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같은 교회

< 본문 - 마태복음 13: 31-32 >

여러분, 세계에서 오래된 나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White Mountain의 산비탈에서 서식하는 브리슬콘 소나무(Bristlecone Pine)라고 합니다.<사진1> 현재 이 나무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나무의 나이는 무려 4,700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향나무와 비슷한 모양인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갖은 풍상에 나무의 껍질이 거의 다 벗겨지고, 나무의 속까지 보일 정도로 처절한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 나무는 100년에 지름이 1인치(약 2.54cm)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나무가 서식하는 환경이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지대인데다 석회질이 많는 메마른 땅이라 그렇게 많이 자라지 못하지만, 5천여 년 동안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느리게 자라는 나무는 멕시코에 있는 ‘디운에듈’이라는 나무라고 합니다. 이 나무는 1년에 평균 0.76mm밖에 자라지 않는데, 100년 동안 자라도 겨우 8cm밖에 자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는 말레이시아 시바라는 지역에서 자라는 ‘알비치아 팔커타’라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13개월 동안에 무려 10.7m나 자란다고 합니다. 1년에 거의 10m나 자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이나 주의 세퀘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아메리카 삼나무인데, 그 키가 무려 110m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뚱뚱한 나무는 그 둘레가 58m나 되는 이탈리아에 있는 유럽밤나무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참 희한한 나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나무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또 하나의 특이한 나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겨자나무입니다. 그 나무가 특이한 것은 그 씨에 비해서 크게 자란다는 것 때문입니다. 겨자씨는 우리나라의 깨와 비슷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작은 것을 비유할 때 ‘깨알만하다’고 말한 것처럼, 유대사회에서도 작은 것을 이야기할 때 ‘겨자씨만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작은 것이 겨자씨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겨자씨가 땅에 심겨지면 자라서 나무처럼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된다.’

우리가 이 말씀을 읽으면서 잘못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겨자씨에서 나온 겨자나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나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소나무나 다른 나무들처럼 사람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그런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겨자나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말씀을 잘 보아야 합니다. ‘밭에 심겨진 겨자씨는 자란 후에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된다.’고 말씀합니다. 일반적으로 밭에 씨를 심는 것은 나무가 아닙니다. 풀과 같은 종류입니다. 겨자씨도 그렇습니다. 풀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자라면 풀보다 더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자풀을 나무라고 부를 뿐입니다.<사진2>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 아니라 풀처럼 자랍니다. 그런데 겨자나무는 그 키가 1-2m까지 자랍니다. 그렇게 크게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것을 나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의 겨자씨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작은 겨자씨가 나무라고 불릴 정도로 크게 자라는 것은 그 안에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잃은 씨는 아무리 많이 심는다 하더라도 싹이 날 수 없습니다. 오늘 말씀은 겨자씨 비유인데, 겨자씨가 무엇을 비유하는 것입니까? 31절에 기록된 대로 ‘천국’에 대한 비유입니다. 천국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에 성장하게 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천국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죽어서 가는 저 하늘에 있는 천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시길 원하셨던 하나님의 나라를 의미합니다. 그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복음 17:21) ‘너희 안에 있다’는 말은 우리의 마음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인간관계 속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복음이 역사하고 성령께서 임하시면 우리 안에도 천국이 이루어지며, 동시에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도 천국이 이루어집니다. 거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역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있는 곳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성장은 곧 변화입니다. 우리의 인격이 성장했다는 말은 우리가 인격적으로 관계를 맺고 사는 곳마다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나만 알고, 나만 배부르면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알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게 됩니다. 만일 어른이 되어서도 나만 알고, 내 배부른 것만 생각하다면 그는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있는 곳에는 성장과 변화가 일어나는데, 먼저는 관계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로 하여금 이웃을 사랑하게 만들고, 희생하면서도 기쁨으로 살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있는 곳에는 천국이 만들어져갑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에 많아지면 그 교회는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성장과 변화는 사랑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섬기는 것입니다.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주고, 서로의 허물을 용서하고 용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입니다. 어제는 형제가 미웠는데 오늘은 그 형제가 괜히 안쓰럽고 사랑스럽습니다. 어제는 내 욕심만 채워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내 주변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교회에 속한 성도들이 그렇게 변화되어가야 합니다. 그런 변화가 일어날 때 그의 마음에, 그리고 그가 살아가는 삶에 천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겨자씨 비유가 우리에게 말씀하고 있는 또 하나는 포인트는 자란 후에는 나무가 되어 많은 새들이 와서 깃들이는 장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천국은 그렇습니다. 누구든지 차별하지 않고 다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져 있는 곳이 천국입니다.

겨자나무에 모여든 새들을 생각해 보십시다. 거기에는 예쁜 새도 모여들지만, 작고 못생긴 새도 둥지를 틀 수 있습니다. 먼 곳을 향해 날아가다가 지친 새들이 잠시 머물며 뜨거운 태양을 피했다 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상처 입은 새들도 올 수 있고, 때로는 배가 고픈 새들도 올 수 있습니다. 어떤 새이든지 가리지 않고 그 겨자나무 가지에 모여듭니다. 어떤 새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훨훨 날아가기도 하고, 어떤 새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새도 있습니다. 그런데 겨자나무는 그 어떤 새일지라도 거부하지 않고 다 받아들입니다.

교회가 그래야 합니다. 교회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어느 누구도 교회에서 거부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천국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원은 건강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닙니다. 병이 들어 고침받고 싶은 사람이 찾아가는 곳이 병원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룩한 사람, 의로운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람만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방황하다가 지치고 쓰러질 것만 같은 사람, 마음에 상처가 나서 쓰리고 아파 더 이상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없는 사람도 찾아오는 곳이 교회입니다. 죄악의 누더기 옷을 입고 죄악의 썩은 내가 진동하는 모습으로 살던 사람도 찾아오는 곳이 교회입니다. 세상에서 왕따 당하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해 세상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교회입니다. 세상이 주는 것들로는 만족할 수 없어 영혼이 목말라하고 갈급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그 어떤 사람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다 받아주어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문제가 가득 있습니다. 문제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교회도 문제없는 교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그런 교회를 사용하셔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성경에 나와 있는 교회 가운데 문제없는 교회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하루에 3천 명, 5천 명씩 회개하여 부흥했던 초대 예루살렘 교회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도들을 통해서 기적이 일어나고, 성도들이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눠주었던 예루살렘 교회에도 구제하는 문제로 인해서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교회들 가운데 가장 성령의 은사가 많이 나타났던 교회가 고린도교회입니다. 예언과 방언 등 수없이 많은 성령의 은사가 나타났는데, 그 고린도교회에도 문제가 참 많았습니다. 바울파, 베드로파, 아볼로파, 그리스도파 등으로 나뉘어 끼리끼리 모이는 파당이 교회 안에 있었습니다. 이방 신전에 드려진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고, 심지어 예수 믿기 이전에 가졌던 우상숭배의 문화를 끊어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성적으로 부도덕하게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교회의 질서가 무너져 예배 때 아무나 일어나서 예언하려 했고, 은사를 받은 사람들끼리 자신이 받은 은사가 더 나은 은사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은사를 은근히 무시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에베소교회도 문제가 많이 있었습니다. 에베소서 4:28-29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도둑질 하는 자는 다시 도둑질하지 말고 돌이켜 가난한 자에게 구제할 수 있도록 자기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라.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이 말씀을 뒤집어 보면, 에베소 교회 안에는 도둑질하는 자들이 있었고, 더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예수 믿기 이전에 그랬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도 바울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을 보면 예수 믿은 후에도 여전히 그런 모습이 남아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와 고린도교회, 그리고 에베소교회의 경우만 살펴보았지만, 아무리 좋은 교회라 하더라도 교회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들이 다 나름대로의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문제들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들 때문에 교회를 없애버릴 수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예수님께서 교회를 버리신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문제가 많은 그런 교회를 통해서 오늘도 역사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쁜 교회요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는 교회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교회를 통해서 은혜를 체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보기보다는 그럴지라도 그런 교회를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을 보며 신앙 생활하는 사람은 늘 기쁨과 감격 속에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가 지난주에 말씀을 나눴던 성령 충만한 사람 바나바 역시 안디옥 교회에 갔을 때 교회의 문제나 어려운 점들을 보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령 충만한 사람의 특징입니다. 문제를 보고 불평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역사를 보고 감사하며 기뻐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성령 충만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그 문제를 감싸고 풀어가려 해야 합니다. 교회 안에 문제를 안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끌어안고 사랑하고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아름다운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입니다. 그것이 바로 겨자나무의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겨자나무는 그 아래로 어떤 새가 와서 깃들인다 하더라도 다 받아줍니다. 그리고 그 새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 나무 아래서 다 해결받기를 기다립니다. 오랜 날개짓으로 지쳐 있는 새가 왔다면 충분히 휴식을 취함으로 다시금 힘을 얻어 날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상처를 입고 찾아온 새가 있다면 그 상처가 다 나아서 날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그게 겨자나무입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찾아오면 그 아픈 마음이 치료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내 작은 사랑의 손길이 그 아픔을 빨리 치료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의 아픔을 치료하는데 약이 된다면 기꺼이 다가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줍니다. 실수하고 허물투성이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를 용납하고 위해서 기도해줌으로서 그가 약한 자의 모습에서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도와줍니다. 그것이 교회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겨자씨가 자라서 나무가 된 겨자나무는 그곳에 찾아와 깃드는 모든 새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합니다. 하늘을 훨훨 나는 새도 언젠가는 그늘이 필요합니다. 새들의 왕인 독수리도 그늘이 필요하고, 작고 보잘 것이 없는 새에게도 그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늘을 훨훨 날다가도 쉬고 싶을 때에는 그늘을 찾습니다. 비록 키가 그렇게 많이 크지 않을지라도 겨자나무는 그런 새들에게 좋은 그늘을 제공해 줍니다.

교회는 세상에 그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세상살이에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찾아와서 쉴 수 있는 그런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게 교회의 사명입니다. 세상의 모든 새들에게 그늘이 필요하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도 그늘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교회가 그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열왕기상 19장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여 하나님의 선지자 엘리야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불을 내려 당신의 살아계심을 친히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엘리야 선지자는 백성들에게 명령하여 바알의 거짓 선지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맙니다. 그 이야기를 왕비 이세벨이 듣습니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웠던 바알 선지자 450명이 엘리야에 의해서 죽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세벨은 엘리야 선지자를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그 때 엘리야 선지자는 브엘세바 광야로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자기 생명을 거둬가 달라’고 하소연을 하고는 로뎀나무 아래 누워서 깊은 잠에 빠집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로뎀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아십니까? 로뎀나무는 우리나라의 싸리나무와 비슷합니다.<사진3> 결코 그늘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광야에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늘이 없어지고 맙니다. 이 로뎀나무 아래 누워서 엘리야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아마도 나뭇가지 사이로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 쬐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엘리야는 그것마저도 필요했습니다. 비록 큰 그늘을 만들어주지는 못할지라도 조금이라도 태양을 가려준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그런 작은 그늘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광야와 같은 세상에서 그런 그늘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며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작은 그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로뎀나무의 그늘이 엘리야에게 필요했듯이, 하늘을 날던 새에게 겨자나무의 그늘이 필요하듯이, 오늘 우리 시대에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교회라는 그늘이 필요합니다. 그늘은 말없이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교회는 묵묵히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언제든지 교회의 그늘 아래로 들어오도록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정승호 시인이 쓴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여러분, 교회는 그늘이어야 합니다. 그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작은 그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창립 59주년을 맞는 우리 전주남성교회가 이 세상에 작은 그늘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그리스도인으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가 세상에 작은 그들이 되어주기를 기대하십니다.

< 2014년 6월 15일 주일낮예배-교회창립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