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느낌 아니까.
< 본문 - 역대하 20:20-23 >
주일 저녁에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한 개그프로그램을 통해서 ‘느낌 아니까.’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 상황은 이렇습니다. 유명 여배우가 대본을 받고 검토하면서 자신이 직접 연기를 할 것인가, 아니면 대역을 쓸 것인가를 회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가 여배우의 이미지에 전혀 맞지 않거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할 때, 사장님은 여배우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대역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그 여배우는 그 역할을 자신이 하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이전에 그런 행동을 해보았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를 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대본에 도박장에서 화투를 치는 장면을 연기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 대표는 도박하는 것은 여배우 이미지에 안 좋으니까 대역을 쓰자고 합니다. 그런데 여배우는 ‘이건 제가 할께요. 느낌 아니까!’라고 대답합니다. 예전에 화투를 많이 쳐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잘 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연기라 하더라도 자신이 예전에 해 보았던 것은 그 느낌을 살려서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쓰는 말이 ‘느낌 아니까!’라는 말이고, 그게 요즘 요행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느낌 아니까!’ 참 중요한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느낌을 알고 그 느낌을 갖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느낌을 갖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잘 할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느낌을 갖고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생활하면서 신앙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고 신앙생활하는 것과 신앙적인 의무감에서 신앙생활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다릅니다. 신앙생활의 모든 면에서 그렇거니와 특별히 감사의 삶을 사는데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감사의 느낌을 갖고 신앙생활하는 것과 신앙생활에서 감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고백하고 가르쳐준 것처럼, ‘감사는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늘 주보에 실린 것처럼 18세기 ‘영성의 대가’라고 불리던 윌리엄 로우((William Law, 1686-1761)는 ‘이 세상에서 성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기도를 특별히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니고, 금식을 자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구제품을 많이 내어주는 사람도 아니며, 절제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의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나님 앞에 항상 감사할 줄 알고 무엇이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자기도 하려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항상 감사할 줄 아는 사람 - 감사가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이 신앙적으로 위대한 사람입니다. 작은 일에도, 또는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과 같은 사건 앞에서도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훌륭한 믿음의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남유다 네 번째 왕인 여호사밧 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호사밧 왕은 아버지 아사 왕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믿음의 훈련을 잘 받은 사람입니다. 아버지 아사 왕은 왕이 된 직후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던 왕이었습니다. 아사 왕 당시 유다의 군사는 모두 58만 명이었습니다.(역대하 14:8) 그런데 구스 사람 세라가 10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유다를 침공해왔습니다. 당연히 아사 왕에게는 백만 대군의 세라 군대와 싸울만한 충분한 힘이 없었습니다. 그 때 아사 왕은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합니다. 그리고 나가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여호사밧은 어렸을 때 그렇게 하나님께서 도우시면 전쟁에서 능히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을 때에는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게 승리가 아님도 알았습니다. 아버지 아사 왕이 그랬습니다. 아사 왕 말년에 북 이스라엘이 남 유다를 침공해 들어왔습니다. 그 때에도 유다 왕 아사에게는 북 이스라엘 군대와 싸워 이길만한 군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사 왕은 아람 군대를 용병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하나님의 성전 곳간과 왕궁의 곳간에 있는 금은보석을 꺼내가다 아람 왕에게 주고 아람 군대에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사 왕의 유다 군대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선견자를 보내셔서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이방 군대를 끌어들인 아사 왕을 책망하셨고, 아사 왕은 발에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런 아사 왕의 뒤를 이어 유다의 네 번째 왕이 된 여호사밧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오늘 본문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모압과 암몬, 그리고 세일산의 연합군이 여호사밧의 남 유다를 침공해 들어왔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절에 증언에 의하면, 모압과 암몬 연합군이 침공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여호사밧 왕은 두려웠습니다. 여호사밧에게는 그 유다 주변의 연합군과 싸울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호사밧도 아버지 아사 왕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의 내용이 20:6-12절까지 나옵니다. 그 기도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리에게는 그들과 싸울 힘이 없고 오직 주님만을 바라볼 뿐이니 하나님께서 도와주소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야하시엘을 통해서 ‘내가 너희를 도와줄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하게 전쟁터에 나가라.’ 하고 약속해 주십니다. 그 약속의 말씀을 믿고 여호사밧이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갑니다. 그게 오늘 본문입니다.
그런데 전쟁터로 나가는 여호사밧의 군대는 전쟁하러 나가는 다른 군대와 너무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터에 나갈 때에는 갑옷에 칼과 창 등 무기를 든 용맹한 장수가 맨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그 뒤를 군사들이 따라갑니다. 그런데 여호사밧의 군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맨 앞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거룩한 예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며 나갑니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호와께 감사하세.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도다.” 이 노래는 시편에 자주 나오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시편 107:1절, 118:1절, 136:1절 등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이 노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부르는 감사의 노래입니다.
그런 감사의 노래를 지금 여호사밧의 군대가 전쟁터에 나가면서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노래를 부를 상황이 아닙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이 노래를 불렀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호사밧의 군대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전쟁터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기들의 군대보다 훨씬 많은 연합군과 싸우러 갑니다. 군사력으로 보면 이길 가망성이 거의 없습니다. 연합군이 침공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두려워 떨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쟁터로 나가면서 그들은 마치 이미 승리를 거둔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감사의 노래를 말입니다.
여러분, 감사의 노래는 승리자가 부를 수 있는 노래 아닙니까?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 기쁨의 춤을 추면서 불어야 하는 게 감사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여호사밧의 군대는 승리하고 돌아올 때가 아니라, 지금 전쟁터에 나가면서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미 승리를 거둔 것처럼 말입니다.
왜 여호사밧의 군대는 전쟁터에 나가면서 그렇게 감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습니까? 그것은 철저하게 하나님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야하시엘을 통해서 약속해 주신 그 약속을 철저하게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에서 너희가 싸울 것이 없나니 대열을 이루고 서서 너희와 함께한 여호와가 구원하는 것을 보라. 유다와 예루살렘아!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고 내일 그들을 맞서 나가라. 여호와가 너희와 함께 하리라.’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약속이었습니다. 여호사밧 왕과 그의 군대는 그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신뢰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이루어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전쟁터로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감사를 잃어버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약속의 말씀을 신뢰하지 못하고 때로 어려운 문제 앞에서 마치 나 혼자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내 힘과 내 지혜로만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지쳐버립니다.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10)는 하나님의 약속을 잊어버리니까 힘든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를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고 맙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때로 내게 불이익이 주어진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내 안에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면 우리는 담대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동차의 왕이라고 불리는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가 한참 명성을 날릴 때 조지아 주에 있는 작은 시골 벽지학교 여교사였던 마르다 베리가 포드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 피아노가 한 대 필요하니 피아노를 살 수 있도록 1천 달러를 기증해 주실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편지를 받은 포드 회장은 의례적으로 도와달라고 오는 수많은 편지들 가운데 하나쯤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달랑 10센트(약 100원)만 보냈습니다. 그런데 시골 벽지학교 여교사인 베리는 포드 회장이 보내준 그 10센트를 받아들고서 낙심하거나 포드 회장을 원망하지 않고,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땅콩 종자를 구입해서 학생들과 함께 학교 마당에다가 땅콩을 심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열심히 땀을 흘려가며 땅콩을 가꾸었고, 땅콩을 거둬들인 여교사는 감사의 편지와 함께 잘 포장된 땅콩을 포드 회장에게 보냈습니다. 자신은 아무 의미없이 달랑 10센트만 보냈는데, 감사의 편지와 함께 아이들의 정성과 땀으로 기른 땅콩을 받아든 포드 회장은 큰 감동을 받고 그 시골학교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런 상황을 맞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헨리 포드 회장의 상황이 아니라, 시골학교의 마르다 베리의 상황 말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학교에 피아노가 필요하니 100만원을 기부해 달라고 했더니, 100만원이 아니라 달랑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던져준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욕할 지도 모릅니다. ‘누굴 거지로 아느냐?’고 말입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피아노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보다’하고 낙심하고, 그런 마음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겨우 100원짜리 동전 하나이지만, 그것을 감사함으로 받고 그것을 어떻게 귀하게 쓸까를 생각하던 마르다 베리 선생님은 그것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게 되었고, 결국에는 포드 회장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돈을 기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감사의 능력입니다.
감사에는 능력이 있습니다. 감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줍니다. 오늘 본문의 여호사밧 군대는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전쟁터로 나갔을 때 하나님께서 그들의 적군을 무찔러 주심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적군들을 물리쳐 주시면 노래 부르며 전쟁터에 나가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말씀은 그들의 마음에 씨앗이 되었고, 그 약속의 씨앗을 품고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전쟁터로 나갔을 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감사는 능력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환경이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만큼 넉넉하거나 풍요롭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내게 넉넉하게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불평하고 원망하려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신앙은 우리에게 그런 부족함과 불만족 속에서도 감사하도록 권면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입니다.(데살로니가전서 5:18)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라는 뜻입니다. 적으면 적은대로 감사하고,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감사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그 어려움으로 인해 감사하고, 형통하면 형통함으로 인해 감사해야 합니다. 고난이 있으면 고난을 통해 주어질 유익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평안하면 평안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지금의 내 환경이 바뀌어지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하면 환경이 바뀌어지더라도 감사할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풍족하게 채워지더라도 감사할 수 없습니다. 평안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도 감사함으로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풍족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감사하면 거기에 하나님께서 풍요로 채워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감사의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전쟁터에 나가자 하나님께서 그들 앞에 승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성경 속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삶 가운데서도 역사하십니다. 여호사밧의 군대에 승리를 주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의 삶에도 승리를 주십니다. 그런데 여호사밧의 군대와 같이 승리를 주실 하나님을 향하여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나아갈 때 우리에게 승리를 주십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환경을 보며 거기에서 감사거리를 찾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조건 속에서 찾아진 감사는 금새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언제나 바뀌기 때문입니다. 풍요로움을 누리던 삶이 어느 순간엔가 궁핍함으로 변하기도 하고, 건강하던 몸이 어느 순간엔가 건강이 사라지고 골골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이나 여건을 보고 감사하는 것은 진정한 감사가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여호사밧의 군대는 ‘여호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우리의 삶에 베풀어주신 은총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의 삶에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풍요로울 때에만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건강할 때에만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봉사를 많이 하고 열심히 기도할 때에만 은혜를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궁핍할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가 약할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사도 바울에게 그랬습니다. 사도 바울이 육체의 가시로 인해서 고통스러워할 때, 그래서 그것을 제거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주신 것이 아니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육체의 가시 때문에 고통스러운데, 그것 때문에 복음전도의 사역이 힘든데 왜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에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바로 그 약함과 고통이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육체의 가시로 인하여 고통스러운 지금 내 자신의 모습에 기뻐하고, 자신의 약함을 오히려 자랑한다.’고 노래했습니다. 그 약함과 고통 속에서 참 많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은 후에야 그동안 자신이 누리고 있던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풍족할 때 감사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풍족할 때에는 감사를 잊고 살 때가 더 많습니다. 건강함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건강을 잃기 전까지는 건강함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의 삶에 시련을 주시고, 그 시련을 통해서 감사를 깨닫게 하십니다.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는 그의 책 『나 자신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후에야 감사할 일이 많음을 안다. 감옥에 있다 나오면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렇습니다. 감옥이라는 제한된 영역 안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가 원하는 옷을 입고 외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삶에는 감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나면 지금 내 자신의 모습 속에 임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기에 감사하며 살게 됩니다. 지금의 내 약함 속에 베푸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인지를 알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사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사람들이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찬양입니다. 그리고 그 감사가 습관이 될 때 삶은 하늘의 은혜로 가득하게 되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 ‘김우수’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지요. ‘철가방 우수씨’란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우수 씨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7살 때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러다가 보육원 생활 5년 만에 보육원을 뛰쳐나와 때로는 구걸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에서 지게꾼 일을 하며 겨우겨우 먹고 살아갔습니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서울역에서 앵벌이 조직에 들어가 죄를 짓고 소년원에도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면서 버는 즉시 노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돈을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이 40이 되어서는 자신이 웨이터로 일하는 술집에 홧김에 불을 지르려다가 1년 6개월의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그의 삶은 감사의 삶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면서 월급으로 72만원을 벌었지만, 그 중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어린아이들을 돕는데 기부했습니다. 창문도 없는 월세 25만원짜리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면서도, 자신이 돕는 다섯 아이의 사진을 보면 힘들었던 삶에 용기가 나고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형편 중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던 김우수 씨는 지난 2011년 배달 도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불우한 환경 때문에 불평과 원망 가득한 삶을 살던 그는 예수님을 만남으로 변화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유가 있어야 돕는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기거하던 채 한 평도 안 되는 고시원 방에서는 그가 돕던 5명의 아이들 사진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라는 시편 23편의 말씀이 펼쳐져 있는 성경책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풍족해야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풍족해야만 감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김우수 씨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짜장면이나 배달하면서 힘겹게 하루하루 사는 불쌍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분입니다. 불평이 감사로 바뀌어지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감사는 우리의 삶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감사는 우리의 삶을 불평 대신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삶으로 바꾸어줍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야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더 크고 깊은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 우리는 감사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 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가 습관이 되지 않으면 감사해야 할 때 감사를 놓치고 삽니다. 그런데 감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면 매일의 삶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살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했기에 감사의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나갈 때 전쟁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의 삶에 감사의 노래가 가득하면 우리도 하나님께서 주신 승리의 기적을 날마다 체험하며 살게 됩니다.
감사는 조건을 헤아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느낌으로 하는 것입니다. 감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이 기쁜 마음의 그 느낌으로 범사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감사는 오늘도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기적을 만들어줍니다.
< 2013년 11월 3일 주일 낮예배-추수감사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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