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계십니까?

< 본문 - 요한이서 1:4-6 >

여러분, 사랑은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사랑은 능력입니다. 사랑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곳에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지금부터 60여 년 전인 1952년 1월 31일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라는 도시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는 태어날 때 뇌성소아마비로 태어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망막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을 했지만, 두 눈을 다 잃고 말았습니다. 결국 산모는 자기의 아이를 포기하고 병원에 버려두고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병원에 남겨지자 병원에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 아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병원의 원장은 그 즈음에 은퇴하게 된 간호사 메이 렘키(May lemke)에게 이 사연을 말했습니다. 52세로 신앙심이 깊었던 그녀는 “내가 죽는 날까지 그 아이를 돌보아 주겠다.”고 약속하고 버려진 그 아이를 데려다가 자신의 아들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메이는 아기를 보는 순간 너무나도 비참한 인간 생명의 무기력함에 울어야 했습니다. 우유를 대 주어도 빨아먹을 힘도, 빨아먹겠다는 본능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메이는 아이의 뺨에 얼굴을 비벼대며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었고, 자장가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1년이 지난 즈음에야 그 아이는 음식을 입으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7살이 될 때까지 그 아이는 웃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의 감정표현을 전혀 할 수 없었고, 의사소통도 전혀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식물인간처럼 누워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메이는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스스로 이 아이를 찾아 나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 아이를 키우도록 선택된 것입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주님, 그 이유를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기도라기보다는 항변에 가까운 호소를 하면서 걸음마를 시켜보고 특수요법으로 치료를 계속했습니다. 7살 이후에 아이는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기도했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성경의 기적을 믿습니다. 이 아이에게도 기적을 허락하소서. 정신적 감옥을 깨뜨리시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기적을 주시옵소서.” 그 아이는 12세가 되어서야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었고, 15세가 되었을 때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18세가 되었을 때, 아이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의 부모는 아이의 방에 피아노를 사다 놓고, 오디오,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통해서 온통 음악으로 아이의 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손가락을 잡고 피아노 건반을 눌러주며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스무 살이 되던 1971년 겨울, 새벽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곤한 잠에 빠져 있던 가족들은 누군가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순간 메이는 무엇엔가 홀린 사람처럼 아이의 방으로 달렸습니다. 거기에서 그녀는 아이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그 아이는 뉴욕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고, 미국 ABC방송에서는 ‘사랑과 기도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만들어 전국에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레슬리 렘키(Leslie Lemke, 1952~)입니다.<사진> 레슬리 렘키는 IQ(지능지수)가 58밖에 되지 않았고, 뇌성마비 장애에 시각장애까지 가진 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 메이 렘키의 사랑과 기도가 그 아이를 기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이 레슬리 렘키는 흔히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사람입니다. 아이큐가 58밖에 되지 않지만, 그는 아무리 어려운 곡이라 하더라도 한 번만 들으면 바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버려진 그를 데려다가 사랑과 기도로 돌보았던 그의 어머니 메리 렘키의 그 사랑과 기도가 없었다면 레슬리 렘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레슬리 렘키는 지금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언하고 있고,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분명한 것은 사랑에는 능력이 있고, 그 사랑은 기적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중요한 사명 또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생애 전체를 통하여 늘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랑은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마태가 예수님의 처음 설교를 모아놓은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얼마나 사랑을 강조하셨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 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그러면서 왜 우리가 원수도 사랑해야 하며, 우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설명해 주십니다.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원수일 수 있어도 하나님께는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박해하기 때문에 ‘그 놈은 못된 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도 햇빛을 비쳐주시고 비를 내려주십니다. 우리는 ‘미워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돌보심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기에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고 계신 사람을 우리와 다른 자리에 있다고 해서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자녀라고 한다면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닮아 그를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과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함에 있어서 세상 사람과 달라야 합니다.

그리고 생애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그 사랑을 강조하십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요한복음 13:34-35)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 사랑이 어떤 사랑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어떤 사랑을 하라고 우리에게 새 계명을 주셨습니까? 예수님께서 주신 새 계명을 잘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여기에는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사랑하신 그 사랑이 어떤 사랑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주님이시고 선생님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마땅히 제자들이 예수님의 발을 씻겨드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이지만 우리는 받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을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새 계명을 주신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모습이 더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롯 유다의 발도 씻겨 주셨습니다. 가롯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할 것을 아시면서도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가롯 유다의 발도 씻겨 주셨습니다. 배신을 당하신 예수님의 입장에서 보면 가롯 유다는 발을 씻겨줄 사람이 아니라, 호통을 쳐서 내보내야 할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묵묵하게 가롯 유다의 발까지 씻겨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새 계명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라는 말씀 속에는 ‘가롯 유다의 같이 배신하고 나를 팔아먹는 사람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산상수훈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오른쪽 뺨을 치는 사람에게 왼쪽까지도 돌려대줄 수 있는 사랑, 억지로 5리를 가자고 협박하는 사람을 위해서 10리까지 함께 동행해 주는 사랑, 속옷을 가지려고 소송을 벌이는 사람에게 겉옷까지도 주는 사랑 말입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를 위해서 진실되이 기도하는 사랑 말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렇게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게 바로 새 계명을 우리에게 주신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바로 그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도 요한은 “부녀여, 내가 이제 네게 구하노니 서로 사랑하자.”라고 권면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사랑하자’는 이 말씀은 사도 요한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의 특별하신 사랑을 받은 사람입니다. 요한복음 13장의 기록에 의하면 요한은 자신을 가리켜서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한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마지막 만찬을 잡수실 때에 예수님의 품에 기대 누워 있었습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의 12제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예수님으로부터 더 특별한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사도 요한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았습니다. 예수님의 12제자 가운데 사도 요한을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순교를 당했습니다. 요한만 90세가 되도록 순교당하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그 90 평생 사도 요한은 예수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늘 기억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씀을 전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형제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라고 선포했다고 합니다. 사도 요한이 쓴 편지에도 그것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사도 요한이 쓴 요한복음에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40번이 넘게 나옵니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 세 개의 복음서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모두 합해도 30번이 넘지 않는데 반해 요한복음에만 40번에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요한1-3서에서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요한일서 4:7절에서는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라고 선포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사도 요한은 ‘서로 사랑하자’고 외칩니다.

그렇습니다. 요한의 최대 관심사는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은 요한의 관심사가 아니라 예수님의 관심사였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셨던 그 사랑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사랑을 전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요한은 사랑이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하게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바로 진리를 따라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본문 4절에서 사도 바울은 성도들이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며 사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진리를 행하는 것,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사랑입니까? 왜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까? 진리를 따라 행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것 역시 쉽지 않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여 살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 결코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기쁨입니다. 세상에서는 그렇게 살기 때문에 손해를 보기도 하고, 진리를 따라 살려 하다가 고난과 박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임을 알기 때문에 기쁨으로 진리의 길을 따라갑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빼버리고 바라본다면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부귀영화와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유익을 다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을 따라 산다는 것을 세상적인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앙인들은 진리를 따라갑니다. 진리를 따라 삽니다. 그것이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며 사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 웃음을 주기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기쁨을 주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때로 그 삶이 고달프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이가 행복해하고 기뻐할 것을 생각하면 고달픔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위대한 것입니다.

오래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사랑보다 더 고귀한 가치를 담은 단어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사랑은 너무 많이 의미가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랑으로 변질되었고, 자신에게 유익되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사랑의 본질은 자기희생입니다. 자기희생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내가 뭔가를 얻기 위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고, 내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나를 희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기쁨이 찾아옵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여러분, 이태영 여사(1914-1998)를 아십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변호사입니다. 그분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4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화여자전문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평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을 다녀온 남편 정일형 박사가 항일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자,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서 교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누비이불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녁이면 가위질을 해서 이불보를 만들고, 그 다음날에는 그 이불을 이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불을 팔아야 했습니다. 전차의 차비를 아끼기 위해서 이불보따리를 이고 수십 리를 걷는 날이 허다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던 해에 남편 정일형 박사는 감옥에서 풀려났는데, 감옥에서 나와 아내의 손을 처음 본 순간 남편은 그만 눈물을 쏟을 뻔 했다고 합니다. 아내의 엄지손가락이 90도 넘게 뒤로 제켜져 있었고, 검지와 중지도 크게 휘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쇠붙이라는 쇠붙이는 전쟁물자로 일제가 모조리 빼앗아 가버린 탓에 제대로 된 가위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밤새도록 이불을 만드느라 이태영 여사의 손이 그렇게 엉망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런 아내의 손을 본 정일형 박사는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고생한 아내와 무거운 짐을 바꿔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해방 이후인 1946년 33살의 아내를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을 시켜 법을 공부하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뒷바라지를 다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태영 여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변호사가 됩니다. 훗날 정일형 박사는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꼭 아내를 위해서 선물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정일형 박사가 아내를 위해서 사온 선물은 언제나 ‘가위’였습니다. ‘잘 드는 가위 하나를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아내의 옛 소원을 풀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가위가 무려 200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남편을 위해서 자신의 손가락이 다 뭉개지도록 가위질을 해야 했던 이태영 여사, 그리고 그런 아내를 위해서 법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뿐만 아니라, 아내의 소박한 꿈인 ‘잘 드는 가위 하나’를 사 주겠다는 마음으로 아내가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사 모은 가위가 200여개가 넘도록 가위를 사다 준 정일영 박사, 그것은 바로 사랑의 아름다운 모습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전적으로 희생하는 사랑입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 역시 전적으로 희생하는 사랑입니다. 먼저 손 내밀어준 사랑입니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신 사랑입니다. 독생자까지 주신 사랑, 십자가에서 당신의 생명까지 주신 사랑,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고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받은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물으십니다. ‘너는 지금 사랑하고 있느냐?’하고 말입니다. 우리에게 새 계명을 주시면서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내가 일러준 것처럼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사랑의 사도였던 요한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 우리가 이 계명을 주께 받았나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또한 그 형제를 사랑할지니라.”(요한일서 4:19-20)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형제를 사랑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 사도 요한은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형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내 마음 속에 형제를 향하여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을 미워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 사랑입니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우리를 사랑하신 그 하나님을 사랑을 로마서 5장에서는 3가지 표현으로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로마서 5:6, 8, 10)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때에는 바로 그런 세 경우였습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라는 말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서 뭐가 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도 없을 때를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사랑을 받을 만큼 뭔가 한 게 아무 것도 없을 때를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는데,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라는 말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어떤 모습도 우리에게 없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서 뭔가를 해 드리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 안에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만한 모습이 눈꼽만치도 없었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사랑받을만한 모습이 눈꼽만치도 없었음에도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벌하셔도 할 말이 없는 상태였을 때를 말합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이쁨 받을만한 일을 한 적이 없을뿐더러 이쁨 받을만한 모습도 없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하나님과 원수가 되어 하나님께서 우리를 대적하시고 우리를 벌주시고 우리를 지옥에 내치신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벌을 주시는 대신에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도 동일한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그 사랑을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이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면 우리 역시 그 사랑의 모습을 닮아가야 합니다. 조금이나마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가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에는 ‘모자이크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모자이크는 벽이나 바닥에 작은 조각들을 배열해서 어떤 그림이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작은 조각을 볼 때에는 그게 무엇을 나타내는지를 알 수 없지만,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볼 때 비로소 그 그림이나 형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의 작은 모습 하나 하나 관찰하려 한다면 사랑받을만한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심하게 관찰할수록 우리 인간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멀리서 본다면 왜 하나님이 그 사람을 사랑하시는지를 깨닫게 되고, 나 역시 그를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랑은 모자이크입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얼마나 사랑하며 살고 계십니까? 내가 당연히 사랑해야 할 사람만 사랑하고 있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세리나 이방인이나 다름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우리는 사랑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새 계명을 주시면서 ‘너희가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서로’라는 말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내가 손을 내밀면 맞닿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족, 지금 내 앞에 있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형제를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다운 사람이 됩니다. 그가 내 사랑을 받을만한 모습이 전혀 없을지라도, 그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는 그런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사랑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게 그리스도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우리가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형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람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 아닙니다. 최소한 그 순간에만은 말입니다.

< 2014년 6월 1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