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변명

< 본문 - 누가복음 17:11-19 >

우리가 잘 아는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가 고픈 여우가 먹을 것을 찾아 숲 속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먹을 것을 찾지 못한 여우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마을 과수원에서 먹음직스런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배가 고픈 여우는 그 포도를 따먹고 싶었지만, 포도송이가 너무 높이 달려 있어서 도저히 따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우는 몸을 일으켜보기도 하고, 힘껏 뛰어보기도 했지만 포도를 딸 수가 없었습니다. 지칠 때까지 뛰어보았지만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는 포도밭을 나오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저 포도는 설익어서 실거야. 아직 다 익지 않았어! 난 신 것을 좋아하지 않아. 신 것은 맛이 없으니까.”

심리학에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에는 불안이 찾아오는데, 그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하는 나름대로의 기술을 만들게 됩니다. 그것을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그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가 ‘합리화’(Rationalization)입니다. ‘합리화’라는 것은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인식함으로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배가 고픈 여우는 포도를 따먹기 위해서 힘껏 뛰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포도를 딸 수가 없었습니다. 포도를 따먹지 못한 여우는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그 상황을 합리화합니다. ‘저 포도는 덜 익어서 분명 실거야. 신 포도를 따봐야 먹지 못해.’ 그렇게 생각해버립니다. 사실 그 포도가 신 것인지 단 것인지는 모릅니다. 만일 여우가 포도를 땄다면 ‘이 포도는 덜 익어서 실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포도를 따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포도가 시다’고 생각해버립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생각하며 살 때가 많이 있습니다. 심리학의 용어로 ‘합리화’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 한다면 변명입니다. 자기변명입니다. 우리 옛말에도 그것을 보여주는 속담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은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그런 말들이 다 변명거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속성을 꼬집는 말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합리화하고 변명할 때 가장 천재적이 된다.’

변명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변명이 때론 우리에게 잘못된 길로 가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을 합리화함으로서 잘못된 길로 가던 길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자기 합리화를 통해 변명하다가 하나님께 버림 받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사울이라는 이스라엘 초대 왕입니다. 사무엘상 15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사울 왕에게 아말렉과 전쟁을 해서 아말렉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십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사울 왕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아말렉 왕 아각을 사로잡아 왔고, 양과 소 중에서 살지고 좋은 것을 죽이지 않고 산 채로 가져왔습니다. 모두 죽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사울 왕에게 사무엘 선지자가 묻습니다. ‘왜 하나님의 명령대로 아말렉 사람이나 짐승을 다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 왔습니까?’ 그러자 사울 왕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여호와의 말씀대로 하려고 했으나 백성들이 좋은 것을 가져다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자고 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사울 왕은 자신이 한 일을 백성들 때문이었다고 변명을 합니다. 결국 사울 왕은 하나님께 버림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의 모습이 그와 같지는 않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우리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변명을 함으로서 올바른 길로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열 명의 나병환자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던 길이었습니다. 한 마을에 들어가시자 거기에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성경에 나병환자는 부정한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나병에 걸리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습니다. 나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헤어져야 합니다. 나병환자들끼리 격리된 장소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가져다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근근이 살아야 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열 명의 나병환자들도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기들끼리 모여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중에 자기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나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 기회를 통해서 예수님께 간청하여 나병을 치료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향하여 소리쳐 말했습니다.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본문 12절에 보면 그들은 ‘멀리 서서’ 그렇게 외쳤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병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병환자들은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 가까이 갔다가 다른 사람에게 부정을 옮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병환자들은 길을 갈 때에 ‘나는 부정한 사람입니다. 나는 부정한 사람입니다.’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하면 사람이 나병환자로부터 바람 부는 쪽에 있으면 나병환자는 90m쯤 떨어진 곳에서 ‘나는 부정한 사람입니다.’라고 외쳐야 하고, 바람 부는 반대쪽에 있으면 약 45m 떨어진 곳에서 ‘나는 부정한 사람입니다.’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나병환자가 사람들 가까이에 접근해오다가는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열 명의 나병환자들은 멀리 서서 예수님께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소리를 쳤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멀리서서 ‘불쌍히 여겨 달라’고 소리치는 그 열 명의 나병환자를 불쌍히 여겨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라’는 말씀은 ‘너희 병이 고침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율법에 의하면 나병에 걸린 사람이 고침을 받았을 때에는 반드시 제사장에게 가서 병이 나았음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제사장으로부터 나병이 고침 받았다는 확인을 받아야만 정상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은 순종을 전제로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들을 고쳐주신 다음에 ‘제사장에 가서 고침 받은 몸을 보여주고 고침 받았다는 것을 확인받아라.’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그들의 몸에는 나병이 있습니다.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사장에게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열 명의 나병환자들은 그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병이 치료되지 않았는데 그들은 제사장에게로 갔습니다. 그들이 제사장에게로 갔다는 말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신들의 병이 고침 받게 될 줄로 믿었다는 뜻입니다.

믿음은 눈에 어떤 확증이 보여진 후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따라 순종한 후에 증거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2장에 나오는 갈릴리 가나 혼인잔치에서도 그랬습니다. 결혼식 잔치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그 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대로 하라.’고 일러줍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하인들에게 ‘통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그것을 떠다가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연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포도주입니다. 그런데 하인들이 항아리에서 떠서 가져다 준 것은 그냥 물입니다. 하인들은 자신들이 떠다 준 것이 물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니까 그대로 순종했습니다. 그러자 그 물이 연회장의 손에 들려졌을 때에는 이미 포도주로 변해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물이 포도주로 변한 이후에 떠다가 연회장에게 가져다 준 것이 아닙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그 물을 떠다가 주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순종했더니,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순종은 기적을 만듭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열 명의 나병환자들도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순종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병이 깨끗이 치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순종함으로 기적을 경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은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기 위해서 가다가, 가던 도중에 고침을 받았습니다. 14절에 말씀합니다.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순종함으로 열 명 모두 나병이 치료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는 예수님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열 명의 나병환자들이 모두 깨끗함을 받았는데, 한 사람만 예수님께 돌아와서 감사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물으십니다.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하였으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여러분, 나머지 아홉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왜 그들은 자신들의 병을 고쳐주신 예수님께 와서 감사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들에게 ‘왜 당신들은 당신들을 치료해 주신 예수님께 와서 감사하지 않았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들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변명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제사장에게 먼저 가서 나병이 깨끗이 치료되었다는 것을 확인 받고 난 후에 오려고 했습니다.’ 꼭 굳이 지금 당장 감사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고침 받은 몸을 제사장들에게 보여주고 나병에서 치유되었다는 확인을 받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제사장으로부터 그런 확인절차를 밟지 않으면, 몸이 깨끗해졌을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부정한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제사장에게 찾아가서 나병으로부터 치료받았다는 것을 확인 받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아홉 명은 제사장에게 병 고침 받았음을 확인받은 후에 예수님께 오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 감사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을 먼저 하고 나서 감사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사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맙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제사장에게 가다가 나았음을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 그들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입니다. 평생 사랑하는 가족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저주와 모욕을 받으며 살아야 했는데, 고침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그 때 그들의 마음에 자신들을 고쳐주신 예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돌아와서 감사했던 한 사람은 바로 그 마음 그대로를 가지고 예수님께 와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9명은 제사장에게 먼저 갔습니다. 그들도 기쁨과 감사의 마음은 예수님께 돌아온 한 사람의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제사장에게 먼저 가서 나병이 고침 받았음을 확인받게 됩니다. 여러 가지 절차에 따라서 확인을 받습니다. 나병에 걸린 사람이 고침 받은 후에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을 레위기 14장에서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제사장은 새 두 마리를 잡아 나병에서 치료받은 사람의 몸에 그 피를 뿌립니다. 그리고 그 옷을 빨고, 몸에 모든 털을 밀고, 몸을 물로 깨끗하게 씻깁니다. 그리고 자기 장막에서 7일 동안 머물게 합니다. 마지막 7일째 되는 날에도 머리털과 눈썹 수염 등 모든 털을 밀고 몸을 깨끗하게 씻습니다. 그리고 8일째 되는 날에 양을 잡아서 하나님께 속죄제와 번제를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야 완전히 새사람이 됩니다.

그러기에 제사장에게 먼저 가서 몸을 보이고 깨끗해졌음을 확인 받은 후에 감사하려 했던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감사하려면 최소한 8일은 지나야 합니다. 8일이 지난 후에 그들이 예수님을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8일이 지난 후에는 처음 병고침을 받았을 때 가졌던 기쁨과 감사의 마음은 많이 사라지고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 나머지 9명이 나중에라도 예수님을 찾아와서 감사했다는 기록이 성경에 없습니다. 아마도 8일이 지나는 동안 그들의 마음에 있던 감사의 마음은 이미 사라져버렸는지 모릅니다. 아니 다 사라지진 않았을지라도 ‘굳이 예수님을 찾아가서 감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라도 예수님을 찾아가서 감사하겠다는 마음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감사하는 일과 용서를 구하는 일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감사할 수도 없게 되고, 용서를 구하는 일도 어렵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는 일은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처음 가졌던 감사의 마음이 사라지고 맙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감사합니다.’(Thank you)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감사하는 말을 뒤로 미루지 않고 그 즉시 감사를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격언에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혀에 붙기 전까지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없고, 더 먼저 해야 할 말도 없다는 뜻입니다.

감사를 미뤄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를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감사를 실험했다고 합니다. 어떤 마을에 날마다 아침에 집집마다 만원씩 조건 없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첫날 집집마다 만원씩 넣어주니까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하는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다가 돈을 가져갔습니다. 둘째 날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만원을 주고 가는 그 사람의 이야기로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서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주쯤 되자 동네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돈을 주는 사람을 기다렸고, 기다렸다가 돈을 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복 받으라’고 덕담도 해 주고 돈을 받아갔습니다. 그리고 소문은 이웃 동네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소문을 들은 이웃 동네 사람들은 ‘왜 우리에게는 안 주느냐’고 불평을 합니다. 세 번째 주쯤 되니까 동네 사람들은 더 이상 매일 돈을 주는 것에 신기해하거나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 주에는 돈을 받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마치 직장에서 일하고 월급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나는 넷째 주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매일 아침 돈을 주고 가던 그 사람이 그 날은 돈을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왜 돈을 안 주느냐’고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 대문을 발로 차면서 ‘내 돈은 어디 있느냐?’고, ‘당신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왜 오늘 돈을 안 주느냐?’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개중에 한두 명은 ‘그동안 어려운 불경기에 돈을 주신 것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오늘은 돈을 주지 않느냐?’고 화를 내거나 불평을 했습니다. 한 달 정도 매일 돈을 주었더니, 이제 돈을 받는 것이 감사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매일 받아 누리는 것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곤 합니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깨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 채 살기도 합니다. 매일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의 능력을 공급받아 살아오면서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고 살곤 합니다. 우리에게 가정을 주시고 그 가정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게 하셨는데, 우리는 내 가정에 주어져 있지 않는 것들로 인해 오히려 불평하며 살기도 합니다. 지금의 내 건강,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물질과 삶의 여유들, 내 삶에 깃들어 있는 작은 축복들, 이 모든 것들이 내게 너무 익숙해져서 이젠 그것들로 인해서 감사하지도 않고 그것들이 내게 기쁨이 되지도 못한 채 살곤 합니다.

여러분, 일상에서 잊어버린 감사는 없습니까? 예전에는 참 고맙고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내게 주어져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아오진 않으셨습니까?

우리는 종종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때론 그것이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가졌던 좋은 마음들이 사그라지고 맙니다. 감사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의 마음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감사하지 않아도 되는 논리를 만들어냅니다.

9명의 사람들이 예수님께 감사하러 오지 않은 데에는 그들 나름대로 변명꺼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자기들은 유대인이라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입니다. 자기들은 예수님께로부터 그렇게 고침 받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고침 받은 즉시 예수님을 찾아와서 감사의 인사를 했던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당시 유대인들로부터 무시당하며 살았습니다. 유대인이면서도 유대인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이방인보다 더 못된 놈들이라고 멸시를 당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한다면 ‘사마리아 사람을 만나면 부정 타고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사는 땅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병에 걸렸던 10명의 사람들은 그렇게 사마리아 사람을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유대인이고 한 사람이 사마리아 사람인데, 나병에 걸렸을 때에는 ‘너는 사마리아 사람이니까 우리와 어울리면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공동체로부터 쫓겨나 비참한 삶을 사는 - 처지가 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침 받고 난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지금까지 사마리아 사람과 함께 살았다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사는커녕 오히려 지난날이 불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침 받고 바로 감사하러 간 사마리아 사람을 보면서 ‘저 사마리아 사람과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은 율법에 순종해야 하기 때문에 제사장에게 가서 율법의 말씀을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풍요로우면 더 행복할 것 같고, 감사할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환경이 더 좋아지면 더 많이 감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에 주어진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마음에서 행복의 자리가 더 많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내게 주신 것에서 행복을 찾아 누리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것이 주어진 환경에 놓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게 주어진 삶에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지 못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 놓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감사를 잊어버린 채 살게 됩니다. 감사할 조건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 감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변명할 거리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변명은 결코 우리의 삶을 복된 길로 인도하지 못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변명에 능한 사람이 다른 일에도 능한 경우는 드물다. 변명하여 신뢰를 잃는 어리석은 사람보다 솔직하게 말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습니다. 변명은 우리의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잃게 만듭니다. 특별히 감사에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그 어떤 변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감사해야 할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감사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성 어거스틴(Sanctus Aurelius Augustinus, 354-430)은 매일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주님, 변명하려는 욕망으로부터 나를 구원하소서.”

감사에 변명이 없는 신앙이 되시길 빕니다. 하나님께 감사함에 익숙한 신앙인이 되시길 빕니다. 말씀에 순종하여 기적을 체험하지만, 감사함으로 우리는 더욱 크신 은혜 안에 거하게 됩니다. 감사하기 위해서 주님을 찾아온 한 사람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 2014년 7월 6일 주일낮예배-맥추감사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