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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3-06 10:28

변화산 아래로 <3월 6일 - 산상변모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변화산 아래로
본문 - 누가복음 9:37-43

사람은 종종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일상의 삶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을 통해 새로움을 느끼고, 그 새로움 속에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척박한 곳을 찾아 여행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치도 좋고 살기도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행은 여행일 뿐입니다. 여행을 갔다가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 살지는 않습니다. 여행은 여행으로 끝날 뿐입니다. 그곳이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여행하다 보면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비록 내 집이 그곳보다 초라할지라도, 또 지금 내 삶의 자리가 아무리 문제가 많고 힘든 일이 많다 하더라도 반드시 내 자리로 돌아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여정도 여행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들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해야 했고, 죄인들과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시기 위해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고향은 베들레헴이었고, 사역의 고향은 가버나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진짜 고향은 하늘나라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태어나시기 전에 하늘나라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계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여행을 마치시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곳도 하늘나라였습니다.
하늘나라로 돌아가시기 전에 예수님께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예루살렘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의 마지막은 예루살렘이고,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공생애가 늘 지향하는 곳은 예루살렘이고 십자가입니다. 이 땅에서의 삶의 마지막 종착역이 예루살렘이기에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십자가를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하게 걸어가셨습니다. 특별히 누가복음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의 생애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것은 단 세 번밖에 없습니다.
태어나신 후 40일이 지났을 때 정결예식을 행하기 위해서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겨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셨습니다. 두 번째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것은 12살 때였습니다.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이제는 자기 스스로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하나님의 율법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는 의미로 ‘언약의 아들’이 되는 의식에 참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것은 생애 마지막에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공생애 기간 동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것을 단 한 번밖에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 올라가신 마지막 여행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생애는 늘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는 길목이었습니다. 그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것이 변화산에서부터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날 제자 가운데 베드로와 요한과 안드레만을 데리시고 높은 산에 기도하러 올라가셨습니다. 그 때 함께 갔던 세 명의 제자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던 중에 그 모습이 영광스럽게 변화되신 것입니다. 옷이 희어져 환하게 광채가 나는데 눈이 부시도록 광채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몇백 년 전에 죽은 모세와 엘리야가 그곳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러분,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지 아십니까? 예수님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느냐 하는 것을 알아야 예수님께서 왜 변화산에 올라가셨는지, 그리고 변화산 사건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1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영광 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 새.”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신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구약을 대표하는 두 사람 -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 중에 나타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곧 예루살렘으로 가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거기서 죽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변화산에 올라가지기 전에 예수님께서 그것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22절입니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삼 일에 살아나야 하리라.”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하여 “주님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하자,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당신이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하신 지 8일 후에 변화산에 올라가신 것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걸음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바로 이어서 51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이제 예루살렘에 올라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십니다. 그 길이 영광의 길이 아니기에 굳게 결심하고 가셔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길이 영광을 누리는 길이요, 인기를 얻는 길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그 길을 가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는 길은 결코 명예나 인기나 영광을 얻기 위한 길이 아닙니다.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서 가시는 길입니다. 고난의 길입니다. 죽음의 길입니다. 그러기에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셨습니다.

그 길을 알지 못했던 변화산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가tu야 하는 길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지금의 황홀한 영광에만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이 영광스런 모습으로 변화되고, 구약시대에 살았던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자 그곳은 마치 천국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잠을 자다가 문득 깨어 그 영광스러운 모습을 본 베드로가 모세와 엘리야가 떠나려는 순간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변화산 여기가 좋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머물러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 때 변화산에 구름이 자욱하게 덮이더니 이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이 말씀은 초막 셋을 짓고 변화산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은 베드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라는 것입니다.
그 음성이 그치자 제자들의 눈에는 오직 예수님만 보였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변화산에 계속 머물 것인가, 아니면 변화산 아래로 내려갈 것인가는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변화산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이 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 ‘거기에 머물러 있자’고 하셨는지, 또는 ‘내려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지,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록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 본문 37절에 말씀한 것처럼 다음날 그들은 산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다음날 변화산에서 내려왔다는 말씀은 그들이 그날 저녁 하룻밤 변화산에 편히 머무르며 휴식한 후에 이튿날 내려왔다는 뜻이 아닙니다. 변화산 사건이 밤중에 일어났고, 변화산 사건을 체험한 후에 그들은 곧바로 변화산을 내려와야 했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변화산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내려가야 한다고 말씀하지는 않으셨어도 내려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변화산은 더 이상 머물러 있어야 할 곳이 아닙니다. 그곳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고, 하늘의 영광이 가득 임했던 곳이라 하더라도 예수님과 제자들이 머물러 있어야 할 곳은 아닙니다. 그들은 변화산 아래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변화산 아래는 어떤 곳입니까? 그들이 전날 밤 체험했던 변화산과는 엄청나게 다른 곳입니다. 변화산에는 하늘의 영광이 가득했던 곳입니다. 떠나고 싶지 않는 곳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신비함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변화산 아래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변화산을 내려오신 예수님은 이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셔야 합니다. 고난을 향하여, 죽음을 향하여 가셔야 합니다. 영광의 길이 아닙니다. 고난의 길입니다. 인기를 얻는 길이 아닙니다. 죽어야만 하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그 길을 가시기 위해서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셨습니다. 어쩌면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도 변화산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으셨을지 모릅니다. 그곳에 머물면 고난의 길을 가지 않아도 됩니다. 십자가를 지지 않아도 되고,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셨습니다. 고난의 길을 가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신 예수님 - 그게 예수님이 가셔야 하는 사명의 길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산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서 내려오셔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걷는 사명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명의 길에 늘 영광과 기쁨만 가득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위해 사는 우리의 삶이 축복들로만 가득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명의 길을 간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나를 격려해 주기에 담대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사명의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입니다.
우리가 종종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삶에는 고난이 없을 것이라고,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길에는 하나님께서 도우시기에 늘 형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해하기 때문에 사명의 길을 가겠다고 굳게 결심하고서도 때로 낙심하게 되고, 때로 시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예수 믿는 것도 그렇습니다. 예수 믿으면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으면 고난 대신 기쁜 일만 있고, 문제 대신 형통함만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의 길을 가신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위해서 고난의 길을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 목에 태인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합니다. 그게 신앙의 길입니다. 그게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는 삶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두 제자를 데리고 가시다가, 두 제자에게 십자가를 하나씩 주시면서 ‘내가 이 길 끝에서 기다릴테니 각각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내가 있는 곳까지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지고 가는데, 다른 한 제자는 지독히도 힘들게 십자가를 지고서 뒤쳐져 따라갑니다. 십자가를 짊어진 지 하루 만에 첫 번째 제가가 예수님이 계신 곳에 도착하여 그 십자가를 예수님께 넘겨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제자에게서 십자가를 건네받으신 후에 제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아주 잘했다.”
다른 제자는 그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주님이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주님이 계신 곳에 도착하자마자 지고 왔던 십자가를 주님 밭 아래 내동댕이치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주님,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왜 저에게는 훨씬 무거운 십자가를 주셨습니까? 제가 이제사 온 것도 그 때문이라구요!” 주님은 안타까운 얼굴로 제자를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십자가는 둘 다 똑같은 무게였느니라.” 그러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두 번째 제자가 말합니다. “그러면 왜 먼저 간 제자는 그렇게 쉽게 십자가를 지고 갔는데, 왜 저는 무거워 쩔쩔맸단 말입니까?” 주님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십자가를 탓하지 말거라. 너는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줄곧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느냐? 네가 불평할 때마다 십자가가 점점 무거워진 것이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면 십자가는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불평하고 원망하며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은 그 십자가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십자가는 누구나 지고 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사명을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우리 신앙인은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예수님의 제자들의 어깨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것을 벗어버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벗어버리려 하면 할수록 우리의 십자가는 더욱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내게 왜 이런 십자가를 주셨느냐고 불평해서도 안 됩니다. 불평하면 할수록 십자가는 더 무거워질 뿐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변화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변화산 아래에서는 지나간 밤에 난리가 났습니다. 한 사람이 귀신들려 고생하는 아들을 고쳐달라고 데리고 왔는데, 예수님이 안 계시는 사이에 제자들이 그를 고쳐보려고 했지만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 그 상황이 상상되십니까? 예수님도 안 계십니다. 어떤 사람이 귀신들린 아이를 데려왔는데,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고 하고 쓰려져 경련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고통으로 인해 자기의 몸을 상해하기도 합니다. 제자들이 아무리 ‘귀신아 물러가라’고 외쳐도 귀신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만 계셨다면 아주 쉽게 예수님께서 고쳐주셨을텐데, 예수님은 변화산에 올라가셨기에 제자들만 있었습니다. 귀신을 쫓아낼 수도 없었고, 쓰러져 거품을 물며 경련을 일으키는데 고칠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쩔쩔매고 있을 뿐입니다. 그게 변화산 아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변화산에 데리고 가셨던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바로 그 현장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문제가 많고 복잡한 세상이더라도 제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거기입니다. 하늘의 영광이 가득한 변화산의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합니다. 그곳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거두어가실 때에는 변화산에서 경험한 것보다 더 영광스럽고 황홀한 하늘나라에 영원히 살게 될 것이지만, 우리가 지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변화산 위가 아니라 변화산 아래입니다.
변화산 아래에 내려오신 예수님께서는 귀신들린 아이를 고쳐주지 못한 제자들을 책망하셨습니다. 믿음이 없다고 책망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오늘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라고 하면서,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너무 자주 믿음 없는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주님으로부터 책망들을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곤 합니다. 그러나 그게 우리의 현존입니다.
물 위를 걷는 베드로의 모습이 아니라,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허우적거리고 살려달라고 고함치는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멋진 고백을 하다가도 금새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가로막는 사탄의 종노릇하던 베드로의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십자가를 향하여 묵묵히 걸어가신 주님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누가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냐’고 다투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주님의 뒤를 따른다고 하면서 높은 자리를 구하고 세상에서 영광을 얻고 싶어 안달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변화산 위에 머물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책망 받는 그 자리, 귀신들린 아이 하나 고쳐주지 못해서 쩔쩔 매고 있는 그 자리로 내려가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주님께서 친히 해결해 주십니다. 변화산 아래서 제자들이 고쳐주지 못한 귀신들린 아이를 주님께서 깨끗하게 치유해 주셨습니다. 주님과 제자들이 변화산 위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 아이는 고침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변화산 위에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그 아이는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셨기 때문에 그 귀신들린 아이가 고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주님은 때로 우리를 변화산으로 불러 주십니다. 변화산의 영광스런 경험을 세 명의 제자들만 했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우리에게만 특별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도 하십니다. 병을 고쳐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나에게 기적 같은 역사를 베풀어주시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그런 특별한 경험은 한번이면 족합니다. 언제나 그런 기적 안에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금 우리는 문제투성이고 상처투성이인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세상이 우리의 삶의 현장입니다.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의 자리입니다.
우리가 주일이 되면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예배당에 나옵니다. 찬송을 부르며 예배를 드릴 때에는 세상의 모든 걱정을 다 잊을 수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우리의 가슴에 가득 담을 때에는 ‘여기가 천국인가’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여기는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곳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시 우리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갈등하고 아웅다웅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가득한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만 변화산 아래로 내려가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셨듯이, 우리가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나갈 때에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제자들이 고쳐주지 못한 귀신들린 아이를 주님께서 고쳐주셨듯이, 우리와 함께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신 주님께서는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기도할 때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십니다.
여러분, 주님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변화산 아래로 제자들과 함께 내려오신 것처럼,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주님께서 해결해 주십니다. 주님이 변화산 위에만 계신다고 착각하지 마십시다. 주님은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셨습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예배를 드리고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가야 가야 합니다. 자식들의 문제로 골머리가 아프고 남편이나 아내가 때로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우리는 가정이란 우리의 삶의 자리로 내려가야 합니다. 상사들이 나를 괴롭히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이 별로 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또다시 직장이라는 삶의 자리로 내려가야 합니다. 장사가 잘 안 되고 노력하는데도 힘만 들 뿐 얻어지는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는 다시 우리의 일터라는 삶의 자리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과 같은 말씀을 하고 있는 마가복음 9장에 보면, 오늘의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고쳐주신 후 예수님과 제자들이 집에 들어갔을 때, 제자들이 조용히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왜 우리는 귀신을 쫓아내지 못했습니까?”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해 주십니다.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 기도만이 해답이라는 것입니다. 기도가 해답이라는 말씀은 기도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도와주신다는 말씀입니다. 기도하면 주님께서 도와주십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하면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신 주님께서 도와주십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에 문제가 많이 있습니까? 어려운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십니까?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계십니까? 십자가를 지고 가야하는 길이 너무너무 버겁습니까? 그 길에 우리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기도하며 나아갈 때 우리 주님께서 반드시 도와주십니다. 우리만 내려간다고 생각하지 마십시다. 주님이 반드시 함께 하십니다. 우리가 주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기도하면 주님께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십니다.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주님께서 우리 곁에 서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제자들과 함께 변화산 아래로 내려오신 주님은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2011년 3월 6일 주일낮예배 - 산상변모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