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받은 은혜대로 삽시다
본문 - 누가복음 10:13-16


  홀로 사는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결혼한 아들네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집이 없음에도 아들 내외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집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어머니는 이 결정을 하고 아들 내외가 기뻐할 것을 생각했습니다. ‘연탄가스를 맡으며 고생하던 아들 내외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만 해도 어머니는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아들과 함께 가서 아파트를 보고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중도금을 치르는 날, 어머니는 아들 내외를 데리고 갔습니다. 어머니가 마련해준 아파트를 보면서 기뻐할 아들 내외를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기 그지없습니다. 아파트에 들어가면서 어머니는 아들 내외의 얼굴만 쳐다봅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들어가서도 아들 내외의 얼굴에는 기쁨의 흔적이 없습니다. 방안을 둘러보던 아들이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어휴, 나는 이렇게 작은지 몰랐네. 계약할 때는 꽤 커 보이더니 이거 장롱도 제대로 못 놓겠는데... 우리 짐을 어디다 다 갔다가 놓지? 화장실도 너무 작고...”
  그러자 곁에 있던 며느리가 거듭니다. “이 아파트 지은 지가 꽤 오래 되었나 봐요? 스물 몇 평이라면서 왜 이렇게 작아요?”
  어머니의 마음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아들 내외가 기뻐할 것을 기대했는데, 너무너무 실망이 컸습니다. 애써 아들 내외의 불평을 못들은 척하며 중도금을 치루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어머니는 허공에다 대고 혼잣말로 조용히 읍조립니다. “하나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는 ‘은혜 받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은혜라는 말은 거저 받았다는 것입니다. 내가 뭔가를 해서 받은 것은 은헤가 아닙니다. 그것은 보상입니다. 은혜라는 말을 신약성경언어인 헬라어로 하면 ‘카리스’입니다. 값없이 거저 주셨다는 뜻입니다. 카리스라는 말과 대비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카르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르마’라는 말은 불교나 힌두교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업보(業報)라는 뜻입니다. 지난날, 또는 전생(前生)에 내가 어떤 업보를 쌓았느냐에 따라서 오늘 내가 축복을 누리고 사느냐 하는 것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성경에도 종종 카르마와 같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선을 행함으로 선한 열매를 맺게 된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근본적으로 카르마(업보)를 가르치기 전에 카리스(은혜)를 선포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주셨고, 그 독생자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다는 말씀은 은혜입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카리스(은혜)에 속한 것이지 카르마(업보)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뭔가 선한 것을 행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구원을 주신 것이 아닙니다. 성경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구원은 카리스이지 절대로 카르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에베소서 2:8-9)

  그건 비단 구원에 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카르마(업보)가 아닌 카리스(은혜)로 역사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뭔가 하나님께 많은 공적을 쌓았기 때문에 오늘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먼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복을 내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복을 누리며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은혜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은혜를 받아 누리고 살면서도 그것이 은혜인지 모른 채 때로 불평하고, 때로 원망하며 살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70명의 제자들을 전도하러 파송하시면서 그들에게 주신 말씀 가운데 마지막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파송받아 가는 제자들을 향하여,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 바로 앞인 10-12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가서 복음을 전할 때에 그 복음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인데, 옛적에 소돔성이 멸망당할 때 받은 심판보다 더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말씀을 하시고 주님은 울분에 복받쳐서 탄식하시면서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화 있을진저 고라신아, 화 있을진저 벳새다야.” 주님은 그 동네들만 생각하면 울분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고라신과 벳새다에서 많은 이적을 행하셨는데 그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천국에 대한 많은 말씀을 가르쳐주셨는데, 그들은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너무너무 사랑하셨는데, 그들은 그 사랑을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예수님의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을 전하시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고라신아, 벳새다야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그렇게 저주를 선언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벳새다가 어떤 마을입니까? 예수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굶주려 있던 사람들 5,000명을 먹이신 곳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가장 먼저 부르심을 받은 안드레, 베드로, 빌립의 고향이기도 했습니다.(요한복음 1:44) 그 마을은 예수님께서 활동의 근거지로 삼으셨던 가버나움에서 한 5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 아주 가까운 동네였습니다. 그러니 자연 그 동네 사람들은 예수님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예수님께서 행하신 많이 기적을 체험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말씀이 15절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예수님 시대에 가버나움은 이스라엘 그 어느 지역보다 복을 많이 받은 고을입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활동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이 가버나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9:1절에 보면 가버나움을 “예수님의 본 동네”라고 불렀습니다. “예수님의 본 동네”라는 말은 ‘예수님의 동네’라는 말입니다. 그만큼 그 가버나움과 예수님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예수님은 이 가버나움에서 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귀신들린 사람도 고쳐주시고, 문둥병자, 중풍병자도 고쳐주셨습니다. 가버나움에 주둔하던 백부장의 종도 고쳐주셨고,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을 때에는 그 죽었던 아이를 살려주시는 놀라운 일까지 행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이 가버나움에서 행하신 일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가버나움에 사는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네 동네에서 활동하셨고, 또 그런 많은 일들을 행하셨다는 것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모릅니다. 누가복음 8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다른 곳에 가셨다가 가버나움으로 돌아오셨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환영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고치러 가실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에워싸고, 놀라운 기적을 보기 위해서 예수님을 따라가기도 했습니다. 가버나움에서 예수님은 늘 그런 대우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가버나움의 영웅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버나움 사람들은 자기들이 거기에 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본문 15절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가버나움을 향하여 “네가 음부에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왜 가버나움이 음부에까지 낮아진다고 말씀하십니까? 그 이유를 16절에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너희 말을 듣는 자는 곧 내 말을 듣는 것이요 너희를 저버리는 자는 곧 나를 저버리는 것이요 나를 저버리는 자는 나 보내신 이를 저버리는 것이라.” 무슨 말씀입니까? 가버나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이적을 베푸시는 것을 보면서 흥분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마을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의기양양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의 말씀은 배척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의 말씀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적을 베풀어주시기 때문에 기뻤고, 그렇게도 유명한 예수님께서 자기 마을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흥분하면서도, 그 예수님께서 전해주신 하늘나라의 복음은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바나나를 먹을 때에 정말 맛있는 바나나 속은 다 버리고 껍질만 먹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서 기적을 행하시고 죽은 자를 살리시고 하신 것은 궁극적으로 그들로 하여금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복음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신다는 데에만 흥분했고, 그런 위대한 분이 우리 고장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것에 자랑스러워했고, 우쭐댔을 뿐입니다. 알맹이는 버리고 껍질만 먹는 것과 같았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복음을 받아들이기는 거부하면서 껍질만 가지고 흥분하고 우쭐대는 그들을 보면서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하셨겠습니까?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씀을 요한삼서에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형제들이 와서 네게 있는 진리를 증언하되 네가 진리 안에서 행한다 하니 내가 심히 기뻐하노라. 내가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행한다 함을 듣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도다.”(요삼3-4) 사도 요한은 자신의 성도들이 진리 안에서 살아간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실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목회자로서 제가 성도들을 바라보면서 가장 마음이 기쁠 때는 말씀을 따라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직 믿음을 붙잡고 믿음으로 살려고 하고, 내게 손해가 된다 하더라도 말씀을 따라 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아마 예수님도 그런 마음이셨을 것입니다. 가버나움 사람들은 가장 좋은 혜택을 받아 누린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분으로부터 따끈따끈한 말씀을 제일 먼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기적들을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면에서 주님을 영접할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건 주님을 버린 것과 같고, 하나님을 버린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너희가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고 슬픈 선언을 하셨던 것입니다.
  놀라운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은혜를 저버리고 예수님과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결과는 버림받는다는 것입니다. 음부까지 낮아진다는 것은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심판을 받아서 멸망당할 것을 선언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지금 가버나움에 가면 옛날의 화려하고 영광을 누리던 그 모습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입구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서 참 화려하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면 마을은 전체가 폐허가 되어 집 하나도 남아 있지 않는 동네가 되어버렸습니다.(사진1) 그저 성지순례객들이 찾아가는 유적지일 뿐입니다. 옛날 회당이 있던 자리도 회당의 겉모습만이 덩그러니 남아서 그 당시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사진2)

  말씀이 살아 역사하는 곳, 그곳에 성령의 역사가 기적을 일으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있지 않는 곳에서는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안에 말씀이 살아 역사하지 않으면 우리가 성령을 따라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도 없습니다. 죄악된 세상에서 유혹을 이기고 승리하며 살 수 없습니다. 강한 그리스도의 군사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역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신앙은 결코 감정이나 경험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구원의 감격, 예배드리고 찬양 드릴 때 우리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감동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고서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감정이나 경험이 말씀 위에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 위에 세워지지 않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래 위에 세운 집’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홍수가 나면 다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나 말씀의 반석 위에 든든히 서는 인생은 세상의 환란이나 고난의 풍파가 몰아쳐도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견고합니다.

  가버나움은 기적을 가장 많이 체험했던 곳입니다. 다른 어떤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적이 일어난 곳이 가버나움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많은 이적을 기뻐했을 뿐, 예수님을 통해서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 - 천국복음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버나움에서 많은 기적을 베푸셨다는 것 - 이건 참으로 큰 은혜입니다. 가버나움은 정말로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 천국복음의 말씀 위에 바로 서지 않았기에 받은 은혜를 다 잃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은혜를 은혜로 알고 감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박은 은혜에는 그 은혜에 주어지는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은혜를 많이 받았다면 그만큼 우리의 신앙적인 책임감도 크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은혜 받은 사람은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말씀을 따라 살기 때문에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말씀을 따라 사는 삶으로 내 신앙을 증명해야 합니다. 입만으로는 우리의 신앙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사는 신앙인들의 비극이 있다면, 그 가운데 하나가 말씀의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은 없어지고 입만 가지고 살려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예수쟁이들은 말쟁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됩니다. 삶으로 말씀을 이루며 살아가야 합니다.

  목사와 거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첫째는 목사나 거지나 모두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가야할 곳은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지도 찬 밥 더운 밥 가리지 않고 먹어야 하고, 목사도 심방가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나와도 꾹 참고 먹어야 합니다. 셋째는 손에 뭔가를 항상 들고 다닌다는 것이고, 넷째는 전업(轉業)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입으로 - 말로 먹고 산다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 산돌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할 때 사무장의 직책을 맡아 섬긴 적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무실에 노크를 하는 사람들이 다녀갑니다. 우리는 그들을 ‘천사’라고 불렀습니다. 사무실 문을 노크하면 당시 5백원짜리 동전 하나를 줍니다. 20여 년 전에 500원은 결코 적지 않는 돈이었습니다. 그렇게 교회에 와서 500원씩 받아가는 천사들이 일주일이면 약 20-30명 가량이나 됩니다. 그들에게도 원칙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사람이 절대로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반드시 한 번씩만 찾아옵니다. 어떤 천사들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할렐루야!” 그렇게 외치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번은 어떤 천사에게 평소대로 500원을 주었더니, 대부분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는데 그날 그 천사는 가지 않고 따집니다. ‘안산에 있는 어떤 교회에서는 1500원을 주는데, 왜 이 교회에서는 500원만 주느냐?’는 것입니다. 어이가 없어 ‘1500원 주는 교회가 있으면 그 교회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더니, 그 천사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1500원 받으러 1300원 들여서 지하철을 타고 안산까지 갈 수 없지 않느냐?”고 오히려 따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면 교회 주변에 휴지도 줍고 청소도 좀 하고 그러면 1500원 드릴께요.” 그랬더니, 그 천사가 뭐라고 그러는지 아십니까? “그렇게 일하고 돈 받아 가면 내가 거지입니까? 일하지 않고 돈 받아가니까 거지이지, 일하고 돈 받아 가면 그게 일꾼이지 어디 거집니까?” 맞는 말이지요? 일하고 돈을 받아 가면 그게 일꾼이지 어디 거지입니까? ‘역시 입 가지고 먹고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말은 참 잘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아무리 말을 잘 해도 거지는 거지일 뿐입니다. 거지가 말을 유창하게 잘 한다 하더라도 대학 교수나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없습니다. 교수님이 되려면 교수다운 삶이 뒤따라야 합니다. 말 잘 한다고 목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다운 삶이 있어야 목사다운 목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말 잘 하는 거지가 아니라 목사다운 목사가 되는 비결은 어디 있습니까? 받은 은혜를 감사할 줄 알고, 그 은혜 안에 거하여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목사가 받은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고, 말씀을 따라 살려는 모습이 전혀 없다면 그는 거지와 다를 바가 없는 목사입니다. 목사다운 목사가 아닙니다.
  우리 신앙인이 모두 그렇습니다. 신앙인다운 신앙인은 받은 은혜를 감사함으로 알고, 받은 은혜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 은혜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감사함으로 사는 사람이 신앙인입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히스기야 왕이 있습니다. 남유다 13번째 왕인 히스기야 왕은 참 훌륭한 왕이었습니다. 기도하는 왕이었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병에 걸려 누워있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씀을 듣게 됩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와서 “여호와의 말씀이 ‘너는 집을 정리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하셨나이다.”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준 것입니다. 이 병으로 인해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때 히스기야는 최고의 통치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북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 군대가 남 유다도 멸망시키기 위해서 침공해 들어왔는데, 히스기야 왕과 이사야 선지자의 기도로 십팔만 오천 명이라는 앗수르의 대군을 하루 아침에 물리쳤습니다. 그러자 주변 나라들이 히스기야 왕을 위대한 왕으로 인정했습니다. 그 막강한 앗수르 군대를 하루 아침에 물리친 히스기야는 그야말로 그 주변 나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여러 나라가 예물을 가지고 와서 히스기야에게 바치고, 히스기야는 열국 가운데 존귀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존경을 받고 잘 나가고 있던 차에 병에 걸려 죽게 된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히스기야의 그 간절한 기도가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히스기야에게 15년을 더 살 수 있도록 생명을 연장시켜 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런데 히스기야는 그런 하나님의 고마우신 은혜를 잊어버렸습니다. 은혜를 망각했습니다. 받은 은혜대로 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역대하 32:25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히스기야가 마음이 교만하여 그 받은 은혜를 보답하지 아니하므로 진노가 그와 유다와 예루살렘에 내리게 되었더니.” 히스기야가 하나님께 받은 놀라운 은혜를 망각하자 그와 그의 나라에게 진노가 임했습니다. 그게 바로 주변 나라들로부터 받은 많은 금은 보석들을 바벨론에 다 빼앗기고,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히스기야 왕 시대에 내린 진노는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하여 주신 말씀처럼, 기도로 지켜냈던 나라를 바벨론에게 빼앗겨 멸망당하고, 주변나라들로부터 받았던 그 많은 보석들을 다 바벨론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은혜를 은혜로 알고, 그 은혜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오늘 지금 내 삶에 하나님게서 베풀어주신 은혜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받은 은혜를 얼마만큼 헤아리며 살고 계십니까?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여 하나님께 더 달라고만 떼를 쓰고, 더 주시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 아무리 가진 것이 없을지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그는 부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늘 모자란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거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넉넉하게 주시는 분이십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더 많이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별 볼 일 없을 만큼 조금만 주시는 것 아닙니다. 누구이게나 넉넉하게 누리고도 남을 만큼 풍성하게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베푸신 그 넉넉한 은혜를 알고, 그 은혜 안에서 감사하며 살면 우리는 영적인 풍요로움 누리는 영적인 부자입니다. 그러나 풍성한 은혜 안에 살면서도 그 은혜를 망각하고 살면 우리는 영적인 거지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영적인 부자입니까? 영적인 거지입니까? 영적인 부자로 살고 싶으십니까? 영적인 거지로 살고 싶으십니까? 받은 은혜를 헤아려 그 은혜 안에 살면 영적으로 부유한 자, 영적인 부자로 살게 됩니다.

<2011년 2월 6일 주일 낮예배>