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충만한 사람 바나바

< 본문 - 사도행전 11: 19-26 >

여러분,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스스로로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성령 충만한 사람입니까?’ 이런 질문 앞에 많은 신앙인들이 대답을 주저합니다. 자신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많은 신앙인들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신앙생활하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이 질문을 좀 더 다르게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주위에 있는 사람 가운데 ‘저 사람은 정말 성령 충만한 사람이야!’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만약 그런 사람을 알고 계신다면, 또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시다면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그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반대로 만일 성령 충만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 왜 성령 충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까? 어떤 사람이어야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자주 성령 충만을 성령의 은사와 혼돈합니다. 그래서 성령의 은사를 가지고 특별하게 사역하는 분들을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방언을 하거나 방언 통역을 하는 사람을 보면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언으로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을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을 고치고 기적을 행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성령 충만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간증을 하거나 찬양을 부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틀림없이 성령 충만한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예언을 하거나 예언기도를 해 주는 사람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은 추호도 의심 없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방언하지도 못하고, 병을 고치지도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나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니야.’ 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예언하지도 못하고 기도함으로 기적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자신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닌 나는 귀신을 쫓아낼 수 없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방언하는 사람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고, 방언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령 충만하지 못한 사람입니까? 기도해서 병을 고치는 사람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고, 아무리 기도해도 병을 고치지 못한 사람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닙니까?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은 틀림없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고, 나는 그렇게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귀신을 쫓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성령의 은사와 성령 충만을 혼돈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언, 예언, 병고치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성령의 은사입니다. 그리고 병고치고 예언하고 방언을 하는 것이 때로는 성령의 은사가 아닌 마귀의 역사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7장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니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태복음 7:22-23) ‘선지자 노릇했다’는 말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해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선포한 말씀에 은혜를 받고 변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명하여 귀신을 쫓아내기도 했고, 병 고치는 능력, 기적을 행하는 능력 등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여러분, 그렇습니다. 설교를 잘한다고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귀신을 쫓아낸다고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병을 고치고 기적을 행한다고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방언에도 가짜가 있고, 예언에도 거짓된 예언이 있습니다. 병을 고치는 일이 우리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종교에서 병을 고치고 귀신을 좇아냅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일까? 마태복음 7장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말씀을 하시기 바로 앞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태복음 7:21) 그렇습니다. 기적을 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방언하고 예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열매를 맺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설교자 가운데 한 분인 영국의 존 스토트(John Stott, 1921-2011) 목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령 충만의 증거는 성령의 열매에 있는 것이지, 성령의 은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성령의 은사가 나타나는 것이 성령 충만의 증거가 아니라,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이 성령 충만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에서는 성령의 열매를 이렇게 말씀해 줍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갈라디아서 5:22-23) 성령의 사람은 성령의 열매를 맺습니다. 성령 충만한 사람은 성령의 열매를 많이 맺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성령 충만한 사람의 특징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웃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형제를 대해주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입니다. 방언을 말하고 예언을 말하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 온유한 마음으로 형제를 용납하고 형제의 허물을 감싸주며 형제를 향하여 오래 참아주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입니다. 기적을 행하고 능력을 행하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하늘의 평강으로 가득하고 내가 속한 공동체 속에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입니다. 금식기도 많이 하고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위해서 충성하는 사람이 성령 충만한 사람입니다.

한 때 전 세계에서 당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했던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1-)는 헤비급 통합 타이틀을 획득했을 때 ‘내가 최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알리가 어느 날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려 할 때 알리는 안전벨트는 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비행기 승무원이 알리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알리는 벨트를 매지 않고, 자만한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빈정거리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슈퍼맨에게는 안전벨트가 필요 없죠.’ 자신이 슈퍼맨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은 슈퍼맨이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승무원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슈퍼맨은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지요. 이제 안전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적인 복싱 영웅이라 하더라도 비행기에 사고가 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가 진정한 세계 챔피언이라면 비행기 안에서는 승무원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사람됨입니다.

링 위에서 싸우는 알리만 생각한다면 알리는 세계에서 최고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 한다면 그는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에서 다른 사람에게는 능력 행하는 자로 보여지고 귀신도 쫓아내는 권능을 행하는 자로 보여질지라도, 그의 삶에서 겸손하거나 성령의 열매를 맺지 않으면 그는 결코 성령 충만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등장하는 바나바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24절에서 성경은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바나바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바나바를 소개하고 있는 성경의 모든 구절을 찾아보아도 바나바가 귀신을 쫓아냈다거나 방언을 말했다는 기록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능력을 행했다는 기록도 없고, 초대교회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기적을 행했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분명하게 ‘바나바는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바나바가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까요? 사도행전 2장 첫 번째 오순절 성령강림 때처럼 성령께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가 성령 충만한 사람’이라고 알았을까? 성령께서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와 함께, 그리고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며 임한 것은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성령강림 때 외에는 그런 기록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우리에게 자주 성령 충만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가 어떻게 성령 충만한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성령 충만하다는 증거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령의 열매가 나타날 때 우리는 성령 충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의 삶에서 성령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 때 성령 충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바나바의 성령 충만한 모습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신뢰를 얻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안디옥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19절의 말씀처럼 예루살렘에 큰 환란이 일어났습니다. 첫 번째 순교자인 스데반을 죽인 유대인들이 예수 믿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들은 박해를 피해서 예루살렘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 믿는 사람들은 비록 박해를 피해 다른 지역에 갈지라도 예수 믿는 것만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 믿는 것을 포기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에서 예수를 전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했는데, 안디옥에서는 달랐습니다. 안디옥에서는 헬라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했고, 이방인인 헬라인들이 예수를 믿게 되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안디옥 교회에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이방인 그리스도인들까지 함께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안디옥 교회는 크게 부흥하게 됩니다.

그 때 예루살렘 교회가 안디옥 교회의 그런 형편을 듣고 안디옥 교회를 위해서 보낸 사람이 바로 바나바였습니다. 예루살렘 교회가 안디옥 교회로 사람을 보내야할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방인들이 예수를 믿고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방인들이 예수 믿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사도행전 10-11장에서는 고넬료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넬료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이방인입니다. 그런데 사도 베드로가 말씀을 선포할 때 고넬료의 집에 성령이 임하게 되고, 베드로를 비롯한 고넬료의 집에 함께 갔던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이방인들도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방인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방인들에게 성령을 주시고, 구원하셨습니다.

그것이 당시의 생각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은 구원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문 19절에서 기록한 대로,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을 떠나온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할 때에도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안디옥에서는 이방인인 헬라인들이 예수를 믿게 되고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 교회는 ‘그것이 정말인가? 이방인들도 구원받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에 바나바를 안디옥 교회로 파송한 것입니다.

예루살렘 교회가 바나바를 안디옥 교회에 파송한 두 번째 이유는 안디옥 교회에서 복음의 역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문 21절에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주께로 돌아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유독 안디옥 지역에서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생겨나게 되었고, 그 교회가 갑자기 부흥하자 예루살렘 교회와 사도들의 입장에서는 안디옥 교회를 돌보고 처음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바나바를 보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나바는 예루살렘 교회와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인 사도들에게 굉장한 신임을 받고 있던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안디옥 교회는 이방지역에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방인들이 예수를 믿고 교회에 들어온 안디옥 교회입니다. 더구나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흥이 일어난 교회입니다. 그런 교회를 위해서 사람을 파송한다면 예루살렘 교회나 사도들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됩니다. 거기에 가장 적합자가 바로 바나바였습니다.

예루살렘 교회 교인들과 사도들이 볼 때 바나바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삶에서 그것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방지역에 처음으로 생겨난 교회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바나바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나바는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바나바는 어떤 기적을 행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놀라운 능력을 행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바나바는 사도들이 볼 때 성령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믿을만한 사람입니다. 처음 이방 교회인 안디옥교회를 돌보도록 책임을 맡겨도 될만큼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 예수 믿는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아니 성령에 이끌려 사는 사람은 신뢰를 주는 삶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사람은 거짓된 행동이나 거짓된 삶을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삶이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그건 우리가 성령 충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산다면 거짓된 행동을 하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성령은 거짓말하는 영이 아닙니다. 성령은 진리의 영입니다. 하나님께서 거짓말하는 것을 싫어하시듯,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 역시 거짓말하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그래서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은 진실된 삶을 살아갑니다.

바나바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교회 교인들과 사도들에게 진실된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라면 안디옥 교회를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얻게 되었고, 안디옥 교회로 파송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성령 충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바나바 역시 그랬습니다. 바나바가 안디옥 교회에 가서 교회를 돌보자 안디옥 교회는 더욱 부흥하게 됩니다. 본문 24절은 바나바가 안디옥 교회에 부임한 이후의 상황을 말씀한 것인데, ‘이에 큰 무리가 주께 더하여졌다’고 말씀합니다. 이제 교회가 더 부흥되어 도저히 바나바 혼자서 안디옥 교회를 돌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때 바나바는 사울이라는 사람을 찾아가서 ‘안디옥에서 함께 교회를 섬기자’고 제안하여, 사울을 안디옥 교회의 지도자로 모시고 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울은 예수 믿는 사람을 핍박하던 사람이었는데, 다메섹으로 가던 중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변화되어 이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사울을 믿지 못했습니다. 사울이 변화되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예수 믿는 사람을 핍박하고, 심지어 교회를 지구상에서 아예 없애버리려 했던 사람이 사울인데, 그런 사람이 변화되었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때의 상황을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1장에서 이렇게 회상합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그는 예루살렘으로 바로 가지 않고 3년 동안 아라비아와 다메섹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 예루살렘에 갔는데, 아무도 바울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에 15일 동안 머물면서 사도 바울은 오직 야고보 사도 외에는 아무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예루살렘 교회와 사도들조차도 사도 바울의 변화를 믿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나바는 사울의 변화를 믿었습니다. 사울이 예수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데서 예수 믿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믿었을 뿐만 아니라, 사울 정도며 안디옥 교회에서 함께 목회할 때 자신에게나 안디옥 교회에 큰 유익이 있을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사울을 믿어주지 않을 때 바나바는 사울을 믿고, 사울을 데리고 와서 함께 안디옥 교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성령 충만한 사람은 사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믿어 줍니다. 자신이 신뢰받는 삶을 사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믿어줍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자신을 믿어주신 것처럼 자신도 사람을 믿어줍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의 관계입니다. 믿음은 신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라고 한다면, 그 믿음을 가진 사람은 신뢰받는 행동을 하고 또한 다른 사람을 신뢰합니다. 다른 사람을 믿어 줍니다.

성령의 사람은 환경을 보지 않습니다. 성령 충만한 사람은 은혜를 보며 살아갑니다. 오늘 본문 23절에서 바나바는 안디옥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방 지역인 안디옥에서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사가 일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입니까? 그런데 안디옥 교회에 보내심을 받은 바나바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안디옥 교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초신자들 뿐입니다. 심지어 율법을 알지도 못하는 헬라인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초신자들은 복음을 듣고 예수를 믿긴 하지만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헬라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예수를 믿긴 하지만 믿음이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교회를 끌어가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복음과 말씀으로 가르치고 양육해야 합니다. 어쩌면 안디옥교회의 목회자로 보내심을 받은 바나바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나바는 그런 염려스러운 상황, 걱정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마음이 불안해 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령 충만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보았다’는 말은 힘든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안디옥이라는 도시는 당시 로마가 통치하고 있는 지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유대 역사학자인 요세푸스에 의하면 당시 안디옥은 인구가 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에 이어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그만큼 문화가 발달되어 있었고, 부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디옥에는 여러 지방의 신들을 숭배하는 거대한 신전들이 있었고, 여러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복합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고, 교회가 세워졌다 하더라도 교회가 큰 위기를 당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실제로 주후 37-41년 사이에 포악한 로마 황제인 갈리굴라(Caligula) 시대에 수많은 유대인들이 이 안디옥에서 학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도시에 세워진 안디옥 교회가 결코 평탄할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바나바는 그런 걱정스럽고 두려운 환경을 보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성령의 사람은 부정적인 것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완벽하게 좋은 환경은 없습니다. 또한 완벽하게 나쁜 일들로만 가득 찬 환경도 없습니다. 모든 상황이 좋은 면이 있는가 하면 좋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보며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좋은 것을 보는 사람은 매사가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똑같은 상황에서도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모든 일에 불평만 가득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결코 기쁨의 삶을 살 수도 없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바나바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면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안디옥에서 바나바는 하나님의 은혜만을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성령 충만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 충만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방언이나 예언처럼 신비로운 경험을 하거나 병을 고치는 것과 같은 기적을 행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참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기 위해도 아닙니다. 성령 충만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 바로 세워서 하나님께서 바라보실 때 바른 신앙의 삶을 살게 합니다. 성령 충만의 이유는 결국 우리의 삶에서 성령의 열매를 맺어 하나님의 영광을 세상 속에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면을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주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 2014년 6월 8일 주일낮예배-성령강림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