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의 기도 ②

< 본문 - 잠언 30:7-9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소에 아주 구두쇠였던 아버지와 아들이 강가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만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아버지는 물속에서 ‘사람 살려!’라고 외치며 허우적거렸습니다. 아들 역시 수영을 못하는지라, 아버지를 구할 엄두를 못 내고 강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맞은편에서 젊은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아들이 다급하게 남자에게 뛰어가서 ‘저희 아버지가 물에 빠졌는데 도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만약 당신 아버지를 구하러 물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내 옷이 모두 젖을 겁니다. 그러니 10만원을 준다면 당신 아버지를 구해주겠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대부분은 ‘돈은 얼마든지 상관없으니 어서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세요!’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은 “10만원은 너무 비싸요. 7만원으로 합시다.” 그렇게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격을 흥정하고 있을 때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아버지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뭐라고? 이 망할 녀석! 얼마를 주겠다고? 5만원이면 충분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남자에게 “들으셨죠? 5만원에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렇게 다시 흥정을 합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정 그렇다면 5만원에 당신 아버지를 구해 줄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결국 물에 빠진 아버지는 그대로 물속에 잠겨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오늘 우리 시대를 풍자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는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돈의 힘이 엄청 큰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의 중심에도 대부분 돈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때론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더 귀하게 여기는 모습도 있고,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돈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순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돈에 지배를 받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돈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돈을 주인으로 섬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누가복음 16:13)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말씀은 신앙인으로 사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큰 위협의 세력이 있다면 그건 바로 돈이고, 그 돈의 지배를 받는 사람은 결국 하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마음에 주인은 오직 한 분 하나님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이 우리 마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버리면 우리 마음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자리가 없어지고 맙니다.

그렇다고 돈을 벌지 말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지 말라는 뜻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부자이기 때문에 돈에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난하기 때문에 돈에 노예가 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아굴은 돈에 지배받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하며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우리가 말씀을 나눴던 것처럼, 아굴이 평생 기도하는 두 가지 기도의 제목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헛된 것과 거짓말을 멀리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헛된 것을 추구하지 않고 거짓말을 멀리하는 삶을 한 마디로 한다면 정직하고 진실된 삶입니다. 아굴은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 앞에서 거짓이 없는 진실된 삶을 살고 싶다는 거룩한 마음으로 평생 기도했습니다. 우리의 머리에서 허황된 생각을 버리고 헛된 것을 따라가려는 마음을 제거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이 언제나 정직하게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음에 굳게 결심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를 정직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믿음을 따라 살지 않고 세상을 따라 살도록 말입니다. 믿음의 가치를 기준 삼아 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세상의 기준을 따라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의 유익과 자존심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며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변명거리와 자기합리화를 통해서 거짓말하는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여기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기도해야 합니다. 헛된 것을 추구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진실된 삶을 살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잠시라도 이 기도를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유혹의 자리에 빠지게 되고, 진실된 삶을 살지 못하게 됩니다.

아굴이 평생 기도하는 또 하나의 기도제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라는 기도입니다.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듣기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부자 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굴은 가난하지도 않고 부하지도 않게 살고 싶다고 기도합니다.

여러분, 아굴의 이 기도는 부자가 되기 싫다는 기도가 아닙니다. 반대로 죽어도 가난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기도도 아닙니다. 아굴이 이렇게 기도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너무 가난해서 하나님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부자가 되어서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하나님 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서 그렇게 기도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그렇습니다. 부유함으로 배가 부르면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모른 체 하고 살아갑니다. 지난주에 말씀을 드렸던 젊은 부자 관원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십시다. 젊은 나이에 이룰 것 다 이룬 사람입니다. 성공한 사람입니다. 부자입니다. 무엇 하나 모자랄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젊음도, 부유함도, 사회적인 성공도 그의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찾아와서는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청년에서 ‘계명을 따라 살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 청년은 ‘그런 계명은 어려서부터 다 지켰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니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누가복음 18:22) 부자인 자신의 재산을 다 팔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 청년은 근심하며 되돌아가고 맙니다. 그 청년이 근심하며 돌아간 이유를 성경은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큰 부자이므로.”(누가복음 18:23)

그 청년은 율법의 말씀을 다 지킬 정도로 신앙에 열정이 있었습니다. 또 그의 마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채워지지 않은 뭔가가 있음을 알고 영생을 얻고 싶은 갈망에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부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영생을 얻는 것보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과 영생을 바꾸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그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근심하며 되돌아갔습니다. ‘심히 근심하며 갔다’는 말씀은 영생을 얻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또한 포기할 수 없는 그의 마음 상태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부유함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람답게 사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때 미국의 최고 부자였던 록펠러(John D. Rockefeller, 1839-1937)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사상 전 세계 최고의 부자’에 선정된 사람입니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그는 부자인 만큼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자선 사업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는 5천여 개의 교회당을 건축했고, 시카고대학을 비롯해서 24개의 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이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여 지속적으로 구제와 사회봉사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가 그렇게 많은 교회와 학교를 세우는데 자신의 재산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갑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53세 때 당시 세계에서 단 한 사람밖에 없는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꿈대로 세계에서 제일 부자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억만장자가 되던 바로 그 해, 원형탈모증(alopecia)에 걸려 눈썹과 머리가 다 빠지게 되었고, 밤에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가 하루에 먹는 음식이라곤 비스킷 한 조각과 우유 한 잔이 전부였습니다. 그 많은 돈을 쌓아놓고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한 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몸은 비쩍 말라만 갔습니다. 그러다가 55세 때에 의사로부터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죽음을 준비하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일 때 그는 병원 로비에 걸려있는 성경구절을 발견하게 됩니다.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읽고 생애 처음으로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충격에 빠집니다. 문어발식 기업 경영과 이윤 추구에만 목숨을 건 인수합병, 그리고 착취를 일삼으면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자신의 재산을 베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5천여 개의 교회당을 세우고 24개의 학교를 세우게 된 것입니다. 록펠러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생애에 가장 행복한 날은 병원 수술비가 없어 울고 있는 가난한 모녀를 위해 비서에게 무명으로 병원비를 계산해 주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퇴원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였다.” 55세에 1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던 록펠러는 98세까지 장수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55세 이후의 록펠러, 그는 정말 자신이 가진 재산을 값지게 사용한 사람이었습니다. 부자라고 해서 하나님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재물을 기꺼이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소유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없고,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없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부자가 되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정말 우리가 지금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된다면 내가 갖고 싶은 것 다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런 말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돈으로 명품 침대를 살 수는 있지만 달콤한 잠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좋은 책은 살 수 있지만 지식과 지혜는 살 수 없고,

돈으로 맛있는 음식은 살 수 있지만 식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예쁜 장신구는 살 수 있지만 아름다움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좋은 집은 살 수 있지만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명품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을 살 수 없고,

돈으로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쾌락은 살 수 있지만, 진정한 기쁨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아름다운 외모는 살 수 있지만, 마음의 아름다움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사람은 살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예쁜 십자가상은 살 수 있지만 구원은 살 수 없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들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굴은 또한 가난하지도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가난으로 인해 하나님의 이름에 욕이 되는 삶을 살지 않도록 말입니다.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가난으로 인해 신앙에 위기를 맞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아굴의 기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오랜 가난으로 인해 굶주리다 보면 남의 것에 욕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옛말에 ‘사흘 굶어 담 안 넘을 놈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난과 그로 인한 굶주림은 우리 인간의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가난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왜 가난하지 않아야 하는지 하는 이유입니다. 아굴은 가난하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난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기도한 것이 아닙니다. 가난으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을까,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 때문에 ‘가난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가난이 우리의 삶을 참으로 비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가난 속에서 오히려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탤런트 김혜자 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잭 캘리라는 한 신문기자가 소말리아의 비극을 취재하다가 겪은 체험담입니다. 기자 일행이 수도 모가디슈(Mogadishu)에 있을 때, 그때는 기근이 극심한 때였습니다. 기자가 한 마을에 들어가자 마을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 기자는 그 마을에서 한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온몸이 벌레에 물려 있었고, 영양실조에 걸려 배가 불룩했습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고, 피부는 한 백 살이나 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마침 일행 중의 한 사진기자가 과일 하나를 갖고 있어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허약해서 그것을 들고 있을 힘조차 없었습니다. 기자는 그것을 반으로 잘라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눈짓을 하더니 마을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기자 일행이 소년의 뒤를 따라갔지만, 소년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소년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한 작은 아이가 땅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눈은 완전히 감겨 있었습니다. 이 작은 아이는 소년의 동생이었습니다. 형은 자신의 동생 곁에 무릎을 꿇더니 손에 쥐고 있던 과일을 한 입 베어서는 그것을 십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생의 입을 벌리고는 그것을 입 안에 넣어주고서 동생의 턱을 잡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동생이 먹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기자 일행은 그 소년이 자기 동생을 위해 보름 동안이나 그렇게 해온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결국 그 소년은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동생은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여러분, 이런 가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지구촌에는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가난하다는 말조차 하기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가난 때문에 종종 하나님을 외면하곤 합니다. 가난 때문에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기도 하고, 가난하고 힘들다는 것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살곤 합니다. 그게 우리 인간입니다.

여기에 아굴의 지혜가 있습니다. 아굴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어도 결코 하나님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삶이 지금보다 많이 부유해지면 자신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게 될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필요 없다고, 하나님이 내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아무리 가난해도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이 너무 가난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을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절대로 하나님께 욕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그게 지금의 다짐처럼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너무 부하게도 마시고, 너무 가난하게도 말아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굴의 믿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믿음이 약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뀔 때 그렇게 염려스러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본 결과 얻어낸 결과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신앙에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0:12절에서 이렇게 경고합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나는 믿음 위에 견고하게 서 있어. 나는 결단코 믿음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장담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언제 유혹 앞에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깨어 있어 기도해야 합니다.

아굴이 ‘부하게도 마시고, 가난하게도 말아 달라’는 기도를 드린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자신의 상황이 자신의 믿음을 왜곡시킬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부유함과 하나님 사랑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 한다면 당연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택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는 것이 모든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라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바람은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굴의 기도요 고백입니다.

그렇게 살았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시스의 성 프랜시스(St. Francis, 1181-1226)입니다. 그는 큰 포목상을 경영해서 돈을 많이 벌어 거부가 된 아버지 아래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자신의 산업을 훌륭하게 잘 이어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프랜시스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난 후에 하나님께 헌신된 삶을 살기로 작정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가지나 여러 가지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면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을 했습니다. 참다못한 아버지가 프랜시스를 여러 번 꾸짖었지만 프랜시스는 그런 일을 계속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아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맙니다. 아들을 법관에게로 끌고 가서 ‘이제 이 놈은 내 아들이 아니니 호적에서 이 놈 이름을 제거해 달라.’고 청원을 하게 되고, 법관도 결국 프랜시스를 ‘그의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맙니다. 그 때 프랜시스는 자신이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다 벗어서 자기 아버지 앞에 갖다 놓고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받으세요. 앞으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를 돌봐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간직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물려받을 수 있는 엄청난 상속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평생 ‘맨발의 성자’로 살게 됩니다.

그가 드렸다는 유명한 기도는 지금도 우리의 가슴에 감동을 줍니다. “주여,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삼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의 씨앗을 심게 하시고,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의 씨앗을 심게 하시고,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의 씨앗을 심게 하시고,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의 씨앗을 심게 하시고,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의 씨앗을 심게 하시며,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의 씨앗을 심게 하소서. 오 주님!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게 하시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게 하시고,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여러분, 우리의 기도를 좀 더 성숙되게 하십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내 평생 우리 주님의 이름에 영광이 되는 기도를 드리십시다. 지금보다 좀 더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삶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지금보다 좀 더 내 삶에서 거룩한 향기가 나도록 기도하십시다. 지금보다 좀 더 사랑하며 살도록 기도하십시다. 무엇보다도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이름이 영광을 받으시고,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기뻐 웃으시며 미소 지으시게 하는 성도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그런 우리의 기도는 주님을 기쁘시게 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대로 우리는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게 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기대입니다.

< 2014년 7월 2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