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돕는 배필이어라!

< 본문 - 창세기 2:18-25 >

데일 카네기(Dale Breckenridge Carnegie, 1888~1955)의 부인인 도로시 카네기가 쓴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래 전, 미국 시카고의 어느 건물 옥상에서 한 남성이 투신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빌 조운즈라는 이 남성은 신경쇠약과 공포증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인 것입니다. 그는 한 때 사업에 크게 성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작스럽게 사업이 확장되다 보니 더 큰 사업을 하기 위해서 돈을 끌어 모아 투자하였는데, 그만 그것이 잘못되어서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부도가 나자 그는 돈을 빌렸던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그렇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에게는 전혀 그런 형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편의 사업이 그렇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남편이 크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자신의 사업이 부도가 나서 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면 아내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사업이 부도가 나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수습할 수 없게 되자, 그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인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건물은 4층짜리였습니다. 그 4층 옥상에서 투신을 했는데, 1층의 창밖으로 설치되어 있던 차양을 뚫고 떨어지는 바람에 그는 엄지손가락만 다쳤을 뿐 다른 곳에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습니다. 그는 곧 의식을 회복했고,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는 그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내는 힘들었을 남편을 위로하였고, 부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신중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은 그는 다시금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모든 일을 아내와 상의하는 습관을 가졌고,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고통과 슬픔도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봄으로써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도로시 부인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한 심리학자의 글을 들려줍니다. “아내의 가장 큰 내조 중 하나는 남편의 근심거리에 귀를 기울여줌으로써 그가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남편의 근심거리에 귀를 기울여 남편의 마음에 있는 무더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아내를 가리켜 ‘연료보급소’라고 표현합니다. 남편이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남편이 다시금 힘을 내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바로 아내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그 도로시 카네기의 남편인 데일 카네기는 20세기 초 미국을 대표하는 저술가이자 명강연자입니다. 그 데일 카네기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오늘이 있는 것은 모두가 아내의 덕분이다. 연애시절의 그녀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마음 약한 나를 언제나 격려해 주었다. 결혼 후에는 저축에 힘을 썼으며 투자를 잘 해서 재산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는데, 아내의 덕분으로 우리 집은 언제나 행복하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명성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아내의 덕분이다.” 그렇습니다. 카네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 여러분, 여러분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입니까? 아내 여러분, 여러분에게 남편은 어떤 존재입니까? 여러분은 부부를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성경은 부부의 존재를 아주 간단하게 정의합니다. “돕는 배필”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시고 맨 마지막 날에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먼저는 아담이 창조되었습니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 늘 하시던 말씀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여섯째 날에 아담을 만드시고는 마음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오늘 본문 18절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담을 만들어 놓으시고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여러분, 왜 하나님께서 아담을 만드시고는 마음이 별로 좋지 않으셨는지 아십니까? 아담이 혼자였기 때문에요? 예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아담에게 돕는 배필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이 별로 좋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돕는 배필을 지어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구절이 있습니다. 그것은 19-20절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아서 돕는 배필로 하와를 지으신 이야기를 하면서 19-20절의 말씀을 그 중간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19-20절의 말씀은 아담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짐승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내용입니다. ‘토끼’에게는 ‘토끼’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 ‘토끼’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호랑이’에게는 ‘호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 ‘호랑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 하나님께서 만드셔서 우리에게 주신 이 세상에는 참 많은 짐승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모든 짐승들에게 처음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바로 아담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아 하와를 만들어주신 이야기를 하면서 ‘아담이 각종 짐승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말씀을 그 중간에 끼워 넣었을까요?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많은 지혜와 지식이 필요한 일입니다. 바꿔 말하면 아담이 각종 짐승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은 아담이 굉장히 많은 지혜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하면 아담을 참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지혜롭고 똑똑한 아담이라 하더라도 돕는 배필이 없을 때에는 뭔가 한쪽 구석이 텅 빈 것과 같이 모자란 존재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고 지혜롭다 하더라도 그를 돕는 사람이 없다면 그는 여전히 뭔가가 많이 부족한 사람일 뿐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자랑한다 하더라도 돕는 배필이 없을 때에는 부족한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 수없이 많은 온갖 짐승들이 있지만, 아담은 그 짐승들에게 다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정말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담에게도 돕는 배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하와를 만드셨습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은 없습니다. 성경은 그런 사람을 ‘교만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똑똑한 척 하지만, 사실은 교만한 사람이고 뭘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아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걸 잘 아신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하와를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아담에게 하와가 어떤 존재인가를 아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돕는 배필’이라고 말입니다. 18절에도 ‘돕는 배필’이라는 말이 나오고, 20절에도 역시 ‘돕는 배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하와를 만드신 이유를 설명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와를 만드신 이유는 돕는 배필이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와를 ‘돕는 배필’이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담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담’이라는 말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돕는 배필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두 번째로 하와를 ‘돕는 배필’이라고 정의한 말 속에는 하와가 아담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돕는 배필’이라고 말할 때 ‘돕는다’는 단어는 구약성경 언어인 히브리어로 ‘에제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에벤에셀’이라고 할 때도 이 단어가 쓰였습니다. ‘에벤’이라는 말은 돌이라는 뜻이고, ‘에셀(에제르)’라는 말은 돕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에벤에셀’이라는 말의 뜻은 ‘도움의 돌’입니다. 사무엘상 7장에 나오는 이 에벤에셀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우신 하나님께 감사하여 기념비를 세우면서 그 기념비에 붙인 이름입니다. 그러기에 에벤에셀이라는 기념비를 세울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도우셨음에 감사하여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도우심의 주체는 하나님입니다. 성경에서 ‘에제르’라는 말이 나올 때에는 주어가 언제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할 때 이 ‘에제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하와를 ‘돕는 배필’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은 하와가 아담을 도와주는 배필이긴 한데, 하나님께서 도우시는 것처럼 도와주는 배필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부는 서로 돕는 배필입니다. 서로의 약함을 도와야 합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마음으로 도와야 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하와를 돕는 배필로 만드신 것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아담을 도와주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부부가 서로를 도와줄 때에는 하나님을 대신해서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자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합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후에도 그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이기적인 생각,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부부는 서로 하나님의 마음으로 돕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여러분, 왜 부부싸움을 하는지 아십니까? 서로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가 왜 갈라서는지 아십니까?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연예인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합니다. 이혼한 이유는 한결같이 ‘성격차이’라고 말합니다.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 결국 갈라서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잘 생각해 보십시다. 몇 십 년 동안 다른 환경과 다른 습관을 가지고 살아온 두 사람에게 성격 차이가 있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가장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일란성 쌍둥이도 같은 부모님 아래서 비슷한 시간에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만, 그 쌍둥이들도 성격이 다릅니다. 같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던 두 사람에게 어찌 성격차이가 없겠습니까?

문제는요, 그 다른 성격을 서로 용납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을 부족한 부분 그대로 인정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성격차이 때문에 싸우거나 이혼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습관이나 모습이 있을지라도, 나무라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도와주려고 한다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 때문에 속상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아내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남편은 내가 원한대로 내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적인 생각, 자기중심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아내와 남편을 바라보고 그렇게 해 주기를 기대하니까, 그렇게 해 주지 못할 때에는 내 안에서 분노가 일어나 화가 납니다. 그래서 싸우기도 하고, 싸우다 싸우다 안 되면 결국 갈라서자고 합니다.

그런데 성경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부부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하와를 아담의 돕는 배필로 지으셨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입장이 되어서 내 남편 내 아내를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 내 욕망에 따라 돕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먼저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먼저 돕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고백은 내가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 사이라 하더라도, 부부로 짝지어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나를 내 아내의 남편이 되게 하셨는지, 왜 나를 내 남편의 아내가 되게 하셨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게 하기 위해서 나를 그의 남편으로, 그의 아내로 맺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실 그 도움을 주시기 위해서 나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 아내, 내 남편을 바라볼 때 ‘당신이 먼저 내게 이렇게 해 주어야만 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에게 어떻게 해 주기를 원하실까?’ 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의 입장에서 내 아내, 내 남편을 도와야 합니다.

여러분, 그렇게 사는 부부라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부부가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아내나 남편에게 뭔가를 요구하니까 충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이 가르쳐준 부부의 모습처럼, 내 요구를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으로 내가 도와주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고 산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성경 말씀대로만 살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자꾸만 세상적인 가치관에 따라서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려 하니까 싸움이 일어나고 아옹다옹 다투며 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보시기에 좋지 않으셔서 돕는 배필로 하와를 만드셨습니다.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신 후에 갈빗대 하나를 빼서 그것으로 하와를 만드시고는 하와를 아담에게 데려오십니다. 그 때 아담이 이렇게 외칩니다. “이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이로다!” 이 말은 하와가 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 뼈의 일부입니다. 내 살의 일부분입니다. 내 뼈 가운데서도 가장 가운데 있는 뼈이고, 내 살 중에서도 결코 없어져서는 안 될 살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지요? 하와가 없으면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입니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존재이기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아담과 그의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 참으로 기가 막힌 말씀입니다. 여러분, 아담과 하와가 왜 벌거벗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입니까? 부끄러움을 몰랐다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표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도 부끄러움을 압니다. 벌거벗은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벌거벗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 돕는 배필이었기 때문입니다. 벌거벗었다는 말은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드러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담과 하와 두 사람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모자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지적하며 ‘당신 왜 그것밖에 안 돼!’라고 말했다면, 그들은 서로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자신의 수치나 모자람이 드러나기 때문에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상대방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 지적하지 않고, 그 부끄러움을 감추어주는 돕는 배필이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채워주려 한 돕는 배필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려 하는 곳에는 부끄러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부부는 서로 돕는 배필입니다. 서로 돕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짝지어주셔서 부부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내가 내 아내를 어떻게 도울까? 어떤 부족함을 도와야 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 남편에게 이런 부족함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이시라면 내 아내, 내 남편의 저 모습을 어떻게 도우실까?’를 생각하며 하나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도와야 합니다.

어느 간호사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새벽 다섯 시쯤 되었을 때 병실에서 간호사실로 간호사를 부르는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수화기를 들고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환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환자에게 무슨 응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병실로 찾아갔습니다. 병실에 들어가자 창가 쪽 침대에서 작은 불빛이 새어나왔습니다. 그 침대는 그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였습니다. 놀란 마음으로 침대 가까이 가서 커튼을 열면서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환자는 사과 하나를 내밀며 조용하게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무슨 급한 일이 일어나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는 말에 맥이 풀렸습니다. 가만 보니 그 환자의 아내는 침대 옆에서 곤히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는 조금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환자는 “그냥 좀 깎아 줘요.”라고 말합니다. 잠들어 있는 다른 환자들이 혹 깨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과를 깎아 주었습니다.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환자는 사과를 다 깎자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할 일도 많은 데 별난 요구를 하는 환자가 못마땅해서 못들은 척 하고 사과를 대충 잘라주고는 병실을 나와 버렸습니다.

며칠 후, 그 환자는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장례를 다 치른 후에 그 환자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그 간호사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며칠 전 새벽에 간호사님이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 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사과를 깎을 수가 없어 간호사님께 부탁을 한 거예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몰라요. 정말 고마워요.” 그 말을 듣고 간호사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그러자 그 아내는 간호사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여러분,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것이 부부이고,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는 것이 부부입니다. 내가 내 아내나 남편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때론 기꺼이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입니다.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을 때 부부는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2007년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우리나라 법정기념일입니다.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이유는 5월이 가정의 달인데다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부부라는 뜻에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입니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말은 성경의 표현입니다. 이 부부의 날을 처음 제창한 사람이 권재도 목사님입니다. 1995년 어린이날에 한 어린이가 TV 인터뷰에서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에요’라고 한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부부의 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에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지키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부부의 날은 그렇게 성경의 말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의 기초가 가정이라고 한다면 가정의 기초단위는 부부입니다. 부부로부터 가정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부부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이 행복할 수 없고,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사회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행복이 넘쳐나야 합니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부부가 서로 돕는 배필이어야 합니다. 돕는 배필로 서로를 인식하고 돕는 배필로 살아갈 때 그 가정은 행복이 가득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부부관계의 비밀이고 가정 행복의 열쇠입니다.

그런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아담을 위해 돕는 배필로 하와를 만드셨습니다. 서로의 부끄러움까지도 이해하고 도우라고 말입니다.

< 2014년 5월 1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