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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7-17 10:22

여호와께서 선으로 갚아 주시리라 <7월 17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여호와께서 선으로 갚아 주시리라
본문 - 사무엘하 16:5-14

한 꼬마가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을 들고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운동장에서 꼬마는 공을 높이 던져놓고 “나는 최고의 타자야!” 그렇게 중얼거리고선, 내려오는 공을 향해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꼬마는 공을 치지 못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공을 다시 주워들고서 또 중얼거립니다. “나는 최고의 타자야!” 그리고는 공을 높이 던져놓고 다시금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방망이는 공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방망이는 여전히 공을 맞추기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공을 공중에 던져 놓고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역시 방망이는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꼬마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최고의 투수야. 아무도 내 공을 못 치잖아!”
여러분, 최고의 타자가 되느냐 아니면 최고의 투수가 되느냐 하는 것은 꼬마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수없이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번번이 공을 맞추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을 타자가 아닌 투수라고 생각하면 공을 치지 못한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생각의 차이, 아니 해석의 차이일 뿐입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의 이야기입니다. 다윗은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믿음의 위인들 가운데 하나님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고, 하나님께 인정을 받은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맞는 사람”(사도행전 13:22)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다윗은 하나님께 인정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 다윗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나님께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습니까? 다윗이 정치를 잘 해서입니까? 다윗은 정치를 뛰어나게 잘 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윗은 자기 아들 압살롬에게 배신을 당합니다. 다윗이 왕으로 있을 때, 그의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킵니다. 만일 다윗이 정치를 잘해서 온 백성들이 다윗을 따랐다면, 압살롬은 반역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킬 때에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인 다윗을 거부하고 압살롬을 따랐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장에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키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15:13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스라엘의 인심이 다 압살롬에게 돌아갔나이다.” 다윗의 신하가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킬 때에 상황을 보고한 내용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압살롬에게 가버렸다는 것입니다. 만일 다윗이 정치를 잘해서 백성들에게 신임을 얻었다면 백성들이 다윗을 더 신뢰했을 것이고,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키자 백성들이 다윗을 버리고 압살롬을 따랐다는 것은 다윗이 그만큼 정치를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다윗이 정치를 잘 해서 하나님께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면, 그러면 인품이 훌륭하거나 죄를 짓지 않고 선하게 살았기 때문에 하나님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다윗은 큰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자기의 신하인 우리아의 아내를 궁궐로 불러들여 간음죄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죄를 숨기기 위해서 충신이었던 우리아를 전쟁터에 나가 죽게 만듭니다. 간음죄에다 살인죄까지 저질렀습니다. 왕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남의 아내를 궁궐로 불러들여 간음을 저지르고, 그 죄가 들통날까봐 충신을 죽인다는 것, 여러분, 이게 말이 됩니까? 요즘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그런 죄를 지었다면 그의 정치생명은 그것으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누구나를 막론하고 그런 죄를 지은 사람을 존경하거나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간음죄와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임에도 하나님께서 그를 사랑하셨고, 그를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그렇게 사랑하셨을까요? 다윗의 어떤 면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게 만들었을까요? 정치를 잘 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뛰어나게 성결한 삶을 산 것도 아닙니다. 정치도 잘못 했습니다. 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셨을까요?

오늘 본문에서 왜 다윗이 하나님께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켰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압살롬의 반역으로 이스라엘의 많은 백성들이 다윗을 버리고 압살롬을 따르자 다윗은 도망길에 오르게 됩니다. 도망가지 않으면 아들의 손에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을 성경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다윗이 감람산 길로 올라갈 때에 그의 머리를 그가 가리고 맨발로 울며 가고”(사무엘하 15:30) 머리를 가렸다는 것은 머리를 풀어헤쳤다는 말입니다. 이스라엘 풍습에 머리를 풀어헤쳤다는 것은 아주 극심한 슬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머리는 권위와 명예의 상징입니다. 아들 압살롬의 반역은 다윗에게 더할 수 없는 슬픈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왕으로서의 모든 권위나 명예를 잃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면서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맨발로 도망갔다”는 말은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급하게 도망가야 했던 상황을 설명한 말입니다.
감람산 길은 예루살렘 동편 유대 광야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유대광야를 지나면 요단강이 나오고, 요단강을 건너면 보다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길로 급하게 도망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비참하고 불쌍한 모습으로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급하게 도망치다가 예루살렘에서 약 4km정도 떨어져 있는 바후림이라는 곳에 갔을 때, 시므이라는 사람이 도망치는 다윗의 일행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다윗 왕에게 돌을 던지면서 저주합니다. “피를 흘린 자여! 사악한 자여! 가거라 가거라.” 이 말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말한다면 ‘사울 왕과 왕족을 죽인 살인마야! 이 땅에서 꺼져버려라.’ 그런 말입니다.

오늘 본문 5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시므이는 사울 왕의 친족입니다. 사울 왕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그 시므이는 다윗이 사울 왕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윗이 사울 왕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사울 왕과 요나단을 비롯한 4명의 왕자는 블레셋과 전쟁하던 중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시므이는 다윗이 사울 왕을 죽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울 왕 역시 살아 있을 때에 다윗이 자신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해서 틈만 나면 다윗을 죽이려 했습니다. 시므이도 그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다윗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사울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윗이 사울을 제거하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다윗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다윗이 아들 압살롬의 반역 때문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급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속으로 통쾌했을 것입니다. 다윗을 싫어하지만 왕이 된 다윗에게 욕을 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식에게 왕좌를 빼앗기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서 마음껏 다윗을 저주하는 것입니다. ‘꺼져버리라’는 말은 너 같은 놈은 우리나라에 살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참에 이방 땅으로 도망가서 다시는 이 땅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저주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에서 떠난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더군다나 이방 땅에 가버리라는 말은 이방인으로 취급하겠다는 뜻입니다.
시므이는 그렇게 말로 다윗을 저주할 뿐만 아니라, 돌을 던졌습니다. 돌을 던졌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극도의 분노를 나타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13절 말씀에 의하면, 한두 번 그러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다윗의 뒤를 따라오면서 저주하고 돌을 던지며 먼지를 날렸습니다.

시므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윗과 함께 갔던 신하들은 대단히 화가 났습니다. 비록 압살롬의 반역 때문에 지금은 몸을 피하여 도망가고 있지만, 그래도 왕인데 왕을 향해서 그렇게 저주하고 모욕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리 밉다 하더라도 왕인데 왕에게 그렇게 저주할 수 있습니까? 화가 난 신하들이 다윗 왕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 왕을 저주하는 저 놈을 가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당장 가서 그놈의 목을 베어오겠습니다.’ 그러자 다윗 왕이 신하들을 만류합니다. 죽이지 말라고 그냥 가만 놔두라는 것입니다.
다윗인들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아들에게 반역을 당해 도망치는 것도 억울하고 분한 일인데, 한 늙은이가 나타나서 저주를 하는데 어찌 가만 내버려두고 싶겠습니까? 그런데도 다윗은 시므이의 저주하는 말을 듣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합니다. “내 몸에서 난 내 자식도 아버지에게 반역을 일으키고 내 목숨을 노리는데, 사울의 친족인 그가 나에게 저주하는 것이 어찌 당연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본문 11절에서 아주 중요한 말을 덧붙입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그가 저주하게 버려두라.”
다윗은 시므이의 저주를 단순히 한 사람의 저주로 듣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책망하시는 소리로 들었습니다. 다윗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당한 이 비극이 결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압살롬의 반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싹트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바로 다윗 자신입니다. 밧세바와의 범죄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밧세바와의 범죄 이후에 나단 선지자의 예언처럼 다윗의 삶에는 여러 가지 징벌이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한 이 일 역시 그 죄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의 하나입니다. 다윗은 그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므이의 저주를 그렇게 받아들인 것입니다. 자신을 책망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말입니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다윗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심란한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을 것입니다. 왕인데, 왕이 반역을 당했다면 어찌 그 마음이 정상이겠습니까? 더군다나 아들에게 반역을 당했는데, 그 마음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스스로에게도 화가 날 뿐만 아니라, 지금 당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을 한다면 금방이라도 억눌려 있던 분노가 폭발할 것입니다. 어쩌면 함께 피난길에 오른 신하들은 마음 졸이며 따라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윗 왕의 행동 하나하나에, 또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마음 졸이며 따라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느 누구도 다윗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므이가 그렇게 연신 저주하면서 따라오는데, 어찌 그 상황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지금의 마음 상태라면 신하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다윗이 먼저 ‘저놈을 당장 죽이라’고 명령해야 맞습니다. 이렇게 도망가는 것도 억울하고 분한데 저주를 하다니,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시므이의 저주를 달게 받습니다. 그것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습니다. 못난 자신을 책망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말입니다.

이것이 다윗의 위대한 모습입니다. 다윗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믿음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믿음을 소유한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 신앙은 재해석입니다. 우리에게 당한 일을 신앙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그 재해석을 통해서 용기를 얻고, 그 재해석을 통해서 마음에 평안을 얻고, 그 재해석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가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다윗이 그랬습니다. 아들의 반역으로 도망가야 하고, 시므이의 저주로 인해서 마음에 큰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윗은 지금 자신이 당한 현실을 믿음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상황이 억울한 상황이 아니라 나의 잘못에 대한 하나님의 꾸중이라고 재해석합니다. 시므이의 저주를 자신의 잘못을 책망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재해석했습니다. 이것이 믿음입니다.

신앙은 우리의 삶을 현상 그대로 보지 않게 만들뿐만 아니라, 현상 그대로가 아닌 신앙으로 재해석하게 만듭니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문제를 끌어안고 고민하며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든 문제를 재해석합니다. 이 문제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뭔가를 이루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때론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정확하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에게 더 나은 것을 주시기 위한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기에 현실의 문제를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갑자기 건강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주 병원에 입원하신 집사님을 병문안했습니다. 그 때 집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나 자신을 성찰할 시간도 없었고, 하나님의 일에도 너무 많이 소홀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앞만 보고 달려온 저의 걸음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입원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신앙의 재해석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낙심이 됩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아픔과 고통, 건강 잃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듣습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신앙은 죽음까지도 재해석합니다. 제가 서울 산돌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할 때입니다. 경로대학을 맡아 사역하던 중에 큰일을 겪었습니다. 울릉도로 2박 3일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출발하던 날 아침, 여주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던 중에 경로대학 학생 한 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찾아보니 식사를 하기 전에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실 안에서 쓰러지신 것입니다.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그분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모든 수학여행 일정은 취소되었고,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우리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이셨고, 그분의 아들 가운데 한 분이 우리 교회에 다니셨는데, 아들과 사둔의 권유로 경로대학에 다니신 분이었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저는 마음이 무거웠고, 그분의 자녀들 보기에 너무너무 죄송했습니다. 제가 경로대학의 책임자로 학생들을 이끌고 여행을 가다가 난 사고였기 때문입니다. 장례를 치룬 후에 돌아가신 분의 자녀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우리 교회에 다니던 아드님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에 다니지 않은 아드님들까지 다 오셔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여행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이번에 울릉도로 여행을 가신다고 할 때에도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릅니다. 어머님이 당신이 좋아하시는 여행을 가시다가 세상을 떠나 천국으로 여행을 가셨으니 이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많이 두려웠습니다. 장례를 끝내고 자녀들이 교회에 와서 떼를 쓸 수도 있습니다. 책임을 묻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교회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감사한 일이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저에게도 ‘수고하셨다’고,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 것’이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 후 그분은 저에게 얼마나 잘 대해주시는지 모릅니다. 제가 서울을 떠나온 후에도 몇 년 전까지 매년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고, 서울에 가 만날 기회가 되면 늘 식사를 대접해 주곤 하십니다.
어머님의 갑작스런 죽음도 믿음으로 재해석하니까 힘든 상황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지고 교회에 덕을 세우는 일이 되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을 ‘믿음장’이라고 말합니다. 오직 믿음을 따라 살았던 믿음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믿음의 영웅들의 특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세상의 가치나 생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믿음으로 재해석하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믿음으로 재해석하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심지어는 죽음조차도 재해석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믿음장의 마지막 부분은 박해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감옥에 갇히는 것은 다반사였고, 어떤 사람은 광야나 산으로 내쫓겨 방황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신앙 때문에 돌에 맞아 죽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불구덩이에 던저져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칼에 목 베임을 당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사자 밥이 되어 죽어야 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약자였습니다. 박해하면 박해를 받아야 했고, 감옥에 가두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감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돌을 던지면 맞아야 했고, 조롱하면 조롱을 당해야 했습니다. 채찍질을 하면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맞아야 했고, 죽이면 죽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들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히브리서 11:38) 박해 받은 사람이 세상을 이겼다는 말씀입니다. 세상이 더 힘이 있고, 세상이 신앙인을 이긴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을 박해했고, 신앙인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사건을 재해석합니다. ‘오히려 신앙인이 세상을 이겼다’고 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왜 박해받고 죽임당한 사람이 세상을 이긴 것입니까?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 아닙니까? 비록 세상에서는 힘없이 당했지만, 그들이 당한 것은 더 큰 세상, 더 영원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나라를 소유했습니다. 그래서 비록 세상의 권력과 힘에 의해서 박해를 받고 죽임을 당했음에도 그들이 이긴 것이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우리가 죽음을 신앙으로 재해석하면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사실 죽음은 이 세상과의 이별입니다. 그래서 슬픔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죽음이 세상과의 이별이라고 말하지 않고, ‘영원한 세상으로의 이사’라고 알려줍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도 좋은 세상이지만, 이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좋은 천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은 두려움이나 슬픔이 아니라 기쁨입니다. 그러기에 죽음을 신앙으로 재해석하면 기쁜 일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기쁜 일인데, 왜 죽음이 두렵겠습니까?

여러분, 신앙은 내가 당한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믿음으로 재해석하면 우리의 삶을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윗은 오늘 본문 12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혹시 여호와께서 나의 원통함을 감찰하시리니 오늘 그 저주 때문에 여호와께서 선으로 내게 갚아 주시리라.” 이것이 다윗으로 하여금 지금의 상황을 신앙으로 재해석하게 만들어준 이유입니다. 분명 지금의 상황은 억울합니다. 원통합니다. 시므이가 한 말이나 행동은 자신을 향한 저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바꾸어주실 것입니다. 억울함대로 내버려두지 않으실 것이고, 저주를 저주로 끝나게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내게 선으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그걸 알기에 지금의 힘든 상황에도 낙담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저주하는 시므이에게 복수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우리가 당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모른 척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선하게 바꾸어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까지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선으로 갚아주십니다. 이게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재해석하며 사십시다. 현실을 현실 그대로만 바라보지 말고,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사십시다. 그러면 언젠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역사해 주실 것입니다.

<2011년 7월 10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