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또 유브라데로 가라
본문 - 예레미야 13:1-7


  ‘사랑은 오병이어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벳새다 광야에서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적이 있습니다. 날이 저물도록 말씀을 듣고 있던 군중들이 허기져 하는 모습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아이가 건네 준 작은 도시락 하나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오병이어(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어린아이의 한 끼 도시락이었습니다. 자신이 먹어야 할 도시락을 자신이 먹지 않고 예수님께 드렸다는 것은 희생입니다. 사랑의 희생입니다. 한 아이의 그 희생적인 사랑과 무리들을 향해 긍휼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오천 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랑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지요? 어떤 잡지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78세된 ‘엘리나’라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이 할머니의 평생소원 가운데 하나는 담배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담배를 끊기 위해서 금연클리닉에도 찾아가 도움을 받기도 했고, 약도 먹어보았습니다만, 그 때마다 담배를 끊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할머니가 50년 동안 노력해도 끊지 못했던 담배를 끊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할머니가 담배를 끊을 수 있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78세된 할머니가 79세 된 제이슨이라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늘그막에 78세의 할머니와 79세의 할아버지는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두 분은 남은 생애 함께 살자며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데, 한 가지 때문에 당신과 결혼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당신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소.” 그러자 할머니는 “그래요? 그럼 제가 담배를 끊도록 하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지난 50년 동안 그렇게 담배를 끊으려 해도 안 되던 것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담배를 끊었다는 것입니다. 그 잡지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할머니의 말로 기사를 마감지었습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사랑의 힘은 의지의 힘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좌절에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평범한 삶에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우리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남 유다가 멸망당하기 40년 전에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고 예루살렘이 멸망당할 때까지 활동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유다는 바벨론으로부터 세 차례 침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세 차례 침략으로 유다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고, 마지막 침략 때에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면서 결국은 나라가 멸망당하고 맙니다. 그게 주전 586년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벨론의 두 번째 침략이 가까웠을 때인 주전 597년경의 일입니다. 당시 바벨론은 호시탐탐 유다를 침공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유다가 바벨론을 배반했기 때문입니다. 여호야김이라는 왕 때에도 3년 동안 바벨론을 섬기다가 배반했습니다. 그럼으로 해서 유다는 바벨론의 1차 침공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시금 바벨론을 배신했습니다. 그러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바벨론이 두 번째 유다침공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가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됩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가서 베띠를 사서 허리에 띠고 물에 적시지 말라.”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베띠를 사서 허리에 띠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네가 허리에 띠고 다니는 그 베띠를 가지고 유브라데로 가서 바위틈에 감추라’고 말씀하십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는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하나님께서는 다시 예레미야에게 유브라데에 감추어놓았던 그 베띠를 찾아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레미야는 이번에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유브라데에 갔습니다. 가서 감추어놓았던 베띠를 꺼내보니 베띠는 이미 썩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가져오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있었기에 예레미야는 썩어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 그 베띠를 가져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베띠의 모습을 통해서 유다에게 당할 진노의 날을 예견해 주신 것입니다. 그런 행동에 대해서 본문 바로 이어 9절에서 해석을 해 주십니다. 유브라데 강가 바위틈에 숨겨놓았던 베띠가 썩은 것처럼 하나님께서 유다의 교만과 예루살렘의 큰 교만을 썩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여호야김을 이어 왕인 된 여호야긴 때에 바벨론이 두 번째 유다를 침공했습니다. 여호야긴은 18살에 왕이 되었습니다. 여호야긴이 왕위에 오르자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이 또다시 유다를 침공합니다. 이 두 번째 바벨론의 침공으로 이스라엘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여호야긴 왕은 왕이 된 지 석달 만에 바벨론에 포로가 되어 끌려가고 맙니다. 왕만 끌려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함께 포로로 잡혀가게 됩니다. 여호야긴 왕의 어머니와 아내들과 내시들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에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사로잡혀 가게 됩니다. 군인들 가운데는 용사라고 표현하는 군대 지휘관들과 용맹한 사람들이 포로가 되어 잡혀갔고, 대장장이를 비롯해서 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모두 끌려갔습니다. 성경은 아주 간단하게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결론지어줍니다. “비천한 자 외에는 그 땅에 남은 자가 없었더라.”(열왕기하 24:14)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 안에 있는 모든 진귀한 보물들과 성물들이 파괴되고 노략물로 빼앗기고 맙니다. 비록 나라가 멸망당한 것은 아니지만, 멸망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레미야가 허리에 차고 있었던, 그리고 유브라데 강가에서 썩어버린 베띠는 영광의 상징이었습니다. 베띠는 ‘아마’라는 1년생 식물로 만드는데, 목화산업이 발전되면서 그 쓰임이나 용도가 많이 약화되긴 하였지만, 고대로부터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 아마로 만든 베옷은 제사장들이 입었고, 미이라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이 아마로 만든 베옷만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베띠를 띠었다는 것은 거룩함과 영광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브라데 강가 바위틈에서 그 베띠가 썩어버린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유다 백성들의 교만을 썩게 하셨습니다. 교만이라는 말은 ‘탁월함’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대 백성들이 아무리 탁월함을 가진 백성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교만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의 그 탁월함을 꺾어 썩게 만드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벨론에 의해서 예루살렘 성전의 탁월함을 꺾어버리셨고, 하나님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다 백성들의 교만을 꺾어버리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유다 백성들의 교만을 꺾으시기 위해서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베띠를 사서 띠라고 하시고는, 그 베띠를 유브라데 강가 바위틈에 숨겨놓으라고 말씀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베띠를 썩게 만드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베띠를 썩게 하시기 위해서 유브라데 바위틈에 그것을 감추라고 하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유브라데는 예루살렘에서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창세기 2장에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것으로 기록된 유프라테스 강은 그 길이만도 약 2,700km나 됩니다.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찾아간 유브라데 바위틈이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예루살렘에서 유브라데 강까지는 가까운 곳이 500여 km나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레미야가 ‘유브라데 바위틈에 베띠를 감추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 유브라테까지 갔다 오기 위해서는 왕복 최소한 1000km나 되는 먼 길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오늘날같이 교통이 좋은 시대라면 이틀 정도면 다녀올 수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에는 교통이 좋지 않았습니다. 분명 걸어서 다녀와애 했습니다. 그렇다면 왕복 1,000km를 다녀오기 위해서는 빨리 갔다 온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 달 이상은 걸렸을 것입니다. 더구나 중동지역은 낮에 얼마나 뜨겁습니까? 그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그 먼 길을 걸어서 갔다 온다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는 길입니다.
  그럼에도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 험난하고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갔다 왔습니다. 가서 베띠를 유브라테 강가 바위틈에 숨겨놓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6절에 의하면 ‘여러 날 후에’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다시 가서 감추어놓았던 베띠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그 말을 들었을 때 예레미야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여러 날 후’라는 것이 얼마의 시간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예레미야는 그곳에 이미 다녀왔습니다. 그 길이 결코 가까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또 그 길을 다녀온다는 것이 즐겁게 여행하는 것처럼 쉬운 길도 아닙니다. 더구나 그 유브라데는 바벨론이라는 나라에 속한 지역입니다. 지금 바벨론이 군사를 이끌고 유다를 침공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곳에 유대인인 예레미야가 다시 한 번 갔다와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예레미야가 다시 가서 찾아와야 하는 그 베띠는 이미 썩어버린 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마로 만든 베띠나 베옷은 물기에 젖게 되면 더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브라데 강가 바위틈에 감추어놓았던 베띠는 이미 썩어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베띠를 썩게 하시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베띠가 썩은 것처럼 유다의 교만과 예루살렘의 큰 교만을 썩게 하실 것’이란 사실을 보여주시기 위해서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강가에 오랫동안 감추어놓음으로 베띠를 썩게 만드실 거라면, 그래서 그것으로 백성들에게 증거로 삼으시려 하신다면 굳이 그 먼 유브라데까지 갈 필요가 뭐 있나? 가까운 요단강 주변 어느 곳에다 숨겨놓고 썩은 후에 가서 가져오라고 하시면 될거 아닌가?’ 여러분, 그런 생각 들지 않았겠습니까? 베띠를 썩게 만드실 거라면 가까운 요단강 가에 숨겨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썩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먼 유브라데까지 가서 숨기라고 하시고, 이제는 또 가서 그 베띠를 찾아오라고 하시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두 말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행합니다. 왕복 1,000km가 넘는 그 멀고 험한 길을 가서 베띠를 감춰놓고 오더니, 얼마 후에는 ‘감추어놓았던 베띠를 찾아오라’는 말씀에도 아무런 불평하지 않고 가서 찾아옵니다. 분명 그 길은 힘든 길입니다. 너무나도 힘든 길입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두 말하지 않고, 불평 하나 하지 않고 그 먼 길을 가서 썩은 베띠를 찾아옵니다.
  예레미야는 왜 그렇게 먼 길, 힘들고 험한 길을 불평 하나 하지 않고 갔다 왔을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17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너희가 이를 듣지 아니하면 나의 심령이 너희 교만으로 말미암아 은밀한 곳에서 울 것이며 여호와의 양 떼가 사로잡힘으로 말미암아 눈물을 흘려 통곡하리라.” 예레미야는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자기 백성을 바라보면서 예레미야는 눈물을 흘리며 울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더구나 이제 곧 바벨론의 침공으로 인해 엄청난 비극이 벌어질 것입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자기 동족, 자기 백성들이 전쟁에 참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면 그 심정이야 두 말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통곡하며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예레미야는 그 먼 길을 두 번씩이나 다녀옵니다. 자신이 그렇게 고생의 길을 다녀와서 썩은 베띠를 보여줄 때 자기 백성이 그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돌이켜 회개하고, 그들에게 당할 진노의 날을 피할 수만 있다면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다녀올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지금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힘들고 먼 길을 두 번씩이나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내가 고생한다 하더라도 그게 고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우리 옛 부모님들이 그렇게 사셨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먹을 것 먹지 않고, 옷 하나 변변한 것 사 입지 않으시고 자식들을 위해서 죽도록 고생하셨습니다.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일어나서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들로 나가셨습니다. 그리고는 밤 늦도록 일을 하셨습니다. 허리가 다 휘어도, 무릎이 다 망가져도 자기 몸 챙기지 않고 죽도록 고생하셨습니다. 오직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걸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왜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영광과 찬양을 받으셔야 마땅한 창조주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을 떠나 죄악 가운데서 멸망을 향해 가고 있는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을 환영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적을 체험하고, 먹을 것이 주어질 때에는 구름떼처럼 예수님을 따르더니, 예수님께서 고난의 길을 가실 때에는 어느 누구도 예수님과 고난을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라고 외치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반기던 사람들조차도 불과 며칠 후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묵묵히 고난의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채찍질을 당하시고, 모욕을 당하시고, 저주를 달게 받으셨습니다. 온 몸에 채찍 자국으로 인해 선혈이 낭자하게 되어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길을 힘겹게 힘겹게 오르실 때에도 주님은 그 길을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통의 울부짖음 소리를 토해내면서도 그 길을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골고다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주님께서 왜 그렇게 고통을 당하셔야 했습니까?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말씀해 줍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이사야 53:4-6) 우리 주님은 당신이 죄를 지어서 징벌을 받으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잘못한 것 때문에 고난을 당하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죄악 때문에, 우리를 죄악 가운데서 살리시기 위해서 고난을 당하셨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주님은 그 고통의 십자가를 지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지셨고,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를 대신해서 죽으셨습니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약 100km정도 떨어진 곳에 코벤트리(Coventry)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오늘날 그곳이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그 도시가 차동차 산업의 메카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코벤트리 대성당이 있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고다이바 부인에 대한 일화 때문입니다.
  코벤트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 11월 14일 독일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그곳에 군수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독일군이 집중 포격을 가했던 것입니다. 그 때의 폭격으로 코벤트리 대성당은 거의 파괴되고 말았습니다.(사진2) 독일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그 성당을 엘리자베스 2세가 1962년 재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었습니다. 그러자 당시 유명한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대성당을 다시 지게 됩니다. 폐허가 된 성당의 잔해를 그대로 놔둔 채 그 옆에다가 새로운 성당을 건축하였습니다.
  그런데 새로 지은 대성당 앞에 한 여인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의 동상이 있습니다.(사진1) 이 동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여인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알몸으로 말을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상에 얽힌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면 이 동상이 외설스러운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곳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그 동상 앞에서 숙연해진다고 합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이 코벤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 레오프릭(Leofric)의 부인인 고다이바(Godiva)라는 여인입니다. 당시 코벤트리 일대는 덴마크에서 온 데인 족이 지배하고 있었고, 영주인 레오프릭 역시 데인 족이었습니다. 고다이바 부인은 그 레오프릭의 두 번째 부인입니다.
  그런데 영주인 레오프릭은 얼마나 탐욕스럽고 비정한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자신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 코벤트리 지방의 농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로 인해서 농민들은 늘 가난 속에서 허덕이며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다이바 부인은 남편 레오프릭에게 농민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경감해달라고 간청하게 됩니다. 그러나 욕심 많고 포악한 영주 레오프릭은 아내 고다이바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고다이바 부인은 자존심을 버리고 백성들을 위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주인 남편에게 세금을 감면해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거듭된 아내의 간청을 성가시게 여긴 영주는 아내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다시는 그런 일로 자신을 성가시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레오프릭 영주가 고다이바 부인에게 내건 조건은 이것이었습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면 백성들에게 세금을 감면시켜 주겠노라.’는 것입니다. 벌건 대낮에 영주 부인이라는 높은 신분의 여인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의 거리를 돌아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체면과 명예를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중세시대에 영주의 부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으로 마을을 돌아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고다이바 부인은 고심 끝에 그렇게 하겠노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 소문이 곧 마을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습니다. 고다이바 부인이 말을 타고 거리를 돌기로 한 그 날, 시녀들의 눈물어린 배웅을 받으며 고다이바 부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에 올라타 거리를 돌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몸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려진 긴 머리카락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슬픔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타고 마을을 돌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타고 다니는 그 길목 어디에도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 고다이바 부인의 그 숭고한 사랑에 감사하기 위해서 모두 집안에 들어가 창문의 커튼을 다 닫고 아무도 거리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영주 레오프릭은 부인의 용기에 놀랐고, 자신이 한 약속대로 농민들의 세금을 경감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고다이바 부인이 왜 그런 부끄러운 일을 기꺼이 해야 했습니까? 한 도시의 영주 부인인 그 귀부인이 무엇이 아쉬워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거리를 돌아와야 했습니까? 고다이바 부인은 하나님을 진실되이 경외하던 여인이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그 사랑을 이미 경험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깊이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랬기에 그녀 역시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고다이바 부인의 그 숭고한 사랑을 알기에 그 동상 앞에서 어느 누구도 알몸의 고다이바 부인을 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 기록한다 하더라도 다 기록할 수 없을만큼 큰 사랑입니다. 우리가 그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사랑을 받았다면,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사랑임을 깨달았다면, 우리의 수치나 수고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 되겠습니까? 왕복 1,000km나 되는 길을 두 번씩이나 다녀오라고 해도, 그 사랑을 알기에 예레미야는 기쁨으로 그 수고를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랑이 나를 향한 사랑임을 알기에 고다이바 부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을 세상에 드러내야 함에도, 그 수치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감동시킨 그 사랑이 지금 우리 가슴에 남아 있지 않습니까? 우리 주님의 십자가 사랑 말입니다. 그 사랑을 받은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고난의 수고를 한다 하더라도 기쁘게 그 길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사랑을 받은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수치를 참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의 힘으로 말입니다.

< 2012년 3월 18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