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게서 배우는 지혜
< 본문 - 잠언 6:6-11 >
이 지구상에는 약 8,000여 종류의 개미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개미가 없는 지역은 남극대륙이나 황량한 섬뿐이다.’고 할 정도로 세계 구석구석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약 120여 종의 개미가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뿔개미’와 같이 그 크기가 채 1m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개미도 있는가 하면, 어떤 개미는 3cm 가까이 자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개미는 크게 일개미와 병정개미, 수개미와 여왕개미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일개미는 알이나 애벌레나 번데기를 돌보는 일을 하며 집 짓는 일을 돕는 암컷 개미이고, 병정개미는 몸집이 큰 개미로 적을 방어하거나 먹이를 잘게 부수는 일을 하는 개미를 말합니다. 수개미는 여왕개미와 함께 하늘로 비행하여 하늘에서 여왕개미와 교미하여 여왕개미로 하여금 종족을 번식하게 한 후 죽는 개미이고, 여왕개미는 알을 낳고 애벌레를 돌보며 일개미를 번식시켜주는 개미를 말합니다.
때로 개미는 우리를 귀찮게 하는 존재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집안으로 침투해 들어온 개미는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영화나 TV에서도 종종 개미는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유익이 있듯이, 개미도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줍니다. 개미는 인간이 내다버린 쓰레기를 치워주기도 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개미는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1600년 전부터 감귤류의 해충을 막는데 개미를 이용하고 있고, 대만에서도 사탕수수의 해충을 막기 위해서 왕주름개미를 이용하고, 독일에서는 산림해충을 막기 위해서 불개미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개미를 통해서 우리 선조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해 주었습니다. 이솝우화에 ‘개미와 비둘기’라는 제목의 우화가 나옵니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개미에게 나뭇잎을 떨구어 구해준 비둘기가 훗날 포수의 총에 맞을 뻔한 위기에 처했을 때 개미가 포수의 발꿈치를 물어 비둘기를 구해주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여기에서 개미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갚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유명한 우화도 있습니다. 남들이 한가하게 놀고 있을 때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한 개미는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추운 겨울에도 먹을 것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놀기만 좋아한 베짱이가 찾아왔을 때 베짱이에게 자신이 저축해 놓은 먹을 것을 나눠줍니다. 이 이야기에서 개미는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곤충임과 동시에 배고픈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씨 착한 곤충으로 등장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개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이 부지런함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지혜자 솔로몬은 우리에게 개미에게 가서 배워 지혜를 얻으라고 충고해주고 있습니다. 개미를 통해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준비할 줄 아는 인생을 살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도 우리에게 그것을 교훈합니다. 무더운 여름 베짱이는 나무그늘 아래서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을 때, 개미는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없는 겨울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본문 8절에서도 말씀합니다. “(개미는)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추수 때’는 일반적으로 3-4월의 보리 및 과일추수기와 9-10월의 곡식 추수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름 동안’이라는 말은 봄가을의 그 두 추수기 사이의 무더운 여름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여름 동안에 먹을 것을 예비하고 추수 때에 양식을 모은다는 말은 겨울을 제외한 모든 때에 겨울 양식을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모든 삶에는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노년에 인생의 지혜를 설파했던 전도자는 전도서 3장에 ‘때’에 대해서 아주 잘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라는 말로 시작된 전도서 3장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될 ‘때’에 대해서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습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곡식을 심어야 할 때에는 곡식을 심어야 합니다. 추수할 때에 곡식을 심는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심을 때에 심어야 추수할 때 추수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그렇습니다. 공부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학생이 공부할 때를 놓치면 자신이 목적한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간혹 학생들 가운데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부할 때 공부하지 않고 다른 것에 한눈을 판다면 그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하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진짜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기 싫어서 공부하지 않으려는 핑계거리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생이 공부해야 할 때는 공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어려울 때 어려운 경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연구해야 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망하기 전에 노력해서 사업을 건실하게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이미 사업이 기울고 더 이상 노력을 해도 무의미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가 오기 전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개미는 그것을 압니다. 자신들이 언제 먹이를 모아야 할지를 말입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먹이를 모을 수 없음을 알기에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먹이를 모아 들입니다. 때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를 자꾸만 미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누워 있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 있지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궁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라는 말은 ‘조금만 더 있지 하자’ 그런 말입니다. 아직 때가 남아 있으니까, 아직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으니까 지금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충대충 합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지금의 때에 열심하지 않으면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궁핍이 군사 같이 이른다.’고 말씀합니다. 어느 순간엔가 손쓸 틈도 없이 빈궁과 궁핍이 내게 찾아와버립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넘어가는 유혹의 말 가운데 하나가 ‘조금만 더 있다가 하지!’라는 말입니다. ‘지금 그렇게 당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직도 여유가 있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속삭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확실하게 결단하고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것과 게으른 것은 다릅니다.
청교도들은 신앙인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일곱 가지 죄악(seven capital sins)이 있다고 가르쳤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게으름’입니다. 이 ‘치명적인 일곱 가지 죄악’은 중세시대인 6세기 말 ‘그레고리 대제’(Gregory the Great, 540-604)라는 교황에 의해서 처음 언급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시대마다 그 목록이 달라지긴 했지만 게으름을 분명한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으름을 죄라고 규정한 이유는 게으름은 곧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과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윤리학을 강의했던 하비 콕스(Harvey Cox, 1929-)라는 신학자는 ‘인간의 원죄의 출발은 게으름에서부터 왔다’고 말했습니다. 게으름이 모든 죄악의 출발점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잠언을 비롯해서 성경은 여러 곳에서 우리에게 ‘게으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게으름과 여유, 게으름과 쉼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으르지 말라’는 말을 ‘죽도록 일만하라’는 말과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만하는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쉬어야 할 때 쉬어야 합니다. 창세기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모습 가운데 하나는 쉬셨다는 것입니다. 엿새 동안 창조사역을 마치신 하나님께서는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습니다.(창세기 2:2) 예수님께서도 3년 동안의 공생애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사역하셨지만 늘 일만 하신 것은 아닙니다. 자주 한적한 곳에 가셔 기도하며 쉬셨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들고 전도하고 돌아온 제자들에게도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마가복음 6:31)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죽도록 일만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래서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정해놓으시고는 ‘어느 누구도 노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아 놓았습니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쉼을 얻으라는 것입니다. 바쁘게 살던 세상살이를 잠시 접고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서서 하나님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넓은 품에서 안식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쉬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일을 해야 할 때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십계명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소나 네 나귀나 네 모든 가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고, 네 남종이나 네 여종에게 너 같이 안식하게 할지니라.”(신명기 5:13-14) 일곱째 날 안식하기 위한 전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하라.’는 것입니다. 그 ‘엿새’는 열심히 일해야 할 때입니다. 일해야 할 때인 그 ‘엿새’ 동안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일곱째 날 안식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개미에게서 배우는 또 하나의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해야 할 때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자발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7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감독자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되.” 개미는 누군가가 시키지 않음에도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미 중에는 여왕개미라는 불리는 개미도 있습니다. 그 개미를 여왕개미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개미를 구분하기 위해서 지어 붙인 것뿐입니다. 개미들이 여왕개미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고, 여왕개미가 ‘나는 여왕이니까 너희들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내 말 잘 듣고 무조건 따라야 돼!’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개미로 태어났으면 평생 알이나 애벌레를 돌보며 먹을 것을 찾아오는 일을 합니다. 뜨거운 여름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들판에서 일을 할 때에도 ‘왜 우리는 이렇게 뜨거운 곳에서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느냐?’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병정개미는 자기들의 보금자리를 침범하는 적들과 싸워 죽는다 하더라도 다른 개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꺼이 싸웁니다. ‘왜 우리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느냐?’고 불평하지도 않고, ‘기분 나빠! 나 안 해!’ 라고 자기 일을 회피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여왕개미는 여왕으로서의 부귀영화를 누리느냐? 그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여왕개미라고 부르는 개미 역시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혼인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여왕개미는 자그마한 단칸방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먹지도 않고 오로지 자식 키우기에만 전념합니다. 쓸데없이 먹이를 구하려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 답답하다고 바깥바람 쐬고 싶다고 외출하지 않습니다. 자그마한 단칸방에 스스로 갇혀 몸속에 축적했던 지방과 이젠 쓸모없게 된 날개 근육을 분해하여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개미들을 키워냅니다.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개미들과 집을 지키는 개미들이 수명이 다해 죽어 없어지기 전에 필요한 숫자의 개미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한된 시간 내에 밖에서 식량을 수확해오는 일개미의 숫자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여왕 아래에 있는 개미왕국은 어느 순간엔가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여왕개미는 여왕개미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합니다. 결코 쉬고 놀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지혜자는 우리에게 그 지혜를 배우라고 말씀합니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기쁨으로 하는 것이 개미의 지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말이 있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지요? 그 말의 원 뜻은 ‘많이 아는 자라 할지라도 좋아서 하는 자를 당하지 못하고, 좋아서 하는 자는 즐기면서 하는 자를 당하지 못한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무리 많은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마지못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사람은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좋아서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쉽게 지키지 않습니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그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습니다. 때론 실패하고 때론 넘어져도 그것마저 즐기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개미사회는 철저하게 조직사회입니다. 여왕개미는 여왕개미로서, 일개미는 일개미로서, 병정개미는 병정개미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 조직을 깨뜨리지 않아야 그 개미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직을 깨뜨리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개미는 이 지구상에 여전히 건실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어느 곤충학자가 이런 계산을 했다고 합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곤충의 수를 모두 합하면 줄잡아 1백경(京)쯤 된다고 합니다. 그 중 개미를 전체의 약 1%로 본다면 그 수는 무려 1경 마리나 됩니다. 일개미 한 마리의 평균 체중을 대략 1~5밀리그램으로 계산하면, 세계에 분포하는 개미의 총 무게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억 인구의 총 무게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존재로 개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개미들이 모두 자기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 조직을 깨뜨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 역시 조직사회입니다. 그 조직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분업화되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농부는 농사를 짓는 일에서 자기의 일을 합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공장에서 우리의 삶에 필요한 물품을 제조해 냅니다. 상업을 하는 사람은 그것들을 유통시킵니다.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각자 맡겨진 일을 감당함으로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만일 어느 한 구석에서 모든 것이 올스톱 되어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소작농을 하든 헬리콥터로 농약을 뿌려야할 정도로 넓은 논에서 농사를 짓든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어야 쌀이든 밀가루든 얻을 수 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너무 힘들다고 모두가 농사짓는 것을 포기해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몇 년이 못 되어 무너지고 맙니다. 지구의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교회라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는 여러 조직이 있고, 그 각 조직에 필요한 일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신에게 주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섬길 때 교회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조직화된 사회, 조직화된 교회라는 제도 안에서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소중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은사를 주시고 감당할 힘을 주셔서 그 일을 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천박한 직업이 없습니다. 내가 그 일을 함으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내가 그 일을 함으로서 우리 사회를 굴러가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느 직분에서 봉사를 하든 천한 직분도 없고, 가치 없는 직분도 없습니다. 모든 직분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에 우리는 내게 맡겨주신 그 직분을 최고의 영광으로 알고 감사함으로 직분을 감당해야 합니다. 강단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의 직분만큼이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직분도 소중하고, 주방에서 밥을 준비하는 봉사의 직분도 소중합니다. 가운을 입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양하는 찬양대의 직분도 소중하고, 교인들을 안내하고 주차봉사를 하는 직분도 소중합니다. 모든 직분이 다 소중한 직분입니다.
내게 맡겨주신 직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그 직분을 결코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내게 맡겨주신 그 직분을 잘 감당하면 그 직분을 내게 맡겨주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몸된 교회가 이 시대에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는 아름다운 교회로 쓰임 받게 됩니다. 바로 나 한 사람이 내게 맡겨주신 사역에 충성할 때 말입니다.
조직화된 사회, 조직화된 교회 안에서 살아가면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한 것처럼, 각자 맡겨진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든 사람을 소중한 존재로 알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낮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이나 그런 직업을 천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신앙은 돈에 평가의 기준을 두지 않습니다. 얼마만큼 많이 벌어들이느냐에 따라서 귀하게 여기고 천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달란트 비유가 나옵니다. 거기에 보면 주인으로부터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주인이 올 때 다섯 달란트를 더 남겼습니다. 그래서 열 달란트를 가지고 주인 앞에 와서 결산을 합니다. 그 때 주인은 이렇게 칭찬합니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태복음 25:21) 이어서 두 달란트 받았던 사람도 두 달란트를 더 남겨 네 달란트를 가지고 주인 앞에 왔습니다. 그 때 주인이 네 달란트를 가지고 온 사람에게도 열 달란트를 가지고 온 사람에게 했던 칭찬의 말씀을 그대로 해 줍니다. 단 한 자로 틀리지 않고 말입니다. 자본주의의 가치로 한다면 열 달란트를 가지고 온 사람이 더 많은 유익을 남겼기 때문에 더 많은 상급을 받아야 합니다. 연말 성과급을 받는다면 열 달란트 가지고 온 사람이 네 달란트를 가지고 온 사람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습니다. 둘 다 똑같은 칭찬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것이 신앙의 가치관입니다. 더 많이 남겼다고 더 많이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님 앞에 충성했다면 많이 남겼든 적게 남겼든 하나님께로부터 똑같이 칭찬을 받습니다.
우리가 그런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나보다 공부를 못한다고 깔보면 안 됩니다. 나보다 운동을 좀 못한다고, 나보다 노래를 좀 못한다고 업신여기면 안 됩니다. 나보다 사회적인 지위가 높지 않더라도, 나보다 잘 생기지 못했더라도, 나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직분으로 교회를 섬기든, 어떤 자리에서 봉사하든, 하나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서 수고하고 헌신하는 사람은 모두가 다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마땅히 칭찬을 받아야 하고,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나무라고 비판하고 업신여기며 깔 볼 수 있는 사람은 교회 안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심지어 연로하시거나 몸이 불편해서 교회 안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분일지라도 말입니다.
개미! 미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그런 미물에게서도 지혜를 배우라고 말씀하십니다.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내일을 준비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는 삶의 지혜,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에게 맡겨주신 일이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함으로 그 일을 하는 지혜, 그리고 동역하는 모든 이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 말입니다. 그런 지혜로 우리의 삶을 살아가십시다.
<2013년 9월 22일 주일 낮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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