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으로 오신 분
< 본문 - 요한복음 1:9-13 >
인도 캘커타의 성자 마더 테레사(Theresa, 1910-1997)가 어느 날 한 노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집이라기보다 작은 움막이라고 해야 맞을 정도로 형편없는 곳이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고, 방 안은 온통 먼지투성이인데다가 이불이나 옷가지들은 몇 년 전에 빨았는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그런 헛간 같은 방에서 노인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테레사 수녀는 ‘제가 방을 치워드리겠다’고 말했지만, 노인은 대답할 기운조차 없는지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테레사 수녀는 손을 걷어붙이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쓸어내고, 먼지를 털어냈습니다. 냄새 나고 더러운 옷가지는 빨아 널고, 더러운 곳은 모두 소독했습니다. 그렇게 청소를 하다 테레사 수녀는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버려져 있는 낡고 조그만 등을 하나 발견하고는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등은 뭐죠?” 그러자 노인이 모기 소리만한 작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손님이 오면 켜는 등이라오.” 테레사는 그 등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노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별로 켤 일이 없었던 모양이죠?” 노인은 대답합니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켜지 않았소. 누가 죽어 가는 이 늙은이를 만나러 오겠소?” 노인은 가족도 없이, 또 찾아오는 사람도 하나 없이 그렇게 쓸쓸히 살아왔던 것입니다. 노인은 먹을 것 보다 사람이 더 그리운 듯 했습니다. 짠한 마음에 테레사 수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자주 올께요. 그러면 저를 위해 등불을 켜주시겠죠?” 노인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물론 켜고말고요. 오기만 한다면야...”
그 이후, 테레사 수녀는 자주 그 노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가서 청소도 해 주고 빨래도 해 주었습니다. 자신이 가지 못할 때에는 동료 수녀를 대신 보내기도 했습니다. 노인은 테레사가 오는 시간에 맞춰 등불을 켜 놓았고, 노인의 방엔 거의 매일 등불이 켜지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늘 찾아와 집안일도 해주고 이야기도 해주는 테레사 수녀와 동료 수녀들이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노인은 편안히 죽었습니다. 노인은 죽으면서, 마침 곁에 있던 한 수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테레사 수녀에게 전해주구려. 테레사 수녀는 내 인생에 등불을 켜준 사람이라고...”
여러분, 한 사람의 인생에 등불이 되어준다는 것, 이 얼마나 복되고 가치 있는 일입니까?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고, 고통 가운데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 삶이 너무너무 힘들고 고달파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싶어 손을 휘저을 때 그 손을 잡아주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외로움에 사무쳐 구석진 곳에서 홀로 눈물짓고 있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것.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어 외롭게 방황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손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아주고, 삶이 너무너무 힘들어 쓸러질 것만 같은 사람에게 작은 어깨를 내어주어 기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삶의 보람을 잃어버린 채 무의미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에게 살아감의 의미를 보여주고, 얼굴에 웃음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던 사람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어준다는 것. 그게 바로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주는 삶입니다.
여기 깊은 절망 가운데 살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그들은 600여 년 전에 나라가 망하는 처참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 때 온 나라는 황폐화되었고, 그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성전도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포로로 끌려가야 했습니다.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겪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포로로 잡혀갔던 사람들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벨론에 이어 페르시아의 통치를 받다가, 알렉산더 대왕의 헬라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고, 결국에는 로마의 식민지배를 받게 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해를 받아야 했고, 수없이 많은 독립 운동을 벌였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조 섞인 탄식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소망은 오직 하나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야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스라엘 땅에는 말라기 선지자 이후 거의 400여년 가까이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구약성경에서 약속하신 메시야를 더욱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메시야를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구약성경 구석구석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겠다는 그 메시야는 왕적 통치권을 가진 분으로 많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계획은 메시야가 왕적 통치권을 가진 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은 메시야를 정치적인 개념으로 이해했고, 그렇게 백성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정치적인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다윗의 왕권을 회복하고, 다윗의 나라처럼 이스라엘이 독립국이 될 뿐만 아니라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주실 분이 메시야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그런 메시야가 절실했습니다. 나라를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동안 너무너무 힘든 시기를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제는 그런 메시야가 나타나서 이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삶이 힘들 때일수록 사람들은 변혁을 갈망하게 됩니다. 내 힘으로 어찌 해 볼 수 없는 사회적인 구조가 되었을 때에는 ‘이 놈의 사회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그런데 내 힘으로는 세상을 멸망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 기독교 신앙과 접목이 되면 주님의 재림을 강렬하게 기다리는 재림신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그 때 우리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독립운동에 참여했습니다. 3.1운동을 비롯해서 독립운동의 중심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립운동을 통해서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이 노력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일부 기독교 신앙에서는 종말론으로 바뀌고 맙니다. 우리 힘으로는 이 힘든 세상, 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바꿀 수 없기에 주님께서 재림하시어 모든 고통을 끝내주시기를 갈망한 것입니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황이 불리하게 되자 우리나라로부터 더 많은 물자를 빼앗아갔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 곡물을 다 빼앗아가버리고, 젊은 사람들을 강제징용해서 군대로 끌고 갔습니다. 전쟁에 쓰겠다고 농사를 짓던 농구기까지도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본에 반항하지 못하도록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말로 백성들을 현혹하면서 창씨개명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 신앙인들은 오직 주님이 재림하시는 길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제시대 말기에 이를수록 재림신앙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지만 6.25전쟁을 겪어야 했고, 전쟁 이후에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서 먹을 것조차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되자 그런 재림신앙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찬양 가운데 ‘주님고대가’라는 제목의 찬양이 있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그 가사가 생각나실 것입니다.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내 주님 오시기만 고대합니다. 가실 때 다시 오마 하신 예수님 오 주여 언제나 오시렵니까?’ 거기에 3절은 이렇습니다. ‘먼 하늘 이상한 구름만 떠도 행여나 내 주님 오시는가 해 머리 들고 멀리멀리 바라보는 맘 오 주님 언제나 오시렵니까?’ 밤이나 낮에나 눈물로 주님을 기다렸습니다. 하늘에 이상한 구름이 한 점만 떠올라도 주님 오시는 것 아닌가 하고 기대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그런 간절한 기대가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삶에 평안하고 먹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주님 오시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힘들게 사는 시대에는 주님 밖에 소망이 없었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이 힘든 현실을 바꾸어주실 수 있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랬습니다. 오랜 기간 주권을 빼앗긴 채 살아야 했습니다. 세계의 패권은 바벨론에서 페르시아로, 페르시아에서 헬라로, 그리고 헬라에서 이제는 로마로 바뀌었지만, 이스라엘은 주권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 때마다 그 노력들은 허사로 돌아가고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박해와 죽음뿐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더욱 구약성경에서 약속하신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메시야가 오셔야만 이 힘든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들이 그렇게도 메시야를 기다렸는데,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바람대로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야를 보내주셨는데도, 그들은 메시야를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사회적으로 너무 암울합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절망 중에 빠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그들을 긍휼히 여기셔서 메시야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메시야는 암흑 가운데 있는 세상에 빛이 되시는 분이십니다. 아니 그들의 빛 되심을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다.” / 빛은 그 비추는 곳에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 빛이 비춰지면 그 빛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을 비추는 빛이 그들 가운데 오셨음에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 가운데 빛이 오셨음에도 그 빛을 알지 못했습니까? 분명 성경은 예수님을 빛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빛이 오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친히 당신 자신을 가리켜서 “나는 세상의 빛이라”(요한복음 8:12)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빛이십니다. 그런데 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빛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까?
사람들이 자기의 동굴에 갇혀 빛을 보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이 말한 ‘동굴의 비유’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사슬에 묶여 동굴 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동굴 안쪽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실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그 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가 동굴 밖의 세상을 보게 됩니다. 찬란한 태양이 비치는 동굴 밖의 세상이 진짜이고, 동굴의 벽에 그려진 그림자는 허상일 뿐입니다. 그걸 깨달은 그 사람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자기가 본 것을 알려줍니다. ‘동굴 밖에 빛이 있고,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것은 그 빛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자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그 사람을 죽이고 맙니다.
그림자의 실체를 알려주는데도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것 그것만이 진짜라고 생각해버리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입니다. 플라톤은 예수님보다 약 400여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지만, 빛이신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우리의 어리석음을 설파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암울한 자신들의 현실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암울한 현실에 빛을 비춰주셨는데도, 그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메시야가 정치적인 메시야로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하고선 정치적인 해방을 시켜주지 않자 메시야가 아니라고 단정해버립니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인 메시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고달픈 지금의 상황에 자유를 주고 풍요를 줄 수 있는 메시야이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으셨습니다. 자기들이 바라는 메시야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메시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참 빛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거부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버리고 맙니다.
우리도 종종 그런 어리석음에 빠져 살아가곤 합니다. 참 빛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에 빛을 비춰주십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에 빛을 비춰주십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십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는 우리의 지혜를 의지하다가 빛을 비춰 가르쳐주신 그 길을 발견하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는 인생을 살아가곤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그 말씀 앞에 내 생각과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말씀에 순종하면 우리의 삶에 하늘의 은혜가 가득할 텐데, 우리는 때로 우리의 생각을 앞세워 하나님의 말씀과는 전혀 다른 딴 길로 가곤 합니다.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편 119:105) 그렇습니다. 말씀에 순종하여 살면 하나님께서는 그 말씀이 우리 인생의 등불이 되게 하시어 우리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하나님의 말씀보다 앞세웁니다. 우리의 지혜를 더 의지합니다. 내 생각에 더 많은 비중을 둡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께서 가르쳐주는데도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가르쳐주신 그 길이 더 복되고 형통함으로 인도하는 길임을 잘 알면서도, 내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 길 가기를 포기해버립니다.
오늘, 믿음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이 철학자 플라톤이 이야기한 동굴 속에서 벽의 그림자를 보고 그게 진짜인 것처럼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게 살고 있진 않는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참 빛이 와서 비추는데도 자기들의 힘든 현실에 갇혀 빛을 빛으로 알아채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내 삶의 문제를 앞세워 주님을 주님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들이 생각한 메시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메시야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내 요구나 생각과 다르다고 주님을 내 삶에서 쫓아내버리고 내 마음대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아닌지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빛으로 오신 메시야를 알아보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이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야가 자기들만의 메시야이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로마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쫓아내고 자기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물해 주시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메시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이스라엘만의 메시야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만의 빛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빛으로 오신 분이 아니라 세상의 빛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만의 메시야, 이스라엘만을 비추는 빛이셨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구한 것들을 이루어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스라엘만의 메시야가 아니셨습니다.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지, 이스라엘만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만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다면 당연히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구한 것처럼 로마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셨을 것입니다. 무력투쟁을 해서라도 로마 군인들을 이스라엘 땅에서 쫓아내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환희의 춤을 추게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온 세상의 메시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을 비추는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기들이 요구한 것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만을 위한 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종종 그런 잘못된 생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나만을 위한 하나님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나만을 위해서 역사하시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기도는 반드시 들어주셔야 하고, 내가 힘들 때에는 반드시 나타나셔서 나를 도우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하시지 말아야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 우리 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며 신앙생활하고 계신 분은 안 계십니까? / 그런 잘못된 생각이 하나님은 믿는 자만의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예수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시고, 그들에게는 언제나 벌을 내리실 준비만 하고 계신 분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하나님은 모든 이의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은 믿는 자들이나 믿지 않는자들이나 모두에게 햇빛을 비춰 주십니다. 선인이나 악인이나 구별하지 않으시고 모든 이들에게 비를 내려 주십니다.
이 땅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도 모든 이들의 메시야이십니다. 이스라엘만을 위한 메시야가 아니라 온 세상의 빛이요 온 세상의 메시야이신 것처럼,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 사랑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나눠지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을 빛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도 예수님은 당신의 빛을 비춰주시길 원하십니다. 그들에게도 복을 주시고, 그들도 사랑하십니다. 예수 믿는 당신의 백성만 사랑하시고, 당신의 백성에게만 복을 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빛을 비추시기를 원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택하셔서 그 빛이 나눠지길 원하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영접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자녀에게 주신 권세 가운데 가장 큰 권세는 세상에 빛을 비추는 권세입니다.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비춤으로 어둠을 물러가게 하는 권세입니다. 우리는 그런 권세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비록 우리 자신은 연약할지라도, 우리가 빛이신 예수님을 우리의 가슴에 모신 사람들이라면 우리 안에 계신 빛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세상을 밝게 비추시게 해야 합니다. 그것은 빛을 영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음에 빛을 모셔들여 그 빛을 품고 사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으로 오신 분이라는 것을 우리가 믿는다면, 그리고 그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우리의 마음에 영접했다면 우리는 이제 우리의 작은 삶에서 그 빛을 비추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에 빛이신 예수님을 증거하는 삶입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자기가 사는 필라델피아 시민들에게 뭔가 선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것이 시민들을 위한 선한 일일까’를 고민하던 그는 한 가지 지혜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는 자기 집 앞에 작은 선반 하나를 만들고서 거기에다가 아름답고 예쁜 등을 하나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그 등에 불을 켜놓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등불은 집 안에서 켜는 것인데 그렇게 집 밖에다 두는 것은 낭비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뭔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집 밖에 등불을 켜두니까 밤에 그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멀리서도 방향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좋게 생각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기들도 집 밖에다 등불을 켜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밤에도 길거리가 환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로등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빛이신 예수님을 모신 사람들이 내 삶에 작은 등불을 하나씩 켜기 시작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빛으로 환해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를 택하시고 우리를 자녀삼아 주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그 빛을 우리의 삶을 통해 세상에 비추도록 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2013년 12월 15일 주일낮예배 - 대림절 셋째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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