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압살롬아!

< 본문 - 사무엘하 18:31-33 >

인터넷에 올라온 한 의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암 전문의로 이름을 날리는 의사인데, 5월 어버이날이 다가오기만 하면 불효자라는 죄책감에 마음이 짓눌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가난을 벗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막노동을 하셨는데, 그가 어렸을 때 막노동을 하던 중에 철근에 깔린 어머니를 구하려고 하다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나물을 캐고 다듬어서 시장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나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그런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용돈이라고 그에게 기쁜 마음으로 주셨지만, 그는 그게 싫어서 뿌리치고 달아나곤 했습니다. 그는 잘 먹고 잘 입지는 못했지만 악착같이 공부했고, 부잣집 자식들은 공부 잘하는 가난뱅이인 그를 시기하며 미워했습니다.

고등학교 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4교시 수업이 끝날 때에 친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복도를 보니, 어머니가 절뚝거리면서 교실로 들어오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시장에 내다 팔려고 다듬은 나물 한 봉지를 들고서 찾아오신 겁니다. 그러자 부잣집 아들이 어머니의 절뚝거리는 흉내를 내면서 그에게 ‘야, 네 엄마 병신이냐?’ 하며 비아냥거렸습니다. 그 순간 교실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와~’ 하고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그는 참을 수 없어서 부잣집 아들을 정신없이 두들겨 패주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잘 차려입은 아주머니와 그 부잣집 아들이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며 호통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애비 없는 자식은 이래도 되는 거야? 못 배우고 없는 티내는 거야 뭐야! 자식 교육 좀 잘 시켜! 어디 감히 우리 집 귀한 자식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느냔 말이야? 어머니라는 작자가 병신이니 자식 정신이 온전하겠어?"

부잣집 아주머니가 내뱉은 듣기 거북한 말을 듣고서도 어머니는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것 하나 당당하지 못한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차라리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 후 17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도 이루었습니다. 처가(妻家)에서 병원도 개업해 주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를 잊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어머니를 잊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드리기는 했지만 한 번도 찾아가 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집 앞에서 한 노인과 가정부 아주머니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야윈 얼굴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그 노인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그를 보자 기뻐하면서 “얘 아무개야, 많이 좋아졌구나.”하면서 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가정부가 보고 있어서 그랬는지, 차가운 말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사람 잘 못 보셨습니다. 나는 당신이 찾는 아무개가 아닙니다.’라고 말입니다. 어머니는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되돌아 가셨습니다. 가정부는 “별 노망든 할머니가 다 있네.”라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한 달 가까이 그는 악몽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그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을 찾아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었지만, 여전히 시장 한 귀퉁이에서 나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나물을 사러온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 할머니는 자식이 없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니여, 우리 아들은 서울 큰 병원 의사여. 자꾸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는디. 내가 싫다고 혔어.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자식 신세를 져. 요즘도 자꾸 올라오라는 거 뿌리치느라고 혼났구만. 우리 아들 같은 사람 세상에 둘도 없어. 우리 아들이 효자여, 효자.” 그렇게 자랑하시며 나물을 듬뿍 담아 주셨습니다. 멀찍이서 그런 어머니를 보고도 그는 어머니에게 달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어머니 몰래 어머니가 살고 있는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에 들러 방문 틈으로 돈 봉투만 넣어두고 돌아왔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1년쯤 지났을 때, 고등학교 시절 담임이셨던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네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내려오라.” 부고였습니다. 부고를 받고 먼저 찾아간 곳은 시골 시장이었습니다. 늘 나물을 팔던 시장 모퉁이에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가자 집에는 선생님 혼자 빈소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조용히 낯익은 보따리 하나를 주시면서 풀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따리를 풀어보니 돈이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돈이냐?’고 묻자,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네 어머니가 너에게 주시는 마지막 선물이다. 그 동안 네가 돌아오면, 혹시나 네가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모아두신 돈이란다. 네 어머니는 너 하나 믿고 무슨 미련인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너를 기다리셨단다. 너에게 잘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 해 하시더구나. 내가 가끔 네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렸는데, 나에게 네 어머니의 유언을 전하도록 부탁하셨단다. 그리고 네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도 함께 말이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가 아주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퇴근길에 집에 오시는데, 그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모습을 보셨답니다. 부모님은 자식이 없던 터라,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식으로 키웠습니다. 비록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그를 데리고 와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린 그를 혼자서 집에 둘 수 없어서 항상 공사판에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 그가 무너지는 철근 밑에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뛰어들었습니다. 아들의 목숨이 위험하게 되자 아버지가 그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몸을 던지셨는데, 그만 아버지는 철근에 깔려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게 되셨습니다. 남편을 여의고 한쪽 다리마저 잃은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이 ‘키워봐야 소용없으니까 고아원으로 보내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그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하게 아들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의과대학에 다닐 때 어머니는 암에 걸리셨는데, 그것을 알고도 아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서 수술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암 전문의가 되어 명성을 날리자,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기 위해서 물어물어 서울에 올라갔다가 그냥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암을 치료받기 위해서 찾아온 어머니를 자신이 무정하게 대문 앞에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쫓아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비록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명을 던져 자식을 구한 아버지, 그리고 매몰차게 거부하는 아들을 끝까지 기다려주었던 어머니! 여러분, 그것이 바로 부모님의 사랑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자식은 정말 그 큰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여기 그런 아버지가 또 한 사람 있습니다. 바로 다윗입니다. 다윗은 아들 압살롬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비통한 마음으로 이렇게 외칩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바라보며 부모가 그렇게 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다윗이 그렇게 우는 것은 애끓는 아버지의 마음 이상의 마음입니다.

압살롬은 다윗의 세 번째 아들입니다. 성경은 압살롬을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온 이스라엘 가운데 압살롬 같이 아름다움으로 크게 칭찬 받는 자가 없었으니, 그는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흠이 없음이라.”(사무엘하 14:25) 이 말은 압살롬의 외모가 뛰어나가는 뜻이면서 동시에 그의 삶 역시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뜻입니다. 압살롬은 참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성문에 앉아서 백성들의 고충을 들어주는데, 고민을 갖고 나온 백성들이 압살롬의 지혜로운 판단에 감탄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버지 다윗보다 압살롬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압살롬이 독하게 마음먹고 형을 죽이고 맙니다. 압살롬에게는 다말이라는 누이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누이동생이 이복형인 암논에 의해서 몸을 더립히고 맙니다. 다윗의 첫째 아들인 암논은 압살롬과는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였습니다. 이 암논이 자기의 이복동생인 다말을 짝사랑했는데, 그 짝사랑이 잘못되어 다말을 범하고 만 것입니다. 짝사랑했고 또 짝사랑한 여인의 몸을 더럽혔으면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고 책임져주어야 하는데, 암논은 다말을 범한 후에 다말을 버렸습니다.

자기의 누이동생이 이복형에게 몸을 더럽히고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안 압살롬은 형 암논을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궁리를 하다가 결국 압살롬은 암논을 죽이고 맙니다. 자신의 이복형이자 다윗의 첫째 아들인 암논을 죽인 후에 압살롬은 아버지가 두려워서 외갓집으로 도망을 갑니다. 아들 압살롬이 외갓집으로 도망을 가자 아버지 다윗은 아들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합니다. 압살롬이 외갓집에서 3년을 머물다가 다시금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그 때에도 압살롬은 2년 동안이나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압살롬은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압살롬은 반역을 일으키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아버지에게 맞서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압살롬이 자신의 지지 세력을 얻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백성들과 친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압살롬은 예루살렘 성문 길 곁에 서서 왕에게 재판을 받기 위해서 찾아오는 사람을 불러놓고 자신이 시시비비를 가려주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백성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백성들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백성들이 자신의 편이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압살롬은 헤브론에서 반역을 일으킵니다. 반역의 대상은 지금 왕으로 있는 다윗 - 자신의 아버지였습니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켰고, 백성들이 자신보다 압살롬을 더 따른다는 것을 안 다윗은 급하게 예루살렘을 빠져나가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성경은 다윗이 아들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도망칠 때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의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울며 갔다.’(사무엘하 15:30) ‘머리를 가렸다’는 것은 부끄러움의 표현이며 동시에 슬픔의 표현입니다. ‘머리’는 일반적으로 명예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이 반역을 일으킴으로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이제는 왕으로서의 체면도, 아버지로서의 체면도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들에게 반역을 당한 아버지의 모습은 부끄러움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맨발로 울면서 갔다’는 말은 급하게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는 모습입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식이 아버지에게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왕으로서 누군가에게 반역을 당했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인데, 자기 자식에게 반역을 당했다면 아버지로서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백성들이 모두 아들 압살롬을 따르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마음까지 압살롬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도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급하게 예루살렘을 빠져나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처량하고 비참한 모습입니까?

압살롬은 반역을 일으키고 아버지가 도망간 것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도망친 아버지 다윗을 죽이려고 합니다. 다윗이 요단강을 건너 마하나임 쪽으로 도망을 가자 군사를 이끌고 다윗의 뒤를 쫓아갑니다. 그래서 다윗과 함께 피난을 갔던 다윗의 군사들과 반역을 일으킨 압살롬의 군사들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납니다. 다윗은 압살롬의 군대와 전쟁하러 가는 군인들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제발 압살롬만은 너그러이 대우해 달라.’(사무엘하 18:5)고 말입니다. 아무리 아버지에게 반역하고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군사를 이끌고 온 압살롬이라 하더라도 압살롬을 죽이진 말라는 뜻입니다.

그 전쟁에서 다윗의 군대가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전쟁에 패한 압살롬은 노새를 타고 도망을 치다가 상수리나무 가지에 머리가 걸려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다윗의 군대장관인 요압이 작은 창 세 개로 압살롬의 심장을 질러 죽이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반역을 일으킨 압살롬은 죽고 맙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그 아들 압살롬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이 대성통곡하며 한 말입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 내 아들아!”

다윗은 지금 압살롬의 죽음을 이렇게 슬퍼할 이유가 사실 없습니다. 그놈만큼 불효자식이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아버지를 배신하고 반역을 일으킬 수 있습니까? 자신이 왕이 되고 싶어 반역을 일으켰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요단강 건너편으로 도망을 친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서 기어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런 놈이 죽었다면 당연히 잘 죽었다고 박수를 칠 일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아들 압살롬의 죽음을 너무너무 슬퍼합니다.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통곡을 합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자식에게 배신을 당해도 아버지의 마음에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버린다 하더라도 그런 불효하는 자식이라 하더라도 아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자신을 죽이겠다고 군사를 이끌고 온 압살롬이지만 그 아들이 죽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이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 지금 다윗의 마음이라면, 그것이 바로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다윗은 압살롬의 죽음이 단순히 압살롬 그놈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압살롬의 죽음은 다윗 자신의 죄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압살롬은 이복형인 암논이 자신의 누이 다말을 범하고 난 후 헌신짝 버리듯 버린 것에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이 다말을 더럽힌 암논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다윗과 압살롬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렇게 된 이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충신인 우리아의 아내를 범함으로 나단 선지자에게 꾸중을 듣습니다. 다윗은 회개함으로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를 받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범죄의 대가로 이런 벌을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네가 나를 업신여기고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았은즉 칼이 네 집에서 영원히 떠나지 아니하리라.”(사무엘하 12:10) 그리고 그 말씀대로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는 것보다 더 큰 벌이 다윗에게 임하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 한 사람을 범했지만, 자기 집에서는 딸이 아들에게 욕을 당하고, 자신의 첩 10명이 아들 압살롬에게 욕을 당했습니다. 다윗은 우리아 한 사람을 죽였지만, 다윗의 집에서는 첫째 아들 암논이 동생 압살롬에게 죽임을 당하고, 압살롬마저 반역을 일으키다가 전쟁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보다 더 큰 형벌을 받았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단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기에 압살롬의 죽음은 단순히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를 반역한 결과 비참하게 죽은 것으로만 여길 순 없습니다. 다윗 자신의 죄에 대한 형벌로 아들 압살롬이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더욱 더 마음이 아픕니다. 자신이 예전에 우리아의 아내를 범하는 죄를 짓지 않았다면 이렇게 자기의 아들 압살롬도 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죄를 지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죄를 지은 후에 발각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나, 벌을 받지 않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내가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내가 받지 않을지라도, 반드시 죄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받지 않는다면 내 자식들이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애굽기 20:5-6) 십계명에서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의 계명을 따라 정직하고 바른 신앙으로 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십니다. 우리가 그 복을 누리지 못하다면 우리의 자손들이 그 복을 누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고 하나님을 떠나 산다면 그 죄에 대한 벌을 반드시 우리가 받습니다.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후손이 그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우리 자녀들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복을 받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복을 받게 하는 방법은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복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여러분, 지금 내가 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복을 받을만한 행동이나 삶을 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을 받고 그 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우리의 부모님 덕분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우리가 잘 되도록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잘 드시지 못하고, 좋은 옷 입지 않으시면서도 자식들을 위해서 사랑을 쏟아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랑의 은혜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거지가 와도 매몰차게 내쫓지 않으시고 밥 한 술이라도 먹여서 보내셨던 넉넉한 마음으로 사셨기 때문에 우리와 우리나라가 이렇게 복을 받는 것입니다. 자식이 몸이 아파 울면 우리의 부모님은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셨고, 자식이 넉넉하게 먹지 못해 배고픔에 힘들어 하면 우리 부모님들은 더 많이 먹여주지 못해 마음 아파 하셨습니다.

‘부모님의 사랑’하면 많이 떠올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가시고기와 우렁이의 사랑입니다. 가시고기는 산란기에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수놈은 알이 부화될 때까지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침입자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알을 보호합니다. 그러다가 알에서 새끼들이 부화되어 어느 정도 성장하여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 수컷 가시고기는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우렁이는 제 몸에다가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킵니다. 부화된 새끼들은 어미 우렁이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을 합니다. 어미 우렁이는 자신의 살점을 하나도 남김없이 새끼에게 먹이로 주고 빈껍데기가 되어 조용히 물에 떠내려가고 맙니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새끼를 지킨 가시고기가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몸을 새끼들의 먹이로 다 내놓은 우렁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의 다윗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반역을 일으킨 아들이라 하더라도 ‘압살롬아 너 대신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울부짖은 것처럼, 우리의 부모님들 역시 자녀들을 위해서 목숨을 건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런 부모님들의 사랑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그런 부모님의 사랑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미국 프로농구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선수가 수상 소감으로 한 말은 진리입니다. 미국 프로농구 2013-2014년도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케빈 듀란트(Kevin Durant)입니다. 그는 MVP 수락연설에서 가난하게 살았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가난한 싱글맘이었던 어머니와 그는 참 많이 이집 저집을 떠돌아다녀야 했습니다.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었고, 농구를 그만둘 위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어머니께서 그를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MVP의 영광을 어머니께 돌렸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랬습니다. “우리를 배불리 먹이시면서도 당신은 배고픈 채로 잠드셨습니다. 어머니는 희생하셨습니다. 어머니야말로 진정한 MVP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진정한 MVP입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이 진정한 MVP입니다.

< 2014년 5월 11일 주일낮예배-어버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