧단아람으로 간 것은 그는 형 에서가 두려워서 도망을 간 것입니다. 눈이 어두워 앞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속이고 형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일로 인해서 형 에서가 야곱을 죽이려 했습니다. 고향에 남아 있다가는 야곱이 에서에게 죽임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야곱의 어머니가 급히 야곱을 외삼촌 집으로 피신을 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은 외삼촌 집으로 도망을 갔다가 이제 20년 만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지금 형 에서가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야곱을 맞으러 온다는 것은 분명 야곱을 죽이겠다는 20년 전의 마음이 변치 않았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20년 전의 일을 잊고 타지에 가서 고생한 야곱을 반갑게 맞으려 했다면 굳이 400명의 군인들을 데리고 올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군사 400명을 데리고 야곱에게로 온다는 것은 야곱과 그의 가족들을 죽이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두렵고 답답하여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잘못하면 형에게 자기 가족들 전부 몰살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두렵고 답답한 야곱은 형을 만나기 전날 밤 얍복강 가에서 밤새 하나님께 기도하며 천사와 씨름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야만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밤새 기도하며 씨름한 후 날이 밝자 야곱은 가족들을 데리고 에서를 맞으러 갑니다. 오늘 본문 1-3절에 보면 참 재미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러 가면서 자식들을 한꺼번에 줄지어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여종 둘과 그 여종들에게서 얻은 자식들을 맨 앞에 세워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레아와 레아가 낳은 자식들을 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라헬과 라헬이 낳은 아들 요셉을 뒤따라가게 했습니다. 성경은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진 않지만 제가 상황을 추측해보건대, 여종 둘과 그 아이들을 맨 앞에 두고 그 뒤로 약 50m쯤 떨어져서 레아와 레아의 아들들을 따라가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약 30m쯤 뒤에 라헬과 요셉을 따라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맨 앞에 섰습니다.

여러분, 야곱이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형 에서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자신에게 복수를 한다면 먼저 자신의 생명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래도 형의 복수가 계속되어 자기 가족들을 죽이려 한다면, 두 종과 그 종들이 낳은 아이들을 먼저 죽이게 될 것이고, 그러는 사이에 뒤에 있던 레아와 레아가 낳은 자식들은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됩니다. 레아와 레아가 낳은 아이들까지 죽인다 하더라도, 맨 뒤에 있는 라헬과 요셉만은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형 에서가 자기 가족들을 죽이려 할 때 라헬과 요셉만은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라헬은 야곱이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내입니다.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인다는 생각에 7년을 마치 며칠처럼 여기며 머슴살이를 했습니다. 일하면서도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난 후에 라헬이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 때 라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는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라헬만이 아닙니다. 비록 레아와 여종들을 통해서 다른 아이들을 낳긴 했지만, 야곱 역시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느지막이 라헬이 요셉을 낳았습니다. 느지막이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통해서 낳은 아들이기에 야곱은 다른 어느 아들들보다 11번째에 낳은 아들 요셉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했습니다. 그런 아들이기에 어떻게든 라헬과 요셉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형 에서를 만나러 갈 때에 라헬과 요셉을 맨 뒤에 놓았던 것입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자마자 몸을 땅에 일곱 번이나 굽히며 나아갑니다. 형을 보는 순간 멀리서부터 절을 한 것입니다. 조금씩 형 앞으로 갈 때마다 절을 합니다. 그렇게 일곱 번이나 절을 한 후에야 형 에서 앞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의 걱정과는 달리 형 에서는 야곱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달려와서는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러자 야곱은 자기의 가족들을 형에게 인사를 시킵니다. 형 에서가 ‘이들이 누구냐?’라고 묻자 야곱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하나님이 주의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입니다.”

‘은혜로 주신 자식들!’ 이 말 속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은혜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긍휼히 여기셔서 공짜로 주신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야곱이 자기 자식들을 소개할 때 ‘은혜로 주신 자식들’이라고 말한 이유는 자신은 이런 자식들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형을 속이고 도망친 자신입니다. 자신이 행한 일로 따진다면 이렇게 많은 자식을 얻는 것은 고사하고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형에게는 자신이 그런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많은 자식들을 주셨다는 것은 정말 ‘은혜’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형에게 ‘하나님께서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이라고 자기 아이들을 소개한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자녀들을 바라볼 때 그런 마음이어야 합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으니까 당연히 아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 교만한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의 몸이 건강하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으시면 우리는 자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에도 어떤 분은 결혼한 후 16년 만에 아이를 낳은 분도 있고, 어떤 분은 12년 만에 아이를 낳은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당신들 능력으로 아이를 낳았습니까?’ 아마 한결같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16년 12년 만에 낳은 아들만이 아닙니다.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졌다면 하나님께서 나를 더 많은 긍휼히 여기셔서 빨리 아이를 갖도록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우리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축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공부를 좀 잘 못해도, 말썽을 좀 피운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우리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는 존재들입니다.

여러분, 미국 프로야구 선수였던 마크 맥과이어(Mark David McGwire, 1963-)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빅맨’이라고 불리는 맥과이어는 1987년부터 2001년 은퇴할 때까지 홈런을 무려 583개를 날렸습니다. 이 맥과이어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1987년 맥과이어는 오클랜드 애슬리틱스라는 팀에서 프로야구 첫 시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신인이던 그 해 그는 49개의 홈런을 치면서 역대 신인 최고의 기록으로 신앙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맥과이어는 그 해 49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에 집중해야 하기에 남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홈런을 하나만 더 날리면 신인왕 최초로 50개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맥과이어는 ‘50홈런은 언제든지 칠 수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오늘 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 대신에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일평생에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신인왕 50홈런보다 태어날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은퇴하고 지금 LA 다저스의 타격코치로 있는 그는 지금도 매년 학대받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어찌 소중하지 않는 아이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아이를 향한 우리의 고백은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내 자식’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게 은혜로 주신 자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아이를 결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아이라면 그 아이를 주신 하나님의 뜻에 맞게 양육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아이라고 한다면 그 아이를 값진 존재로 여기며 늘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아이라고 한다면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으로 아이를 양육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성숙했고 이제는 가정을 이루고 산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자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도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는 자녀들이 되도록 말입니다. 세상에서 출세하고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바른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사는 자녀들이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주신 자녀들인데 ‘자기들 알아서 살겠지’ 하고 방관할 수 있겠습니까? 자격이 없는 내게 맡겨주신 자녀들이라면, 우리는 기도하며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내 자식 키우는데 전문가인 것처럼 착각하지 말고, 기도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합니다.

야곱이 형 에서에게 ‘하나님께서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입니다.’라고 대답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은혜로 주신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신도 내 자식들을 귀하게 여겨 주어야 합니다.’라는 뜻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날 때 그 마음에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형이 옛날을 생각하고 자신과 자식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형이 비록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긴 했지만 형의 성질에 이후에 어떻게 변할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형 에서에게 분명하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은혜로 주신 자식’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뒤이어 나오는 말씀에 보면 야곱이 자기 자식들을 형에게 인사시킬 때에도 조심스럽게 순서대로 인사를 시킵니다. 먼저 맨 앞에 서게 했던 두 여종과 그 아이들을 먼저 인사를 시키고, 그 다음에 레아와 레아가 낳은 자식들을 인사시키고, 맨 나중에 라헬과 요셉을 인사시킵니다. 혹시 형이 마음을 달리 먹고 자식들에게 어떤 해코지를 하려 한다면 소중하게 여기는 자식 하나라도 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에서가 그렇게 나쁜 마음을 품진 않았고 모두가 행복한 만남으로 끝났습니다만, 야곱은 여전히 형 에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 내 자식만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한 것처럼 모든 아이들이 다 소중합니다. 내가 내 자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아이들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자녀들을 많이 낳지 않다 보니, 자기 자식은 귀하게 키우려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어른들에 의해서 아이들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아이들이 두려워서 마음대로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른들에 의해서 아이들의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공간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탐욕과 잘못된 욕망 때문에 말입니다.

얼마 전에 TV에서 그런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늘어나는 자동차들 때문에 아파트에서 아이들 놀이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차는 늘어나는데 주차 공간이 모자라니까 아이들 놀이터로 만들어놓은 곳을 주차장으로 바꾸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놀 공간이 없어지고,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가니까 사고도 많이 일어나구요. 오늘 어른들의 편리를 위해서 아이들의 공간을 빼앗아버린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밝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계십니까? 저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참 좋은 글귀가 써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모된 사람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된 사람들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참 깊이 새겨볼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식을 자랑하려 합니다. 자식 자랑이 팔불출이라고 하면서도 자식을 자랑하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진정 자랑하고 싶은 자식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공부 잘하는 것이요? 출세한 것이요? 돈 많이 번 것이요? 진정한 자랑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들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식들이 그렇게 되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바른 신앙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식들이 우리 부모들의 신앙과 삶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을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우리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은혜로 우리에게 주신 자녀들입니다. 우리가 잘나서 주신 것이 아니라 자격이 없음에도 우리에게 맡겨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 하나님의 선물인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바른 신앙과 열심히 사는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리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겠습니까? 그 자녀들 앞에서 우리 역시 하나님의 선물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14년 5월 4일 주일낮예배-어린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