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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5-19 10:38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5월 19일 성령강림주일, WCC총회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본문 - 빌립보서 2:1-4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면 그 가운데 하나가 교단의 분열입니다. 우리 장로교를 중심으로 크게 세 번에 걸친 교단분열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1952년입니다. 우리 총회가 1938년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열린 제 27차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하게 됩니다. 일본의 회유에 넘어간 어용목사들을 중심으로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였지만, 일부 목사님들과 교회에서는 신사참배 거부운동도 끊임없이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목사님들과 성도들은 일본에 의해서 온갖 고문과 협박을 받아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순교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45년 우리나라는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을 하게 됩니다. 해방과 함께 교계에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감옥에 들어갔다가 출옥한 사람들이 신사참배에 동참했던 사람들을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수적인 신학교인 고려신학교를 설립하게 됩니다. 이런 갈등으로 인해 6.25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52년 결국 고려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고려파가 분열하게 됩니다.
두 번째 분열은 고려파와의 분열이 있은 지 불과 1년 만에 있었습니다. 이 두 번째 분열은 신학적 관점의 문제로 야기되었습니다. 1940년 김재준 목사님을 중심으로 조선신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이로써 1903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평양신학교와 함께 우리나라에 두 개의 신학교에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늦게 세워진 조선신학교에서 신신학인 자유주의 신학을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갈등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갈등은 결국 1953년 평양신학교에서 이름을 바꾼 장로회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예수교장로회와 조선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장로회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분열은 1959년에 있었습니다. 세 번째 분열의 중심은 WCC(World Council of Churches)라고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장로교에는 두 개의 노선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WCC에 대해서 호의적인 태도를 지닌 진보적인 성향의 목사님들이고 다른 하나는 WCC에 반대하고 NAE(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라고 불리는 복음주의협회에 동조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목사들이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가 WCC에 가입하는 문제를 놓고 서로 갈등을 겪다가 WCC 가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WCC 가입에 찬성한 쪽이 우리가 속한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측이고 WCC 가입에 반대했던 쪽이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측입니다.

물론 그 분열의 내막에는 신학적, 사상적 차이나 갈등도 있지만, 지역간의 갈등과 교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는 분열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회개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작금에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을 보면서 안타까운 지난 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올 가을에 있을 제10회 WCC부산 총회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WCC에 반대했던 합동측을 중심으로 WCC총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고, 여러 가지 음해성 소문들이 나돌면서 한국교계를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WCC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한국교회를 혼란과 분열에 빠뜨리고 있는지,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해서 간략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WCC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에 시작되었습니다. 1948년 8월 23일부터 9월 24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로마가톨릭 교회와 희랍정교회를 제외한 대다수의 개신교회들이 모여 초교파, 범교회적 대표회의로 발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헌장 제1조에 WCC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WCC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Koinonia)이다.”(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is a fellowship of churches which confess the Lord Jesus Christ as God and Saviour according to the scriptures and therefore seek to fulfill together their common calling to the glory of the one God, Father, Son and Holy Spirit.) 이 헌장에서 선언한 것처럼 WCC는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세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연합체입니다. 비록 신학적 입장은 다르고 활동하는 사역의 현장은 다르더라도 세계 구석구석에 있는 교회들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함께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그런데 이미 태동될 때부터 이런 WCC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WCC에 대한 음해성 주장들이 제기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WCC가 용공’이라는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WCC가 만들어진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적으로 공산주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던 때입니다. 거세게 번지고 있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가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며 냉전상태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반공산주의 열풍인 메카시즘(McCathyism) 열풍을 불고 있었습니다. 1950년 2월 공화당 상원의원인 J. R. 메카시(Joseph McCarthy, 1909-1957)가 ‘미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고, 그 명단을 가지고 있다’는 폭탄발언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말은 거짓말이었는데, 당시 미국의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그 이야기를 신문의 톱기사로 올려놓으면서 미국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래서 1954년까지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분 아래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공산주의자로 지목된 사람을 마녀사냥식으로 처단하게 됩니다.
그런 분위기를 틈타 WCC가 이념논쟁의 한 복판에 서게 되고, 칼 매킨타이어(Carl Mcintyre)란 사람에 의해서 그 갈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극우 반공주의자이면서 평소 WCC에 반대해왔던 매킨타이어는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WCC창립총회가 열인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을 추종한 세력을 중심으로 국제기독교협의회(ICCC, International Council of Christian Churched)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WCC와 자신이 만든 ICCC를 비교한 소책자를 발간하면서 ‘WCC가 궁극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를 포함해서 모든 교회를 포함하는 하나의 에큐메니칼 교회를 세우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WCC 임원회와 중앙위원회 안에 공산주의 국가에서 온 (공산당에 가입한) 성직자와 비밀경찰이 끼어 있고, 세계 사회주의를 적극적인 사회질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부와 국제기구에 압력을 행사하고 UN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러한 주장은 WCC를 반대하기 위해 만든 거짓된 주장들입니다.

그리고 6.25전쟁을 치루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반공산주의 문화와 사상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때에, 매킨타이어와 같은 맥락의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기독교 안에 용공세력이 있다’는 음해가 조직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7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70여년 전에 매킨타이어가 말한 그 거짓된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WCC를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용공세력’이라는 말로 WCC의 본질을 음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WCC 안에는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권 국가 안에 있는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WCC헌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세주’라고 고백할 때에만 WCC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WCC를 음해하려는 여러 가지 거짓된 주장들은 이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WCC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고, 심지어 WCC 안에는 이슬람이나 불교도 가입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WC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않을뿐더러, 성경 전체를 부인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거역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WCC는 성경을 ‘전 창조세계와 민족들과 개인들의 삶을 다루고 계시는 한 분이며 동일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책’이라고 선언합니다. WCC의 문서들은 대부분 신학적 주장을 할 때 성경을 인용하고 성경적 근거를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분명하게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WCC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WCC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고 석가모니나 마호메트, 공자, 모택동 등을 예수님과 동격으로 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WCC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시고 구원자이심을 분명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또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신봉하며 전도를 금지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 역시 허무맹랑한 거짓된 주장일 뿐입니다. WCC가 사회정의와 평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독교와 복음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평화와 질서와 정의에도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영혼을 구원하는 것만이 복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받아들이기에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오늘날 교회가 하고 있는 많은 사역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회를 바르게 세우는데 힘을 쏟는 것입니다. 교회가 구제하고 이웃을 섬기는 것 역시 영혼을 구원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 있는 세상 사람들 역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평화를 누리며 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후 325년에 만들어진 니케아 신조에서는 교회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 세계에는 수많은 교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교회들이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교회입니다. 크기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찬송도 다르고, 기도도 다를 수 있습니다. 활동도 다르고, 모습이나 색깔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세계에 있는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입니다.
하나인 교회가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추구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고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면 되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고 협력하고 함께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교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교회를 섬기는 지체인 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예배당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함께 찬송을 부르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존재들입니다. 모양새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릅니다. 신앙도 다르고 기도하는 내용도 다릅니다. 살아온 삶의 여건도 다르고, 지금 살고 있는 모습도 다 다릅니다. 무엇 하나 똑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나와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나와 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습니다. 부족한 것도 있고, 모자란 것도 있고, 허물과 약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고, 때로는 넘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믿음을 가진 형제라고 한다면 우리는 서로 위로하고 권면해 주어야 합니다. 내 형제가 약해서 넘어졌다고 그를 향하여 손가락질하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또 넘어진 형제를 보고서도 못 본 체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 1절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권면이요 사랑의 위로’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서로 위로하고 권면하면서 함께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성장해가야 합니다. 성장해 가는 도중에 우리는 때로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권면해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해주신 그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형제를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을 같이 해야 합니다. 한 마음을 품고 그리스도의 뜻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그리스도의 문화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고, 세상은 점점 더 하나님의 나라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도록 부르심을 받은 우리들은 한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마음을 같이 해서 같은 목표를 향해서 전진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이 점점 교회를 적대시하고 교회를 멀리하려는 이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을 같이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을 같이 해야 합니다. 같은 마음을 품고 함께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기 위해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WCC 반대 운동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6-7년마다 한 번씩 하는 세계적인 일입니다. 세계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우리나라에 모여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워갈 것인지, 인류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기독교와 복음의 역할을 무엇인지 논의하는 참으로 중요한 WCC총회인데, 그리고 그 총회를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고 위해서 기도해왔는데 자꾸만 방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일입니다. 비록 처음부터 WCC를 좋지 않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돕고 협력하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고 음해하는 것은 같은 기독교회로서 마땅치 않는 일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WCC 부산총회를 위해서 국가에서 23억원을 보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하는 측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소송이 각하되기는 했지만, 그 자체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같은 교회가 WCC부산 총회를 여는 문제를 가지고 여니 못 여니 하고 싸우고 있고, 심지어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소송까지 제기된 상황을 세상 사람이 보고 뭐하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한국 교회에 교회 내분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이제는 교단이 나서서 싸우고 분열하고 있으니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생각해 봅니다.

합심해서 복음을 전해도 복음전도가 힘든 시대입니다. 반기독교적 문화와 정서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너무너무 힘든 시대입니다. 그런데 교회와 교단이,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오늘 본문 3절에서 말씀합니다.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다른 사람을 더 높여주라는 말씀입니다. 비록 그 사람이 나보다 못났더라도, 그 사람이 허약해서 넘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1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성령의 교제’는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높여줄 때에 가능한 것입니다. ‘당신은 형편없는 사람이야. 당신 따위는 내 안중에도 없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그 사람과 교제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세상의 가치로 보면 나보다 형편없고, 가진 것도 없고 존중해 줄만한 것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하나님께서 그를 위해서 독생자를 보내주셨고 우리 주님께서는 그를 위해서 십자가에 죽으실 만큼 하나님과 예수님께로부터 사랑을 받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입장에서 볼 때 하나님께서 소중하게 여기시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소중한 존재로 만나고 교제하는 것이 ‘성령의 교제’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신앙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신앙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와 허물을 크게 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의 눈 속에 있는 티는 잘 보면서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성숙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신앙이 깊어질수록 나의 약점과 허물이 다른 사람의 약점과 허물보다 크게 보여집니다. 내게 있는 장점과 좋은 점보다도 다른 사람의 장점과 좋은 점이 더 잘 보이고 더 많이 보여집니다. 그게 성숙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성령의 교제를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나보다 더 약하다고 업신여기는 것은 결코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모든 성도와 교회는 서로 돕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고, 그렇게 함으로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려야 합니다.
본문 4절에서 말씀합니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사도 바울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린도전서 10:31) 그렇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비록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일이라면 우리는 마땅히 내가 가고 싶은 길보다도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길을 선택해 가야 합니다.
고린도전서에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고린도 교회가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로 혼란스러워할 때, 이렇게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우상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에 신은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 한 분 밖에 없다. 그러니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상에게 바쳐진 것이라고 해서 꺼림칙하게 생각하거나 그것을 먹는다고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말씀을 합니다. ‘우상에게 바친 고기를 먹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래서 내가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를 먹는 것이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일 내가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것 때문에 다른 형제가 실족하게 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 사도 바울에게는 옳고 그른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기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형제를 실족하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그것이 형제를 실족하게 하는 일이라면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신앙인의 마음입니다. 그것이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그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열립니다. WCC에 가입되어 있는 전세계 각국 5억 6천만 명의 기독교인과 교회를 대표해서 825명의 대의원을 비롯해서 3천여 명의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이게 됩니다. 물론 그 모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그 추구하는 노선이 내 신앙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고, 내 신앙노선과 다르다고 ‘적그리스도’라고 음해하며 반대하는 것은 성숙한 교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WCC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2014년 서울에서 개최하도록 유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고 WCC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 2014년 서울총회를 반대하는 것도 성숙한 교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한국 기독교의 큰 축제와 같은 행사가 되어야 할 이 일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적그리스도’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사회에 또 하나의 분열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일까를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서로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고 주님의 일을 감당해도 힘이 부칠 판에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WCC가 조금도 잘못된 것이 없는 완벽한 단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 완벽한 단체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WCC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WCC 부산총회가 열림으로 해서 어떤 결과가 맺어질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우리 사회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개최하기로 결정되어 세계 기독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총회를 잘 치룸으로 해서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잃어버린 신망을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서로 비난하고 분열함으로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또 다시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 일이 복음전도의 문을 막는 결과를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10월에 열릴 WCC 제10차 부산 총회를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말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5월 19일 성령강림주일, WCC총회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