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눈으로 바라보며 사십니까?
< 본문 - 마태복음 9:9-13 >
교회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교회, 가장 좋은 교회를 꼽으라고 한다면 누구 나가 초대교회를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1세기의 초대교회가 그렇게 아름다운 공동체였을까? 정말 초대교회로 돌아가면 가장 이상적인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 예루살렘 교회는 정말 모범적인 교회였습니다.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것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도록 교회에 헌납했던 교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성경은 조대 예루살렘 교회의 아름다운 신앙생활을 이렇게 기록해주고 있습니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6-47)
그러면 이렇게 아름다운 교회에 문제가 하나도 없었을까? 아닙니다. 그런 초대교회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5장에 보면 아나니아와 삽비라라고 하는 교회의 중직자가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면서 거짓말을 하다가 하루에 부부가 함께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교회 안에 거짓말쟁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도행전 6장에서는 교회 안에 원망하는 소리가 높았음을 보여줍니다. 구제하는 일에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소홀하게 취급을 받는다는 것 때문에 불평과 원망의 소리들이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원망은 헬라파 유대인들 사이에 더욱 심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 교회에는 헬라파 유대인과 히브리파 유대인들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교회 내에 파당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교회, 모범적인 교회라고 말할지라도 그 초대교회 안에도 이런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또 초대교회 가운데서 가장 영적이고 모범적인 교회 중에 하나가 에베소 교회입니다. 에베소 교회는 사도 바울이 3년 동안 머물면서 전도하고 돌보던 교회였습니다. 가장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을 목사님으로 모셨던 에베소 교회는 여러 면에서 정말 훌륭한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에베소서 4:25절 이하에 보면 사도 바울이 에베소 교회를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으로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사도 바울이 왜 에베소 교회 교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런 말씀을 썼겠습니까? 그것은 교인들 가운데 거짓말쟁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도둑질하는 자는 다시 도둑질하지 말고”(28절)라고 권면합니다. 이 말씀 역시 교인들 가운데 도둑질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또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29절)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이 역시 교인들 가운데 거짓말이나 옳지 않는 말로 교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허물을 감추어주기보다는 떠벌리고 다님으로 해서 교회를 소란스럽게 만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은혜가 충만하고 영적이고 모범적인 교회인 에베소 교회 안에도 거짓말하는 사람들, 도둑질하던 사람들, 사기 치고 이상한 말로 교인들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 시대의 교회는 어떻습니까? 그 시대나 오늘날 우리 시대나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늘의 교회들 안에도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교인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거짓말하고, 도적질하고, 사기 치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거짓말하고 도적질하고 악한 말로 형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다짐하며 신앙생활해야 하지만, 혹 내가 속한 교회 안에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교회를 섬기는 목사의 입장에서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무개가 싫어서 다른 교회로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 ‘사람이 싫어서 교회에 안 나오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다른 교회로 옮긴다 하더라도, 그 교회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모두가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으레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 없는 교회를 찾아서 신앙생활을 하려 한다면 평생을 찾아 다녀보아도 다닐 교회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청년이 한 동네 입구에 들어오면서 동네 입구에서 논을 갈고 있던 한 노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이 동네는 어떤 동네입니까? 사람도 좋고 살기도 좋은 그런 동네입니까?” 사람도 좋고 살기도 좋은 동네라면 그 동네에 정착해서 살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 청년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자네가 이전에 살던 곳은 어떤 곳이었나?” “예, 제가 살던 곳은 형편없는 곳이었습니다. 날마다 싸우고 거짓말하고, 말도 못하는 곳이었지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답합니다. “이보게 젊은이, 우리 동네도 마찬가지라네.” 그 젊은이는 실망하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얼마 후에 또 다른 젊은이가 그 노인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이 동네는 어떤 동네인가요? 사람도 좋고 살기도 좋은 그런 동네인지요?” 그 역시 사람도 좋고 살기도 좋은 동네라면 그 동네에 정착해서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그 젊은이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자네가 이전에 살던 곳은 어떤 곳이었나?” “예, 제가 살던 곳은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사람들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모두가 형제처럼 지내던 정말 좋은 곳이었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답합니다. “이보게 젊은이, 우리 동네도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네.”
여러분, 무엇을 말해주는 이야기입니까? 똑같은 동네, 똑같은 마을이라 하더라도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하느냐에 따라서 살기 좋은 곳이 되기도 하고, 형편없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내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어디 가서 산다 하더라도 세상은 비뚤어져 보일 뿐입니다. 문제는 내 마음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교회를 가든 똑같고, 때로는 신앙생활하는 교인들이 모인 모임이나 신앙과 상관없이 모이는 세상의 모임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내가 은혜 받고 교회 생활을 하면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가 정말 은혜로운 공동체가 되는 것이고, 은혜를 다 쏟고 메마름 심령으로 성도들을 만나면 내 안에 불평과 짜증만 늘어갈 뿐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어떻게 해야 내가 속한 공동체가 은혜 가득한 공동체가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12-13절)
여러분, 교회는 의인들이 오는 곳입니까, 죄인들이 오는 곳입니까? 여러분은 의인이기 때문에 여기에 오셨습니까,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우리가 의인이었다면 우리는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불려주셨고,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이 땅에 오셨습니까? 의인을 찾기 위해서 오셨습니까, 죄인을 만나시기 위해서 오셨습니까? 예수님을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시선이 우리에게 머물게 되었고,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랑의 손을 우리에게 내밀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십자가 은혜가 필요했고, 그런 우리를 위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마태’라고 하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리를 제자로 삼으셨다는 것은 보통 사건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 유대인들이 가장 싫어한 기피대상 1호가 세리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세리들은 유대인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쓰레기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로마에 빌붙어서 세금을 걷어내기 위해 동족들을 착취하는 민족의 반역자요, 매국노였습니다. 오늘날 자주 쓰는 말로 표현한다면 세리들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왕따’였습니다.
자기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로마에 바칠 세금을 거둬들이는 로마의 앞잡이라는 것만으로도 미움의 대상이었는데, 그들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세리라는 직책을 악용해서 백성들로부터 정한 세금 이상의 것을 갈취했습니다. 백성들이야 고통을 당하든 말든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여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해 혈안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정상적으로 걷는 세금에는 인두세, 토지세, 소득세 3종류가 있었습니다. 인두세는 요즘으로 말하면 주민세입니다. 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면 의당 내야하는 세금입니다. 토지세는 말 그대로 가지고 있는 토지에 붙는 세금이고, 소득세는 소득을 얻으면 내야 하는 세금이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로마에서 걷어가는 이런 세금만으로도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세리들은 거기에다 관세라는 것을 덧붙였습니다. 관세라는 것은 세리가 제 멋대로 붙인 세금입니다. 세리가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붙이는 세금이었습니다. 당시 관세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길을 통과할 때 받는 통과세, 마차를 끌고 갈 때 내는 마차세, 바퀴가 여럿인 마차에는 바퀴마다 물리는 바퀴세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물고기를 잡았을 때에는 물고기세도 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기 위해서 살인 청부업자들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온갖 것에 세금을 붙여 돈을 빼앗아가는 세리들은 약탈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세리들을 “도적질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자로 판단하고 죄인 취급을 했습니다. 아무도 세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세리를 법정 증인으로 세우지도 않았고, 아예 인간 이하의 취급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바로 그 ‘세리’를 자신의 제자로 부르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리 마태가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제자로 부르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재산 때문에 제자를 삼으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예수님의 제자가 될 만한 그 어떤 조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세리 마태를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 나의 어떤 외적인 조건을 보시고 나를 부르시거나, 나를 자녀로 삼아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만한 그 어떤 조건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가 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보실 때 초라한 현재의 모습으로만 보시지 않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성경주석가인 윌리엄 바클레이(William Barclay, 1907-1960)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은 세관에 앉아 있는 레위라는 이름을 가진 세리를 보셨을 때, 그 안에 있는 위대한 전도자 마태를 보셨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이 세리 마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된 후에 변화를 받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특별하게 쓰임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태복음을 쓴 사람이 바로 이 세리였던 마태입니다. ‘마태’라는 이름은 예수 믿고 난 다음에 붙여진 새로운 이름입니다. 그의 원래 이름은 ‘레위’였습니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 보면 마태가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오늘의 장면을 소개하면서 그 이름을 ‘레위’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 자신만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이전에 쓰던 ‘레위’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예수 믿고 변화된 이후에 얻어진 ‘마태’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는 예수님의 특별하신 사랑으로 변화되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바클레이의 말대로 예수님은 세리였던 레위의 모습 속에서 위대한 전도자로 변화될 마태의 모습을 보시고 그를 제자로 부르신 것이 분명합니다.
여러분, 갓 태어난 어린아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스스로 밥을 먹을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갓난아이를 향하여 ‘이런 놈이 왜 태어났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은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보잘 것 없는 아이지만, 이 아이가 자라면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공부시킵니다. 때로는 공부를 잘 못해도 그래도 믿고 양육을 시킵니다. 때로는 말을 듣지 않아서 괘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크면 지금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려줍니다. 어린아이에게서 어린아이의 그 모습이 평생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은 작고 초라하지만 그 안에 있는 거목 - 훌륭하게 자라 큰 인물을 될 것을 기대합니다.
예수님도 그러셨습니다. 지금은 세리이기에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가 변화되어 마태가 되고,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에 크게 쓰임 받을 것을 보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보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습니까? 믿음에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영적인 능력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주일에 예배당에 가는 것마저도 마치 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만 같이 그렇게도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었습니다. 기도를 하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헌금을 하려고 해도 손이 부들부들 떨려 기쁨이나 감사한 마음으로 헌금을 드리지 못했고, 하나님께 헌금을 드린다는 기쁨과 감격도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에 연륜이 쌓이고, 하나님께로부터 은혜를 받고 은혜를 체험하면서 이제는 많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제법 믿음을 가진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님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습니다. 내 삶에서 예수 믿는 사람다운 모습과 향기가 조금씩 드러나기도 합니다.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를 하거나 헌금을 할 때에도 이제는 기쁨이 있습니다. 교회에 온다는 것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교인들을 만나는 것이 기쁨이기에 기대가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이게 다 우리의 믿음이 그만큼 자랐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변화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하셨기에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를 때,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와 같았을 때 우리를 부르시고 자녀 삼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는 내 주변에 있는 형제를 바라볼 때 어떤 눈으로 바라봅니까? 내게 상처를 주고, 때로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십니까? 그런 사람을 바라볼 때 ‘지금은 그래도 언젠가는 변화되고 성숙해져서 하나님의 큰 사람으로 쓰임 받을 거야’ 하는 마음이 내게 있습니까?
여기 예수님처럼 세리 마태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를 제자로 부르시자, 마태는 자신을 불러주심에 감격했습니다.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자신을 사람취급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모두 자신을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그 유명하신 예수님이 자신을 바라보시더니 인자하신 얼굴로 가까이 다가오셔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시며 “내 제자가 되어다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 앞으로 다가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세리 마태는 아마도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에게 다가오신 것만 해도 감격스러운데, 자신을 제자 삼으시겠다고 하시니 어찌 그 말씀을 거역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로 했고,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마태는 자기 집에서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친구들을 다 불러 모았습니다. 자기 친구들이라고 해야 당시 사람들로부터 왕따 당하고 외면당하던 사람들입니다. 죄인들이라고 낙인찍혀 아무도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당시 사회에서 죄인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마태 자신과 같이 매국노라고 멸시받던 세리들도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고 계셨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식사하면서 즐겁고 기쁜 마음들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들을 영접해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을 죄인이라고 외면하고 왕따시켰는데, 예수님은 자기들을 친구처럼 대해주시니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이제야 사람 대접 한 번 받아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잔치는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죄인들과 즐겁게 식사하고 게신 예수님의 모습을 아주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바리새인들’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기쁘게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너희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잡수시느냐?”
여러분, 이 말의 어투가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보라, 너희 선생이라고 하는 이가 하는 꼴이 꼭 저 모양이지 않느냐? 저렇게 세리나 죄인들과 어울려서 웃고 떠드는 꼬락서니 좀 봐라. 너희 선생이라는 작자는 저 정도의 수준밖에는 안 되는 거야!” 그들은 죄인들과 세리들과 어울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게 예수님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교회 안에 내 수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에 혹 기분 나쁘게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저런 사람과 함께 신앙생활한다는 게 영 맘에 들지 않아’ 그렇게 생각들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만일 그런 생각이 가졌던 적이 있었다면, 아니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바리새인과 같은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 하는 것은 예수님의 마음이 아니라 바리새인의 마음입니다. 아무리 못나 보이고 초라해 보여도 우리 주님은 어느 누구 하나 ‘못났다’고, ‘초라하다’고 비난하거나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거지가 되어 돌아온 탕자를 책망하지 않으시고 품에 안고 입을 맞춘 아버지의 마음이 우리 주님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보고 신앙생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사람 때문에 시험에 들고 내 수준이 맞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우리 솔직하게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십시다.
- 교회 안에 가난한 사람이 많다는 것 때문에 불평해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 내 수준의 신앙이나 내 수준만큼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방황해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고, 내 생각으로 판단해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 ‘어떻게 저런 사람이 집사가 되고, 권사가 되고, 장로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해 본 적은 없으십니까?
만일 우리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그것은 우리가 주님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바리새인의 눈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그런 마음을 품으셨다면 여기 있는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죄인과 세리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우리 주님이시기에 그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찾아오셨습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세리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죄인 대하듯 합니다. ‘어쩌면 저렇게 살 수 있느냐?’고, ‘왜 저 사람은 저 것 밖에 안 되느냐?’고 비판하고 정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들에 비해서 나은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시 죄인들과 세리들은 최소한 다른 사람을 정죄하거나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다른 사람을 향하여 죄인이라고, 하나님께 천벌을 받을 사람이라고 정죄하거나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비판하고 정죄한 사람들은 신앙생활 잘 한다고 자부하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하나님 앞에 못난 사람입니까?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자칭 의인입니까, 비판하거나 정죄하지 않는 죄인 취급 당하던 사람입니까?
여러분, 주님의 마음과 주님의 눈으로 교회를 바라보십시다. 주님의 마음과 주님의 눈으로 형제와 이웃을 바라보며 사십시다.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의인보다는 정죄하지 않는 죄인을 하나님은 더 기뻐하십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말입니다. 그 물으심에 우리 스스로 대답해 보십시다.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형제를 정죄하는 의인입니까? 정죄조차 할 수 없는 죄인입니까? 모든 사람을 긍휼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며 사는 사람입니까? 자신을 의인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바리새인의 눈으로 바라보며 사는 사람입니까? 우리 주님은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닙니다. 죄인을 부르러 오셨고, 지금도 그런 죄인을 만나 주십니다.
<2013년 11월 17일 주일낮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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